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밀침침신여상 1
전선 지음, 이경민 옮김 / 마시멜로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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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얽매이면 한없이 나약해지지. 자유로울 수도 없느니라. 내가 그랬듯이 말이다(p12).”

 

이 세상의 모든 꽃을 관장하는 화신 재분(p1), 사랑에 처절히 배신당하고 사랑을 불신하게 된 그녀는 죽는 순간 자신의 딸 금멱에게 사랑을 느낄 수 없는 운단을 먹인다. 자신처럼 고통스럽게 살지 않기를 바라는 애틋한 모정은 금멱을 화계의 주인인 화신이 아닌 평범한 정령으로 살게 한다. 자신을 포도의 정령으로 알고 있는 금멱은 수경 안에 갇힌 삶에 신물을 느끼고 호시탐탐 수경을 탈출하려 하지만 요원치 않다.

 

열반을 위해 수행하던 천제의 아들 봉황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그의 실종에 천계는 발칵 뒤집히지만 화계의 금멱에게는 남의 일이다. 신선이 되기 위한 영력 증진이 일생의 목표인 금멱은 후원에서 다 익은 길까마귀를 발견하고 까마귀의 내단을 취하려한다. 혼절한 사내와 칼을 든 여인, 범상치 않은 두 남녀의 만남으로 시작된 향밀침침신여상1권은 다소 오만하지만 사려 깊은 욱봉과 천진난만한 금멱의 절절한 사랑이야기를 그린다. 금멱은 천제의 아들 욱봉에게 목숨을 살려 준 은혜를 갚으라며 천계에 데려갈 것을 요구해 마침내 수경에서 벗어난다. 선대의 악연으 이어진 두 남녀의 로맨스는 초반에는 다소 무미건조하다. 영력 증진을 이유로 화신 욱봉의 서동으로 100년을 지낸 금멱은 황당한 청혼을 받고는 지금껏 봉했던 본 모습을 보인다.

 

내게 그럴 용기나 있다면 내가 이리 아플까? 너를 태워 죽일 바에는 차라리 나를 태워 죽이는 편이 낫지 (p212)”

 

다소 지지부진하던 금멱과 욱봉의 관계는 금멱이 쇄령잠을 벗으며 급진전한다. 아니, 지금껏 인지하지 못했던 마음을 아름다운 여인이 된 금멱을 보며 욱봉이 깨닫는다. 사랑이란 감정을 느낄 수 없는 금멱은 욱봉의 변화를 눈여겨보지 않고 여전히 영력 증진에만 관심이 있다. 사랑을 느끼지 못한다하여 상식이 없는 건 아닐 텐데, 홀로 삽질하는 욱봉이 안타까우면서도 새롭게 등장한 욱봉의 형 윤옥의 고독함은 여심을 홀린다.

 

단순히 포도의 정령으로 알려진 금멱의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고, 선대의 약속에 의해 금멱과 윤옥은 혼인을 약조하는데.....감정을 온전히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 얼마나 잔인한지, 조금은 갑갑한채로 1권이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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