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의 서 2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은모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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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인이 깨지고 영웅이 해방되었다...

책을 통해 건너갈 수 있는 세상 "이름 없는 땅"은 혼돈에 빠졌다. 봉인이 깨지고 영웅이 해방되었기 때문에. 이 모든 일이 히로키가 [엘름의 서]를 손에 넣음으로써 시작되었는데 피가 이어지지 않은 작은 작은 할아버지의 별장에서 두 권의 책을 뽑아온 그는 이후 학교에서 동급생 두 명을 칼로 찌르고 사라진다. 애타게 히로키의 귀환을 기다리고 있지만 그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그때 유리코가 오빠의 방에서 말을 걸어오는 책을 통해 영웅의 해방사실을 알게 되었고 오빠를 구해야겠다는 일념하에 초등학교 5학년인 유리코의 모험이 시작된다. 

"이름 없는 땅"에서 "인을 받은 자"가 되어 돌아온  유리 앞에 나타난 오빠의 동급생 이누이 미치루를 통해 오빠의 왕따 학교생활의 전말을 전해듣는다. 오빠의 행동의 원인을 이해하게 된 유리는 생쥐로 변한 사전"아쥬"와 늑대 "애시", 무명승 "소라"의 도움을 받아 헤이틀랜드로 향했지만 결국 오빠를 구해오진 못했다.

책을 무언가로부터 지키기 위해
책으로부터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정말 모든 이야기는 죄악일까. 수천년에 걸쳐 전해져온 책들 속 이야기는 모두 죄악으로 치부되어야만 하는 것일까. 책을 사랑하는 나로서는 수긍할 수 없는 문장이었지만 어린 소녀가 영웅이 되고자 했던 오빠를 끝내 구하지 못하고 돌아온 자책감에서 어서 빨리 벗어나길 바라면서 혹시 시리즈로 다음 권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의 여지를 남겨두게 만든 마지막이 인상적이었다고 밖에 남길 수 없었다. 꼭 이상한 나라의 폴에서 폴이 니나를 구출하지 못한 채 완결되어버린 느낌이 들어버렸달까. 

읽는 내내 미야베 미유키의 이야기인지 온다 리쿠의 이야기인지 헷갈리던 가운데, 책의 세상이 지켜졌는지 자신있게 대답할 수 없는 모호함 속에서 나는 책장을 덮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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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의 서 1 문학동네 청소년문학 원더북스 14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은모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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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힘이란 때로는 사악한 것.

미야베 미유키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 것은 [화차]였다. 그리고 그녀를 좋아하게 만든 책은 [모방범]이었으며 그녀의 이야기 매니아가 되게 만든 책은 [낙원]이었다. 이후 그녀의 책은 단 한 권도 빼놓지 않고 읽으면서 사회문제에 대해 이토록 심도있게 다루면서도 재미를 놓치지 않게 만드는 작가가 또 있을까 감탄에 감탄을 금할 수가 없었다. 여성작가라는 타이틀만으로 그녀를 평한다는 것은 좁은 우물 속에서 바라보는 일밖에 되지 않았다. 

이후 사회를 비판하거나 사회문제에 대한 비평작을 읽게 되어도 그녀를 능가할만한 작품을 찾지는 못했다. 다만 이케이도 준의 [하늘을 나는 타이어는]예외로 둘 뿐.

가끔은 온다 리쿠적인 소재를 끌어다 와서 깜짝 놀라게도 만들었던 미야베 미유키가 판타지적 미스터리식의 소설을 들고나와 의아스러웠는데 초등학교 5학년 유리코가 화자가 되어 사라진 오빠를 찾아헤매게 되는 이야기인 [영웅의 서]가 바로 그 책이다. 

상상할 수 없었던 비밀스러운 책의 세계가 펼쳐진다.

