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 어릴때 멋모르고 무슨 안네의 일기같은 형식의 독서 일기겠거니 하고 읽었던 책인데 외국의 철학자 이름이며 사조 따위가 등장하고 시인 누구를 만나 대담을 나눈 이야기 같은 게 등장해서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그럼에도 책 제목이 너무 사랑스러워 꽤 오랫동안 마리맡에 두고 틈만 나면 내 일기처럼 뒤적였었다. 그래서 내 기억에 김현은 무슨 대단한 문학 평론가가 아니라 안네와 비슷한 눈높이에 위치한 친구 같은 사람으로 남아 있다.
지금 다시 헌법의 구판이다. 지금 다시 헌법이 너무 인기라 이녀석으로 빌렸다. 신기하게도 구판이라 그런가 빌려보는 사람이 없네. 잘 만든 교양만화 한 편 읽은 기분이다. 무슨 조목이 있고 하는 걸 외우는 데 의미가 있다기 보다는 헌법이 국가별로 다르며 결코 절대적이지도 당연한 것도 아니라는 사실이 더 흥미로웠다. 있을때 잘하라는 말.
친구의 추천으로 봤던 책. 원래는 두 권으로 나왔던 걸 한권으로 합쳐서 꽤 두텁다. 내용도 그렇다. 발상 자체는 단순하다. 노장이라는 글자를 노자/장자로 쪼개갰다는 것. 근거는 노자가 국가의 수탈과 재분배를 전제로 하고 있는 데 반해 장자는 그렇지 않다는 것. 국가의 수탈을 회피하고 개인의 자유를 추구한다는 것이다. 노자가 정치 논리이며 국가라는 사화 체제를 전제로 한다는 관점 자체는 별로 새로운게 아니라고 알고 있다. 다만 이렇게 처절하게 노자에서 인생의 의미 운운하는 경구적 기능을 제거하려고 노력한 사람은 좀 드물듯. 그런 과단성이 마음에 들었다. 노자와 장자를 칼로 물 베듯 갈라놓은 이 수법의 확장판이 시리즈로 이어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