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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코칭 - 나를 사랑하고 타인을 긍정하는 마법
유지은 지음 / 매직하우스 / 2011년 3월
평점 :
"먹을까? 말까?" 약을 앞에 두고 오늘도 고민하고 있다. 심하게 앓고 있는 중이라 분명 먹어야 함이 옳았지만 의사의 처방과 함께 두 봉지 가득 두 움큼의 약은 시간대 내내 나를 괴롭히고 있다. 속쓰림과 졸림을 동반하면서-. 사실 "이 약이 나를 얼른 낫게 해 줄거야"라는 간절한 바램과 무조건적인 믿음으로 매 때마다 기꺼이 먹기를 자처한다면 얼른 나아버렸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그러기에 나는 너무나 영악한 일곱살이다. 오늘의 나는 딱 일곱 살이나 할법한 행동을 하고 있으니까.
약을 먹는 시간처럼 인생을 바라보는 시각도 별반 다르지 않았는데, 나라는 인간의 긍정적 마인드는 타인을 향해 열려만 있었고 그들에게 자양분이 될만한 말과 글들만을 읊조릴뿐 정작 자신에게 필요한 영양분은 갖추지 못한 채 성장하다보니 언제나 좌절에 절망을 달고 살아왔다. 그래서 이제는 더이상 읽지 않으리라 다짐했건만 2011년에도 어김없이 긍정의 한줄을 찾아 헤매다 책 한 권을 줏어 읽고 있다.
너무 연약해서 언제나 살이 좀 찌고 싶었다는 작가 유지은의 [캐릭터 코칭]은 그녀의 전공이 잘 살려져 있는 책이었는데, 스누피, 키티, 딸기, 푸우들과 어울려 살아온 세월이 책 속에 달콤하게 녹아있어 그녀의 지난 삶이 한없이 부럽게 느껴졌다. 20대를 팬시회사의 마케터와 기획자로 활동해온 삶은 어떤 삶일까. 그녀의 커리어에 대한 책을 내어도 잘 팔릴법한데 그녀가 선택한 첫타는 커리어가 아니라 "긍정하는 방법"이었다. 그 독특함에 이끌려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자신을 제대로 사랑하고 타인을 올바르게 긍정하는 방법을 싣고 있다니 목표대로 제대로 찾은 책인 셈이었다.
인새잉 버겁고 삶에 지쳤지만 다시 힘을 내려는 이들을 위한 응원인 [캐릭터 코칭]은 지독히도 풀리지 않는 인생이었던 누군가들의 아버지의 삶부터 바라보게 만든다. 스누피의 아버지 찰스 슐츠, 미키 마우스의 아버지 월트 디즈니, 딜버트의 작가 스콧 애덤스....등등 그들 역시 절망 속에서 자기 긍정의 마법을 찾아낸 사람들이었다. 이미 괜찮으나, 좀 더 사랑하는 법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을 지 모른다. 하지만 전혀 괜찮아 보이지 않는 나부터 사랑하는 일은 내 자신이 아니면 시작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책은 용기가 되고 희망이 되고 마법이 된다.
절대로, 절대로 스스로를 일찍 포기하지 말라고 전하는 스누피의 메시지, 나를 제대로 사랑할 수 없으면 남도 사랑 못한다고 전하는 짱구, 끊임없이 변화하려 노력하라고 말하는 헬로키티, 때로는 그 사람을 단점도 그대로 인정해보라고 충고하는 파파 스머프, 누군가 사랑한다는 건 그 사람을 믿는 거라고 말하는 하치에 이르기까지 동심에서 살아 숨쉬던 캐릭터들이 어른이 된 이의 눈 앞에서 그 앙증맞은 찹쌀떡 같은 손을 흔들며 인생을 이야기하고 있다. 신나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반은 약에 취해, 반은 아픔에 취해 몽롱한 상태에서도 그들의 말은 본드처럼 풀처럼 마음에 철썩~!!하고 붙여져 한동안 떨어질 것 같지 않았다. 평소엔 싫어하던 자살토끼마저도 절대 죽을 수 없는 긍정의 하루를 선물해대고 있었으니.....!!
행복하게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정답은 없겠지만 인생이 b(birthday)와 d(death) 사이의 c(choice)인 이상 언제나 그 정답을 찾아볼 선택이 주어진다는 의미에서 다시 한번 힘내서 살아볼만하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 만으로도 우리는 책의 효능을 톡톡히 누리게 된 셈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