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업 - 하 - 반룡, 용이 될 남자
메이위저 지음, 정주은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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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업> 1권을 다 읽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바로 2권을 펼쳐 들었다. 1권에서 휘몰아치는 운명에 휩쓸려 우여곡절 끝에 왕현과 소기가 이어져 다시 궁으로 돌아왔다면, 2권에서는 또 어떤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지 무척 기대되었다.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1권과 비슷하지만 다른 표지에 후기를 포함해 무려 579페이지에 달하는 대장정이었던 2권이었는데 오히려 1권보다 더욱 집중력 있게 읽었다. 1권의 경우 초중반 부분에 '이걸 웹소설로 보고 있었다면 댓글 창에는 어떤 댓글들이 달렸을까?'라는 생각과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여유 있게 읽다가 후반부에 훅 빨려 들어갔던 것에 비해 2권에서는 처음부터 이야기 속에 빠져들었다. 워낙 여러 가지 사건이 몰아치기 때문에 다른 생각을 할 틈이 없었다.


사실 1권의 부제가 '아름답고 사나운 칼'이었던데 반해 2권의 부제는 '반룡, 용이 될 사나이'라서 시점이 바뀌어 남자 주인공 소기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건 아닐까 기대했는데, 그건 아니었다.


대신 모두 이미 알고 있어 스포일러라고 하기도 좀 그런 사실, 그러니까 왕현과 소기가 권력의 정점에 서는 결말을 맞기까지 수없이 많은 사건사고가 일어난다.


초반부야 늘 그렇듯 폭풍전야처럼 평화로운 이야기가 잠시간 이어지면서 기분 좋은 불안감을 느끼게 한다. 이때 왕현이 가진 단단함을 느낄 수 있는 문장이 하나 나오는데, 그 내용은 이렇다.


"이제 나는 세상 사람들이 나를 얕보지 못하게 할 것이며, 그 누구도 내 운명을 좌지우지할 수 없게 할 것이다."


이 문장이야말로 <제왕업>을 말하는 문장이 아닌가 싶었다.


1권에서 내가 궁금해했던 부분도 2권에서 풀리고, 등장할 듯 등장하지 않았던 핵심 인물이 나오기도 하고, 예상치 못했던 배신과 아픔을 맞닥뜨리기도 하면서 둘은 서로에게 기대어 끝없이 앞으로 나아간다. 그 사이에 1권에서 나를 울컥하게 만들었던 대사에 대한 왕현의 생각도 나오는데, 그 생각을 읽으니 왕현도 소기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되어 역시 둘은 천생연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몰아치는 사건만큼 훅 하고 빨려 드는 흡입력이 대단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워낙 사건사고가 많아 두 사람의 로맨스는 비중이 약하다는 것이다. 떨어져 있어도 힘이 되는 존재라는 것은 정말 대단한 것이긴 하지만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가 좀 더 많이, 깊게 담겨있었으면 좋았으련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오래간만에 1, 2권을 다 합쳐 10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의 대장정을 함께했는데, 생각보다 더 재미있었다. 처음에 중국 작품이라는 것에 걱정했던 것이 무색하게 푹 빠져들어 새벽 3시까지 완결을 보고서야 잠이 들었을 정도였다.


이제 한 달밖에 남지 않은 2020년에 이 소설을 원작으로 드라마가 나오며(제목은 <강산고인>), 왕현 역을 맡은 배우가 무려 장쯔이라는 것은 더더욱 기대되는 바. 그가 연기하는 왕현과 누군가가 보여줄 소기의 모습은 어떨지, 또 자담과 아숙처럼 아름다움에 대한 칭송이 엄청났던 이들의 모습은 어떨지 꼭 잊지 않고 찾아봐야겠다.


중국 소설을 좋아하거나 로맨스 또는 권력 암투가 담긴 역사소설을 좋아한다면 한 번쯤 이 책 <제왕업>을 보는 것을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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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업 - 상 - 아름답고 사나운 칼
메이위저 지음, 정주은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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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는 사람만 아는 거지만 나는 웹소설을 제법 좋아한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거의 중독 수준이다.


중학교 2학년 때까지만 해도 전자사전에 텍스트 파일을 받아 읽던 아이들을 신기하게 쳐다봤던 꼬맹이는 3학년 때 우연찮게 발견한 '조아라(닷컴)'라는 웹소설 사이트에 빠져 틈날 때마다 사이트에 로그인을 했었다. 그나마 중고등학생 때는 폰도 인터넷 사용이 안 되는 폴더폰에 컴퓨터 사용 시간이 정해져 있어 자제가 되었다지만 대학생 때부터는 문자 그대로 빠져살았다고. 하루 3시간은 기본, 수업이 없는 주말에는 내리 그것만 보고 있었다. 잘 읽다가도 혼자 허탈해져서 '내가 왜 이렇게 시간을 버리고 있는 거지?' 싶다가도 정신을 차리고 보면 어느샌가 다시 로그인을 하고 있으니, 중독이 따로 없었고 또 지금도 만만치 않은 상태이다.