유리코. 초등학생인 자신과 달리 중학생인 오빠 모리사키 히로키는 모범생이었다. 꼬마 유리코를 꼬꼬마라고 부르며 아껴주었던 오빠가 반 친구 둘을 칼로 찌르고 살인범인채 행방불명된 사건은 단란했던 가정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렸다. 친구들과 학부모들의 거센반발 앞에 학교에도 가지 못하게 되었던 유리코가 오빠방 안에서 말을 걸어오는 사전과 만난 것은 그러니까 그 이후의 일이었다. "네 오빠는 영웅에 홀려 버렸어"라고 말하는 책들을 통해 소환자였던 오빠를 그릇으로 삼고있는 책이 엘름의 서 라는 제목이라는 것을 알아냈지만 여전히 행방을 찾아내기엔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던 차에 학교 도서관에서 자살하려던 소녀를 구해내고. 그녀로 인해 오빠가 왕따가 되었다는 사실을 고백받게 된다. 실마리를 찾아가려는 순간 도서관으로 다가오는 위협의 그림자와 마딱뜨리게 된 유리. 

1권이 극적으로 끝나버리고 다음 이야기가 실린 2권을 읽기까지 잠시 숨을 고르면서 정말 이야기의 힘이 사악함으로 뻗치고 있구나 싶어졌다. 그간 써왔던 성인물이기보다는 해리포터나 나니아 연대기같은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내용 속에서 그 접속 키워드가 책이라는 사실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온라인 게임이나 게임기같은 키워드였다면 요즘 아이들에게 더 적당하겠지만 책이라...사실 그래서 더 신비스럽게 느껴지고 상상할 수 없었던 비밀스러운 책의 세계 속이 궁금해지기도 하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영웅에 홀려버린 오빠.

유리는 오빠를 구해낼 수 있을까. "이름없는 땅"은 그저 단발적인 등장장소일뿐일까. 
과거 동화나 애니메이션을 통해 책을 매개로 다른 땅으로 들어가는 이야기는 많았었다. 하지만 이처럼 미스터리를 끌어안고 진행되는 이야기는 신선하게 다가오는 소재인지라 영화나 게임으로 만들어져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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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 고양이가 원하는 고양이 기르기
조사키 테츠 지음, 김영주 옮김 / 동학사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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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논현역에서 내려 교보문고에 도착할때까지 나는 이 책을 발견하리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고양이 서적을 구매하러가는 길도 아니었고 고양이 서적은 충분히 모아두었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운명은 그렇지 못했다. 역에서 내리자마자 고양이 탈을 쓴 남자와 마주친 것이 첫번째 증거였다면 두번째 증거는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제일 먼저 눈에 띈 책이 바로 고양이 관련 서적이었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 책은 구매하질 않았지만.

 

이러저러한 운명과 증거로 인해 나는 그날 고양이 관련 서적 코너에서 한발자국도 움직일 수가 없엇고 결국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 고양이가 원하는 고양이 기르기]라는 책이 내 책장에 꽂히게 되었다. 사연은 그러했다.

 

수의사도 알려주지 않는 고양이 잘 키우는 방법은 내용이 알차면서도 기르는 사람의 관점에 맞추어져 있어 어렵지 않았다. 게다가 키우고 있는 사람이라 각 상황에 맞는 대처법이나 의문점들을 속시원하게 풀어주고 있었다. 간혹 어느 정도 아플 때 수의사에게 데려가야 하는 것인지? 수의사의 권유 중 어떤 것은 경청하고 어떤 말을 흘려들어야 할 것인지, 사소한 행동들에 담긴 고양이의 생각들은 어떤 것들인지...

 

책은 기존 수의사들이 펴낸 책들에 있는 전문성보다 훨씬 더 필요로했던 직접 키우면서 알게 된 정보들로 가득했고 이상적이면서도 완벽하게 고양이를 키울 수 있는 일종의 고양이 육아서같았다. 그토록 찾고 헤매던 내용들이 이 책에 가득했다.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행복했고 꽂아두면서도 뿌듯해졌다.

