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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령들의 귀환 - 1636년 고립된 한 마을에서 벌어진 의문의 연쇄살인사건 ㅣ 꿈꾸는 역사 팩션클럽 3
허수정 지음 / 우원북스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1636년, 고립된 한 마을에서 벌어진 의문의 연쇄살인사건이라는 소재는 까마귀 그림의 표지를 보지 않아도 왠지 섬뜩하게 느껴진다. [극락도 살인사건]이나 긴다이치 코스케식의 살인 사건에 익숙해져 있지만 [혈의 누] 이래 가장 이상하고 무서운 마을의 미스터리라는데 의의를 달지 못했다.
38년전, 무엇이 그 마을을 지옥도로 만들었던 것일까.
일본풍의 성황당이 서 있는 까마귀촌은 확실히 이상한 마을이었다.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도 그러하거니와 어느 동네건 마을 구석구석을 채우며 뛰어다닐 아이들도 없었고, 삼삼오오 모여 남편이나 시어머니의 흉을 볼법한 아낙네들의 모습도 보이질 않았다. 미친 노파 하나만 "귀신이 잡아갔다"를 외치며 뛰어다니고 있을 뿐이었다. 게다가 사람을 절개하여 오장육부를 몽땅 드러낸 가죽만 남긴 목 없는 시체 또한 조선탐정 박명준의 궁금증을 일게 만들었다.
계속되는 연쇄살인의 증거 끝에 찝찝한 채로 지목되고 있는 까마귀촌. 비밀만 가득한 채 아무도 속시원히 알려주는 이 없고, 사건외에는 입다물어버린 소문 속에서 명준에게 꼽추가 해 준 말은 하나의 키워드가 되었다.
휩쓸리지 마시오. 어느 누구도 믿지 마시오. 나는 당신이 우리 마을에서 무사히 나갈 수 있길 진심으로 바랍니다.....라고.
입구가 다물어진 마을은 언제나 마을전체가 비밀을 함구하고 있는 형태였는데, 얼마전 개봉한 영화 [이끼]나 작가 이청준의 [당신들의 천국]에서처럼 까마귀촌도 그들만의 비밀을 위해 입을 다물고 있는 마을이었다. 그들이 간직한 비밀에 주목하며 박명준과 같은 시선으로 이야기를 답습해 나가면서 요코미조 세이시의 소설들을 읽을때와 같은 느낌을 받곤 했는데, 잘 짜맞추어진 스토리 라인과 인물들이 주는 분위기, 그리고 계속 궁금증을 갖게 만드는 요소요소들이 그러한 느낌을 이어가게 만드는 듯 했다.
결국 윤성호에 의해 모든 사건이 계획되었지만 결과적으론 정유년 재침때 참전해다 낙오된 일본군들이 귀환하지 않고 까마귀 촌에 남아 마을 주민들을 통제하고 살면서 생긴 비극들이 그 시작점이었다. 마을은 세월이 흐름에 따라 지배계층과 핍박민으로 나뉘며 지옥도가 되어 갔고 연쇄살인은 그 비밀의 물고를 틀 열쇠였던 셈이었다.
왜관은 본시 조선시대 일본인의 입국 및 교역을 위하여 설치하였던 장소였으나 현재는 지역의 지명으로 남아 소설의 또 다른 배경이 되고 있는 대구, 팔공산과 함께 조화를 이루며 새로운 상상의 터전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망령들이나 귀신의 존재가 아니라 역시 사람과 그 사람들의 마음 속 욕심임을 깨달으면서 악의적인 사람 하나가 사회 구성원 모두의 인생을 어떻게 틀어가고 있는지 소설을 통해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1636년, 고립된 마을에서 벌어진 의문의 연쇄살인 사건은 마을의 비극적 역사가 밝혀지며 그렇게 종결되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