남극점에서 본 우주 - 실험 천문학자들이 쓰는 새로운 우주 기록
김준한.강재환 지음 / 시공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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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천문 관측을 하기 좋은 곳이란건, 사람이 생활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뜻이 된다. 이제 이 견디기 어려운 곳을 몇 년 동안 왕복했던 전파 천문학자이자 실험 천문학자인 우리의 이야기를 들려드릴까 한다. (p25)

 

우주는 어떤 곳일까? 지금 우리가 우주를 떠올릴 수 있는 건 천문학자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 할 것이다. 어마어마한 망원경을 이용해 머나먼 하늘을 관측하는 천문학자의 이미지는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이들을 관측 천문학자라 부르는데, 고도화된 장비의 발달로 인해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관측 천문학자들의 일상은 산꼭대기에 있는 관측소보다는 사무실 컴퓨터에서 데이터를 분석하는 세상이 왔다. 과학자하면 떠오르는 또 다른 이미지는 종이더미에 복잡한 수식을 휘갈기며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이론을 발견하는 이론 천문학자. 현대에 와서는 이들 역시 종이와 펜보다는 시뮬레이션 연구를 통해 모형을 관측하고 컴퓨터를 통해 복잡한 수식을 풀어낸다. 흔히 생각하는 천문학자의 모습과 달리 관측 천문학자와 이론 천문학자들은 사무실에서 연구를 하는데 주력한다. 그렇지만 실험 천문학자들은 여전히 현장 일선에서 고군분투한다. 이들은 광학 망원경의 거울, 빛을 감지하는 검출기, 신호 처리를 하는 전자회로 같은 관측 기기를 손수 선계하고, 관측소에 가서 장비를 설치한다(p22).

 

남극점에서 본 우주는 관측소 출장이 일상인 두 명의 전파 천문학자이자 관측 천문학자가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사명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보내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남극의 매서운 바람을 맞으며 관측하기 좋은 곳을 쫓는 그들의 열정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인류의 도전 정신을 엿볼 수 있다. 3부로 구성된 이 책은 우선 그들이 남극에 가서 어떤 일을 하는지를 살펴본다. 이어 2부에서는 블랙홀의 이미지를 촬영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김준한 연구원의 이야기를, 3부에서는 (뭔지는 모르겠지만) E모드, B모드를 찾아 우주의 근원에 더 가깝게 다가가고픈 강재환 연구원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비교적 남극점에서의 일상을 담은 1부는 이해하기 쉬웠으나 과학적 지식을 요하는 2부와 3부에 이르러서는 아 그래서, 망원경을 이용해 우주를 보기 위해서는 돈이 많이 들구나라는 것밖에 이해하지 못한 나의 얄팍한 지식이 이 책에 누가 되질 않길 바랄뿐이다.

 

남극점은 대륙의 한가운데, 지구 자전축이 지나는 남위 90도를 말한다. (p17)

 

남극에 가기 위해선 미국과 뉴질랜드를 거쳐 남극점 기지에 당도한다. 이는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먼 길인데 남극점의 아문센-스콧 기지에 가기 위해선 미국에서 장장 20시간의 비행 후, 뉴질랜드에서 수송기로 8시간을 더 가야한다. 마침내 남극의 맥머도 기지에 도착하면 비교적 활성화 된 작은 마을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3시간의 비행을 추가로 더 해야 비로소 남극점의 아문센-스콧 기지에 도착할 수 있다. 이 조차도 날씨가 여의치 않으면 기약 없는 기다림의 연속이니, 선택된 자만이 남극점에 발을 내딛을 수 있다. 그들은 왜 이렇게 머나먼 여정을 떠나는 것일까? 남극점은 지구 자전축에 놓여있어 지구 자전의 영향이 최소화된 측정을 할 수 있으며, 관측 장비의 신호가 간섭을 일으키지 않아 말 그대로 연구하기에 최적화된 고립지다. 절대적으로 인력이 부족해 서로가 서로를 도와야하고, 일주일에 2분간 2번의 샤워만 허용되며, 아플 때 적절한 조치를 취하기도 어려운 고요한 남극점, 상주하는 월동대원이 아닌 이상 그곳에서 머물 수 있는 시간은 제한적이다 보니 연구원들은 일정은 분주하다. 6~8주정도 머무는 시간 동안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면 남극점의 문은 후년을 기약해야한다.

 

우리가 뉴스와 교과서에서 한 줄로 만나는 과학적 사실이 밝혀지기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무수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p9).

