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실 - 이재운 역사소설
이재운 지음 / 시그널북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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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중에 꼭 하늘을 연구해볼 테야. 별이 어떻게 움직이며 해와 달은 또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아내고 말 거야. 열심히 공부해서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비밀을 다 알아내야지(p57).’

 

얼마 전, 영화 <천문>이 개봉해 조선의 과학기술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킨 과학자 장영실을 만났다. 이재운 작가의 역사소설 장영실은 동래현의 관노 출신이라는 것 외에는 많은 사료가 전해지지 않은 장영실의 삶을 재조명하여 독자에게 또 다른 감동을 준다.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다보면 여백으로 남겨둔 장영실의 삶을 화려하게 그려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역사가 기록하지 못한 위대한 과학자 장영실을 가장 찬란하게 가정하여 그의 일생을 서술한다. 그러다보니 허구와 실재 간 간극이 느껴지기도 하는데 애당초 기록이 거의 없다보니 상상력을 가미하여 만들 수 있는 최적의 인물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는 장영실의 아버지 장성휘를 고려시대 요직에 앉아있는 관리로, 어머니는 어엿한 그의 후처로 서술한다. 고려가 멸망하고 새 나라 조선이 건국되면서, 정몽주의 측근이었던 장성휘와 그의 일가족의 봉변을 당해 두 모자가 동래의 관노로 왔다는 설정이다. 장영실의 출생에 대해서는 여러 가설이 있는데 하루아침에 추락한 신분은 그의 인생을 가장 극적으로 대변해주기 좋은 수단이다. 사농공상의 질서가 엄격했던 시기, 역적의 자손으로 공부를 해도 과거에 나가지도 못하지만 어린 장영실은 공부를 좋아하는 영특한 아이었다. 그는 특히 손재주가 좋아 관아에 크고 작은 일들을 도맡아 했다. 이런 그를 눈여겨본 동래현령은 제 동문인 공조참판 이천에게 장영실을 천거해 한양에서 큰 꿈을 펼칠 수 있게 돕는다. 하늘을 연구하고 싶었던 어린 영실의 꿈이 실현되는 순간이다.

 

 

하늘과 땅의 신비가 이곳에 다 모여 있구려. 그대는 과연 하늘이 내려준 천재요(p214).”

 

세종의 부름을 받고 한양에 정착한 장영실은 말 그대로 승승장구한다. 신분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세종의 지극한 총애를 받아 명나라로 원행을 떠나 새로운 과학 기술을 배워온다. 이후, 물시계와 해시계, 혼천의, 측우기와 같은 천측 도구들과 새로운 인쇄술 갑인자를 도입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다. 가히 조선이 낳은 최고의 과학자라는 칭송이 아깝지 않을 만큼 날마다 새로운 발명을 해낸다. 혼인을 해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고, 항상 마음에 걸린 어머니를 면천시켜 모시는 등 대내외적으로 남 부러울 것 없는 일상의 연속이다. 장영실의 훌륭한 인품과 뛰어난 기재를 강조하기 위해서였겠지만 인맥도, 연줄도 마땅치 않았을 그의 삶을 너무 단조롭게 그린 것 같아 아쉽다. 분명 누군가의 시기 질투가 있었을 텐데 그가 겪은 고난은 마지막에 이르러 세종의 가마로 인한 실책이 전부다. 소설의 허구성을 가미할 수 있는 부분에는 힘을 주지 않고 너무 그의 개인사에만 치중해, 자칫 이 책을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이것이 소설임을 잊게 할까 조금은 염려된다.

 

양반도 조선 사람, 평민도 조선 사람, 노비도 조선 사람이오. 지금 당장 명을 내려 장영실을 불러오도록 하시오(p97).”

 

책을 읽는 내내 아쉬웠던 건, 지금 우리가 장영실의 출신에 주목하는 것처럼 얼마나 많은 조선의 인재들이 신분의 벽에 부딪혀 제 꿈을 펼치지 못했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들었다. 조금만 생각한다면 신분으로 사람을 나누는 것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일임을 잘 알 텐데, 기득권 유지를 위해 잘못된 것에 목소리를 내지 않고 비겁하게 숨은 이들을 어찌 선비라 할 수 있겠는가. 3품 대호군까지 오른 장영실의 기록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사실 기술자인 장영실의 기록이 실록에 남겨지지 않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나 꽤 흥미로웠을 그의 일생이 야사나 종친회에 많은 족적을 남기지 않은 건 두고두고 아쉽다.

 

책 말미에 장영실 연표가 수록되어 있는데 얼마 되지 않는 그의 기록을 총 망라해 한 눈에 볼 수 있다. 무한한 신비로움을 품은 우주처럼 그의 삶도 베일에 싸여있다. 살아있는 인물이되, 신비로운 인물로 후세에 남은 장영실, 하늘과 우주를 사랑했던 그의 일생과 참 닮지 않았나, 불현 듯 생각해본다. 영화 천문을 인상 깊게 봤다면 소설 장영실도 기꺼이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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