 

같은 종인 사람끼리도 그 생각과 행동을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있는데 하물며 고양이야 오죽 그러하겠느냐마는 그래도 함께 살고 있는 동안 서로 행복하기 위해 좀 더 알고 싶어지는 것이 사랑일 것이다. 그 사랑이 더 공부하게 만들고 가까이 곁에 가고 싶어하게 만드는 요소임을 함께 하면서 알게 되었다.

 

우리, 행복하게 오래오래 함께 살아보자...며 고양이와 함께 책장을 넘겨가며 즐겁게 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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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자 오리하라 이치의 ○○자 시리즈
오리하라 이치 지음, 김소영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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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시효 15년을 놔두고 경찰과 숨바꼭질에 들어간 여인은 도모타케 지에코.
그녀는 친구의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쫓기고 있다. 왜 그랬을까. 
자신의 남편도 아닌 친구의 남편을 살해하다니....

궁금증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애초에 교환살인이라는 소재는 그리 독특한 소재거리가 아니었다. 이전에도 추리소설의 영역에서 타작가들이 사용해 왔던 소재였기 때문이다. 전혀 이해관계나 교접점이 없는 타인에 대한 살인을 교환살인이라는 트릭으로 마무리 지어왔기에 이 책도 그러려니 했었다. 하지만 [도망자]의 작가는 오리하라 이치였다. 그는 반전 트릭의 명수가 아니었던가. 그래서 좀 더 지켜보기로 맘 먹고 책을 읽어나갔다.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생각보다 꽤 방대한 양이었는데, 읽어나가면서 새삼 놀라게 된 사실은 작가의 관점에서 소설을 바라볼 때 일어났다. 깨알같이 박힌 양을 작가는 얼마나 공들여 오랫동안 다듬어 왔을까 에 생각이 미쳤을 때였다. 비슷한 두께의 책들보다 훨씬 많은 양을 소화해내며 읽은 느낌을 주는 오리하라 이치의 추리소설. 마치 압축본을 풀어가며 보는 느낌을 가지게 만들고 있었다. 

처음부터 포커스를 지에코에게 맞추어진 채.

살인과 범인을 굳이 숨기려 하지 않았다. 82년 동료 호스티스를 살해한 후 도주해서 공소시효 21일전에 극적으로 체포된 후쿠다 가즈코를 실제 모델로 한 소설이다보니 범인을 은닉하기 보다는 공소시효의 카운트다운을 세는 편이 더 긴박감을 주는 요소로 각인 시킨 것이다. 

사생아로 자라 엄마에게 버려진 채 성장했다가 엄마와 함께 사는 놈팽이같은 남자의 아이를 낳게 된 지에코. 똑똑했지만 엇나가는 바람에 인생이 꼬이게된 그녀는 폭력가정의 안주인이 되어 남편의 구타를 참아내고 있었다. 비슷하게 살아사던 료코와 의기투합해서 서로의 남편을 죽여주기로(?)했으나 지에코만 성공한 채 도망다니게 되었다. 료코는 지에코의 성공으로 얻게된 보험금이라는 부수익을 발판삼아 성공하게 되었지만 여기에는 오리하라 이치만의 트릭이 존재했다. 

사야마 그랜드 메종 605호에서 살해된 43세의 사야시다 히로유키는 정말 지에코가 죽인 것일까. 또 료코는 왜 약속을 지키지 않았던 것일까. 

이 두 의문점이 트릭으로 작용하면서 소설은 마지막에 화살을 다시 지에코에게로 넘긴다. 공소시효는 지났지만 지에코 15년간, 아깝지 않니?하고.