 

앞서 잠깐 언급 했듯이, 최신과학연구결과를 반영한 이 책을 과학적 지식이 전무한 내가 이해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다만, 최초의 블랙홀이라는 한 장의 사진을 찍기 위해 애쓴 ETH팀의 프로젝트 규모가 얼마나 많은 인적, 물적 자원을 필요로 했는지를 실감했다. 45년 전 만 하더라도 불가능이라 생각했던 기술을 현대의 과학자들의 긴밀한 협업으로 해낸 것이다. 뿐만 아니라 B모드와 E모드를 관측하기 위해들인 망원경이 얼마나 정밀하고 성대한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주배경복사 연구와 E모드 지도를 얻기 위한 BICEP3팀은 계속되고 있다는 정도로만 이해할 수 있었다. , 인류는 남극점에 도달했지만 아직도 밝혀내지 못한 우주의 비밀을 풀기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과학자들이 불철주야 고군분투하고 있다. 인류의 원대한 꿈은 어디까지일까, 감히 그들의 연구가 어디까지 진척된 지 상상조차 할 수 없기에 그저 그들의 위대한 도전을 응원할 뿐이다. 내게 조금만 더 과학적 지식이 있었다면 참 좋았을 텐데, 내가 알 수 없는 분야라 속단하고 상식을 쌓아오지 않은 게 참 아쉬운 책이다. 그렇지만 그동안 알지 못했던 미지의 세계에서 천문학자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어렴풋이 알 수 있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읽었다. 우주를 향한 열망이 있다면 꼭 한번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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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잔 술, 한국의 맛 - 알고 마시면 인생이 즐겁다
이현주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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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빚는 일의 고된 수고와 설렘을 안다면 함부로 술과 자신을 천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p336).

 

전통주 읽어주는 여자 이현주 작가의 한잔 술, 한국의 맛을 읽으며 지금껏 내가 알지 못했던 수많은 한국의 전통주에 대해 알게 되었다. 술은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한 잔의 전통주에 깃든 역사와 의미, 정성을 안다면 단순히 흥을 내기위해 술을 마신다는 것이 얼마나 실례인지 느낄 것이다. 나 역시도 이 책을 읽기 전까진 술에 대한 조예가 깊지 않아 취하기 위해, 기분 좋기 위해 마시는 소주와 맥주, 분위기 내기 위해 마시는 와인과 칵테일 정도로 술을 치부했다.

 

한국의 전통주는 막걸리, 동동주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이 책에 소개된 28가지 각기 다른 색을 뽐내는 전통주를 만나며 우리 술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됐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건 술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다. 워낙 술로 인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다보니 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데 우리 전통주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은 이 책을 읽으며 술의 향기에 취해본다면 참 좋겠다. 술이 품은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면 술에 자신을 져버리는 일은 없을 텐데, 올바르지 못한 주취문화가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 책은 증류주, 약주, 탁주, 세 종류의 전통주를 소개한다. 사실 용어의 정의를 정확히 알지 못했었는데 책을 읽으며 어렴풋이 알고 있던 술의 상식을 쌓을 수 있었다.

 

와인을 증류하여 나무통에 숙성시키면 브랜디가 되고 맥주처럼 맥아와 곡류를 발효시킨 양조주를 증류하여 나무통에 숙성시키면 위스키, 용설란을 발효한 풀케를 증류하면 멕시코의 대표적인 증류주인 데킬라가 된다(p131).

 

한국의 위스키라 칭할만한 붉고 달달한 감홍로,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의 생일상에 올린 안동소주, 명인의 손에서 일 년을 준비해야 마실 수 있는 죽력고는 대표적인 증류주 중 하나다. 탁주와 약주 같은 발효주를 증류하여 만든 증류주는 대체로 도수가 높지만 오랜 기간 보관이 가능하며, 오래 숙성시킬수록 그 풍미가 깊다. 다른 나라의 증류주인 브랜디, 위스키, 데킬라는 알면서도 우리나라의 증류주가 이리도 많은지 몰랐다니, 조금은 부끄러워진다. 이현주 소믈리에는 우리 전통주에 생명력을 부여한다. 이 술이 어떻게 만들어졌을지, 어떤 상황에서 누가 마셨을까 역사적 기록을 기반으로 상상력을 더해 술을 소개한다. 홍랑의 지고지순한 사랑을 떠올리게 하는 감홍로, 새로운 세상을 꿈꿨지만 끝내 좌절됐던 그 순간 전봉준 장군이 마셨을법한 죽력고. 역사적 사실은 아닐지라도 전통주 읽어주는 여자의 상상 속 이야기를 떠올리며 한 잔의 술에 취한다면 그 술맛이 일품이지 않을까.

