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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활동이 슬슬 중반으로 접어들고 있다. 처음의 마음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슬슬 나태와 관성이 고개를 드는 때이기도 하다. 시간이 없다는 말은 늘 핑계에 불과하다. 조금 더 절실한 마음으로 책들을 보아야만 한다.

 

 

 

광신 / 알베르토 토스카노 / 후마니타스

 

'설국열차'의 머리칸 부근에 이르렀을 때 우리는 광신을 가진 자들의 대결을 본다. 환각물질인 크로놀에 취해 정신을 못차리는 남궁민수와 역시 환락과 크로놀에 취해있는 일군의 무리들의 대결. 아마도 우리의 시대는 지금 그 순간에 거의 다다랐거나, 아니면 그 순간을 넘어서 머리칸의 문을 열어제치기 직전일 것이다. 물론 머리칸을 연다고 해도 그렇게 나아지는 것은 없다. 거기에는 더한 광신자이자 열차성애자 윌포드가 기다리고 있으니까. 그렇다면 남궁민수처럼 어떻게든 문을 여는 것이 해결책일까. 모든 광신들의 근원인 크로놀을 합쳐서? 그가 창 밖에서 보았다는 무엇인가는 실제로 존재하고 있을까, 아니면 그의 환상에 불과했을까. 우리는 답이 없는 채 도박을 해야하는 위험한 상황에 점점 내몰리고 있다.

 

광신 없는 세계는 이제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 광신에 대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광신은 남궁민수의 그것처럼 우리를 새로운 세계로 이끄는 무엇인가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것이 좋을지 나쁠지는 광신을 어떻게 이용하는가에 달려있다. 

 

 

일베의 사상 / 박가분 / 오월의봄

 

아마도 그런 광신의 한 단면이 '일베'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일베에는 온갖 것들이 흘러들어왔다가 전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결합되어 다시 흘러나간다. 그곳은 사회의 온갖 재료들이 흘러들어왔다가 다시 오염되어 흘러나가는 거대한 역정화조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마치 카오스처럼 보이는 그곳은 나름의 규칙과 나름의 패턴과 나름의 팩트로 중무장한 곳이기도 하다는 것이 이 책을 쓴 청년 논객 박가분의 말이다(사실 그 '일베(일간베스트)'라는 이름에서도 우리는 어떤 패턴을 엿볼 수 있기도 하다). 

 

청년의 시각으로 '일베'라는 '청년들의 공간'을 보는 것은 노땅들의 분석과는 또다른 지점을 던져줄 수도 있을 것이다. 또 개인적으로 박가분의 글들을 재미있게 읽기도 했다.

 

 

파멸의 시대 저항의 시대 / 크리스 헤지스, 조 사코 / 씨앗을뿌리는사람

 

물론 그러한 광신의 이면에는 망가져가는 절대다수의 삶이 있다. 무엇인가에 취해 있지 않고서는 버티기 어려운 현실의 그늘이 짙게 우리들에게 드리워져 있다. 그것은 우리나라 뿐만이 아니라 미국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 이 책은 미국의 자본가와 자본주의가 인디언, 흑인, 유색인종의 희생을 먹고 자라났다고 말하는 책이다. 물론 절대다수의 삶을 망가뜨리는 미국 기업 자본주의의 실상은 사실 그다지 새로울 게 없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코믹 저널리즘으로 잘 알려진 조 사코의 그림이 가미되어 있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그는 이미 팔레스타인이나 보스니아 내전의 참상 등을 코믹(comic)이라는 익숙하지만 새로운 방법으로 다루며, 이야기를 듣는 것과 보는 것은 다르다는 것을 증명한 바 있다. 아마도 이번에도 조금은 다를 것 같다.

 

 

리딩 / 크리스토퍼 히친스 / 알마

 

그러한 광신에 대해 가장 비판적이고 논쟁적인 태도를 취했던 이들 중에 크리스토퍼 히친스와 같은 이도 있을 것이다. 이번에 출간된 그의 유작 <리딩>은 전에 출간된 <논쟁>과 본래 한묶음이었던 글들로 <논쟁>이 주로 칼럼에 가까운 글들을 담고 있다면, 이 책은 주로 서평들을 담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글의 성격은 조금 다를지라도 그가 치를 떠는 것들은 여전하다. 그것은 전체주의, 종교적인 독단, 테러리즘, 국가폭력 등등의 소위 '광신'이라고 부를 만한 것들이다.

 

어떻게 보면 그는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현실을 끄집어내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끄집어내기 위해 책을 이용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어쩌면 폭압적인 현실에 맞서는 우리 시대의 책읽기도 그렇게 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

 

 

그 영화 같이 볼래요? / 김영진 외 / 씨네21북스

 

조금 쌩뚱맞지만 솔직히 말해서 서평단이 끝나기 전에 영화에 관련된 책을 한 권 쯤 읽고 싶었다. '카쿠군'님이 추천하셨길래 이때다 싶어서 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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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3-11-04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베'가 하나의 단어가 되어버렸네요... ㅠ
저런 신조어가 생겨나는 사회가 조금 서글프네요.

맥거핀님, 잘 지내시나요?
이런 활동은 정말 부지런해야 가능한거 같아요, 홧팅~ 좋은 책들 골라내셨네요.

맥거핀 2013-11-04 21:52   좋아요 0 | URL
썩 유쾌하지는 않은 말이죠. '일베'를 막는다거나, 그들을 일종의 범법자 취급하는 것이 해결책은 아닌듯합니다. 지금 서평단 때문에 표창원씨의 <공범들의 도시>라는 책을 보고 있는데, 표창원씨가 강조하는 것이 처벌보다는 예방의 문제라고 하는데, 그에 공감합니다. 먼저 그러자면 그 메커니즘을 알 필요가 있겠죠.

부지런하지 않고 허덕허덕 하면서 하고 있습니다. 이번달 책도 지금 겨우 읽기 시작했군요. 마녀고양이님도 잘 지내시죠? 가끔 서재를 볼 때마다 느끼는 건데 참 부지런하십니다.^^

가연 2013-11-04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광신을 주제로 책들을 고르셨네요. 리딩이 겹치는데요ㅎ 광신, 은 저도 추천할까 고민했었기는 하지만.. 짐멜의 돈의 철학, 이 너무 눈에 띄어서 결국 놓아두었네요.

맥거핀 2013-11-06 18:25   좋아요 0 | URL
저도 돈의 철학,을 추천할까 하다가 결국 안되지 않나 싶어서..가라타니 고진의 책도 역시 그간으로 볼 때 안된다고 보는 것이 맞을 듯 하구요. (사실은 솔직히 말해서 제대로 서평을 쓸 자신이 없어서... ) 크리스토퍼 히친스 책은 일단 재미있으니까요. 즐거운(사실 그렇게 즐거운 내용은 아니지만) 마음으로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프레이야 2013-11-05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단 활동이 그렇긴 하더라구요. ^^ 그렇게라도 읽으니 읽게되는 측면도 있고 좋은 책 소개도 이렇게 하게되구요. 마음에 들어오는 책 몇 권 담아갑니다. 좋은하루 보내세요.^^

맥거핀 2013-11-06 18:27   좋아요 0 | URL
네..이번에는 현재 추천도서 0권 선정의 위업을 달성중입니다만, 뭐 이 참에 안 땡기는 책도 보고 그러는거죠(분위기를 보니 잘하면 이번에 1권 될지도..). 그리고 영화도 그렇듯이 사실 기대하고 보면 실망하는 경우가 더 많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