재미있는 소설은 원래 술술 읽힌다. 복잡해 보이는 트릭은 추리해보고 싶게끔 만든다. 
범인이 밝혀져 있는 사건에서는 또 다른 밝힐 거리를 찾아보게 한다. 이 모든 것의 총집합체로 나는 [도망자]를 추천하고 싶다. 도망자. 읽기 전부터 읽고난 후까지 한 점의 후회없이 만족스럽게 만든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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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속에 담긴 긍정의 한 줄 긍정의 한 줄
양태석 지음 / 책이있는풍경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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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한 편의 소설처럼 펼쳐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한 장르로만 구성되어진다면 나는 단연코 로맨틱 소설의 주인공이고 싶다. 혹여 공포나 미스터리, 블랙 유머 속으로는 한발자국도 내딛지 않은 채 실수투성이지만 유쾌하고 끝엔 반드시 웃게 되는 내용의 주인공이고 싶다. 누구나 다 그렇지 않을까. 

펼쳐진 손바닥만한 작은 책은 금발의 아이가 서가를 우러러보고 있는 예쁜 모습으로 포장되어져 있다. 사실 책을 보고 있는 것인지 [이야기 속에 담긴 긍정의 한 줄]이라는 제목을 보고 있는 것인지는 분명치 않지만 어느 쪽이든 상관없는 일이었따. 책이 있는 풍경과 어린 아이. 이 자체로 긍정의 미래를 꿈꿔볼 수 있는 장면이니까. 이 아름다운 책표지는 그 어떤 그림보다 아름다워보인다. 

매일 한쪽씩 읽는 긍정 시리즈의 다른 책들을 소장하고 있던 나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읽는 책 한 권, 저녁 잠들기 전 일기쓰기를 마치고 읽고 잠드는 책 한 권이 있었지만 이중 한 권의 읽기가 끝나가고 있어 그 다음권으로 책을 신청했었다. 하지만 책을 받아드는 순간 그 약속을 잊어버리고 하루에 한쪽씩이 아닌 두 개의 에피소드를 읽게되었고 곧 긍정의 힘이 필요한 날이 닥쳐 이젠 하루에 세 개의 에피소드를 읽고 있다. 

백에도 쏙 들어가고 코트의 앞주머니에도 쏙 들어가는 사이즈라 장소,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들고다니다가 읽을 수 있어 편리하기도 했다. 또한 요즘 들어 현자의 명언이나 베프의 조언보다 더 과묵하면서도 힘있게 위로의 힘을 발휘하고 있어 나는 책에게 고마워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간 읽은 이야기 속에는 쿤달리씨로부터 맥주 세례를 받았던 테레사 수녀님의 감동 답변이나 소록도를 떠나 고국으로 돌아가면서 남긴 두 노수녀님의 배려담긴 답변도 있었고, 조난 당했을때 여자와 아이부터 구하게 된 베큰헤드 정신의 유래도 알게 되었으며, 이순신 장군을 수호신으로 모셨던 도고 헤이하치로,104세에 타계한 로즈 케네디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전기문도 아니고 평범한 명언록도 아닌 긍정의 한 줄은 삶을 통해 우리에게 무언가를 전하고자 했다. 읽는 이에 따라 용기도 되고, 희망도 되고, 위로도 되는 이야기를....

책은 더불어 나는 오늘 어떠했나를 떠올려보게 된다. 남의 이야기에만 취해 내 스스로가 주인공인 나의 삶에는 긍정의 한 줄을 썼는가 반성해보게 된다. 그래서 작지만 힘이 있는 이 책을 몸에 지니고 다니며 짬짬이 읽게 되나보다. 

나는 아직 이 책을 다 읽지 않았다. 물론 서두르지도 않을 생각이다. 그저 주어진대로 하루에 2개에서 서너개의 에피소드들을 시간날때마다 펼쳐 읽을 것이다. 이전 책들이 그러했듯이 천천히 그러나 심장 가득 감동을 가득 채워나가면서 읽을 참이다. 

지금 이 순간, 책은 내게 위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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