 

술이 아니라 약으로 마신 술 약주 (p269)

 

약주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무엇일까? 어르신들이 종종 약주 한잔한다는 표현을 쓰지만 약주를 생각할 때 바로 떠오르는 술이 없었다. 이는 그 표현에 있어 약주가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기 때문이다. 청주를 약주로 부르기도 했는데 이는 조선시대 내려진 금주령의 영향이라는 설이 있다. 명칭에 있어 혼동이 없게 하는 건 전통주 소믈리에의 사명 중 하나다. 이현주 소믈리에의 경우 한국의 맑은 술을 가리키는 명칭으로 약주를 사용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소비자는 약주를 약재 등을 넣어 만든 술, 청주는 발효하여 거른 맑은 술로 이해하고 있는 실정이다(p271).

 

한국의 맑은 술, 약주편에서 내 눈을 사로잡은 건 푸른 대나무통을 술병으로 쓰는 대통대잎술 십오야.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 하지 않던가, 담양의 한정식과 잘 어울리는 대통대잎술은 알코올도수 15도로 딱 적당히 취하기 좋은 농도다. 대나무통에 주사기를 이용해 술을 채우기에 대나무 향과 술의 풍미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앉은뱅이술로 통하는 한산소곡주는 달달함이 일품인 약주다. 꿀이나 과일을 사용하지 않았지만 쌀의 전분만으로도 사람들에게 인상 깊은 단맛을 낸다. 알코올 도수가 무려 18도가 되는 술이니 달콤함에 취해 겁 없이 벌컥 들이켜면 종내에 일어나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p180). 자극적인 음식에도 잘 어울리기에 언제 어디서나 맛보기 좋다.

 

탁하게 걸러 탁주라고도 부르고 방금 걸러 신선한 술이기에 막거리라고도 부릅니다(p277)

 

내 얄팍한 술 지식에도 탁주를 대표하는 술은 막걸리가 바로 떠오른다. 탁주, 말 그대로 탁한 술이 아니던가. 어지간한 술은 병나발을 부는 내가 숙취에 시달려 멀리하는 술이기도 하다. 그러다보니 탁주는 앞선 전통주들만큼 이건 꼭 마셔 봐야해!하는 설렘은 덜했지만 막걸리계의 아메리카노라는 송명섭이 직접 빚은 생막걸리, 사과와 벌꿀을 넣고 발효시킨 사미인주는 꼭 마셔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한잔 술, 한국의 맛의 저자 이현주 소믈리에는 강남에 위치한 전통주 갤러리의 초대관장을 역임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전통주 갤러리가 있는 것조차 알지 못했다니. 정말 전통주에 대한 관심이 부족했음을 실감했다. 예약을 하고 방문하면 상설시음회에 참여할 수 있다하니, 이 책에 소개된 전통주들을 당장 마셔보고 싶어진다. 이전까지 내 버킷리스트는 전국의 지역소주를 다 마셔보는 것이었는데 이젠 전국 대표 전통주 시음도 하나 더 추가됐다. 지금껏 알지 못했던 전통주에 대한 상식을 키울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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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딸 : 뒤바뀐 운명 1
경요 지음, 이혜라 옮김 / 홍(도서출판)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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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으신 하늘과 넓으신 대지에 인사 올립니다. 저 하자미는 제비와 서로 마음이 맞아 자매의 연을 맺기로 하였습니다.” (p47)

 

꽤 오래 전 재밌게 봤던 중국 드라마 <황제의 딸>, 그 기억이 흐릿해진 지금 책으로 다시 만난 경요 작가의황제의 딸은 표지부터 설레게 했다.

 

제남에서 어미를 잃고 아비를 찾아 북경으로 올라온 자미와 북경의 뒷골목에서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제비. 서로 너무도 다른 두 사람이 우연한 계기로 의자매를 맺고 자미는 제남에서 북경까지 먼 길을 와야 했던 비밀을 공유한다. 황실의 담을 넘어 아비를 찾기에는 요원해 보이던 찰나, 제비는 자미를 위해 홀로 황제가 있다는 사냥터로 잠입한다. 이때 오황자 영기가 쏜 화살에 맞아 큰 부상을 당하고 정신을 잃는다.

