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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에 이르는 병
구시키 리우 지음, 현정수 옮김 / 에이치 / 2019년 11월
평점 :
“그,
아홉
번째 살인.
스물세
살의 여성이 교살당하고,
깊은
산속에 유기된 사건.
그건
내가 저지른 범행이 아니야.
그
여자는 내 타깃과는 달라.
수법도
다르고.
그
한 건만큼은 난 누명을 쓰고 있어 (p36).”
한때는 학급 반장에
공부도,
운동도 잘했던
우등생 가케이 마사야.
명문 고등학교에
입학했으나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했던 그는 결국 자퇴를 결심한다.
이후,
대학 수험
자격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얻지 못한 그는 ‘삼류
사립대’
학생으로
전락한다.
무늬만 법대인 대학
생활은 그에게 즐거움을 주지 못하고 아웃사이더로 생활하던 그에게 어느 날 편지 한통이 온다.
일본에서 전후 최대
규모의 연쇄살인을 일으킨 자(p28),
하이무라
야마토.
엽기살인범,
연쇄살인귀,
질서형
살인범,
연기성
인격장애자,
귀축
시리얼킬러,
정신이상자,
괴물
등등(p28).
그를 칭하는
단어들은 하나같이 끔찍하다.
무려
24건의 살인용의자로
체포된 그는 마사야가 살던 동네의 유명 제과점을 운영했었다.
그는 마사야에게
9건의 살인 사건은
자신의 짓임을 시인하지만 마지막 살인 사건만큼은 자신의 짓이 아니라며 하지
않은 죄까지 뒤집어쓰는 건 사양하고 싶다고(p37)
호소한다.
이미 사형판결이
내려진 그에게 고작 한 건의
살인이 무죄가 인정되더라도 형량은 변하지 않을 것.
하지만
아직까지 자신을 ‘우등생
마사야 군’으로
인식해주는 시선(p39)에 뭐에 홀린 듯
하이무라 야마토의 ‘누명’을 벗기 위해 발
벗고 나선다.
“당신이
본 하이무라는 어떤 아이였습니까?
(p112)”
하이무라의 과거를
파헤칠수록 기이한 증언들이 나온다.
그는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자랐고 청소년기에 이미 흉악범죄를 저질렀지만 그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생각만큼 그를 혐오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를
불쌍하다고 동정하는 사람이 있을 지경.
하이무라를 조사하던
마사야도 그의 참혹했던 과거에 그
사람 정도의 가혹한 성장환경에 처하지 않았던 자들.
굶주림도
없고,
얻어맞지도
않고,
쑥쑥
편하게 자라온 우리가 그 사람을 단죄할 자격이 있을까(p171)
의문을
가진다.
누군가에게는
끔찍했던 기억으로 남을 연쇄 살인마가 세인들의 동정을 받다니,
열악한
환경에서 태어나고 자란 것은 그뿐만이 아니라는(p93)걸 알면서도
사람들은 하이무라에게 호의적이다.
아홉 번째 피해자
네즈 가오루와 하이무라의 연관성을 조사할수록 그가
누명을 썼다 확신
한다.
‘누군가
뒤를 따라오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며
무서워했다(p192)는 동료의 증언에
그녀에게 스토커가 있었을 거라 짐작하고는 스토커를 찾기 위해 다시 조사에 나선다.
하이무라의 사건을
조사하면서 마사야는 의기소침하던 과거의 모습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사람으로 변해간다.
사람들은 그의
변화를 반기지만 단 한 사람,
마사야의 동창인
아카리는 마사야에게 알 수 없는 괴리감을 느낀다.
“인간은
모두 그런 법이야.
현재
상황에 완전히 만족하는 일은 없어.
언제나
‘여기
아닌 어딘가’를
바라지.
우리에게만
한정된 이야기는 아니야(p351)”
하이무라의 일에
적극적으로 나설수록 마사야는 과거의 자신을 바라보게 된다.
이 사건을 조사하며
타고난
나 자신은 아니라고 해도,
노력해서
얻은 그 무렵의 ‘이상적인
나’를(p134)
찾아가는 듯 한
느낌에 그는 점점 하이무라에 동요되고,
지금껏 알지 못했던
가족의 비밀을 알게 된다.
하이무라가 마사야를
선택한 건,
단순히
법대생이여서가 아닌 그 이상의 무언가가 숨겨져 있다는 걸 깨닫고 혼란스러워한다.
구시키 리우의
『사형에 이르는
병』은 요즘 사회적으로
문제되는 학대에 노출된 아이들은 성인이 되어 어떻게 자랐는지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다.
불우한 환경에 의한
물리적,
정서적 학대만이
폭력의 전부인가,
평범한 가정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서 상처받은 이들의 결핍은 어떻게 치유할 수 있는가.
삼류 사립대생으로
내내 열등감에 시달린 마사야를 보며 바람직한 사회에 대해 고민해본다.
분명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워 지는데 왜 이 사람들은 점점 더 병들어 가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