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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딸 : 뒤바뀐 운명 1
경요 지음, 이혜라 옮김 / 홍(도서출판) / 201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높으신
하늘과 넓으신 대지에 인사 올립니다.
저
하자미는 제비와 서로 마음이 맞아 자매의 연을 맺기로 하였습니다.”
(p47)
꽤
오래 전 재밌게 봤던 중국 드라마 <황제의
딸>,
그
기억이 흐릿해진 지금 책으로 다시 만난 경요 작가의『황제의
딸』은
표지부터 설레게 했다.
제남에서
어미를 잃고 아비를 찾아 북경으로 올라온 자미와 북경의 뒷골목에서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제비.
서로
너무도 다른 두 사람이 우연한 계기로 의자매를 맺고 자미는 제남에서 북경까지 먼 길을 와야 했던 비밀을 공유한다.
황실의
담을 넘어 아비를 찾기에는 요원해 보이던 찰나,
제비는
자미를 위해 홀로 황제가 있다는 사냥터로 잠입한다.
이때
오황자 영기가 쏜 화살에 맞아 큰 부상을 당하고 정신을 잃는다.
“폐하……
19년
전,
대명호반에
살던 하우하를 기억하십니까 …….”
(p67)
자미의
어머니 하우하는 죽는 순간까지도 황제를 그리워했다.
그런
그녀의 마지막 유언을 지키고자 했던 자미는 자신이 황제의 딸임을 증명해 줄 어머니의 유품을 제비에게 넘긴 후 그녀가 돌아오지 않자 제비를
걱정한다.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제비 때문에 평생 흘릴 눈물을 다 흘렸음에도 제비의 소식을 들을 수 없어 발을 동동 구르던 찰나,
환주공주가
되어 천제에 참여하는 제비를 발견한다.
평생을
믿고 함께할 의자매를 맺은 제비의 배신에 자미는 절규하고,
가마
행렬에 난입해 시위들에게 몰매를 맞는 자미를 대학사의 장남 복이강이 학사부로 데려온다.
그동안의
자초지종을 듣고 제비가 아닌 자미가 진정 황제의 딸임을 알았지만 각자의 이유로 그 사실을 함구한다.
“아버지가
있는 게 이렇게 좋은 건 줄 몰랐어요.
아바마마,
이렇게
잘해주시면 제가 아쉬워서 어떻게 떠나요!”
(p164)
성도,
태어난
날짜도 몰랐던 제비에게 난생 처음 느껴보는 황제 건륭이 보이는 부성애는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었다.
그
따스함이 너무 좋아 잠시 거짓말을 했던 것이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낫
놓고 기억자도 모르는 까막눈인 제비에게 공주로 살기위해 익혀야 할 황실예법은 거추장스럽고 갑갑하기만 하다.
날이
갈수록 자미를 향한 죄책감은 더해지고 황궁을 탈출하겠다는 무모한 일을 벌여 황실의 골칫덩어리로 전락한다.
제비의
출생을 의심하는 황후와의 갈등은 극에 달해 황실 생활을 결코 녹록치 않다.
영기와
이강의 도움으로 자미와 연락을 할 수 있게 된 제비는 그림으로 자신의 심경을 전하고,
글
한자 없는 그림을 보며 자미는 제비의 심경을 찰떡처럼 알아차린다.
중국
황실이 일부다처제인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일 건데,
너무
많은 자식이 있어 자식조차도 제 신하로 바라보는 건륭황제가 유독 거슬렸다.
자미의
어머니인 하우하가 순정을 바칠만한 사람은 절대 아니랄까.
그에게는
하룻밤 유희였지만 그 때문에 인생이 망가진 사람이 몇인가.
“더
많이 아껴주고 덜 바라시면 되죠!”(p192)
라는
제비의 진의를 죽을 때까지 알아차릴 수 있을까.
어렸을
때는 이렇게까지 세세하게 거슬리지 않았던 것 같은데 나이가 먹은 건지,
민폐녀의
정석 제비의 무모함은 절로 한숨이 나오게 하고,
자미의
끝없는 순진함은 답답하게 느껴졌다.
그렇지만
역시 명작은 명작,
순식간에
독파한 1권
이후,
2권의
내용이 궁금해서 손이 근질거렸다.
황제의
딸은 시즌3까지
드라마로 제작됐던 데,
시즌1
초반부에
해당하는 내용인지라 앞으로 갈 길이 멀어 더 기대된다.
로맨스에
빼놓을 수 없는 남자 주인공들의 스윗함은 절로 입꼬리가 올라가게 한다.
제비의
뒤치다꺼리 전문 오황자 영기와 현실의 벽을 알면서도 무조건 직진하는 이강,
그런데
시즌3에서의
배신은...
소설의
달콤함을 방해해 살짝 아쉽게 느껴진다.
영기
네가 그럴 줄이야...
“자미를
입궁시키는 겁니다,”
(p349)
제비와
자미가 겪는 상황을 타파할 수 있는 묘책으로 자미의 입궁을 생각해낸 이강,
많은
이들의 반대에도 더 이상 선택할 수 있는 패가 없는 것을 알기에 자미는 입궁하기로 결심하며 1권이
마무리된다.
본격적으로
황궁에 입성해 벌어질 다음 편이 기대된다.
대략적인
줄거리는 알고 있었지만 책으로 읽으니 세세한 디테일함을 음미할 수 있어 더 재밌었다.
가히
전설이라 불러도 부족함 없을 찬사를 받는 황제의 딸을 소설을 통해 새롭게 만나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