 

폐하…… 19년 전, 대명호반에 살던 하우하를 기억하십니까 …….” (p67)

 

자미의 어머니 하우하는 죽는 순간까지도 황제를 그리워했다. 그런 그녀의 마지막 유언을 지키고자 했던 자미는 자신이 황제의 딸임을 증명해 줄 어머니의 유품을 제비에게 넘긴 후 그녀가 돌아오지 않자 제비를 걱정한다.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제비 때문에 평생 흘릴 눈물을 다 흘렸음에도 제비의 소식을 들을 수 없어 발을 동동 구르던 찰나, 환주공주가 되어 천제에 참여하는 제비를 발견한다.

 

평생을 믿고 함께할 의자매를 맺은 제비의 배신에 자미는 절규하고, 가마 행렬에 난입해 시위들에게 몰매를 맞는 자미를 대학사의 장남 복이강이 학사부로 데려온다. 그동안의 자초지종을 듣고 제비가 아닌 자미가 진정 황제의 딸임을 알았지만 각자의 이유로 그 사실을 함구한다.

 

아버지가 있는 게 이렇게 좋은 건 줄 몰랐어요. 아바마마, 이렇게 잘해주시면 제가 아쉬워서 어떻게 떠나요!” (p164)

 

성도, 태어난 날짜도 몰랐던 제비에게 난생 처음 느껴보는 황제 건륭이 보이는 부성애는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었다. 그 따스함이 너무 좋아 잠시 거짓말을 했던 것이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낫 놓고 기억자도 모르는 까막눈인 제비에게 공주로 살기위해 익혀야 할 황실예법은 거추장스럽고 갑갑하기만 하다. 날이 갈수록 자미를 향한 죄책감은 더해지고 황궁을 탈출하겠다는 무모한 일을 벌여 황실의 골칫덩어리로 전락한다. 제비의 출생을 의심하는 황후와의 갈등은 극에 달해 황실 생활을 결코 녹록치 않다. 영기와 이강의 도움으로 자미와 연락을 할 수 있게 된 제비는 그림으로 자신의 심경을 전하고, 글 한자 없는 그림을 보며 자미는 제비의 심경을 찰떡처럼 알아차린다.

 

중국 황실이 일부다처제인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일 건데, 너무 많은 자식이 있어 자식조차도 제 신하로 바라보는 건륭황제가 유독 거슬렸다. 자미의 어머니인 하우하가 순정을 바칠만한 사람은 절대 아니랄까. 그에게는 하룻밤 유희였지만 그 때문에 인생이 망가진 사람이 몇인가. 더 많이 아껴주고 덜 바라시면 되죠!”(p192) 라는 제비의 진의를 죽을 때까지 알아차릴 수 있을까.

 

어렸을 때는 이렇게까지 세세하게 거슬리지 않았던 것 같은데 나이가 먹은 건지, 민폐녀의 정석 제비의 무모함은 절로 한숨이 나오게 하고, 자미의 끝없는 순진함은 답답하게 느껴졌다. 그렇지만 역시 명작은 명작, 순식간에 독파한 1권 이후, 2권의 내용이 궁금해서 손이 근질거렸다. 황제의 딸은 시즌3까지 드라마로 제작됐던 데, 시즌1 초반부에 해당하는 내용인지라 앞으로 갈 길이 멀어 더 기대된다. 로맨스에 빼놓을 수 없는 남자 주인공들의 스윗함은 절로 입꼬리가 올라가게 한다. 제비의 뒤치다꺼리 전문 오황자 영기와 현실의 벽을 알면서도 무조건 직진하는 이강, 그런데 시즌3에서의 배신은... 소설의 달콤함을 방해해 살짝 아쉽게 느껴진다. 영기 네가 그럴 줄이야...

 

자미를 입궁시키는 겁니다,” (p349)

 

제비와 자미가 겪는 상황을 타파할 수 있는 묘책으로 자미의 입궁을 생각해낸 이강, 많은 이들의 반대에도 더 이상 선택할 수 있는 패가 없는 것을 알기에 자미는 입궁하기로 결심하며 1권이 마무리된다. 본격적으로 황궁에 입성해 벌어질 다음 편이 기대된다. 대략적인 줄거리는 알고 있었지만 책으로 읽으니 세세한 디테일함을 음미할 수 있어 더 재밌었다. 가히 전설이라 불러도 부족함 없을 찬사를 받는 황제의 딸을 소설을 통해 새롭게 만나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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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 - 국선변호사 세상과 사람을 보다
정혜진 지음 / 미래의창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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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직업은 국가에서 월급을 받지만 국가가 아니라 국가의 상대로 서는 피고인의 이익을 위해 일하고, 피고인의 이익을 위해 일하지만 당사자로부터 돈을 받지 않는 덕분에 당사자에게 휘둘리지 않는 독특한 구조를 취했다(p5).

