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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단하지 않는 힘 - 나한테 너그럽고 남에게 엄격한 사람을 위한 심리학
대니얼 스탤더 지음, 정지인 옮김 / 동녘 / 2019년 12월
평점 :
절판
흔히
우리는 자기도 모르게 자신의 판단 영역을 벗어나는 판단까지 내린다.
(p12)
심리학책을
많이 읽진 않지만 그래도 명색이 심리학도다보니 보통 사람들보단 심리학에 대해 조금은 더 잘 알고 있다 생각한다.
무엇보다
우리에게 놀라움을 자아내는 ‘보이지
않는 고릴라’,
‘스탠퍼드
감옥 실험’과
같은 심리학 실험들이 가진 오류에 대해서도 배우다보니 사람의 특성을 알아듣기 쉽고 명확하게 정리할 수 없다는 점만큼은 확실히 알고
있다.
대니얼
스탤더의『판단하지
않는 힘』은
‘나한테
너그럽고 남에게 엄격한 사람을 위한 심리학’이란
부제로 사람들이 흔히 저지르는 ‘귀인오류’를
설명한다.
기본귀인오류는
한 개인의 행동이나 그에게 일어난 어떤 결과를 설명할 때 매우 흔하게 나타나는데(p50),
내적
귀인(기질적
귀인)’과
‘외적
귀인(상황적
귀인)’으로
나뉜다.
내적
귀인은
개인의 특징이나 태도,
감정,
기호,
동기,
능력,
미흡함
등 기질적
요인의 원인적 역할을 성급하게 과대평가 하는
것으로,
‘건방진
멍청이 같으니’식의
설명이(p50)
좋은
예가된다.
외적
귀인은
상황적 요인이나 구체적
상황들이 원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간과하거나 과소평가하는
것이다(p50).
갓길
운전자를 봤을 때 그 차에 응급환자가 있거나 기름이 다 떨어진 경우를 고려하기 보단 운전자의 도덕성에만 초점을 맞출 때 외적 귀인오류에 빠지기
쉽다.
A가
B를
함축하더라도 B로
A를
결론 내리는 것은 역오류가 된다.
B에는
다른 원인들이 있을 수 있다.
(p140)
어떤
사건이 일어났을 때 그 원인은 한 가지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우리가
믿는 그 원인이 사건의 중대한 요소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점을 간과하고 스스로 납득하기 쉽게 원인을 일축할 때 귀인오류를 저지르기 쉽다.
그
사건에 사람이 관여된다면,
그
사람의 개인적 성향 내지 환경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려한다.
하지만
사람의 언어적,
비언어적
행동은 결코 한 개인의 보편적 성향을 뜻하지 않는다.
911과
통화에서
“저
친구는 나쁜 일을 꾸미고 있는 것 같다.
흑인처럼
보인다”고
말한
후 흑인 소년을 쏘아 죽인 짐머만을 저 녹음테이프의 진술만으로 인종차별주의자라 말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지역 신문에 도시 갱들이 사용하는 손 제스처를 취한 채 사진을 찍었다해서 그들은 갱이 아니다.
추도식에서
웃음기 없는 얼굴로 다른 어딘가를 바라보았다(p151)해서
결례를 범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런 단편적인 정보만으로 한 사람에게 맹비난을 가하곤 한다.
강력한
상황들이 대부분을 압도할지언정 모든 사람을 압도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p298)
주위에
사람이 많을수록 피해자가 도움을 받기 어렵다는 ‘방관자
효과’를
저자는 전면 반박한다.
그는
논문을 통해 사람들의 수가 증가할수록 피해자들이 한 사람 이상에게서 도움 받을 확률이 실제로 증가함을 보였다(p303).
심지어
상황 맥락이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압력을 가할 때조차 죄 없는 사람을 돕는 영웅들이 존재한다는 점에 초점을 맞춘다(p313).
개인의
힘을 강조함으로써 책 전체의 맥락,
즉
행동의 결과가 상황의 힘을 과소평가 한다는 주장을 다소 혼란스럽게 할 수도 있지만 막강한 권력 앞에서도 모두가 비굴해지지
않듯,
어떤
상황에서든 개인차가 존재한다는 점을 인지시킨다.
저자는
400페이지에
육박하는 이 책에서 ‘맥락
없이’
판단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내내 강조한다.
그는
개인이 상황에 끼치는 영향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크지 않으며,
사람은
대부분 귀인오류를 저지르지만 그럼에도 ‘모든
사람’이
그렇지 않다는 걸 언급한 이유는 노력으로써 귀인오류를 줄일 수 있음을 보이고자 한 것이 아닐까싶다.
사람인이상
어떤 사람,
상황을
판단하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그 판단에 매우 심각한 편향과 오류가 있다면 그 판단은 잘못된 것이며,
이를
알고 있다면 최소한 고치려는 노력은 해야 한다.
심리학을
배우다보면 정말 나조차도 나 자신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생각을 자주한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나도 명확히 말할 수 없는데 어떻게 이런 내가 남을 평가할 수 있단 말인가?
이
책은 “내가
사람 보는 눈은 정확해”와
같이 스스로를 과대평가하는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권한다.
적어도
우리가 안다고 생각하는 것보다는 모를 때가 많다(p61)는
저자의 주장은 결코 허언이 아니다.
장
자크 루소가 말했듯,
판단
실수를 피할 유일한 방법은 판단하지 않는 것이라지만(p19)
어떻게
아무런 판단도 하지 않고 세상을 살 수 있겠는가?
다만
이 책을 읽는다면 잘못된 편향으로 판단하고자 하는 습성만큼은 줄일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판단과잉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필독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