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점에서 본 우주 - 실험 천문학자들이 쓰는 새로운 우주 기록
김준한.강재환 지음 / 시공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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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물론 천문 관측을 하기 좋은 곳이란건, 사람이 생활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뜻이 된다. 이제 이 견디기 어려운 곳을 몇 년 동안 왕복했던 전파 천문학자이자 실험 천문학자인 우리의 이야기를 들려드릴까 한다. (p25)

 

우주는 어떤 곳일까? 지금 우리가 우주를 떠올릴 수 있는 건 천문학자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 할 것이다. 어마어마한 망원경을 이용해 머나먼 하늘을 관측하는 천문학자의 이미지는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이들을 관측 천문학자라 부르는데, 고도화된 장비의 발달로 인해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관측 천문학자들의 일상은 산꼭대기에 있는 관측소보다는 사무실 컴퓨터에서 데이터를 분석하는 세상이 왔다. 과학자하면 떠오르는 또 다른 이미지는 종이더미에 복잡한 수식을 휘갈기며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이론을 발견하는 이론 천문학자. 현대에 와서는 이들 역시 종이와 펜보다는 시뮬레이션 연구를 통해 모형을 관측하고 컴퓨터를 통해 복잡한 수식을 풀어낸다. 흔히 생각하는 천문학자의 모습과 달리 관측 천문학자와 이론 천문학자들은 사무실에서 연구를 하는데 주력한다. 그렇지만 실험 천문학자들은 여전히 현장 일선에서 고군분투한다. 이들은 광학 망원경의 거울, 빛을 감지하는 검출기, 신호 처리를 하는 전자회로 같은 관측 기기를 손수 선계하고, 관측소에 가서 장비를 설치한다(p22).

 

남극점에서 본 우주는 관측소 출장이 일상인 두 명의 전파 천문학자이자 관측 천문학자가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사명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보내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남극의 매서운 바람을 맞으며 관측하기 좋은 곳을 쫓는 그들의 열정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인류의 도전 정신을 엿볼 수 있다. 3부로 구성된 이 책은 우선 그들이 남극에 가서 어떤 일을 하는지를 살펴본다. 이어 2부에서는 블랙홀의 이미지를 촬영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김준한 연구원의 이야기를, 3부에서는 (뭔지는 모르겠지만) E모드, B모드를 찾아 우주의 근원에 더 가깝게 다가가고픈 강재환 연구원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비교적 남극점에서의 일상을 담은 1부는 이해하기 쉬웠으나 과학적 지식을 요하는 2부와 3부에 이르러서는 아 그래서, 망원경을 이용해 우주를 보기 위해서는 돈이 많이 들구나라는 것밖에 이해하지 못한 나의 얄팍한 지식이 이 책에 누가 되질 않길 바랄뿐이다.

 

남극점은 대륙의 한가운데, 지구 자전축이 지나는 남위 90도를 말한다. (p17)

 

남극에 가기 위해선 미국과 뉴질랜드를 거쳐 남극점 기지에 당도한다. 이는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먼 길인데 남극점의 아문센-스콧 기지에 가기 위해선 미국에서 장장 20시간의 비행 후, 뉴질랜드에서 수송기로 8시간을 더 가야한다. 마침내 남극의 맥머도 기지에 도착하면 비교적 활성화 된 작은 마을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3시간의 비행을 추가로 더 해야 비로소 남극점의 아문센-스콧 기지에 도착할 수 있다. 이 조차도 날씨가 여의치 않으면 기약 없는 기다림의 연속이니, 선택된 자만이 남극점에 발을 내딛을 수 있다. 그들은 왜 이렇게 머나먼 여정을 떠나는 것일까? 남극점은 지구 자전축에 놓여있어 지구 자전의 영향이 최소화된 측정을 할 수 있으며, 관측 장비의 신호가 간섭을 일으키지 않아 말 그대로 연구하기에 최적화된 고립지다. 절대적으로 인력이 부족해 서로가 서로를 도와야하고, 일주일에 2분간 2번의 샤워만 허용되며, 아플 때 적절한 조치를 취하기도 어려운 고요한 남극점, 상주하는 월동대원이 아닌 이상 그곳에서 머물 수 있는 시간은 제한적이다 보니 연구원들은 일정은 분주하다. 6~8주정도 머무는 시간 동안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면 남극점의 문은 후년을 기약해야한다.

 

우리가 뉴스와 교과서에서 한 줄로 만나는 과학적 사실이 밝혀지기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무수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p9).

 

앞서 잠깐 언급 했듯이, 최신과학연구결과를 반영한 이 책을 과학적 지식이 전무한 내가 이해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다만, 최초의 블랙홀이라는 한 장의 사진을 찍기 위해 애쓴 ETH팀의 프로젝트 규모가 얼마나 많은 인적, 물적 자원을 필요로 했는지를 실감했다. 45년 전 만 하더라도 불가능이라 생각했던 기술을 현대의 과학자들의 긴밀한 협업으로 해낸 것이다. 뿐만 아니라 B모드와 E모드를 관측하기 위해들인 망원경이 얼마나 정밀하고 성대한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주배경복사 연구와 E모드 지도를 얻기 위한 BICEP3팀은 계속되고 있다는 정도로만 이해할 수 있었다. , 인류는 남극점에 도달했지만 아직도 밝혀내지 못한 우주의 비밀을 풀기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과학자들이 불철주야 고군분투하고 있다. 인류의 원대한 꿈은 어디까지일까, 감히 그들의 연구가 어디까지 진척된 지 상상조차 할 수 없기에 그저 그들의 위대한 도전을 응원할 뿐이다. 내게 조금만 더 과학적 지식이 있었다면 참 좋았을 텐데, 내가 알 수 없는 분야라 속단하고 상식을 쌓아오지 않은 게 참 아쉬운 책이다. 그렇지만 그동안 알지 못했던 미지의 세계에서 천문학자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어렴풋이 알 수 있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읽었다. 우주를 향한 열망이 있다면 꼭 한번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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