 

변호사, 그 중에서도 국선변호사는 보통의 변호사와는 다른 특수성이 있다. 정혜진 변호사의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를 읽으며 국선변호사가 어떤 피고인들을 만나 변론을 하는지 사람 사는 이야기를 느껴볼 수 있었다. 사실 국선변호사하면 편견이랄까, 비싼 돈을 들여 고용한 사선변호사보다 사건을 건성으로 대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있었는데 현장에서 피고인들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는 이 책을 읽고 나니 나의 잘못됐던 편견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국선변호사가 존재하기에, 까막눈인 사람들도 법정에서 자신의 권리를 찾을 수 있다. 법조인들은 드라마를 보지 않는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는데 책을 읽을수록 드라마가 왜 필요 없는지를 실감했다. 막장의 연속이랄까. 변호사에게는 자신의 가치관을 되돌아볼 수 있는 회고록이겠지만 독자에게는 매 에피소드가 한편의 막장 드라마같았다.

 

일평생 법원에 드나들 일 없이 살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하지만 누군가는 죄를 짓는다. 특히 그 죄가 병력에 의한 것이라면? 요즘 정신병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가 높아졌는데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 개인의 의지를 넘어 뇌의 신경 회로의 문제점이라면. 변호인에게조차 거짓말을 일삼는 피고인들은 자신이 하는 말이 거짓말임을 인지하고 있을까? 아니면 진짜 진실을 말하고 있다고 생각할까? 안타까운 마음이 들지 않았다면 거짓이겠지만 그 범죄의 영역이 보통 사람들은 상상할 수 없는 일탈 행위들인지라 크게 공감가진 않았다. 이런 이들을 어떻게 변호할 수 있을까? 새삼 국선변호사들의 존재가 대단하게 느껴졌다.

 

변호사의 존재 목적은 어찌되었든 재판에서 이겨야한다. 피고인의 이익을 극대화시켜야 하는데, 이기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결과에 조금은 부담이 없는 위치일지라도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다 보니 정말 그녀의 삶은 스펙타클해보인다. 특히 국선변호인을 믿지 못하는 피고인들의 에피소드를 읽으며 때때로 그들에게 공감가기도 했다. ‘상식보다는 판례가 우선인 법조계에서, 절대적인 정보가 부족한 재판을 앞둔 일반인들의 막막함이 공감이 갔달까. 국선변호인의 충분함은 어디까지 일지 고민해보게 된다.

 

국선변호사가 평소 어떤 사람들을 만나고, 어떤 일을 하는지, 국선변호사만의 이야기를 알 수 있어 법조계의 숨겨진 비밀을 한 꺼풀 벗겨낸 것 같았다. 그리고 어떤 일이라도 송사 없는 삶이 행복하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 국선변호사의 인간적인 이야기가 듣고싶다면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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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 클래식 2 - 클알못에서 벗어나 클잘알이 되기 위한 클래식 이야기 이지 클래식 2
류인하 지음 / 42미디어콘텐츠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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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알못에서 벗어나 클잘알이 되기 위한 클래식 이야기

 

보통 사람들에게 클래식은 익숙한 듯 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분야다. 클래식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도 기본적으로 베토벤, 모차르트와 같은 세기의 음악가들은 잘 알지는 못해도 그 이름은 들어봤을 것이다. 류인하 작가의 이지 클래식21권에 이어 클래식을 잘 알지 못하는 이들도 쉽게 친근하게 클래식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클래식 이야기를 쉽게 재밌게 풀었다.

 

책은 총 3분류로 나뉘어져 있는데 먼저 클알못에서 벗어나기 위해 알아야 할 음악가 6, 이보다 좀 더 나아가 클잘알로 가기 위해 알아야 할 음악가 6, 마지막으로 가장 심화 레벨인 클잘알 도장깨기를 위해 알아야 할 음악가 5인을 소개한다. 가장 기초단계에서는 슈베르트, 드뷔시, 엘가와 같은 친숙한 작가들을 만나볼 수 있다.

 

날이 갈수록 음악가로 성공할 수 있는 희망이 실현불가능하다는 것을 느껴. 지금 나는 빈털터리. 1센트도 없어.” (p122)

 

영국의 자랑으로 손꼽히는 작곡가 에드워드 엘가, 독학으로 시작한 음악 공부를 채 꽃피우기 전에 그는 정서적으로,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냈다. 영화 킹스맨에도 등장한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을 떠올려 본다면 엘가에게 이런 시기가 있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는다. 음악가였던 아버지 덕에 음악과 문학 그리고 예술을 사랑하며(p118) 자랐지만 경제적 어려움으로 전문적으로 음악을 배울 기회가 좌절되고 취미로 음악을 하던 그는 음악을 업으로 삼을 길을 찾고자 동분서주한다. 악기 교습으로 생계를 겨우 이어가던 그는 신분도, 나이도, 종교도, 뛰어넘는 사랑하는 아내 앨리스를 만나 점차 음악가로 명성을 쌓는다. 엘가의 <사랑의 인사>가 약혼 선물로 작곡한 곡이라니. 원래도 좋아했던 노래지만 그 말을 들으니 한층 더 사랑의 인사가 달콤하게 느껴진다. 음악가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자유로운 영혼처럼 자유로운 연애사인데 지고지순한 연애사를 가진 그의 이력이 사랑의 인사를 한층 더 돋보이게 한다. 듣기만 해도 흥겹고 근엄한 위풍당당 행진곡, 한 여인을 위해 사랑을 약속한 사랑의 인사, 엘가란 이름이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지진 않았지만 그의 노래는 알게 모르게 우리 가슴 속 깊이 퍼져있다.

 

그의 음악은 강렬하면서도 화려하고, 또 한편으로는 옅은 슬픔이 묻어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지도 모르겠습니다(p203).

 

이 문장의 주인공은 러시아 발레음악에 한 획을 그은 <불새>의 작곡가 스트라빈스키다. 기초 레벨에서 조금 더 클래식을 알게 된다면 민족주의를 대표하는 음악가로 그의 이름을 익히 들어봤을 것이다. 그는 전쟁의 총성이 난무했던 시기 작곡 활동을 했기에 한 곳에서 정착한 삶을 살 수 없었다. 전쟁으로 인해 고국을 떠나 세계를 떠돌아야 했지만 이 때문에 그의 음악은 예측할 수 없는 변화무쌍함이 특징이다. 많은 논란을 일으켰던 <봄의 제전>은 클래식하면 고상함을 떠올렸던 이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을 줄 것이다. 낭만파에서 현대음악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의 음악을(p202) 알고 싶다면 스트라빈스키의 음악을 찾아보길 적극 추천한다.

그의 음악들이 재즈라는 장르의 성격을 띠고 있지만 클래식이라고 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p338).

 

클잘알 레벨이 높아질수록 모르는 작가들이 더 많아진다. 최고레벨에 이르러 어색한 이름만 아른거릴 때, 반가운 이름이 보이니! 역시 클래식이 대중에게 가깝게 다가오려면 영화나 드라마가 최고다. 한때는 열광하면서 봤던 노다메 칸타빌레를 생각한다면 거슈윈의 이름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 알고 있는 그의 곡이라고는 노다메 칸타빌레에 나온 게 전부다보니 그의 음악이 현대 음악으로 분류되는지 조차 모르는 클알못의 밑천이 다 드러났다. 앞선 음악가들과 상황적으로 전혀 다른 환경, 미국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나 새로운 음악의 새로운 세계를 개척한 그의 창작 활동에 경의를 보내면서도 미국이 자랑하는 작곡가의 절명이 참 안타깝다. 그가 더 오래 살았더라면 <랩소디 인 블루>같은 명곡을 얼마나 더 많이 작곡했을까!

 

류인하 작가의 이지 클래식2를 읽고 느낀 점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이미 익숙한 멜로디의 음악이지만 정작 그 곡을 작곡한 음악가의 이름을 알지 못하는 이들을 선별한 것 같다. 책에는 큐알코드가 삽입되어 있어 설명만으로 어떤 곡인지 바로 떠오르지 않을 때 그 자리에서 바로바로 확인할 수 있다. 불멸의 음악가와 기구한 삶은 필연적인 걸까, 음악적 재능이 없어 다행이다(?) 싶은 안도감도 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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