그만큼 웹소설, 장르문학에 익숙한 나지만 한국이 아닌 중국의 웹소설 <제왕업>은 참 생소한 존재였다. 애당초 중국 소설은 몇 권 읽어본 적이 없고, 그 외 드라마나 영화, 노래 등 중국 콘텐츠 자체를 접한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웹소설'이라는 문구에도 불구하고 살짝 거리감이 느껴졌다. 게다가 한 권 당 500페이지가 넘는 책이 2권이나 되니, 시도하기도 전에 느껴지는 위압감이 어마어마했다.


하지만 시간이 많은 주말, 겨우 마음을 먹고 펼쳐든 책은 생각보다 묵직했다. 실제 책 자체의 무게도 묵직한 것은 물론 그 내용이나 내용이 주는 느낌도 제법 묵직했다.


<제왕업帝王業>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책의 배경은 황제와 황후가 존재하던 과거로, 주인공 왕현은 권세가 하늘을 찌르던 왕씨 집안의 딸이자 무려 자신을 귀애하는 고모를 황후로 둔 사람이다. 이런 유의 웹소설이 가지는 클리셰답게 그는 어린 시절부터 궁을 자유롭게 드나들며 태자와 왕자들과 친하게 지내고 부모님은 물론 태후와 황제와 황후 모두의 예쁨을 금지옥엽으로 자란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하는 기적'까지 완벽하게 갖춘 그에겐 소소한 걸림돌을 제외하곤 평화롭고 행복한 나날만이 펼쳐질 것이었으나, 예상한 것처럼 그는 열다섯 생일을 맞아 계례를 올리고 성인으로 인정받으면서 운명의 소용돌이에 휩쓸리게 된다.


그가 첫 번째로 마주한 운명은 사랑하는 이와 떨어진 사이 가문의 일원으로서 누렸던 것들에 대한 책임을 강요받으며 원하지 않는 결혼을 하게 되는 것. 마냥 어린아이일 것 같던 그가 스스로의 책임에 대해 실감하며 스스로 결혼하겠다 말하며 운명을 순응하게 된다. 하지만 그마저도 평탄치 않았으니, 난세의 영웅이자 뛰어난 장군인 남편은 결혼을 올린 첫날밤부터 전장으로 나아가며 그를 홀로 두게 되고 둘 사이는 몇 년간 그렇게 틀어지게 된다.


이후로도 만약 댓글 창이 있었다면 '언니 그 남자 버려요ㅠㅠ' '남자 주인공 아니죠? 아니라고 해줘요.' '똥차가고 벤츠 온다! 작가님을 믿습니다' 같은 글들이 달렸을 것 같은 순간들은 끊이지 않고 이어진다.(실제로 이 소설을 웹에서 기다리며 읽었을 사람들은 어떤 댓글을 달았을지 꽤 궁금하다) 


하지만 정말 그랬다면 틀림없이 후회하게 될 정도로 두 사람은 천생연분이 된다. 계속해서 몰아치는 운명과 그로 인한 사건사고에 휘말리며 결국 두 사람은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되며 본격적인 로맨스의 시작을 알린다.


궁이 배경인 만큼 온갖 궁중 암투와 배신과 기지가 연달아 터지면서 이야기는 점점 더 흥미를 더해간다. 처음엔 '댓글창 보고 싶다'라고 생각하고 어떤 댓글이 달릴지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읽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그런 생각은 할 겨를도 없이 이야기에 푹 빠져들었다. 그 탓에 새벽에 책을 읽다가 훌쩍이기도 하고(눈물 줄줄 흘린 건 두 번이었다. 참고로 책이든 드라마든 영화든 뭐 보면서 매우 잘 우는 사람.), 육성으로 "오오! 간질거려!"라고 내뱉기도 하며 혼자 참 리얼하게 읽었다.


두 남녀 주인공 모두 적마저도 감탄하고 반하게 만들 정도로 매력적인 이들이라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다만 한 가지, 혼자 울컥 짜증이 일었던 부분도 있었는데, 바로 위 사진 속 문장. 물론 그 속에 담긴 의미야 여러 개 이겠지만 힘들어하는 이가 "나약함은 용납할 수 없소"라는 말을 듣고 그 의미를 헤아릴 정신이 있을까? 보는 순간 '저게 위로야?'하며 혼자 분통을 터뜨렸다. 내가 주인공이었다면 당장 어떻게 했을거다, 하며 감정이입이 제대로 된 덕에 더 생생하게 빠져들긴 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이 문장이 어떻게 느껴졌나 싶어 한 번 언급해 보았다.


클리셰란 만국 공통인 건지 어느 정도 예상되는 전개였지만 그마저도 소소한 재미로 받아들일 정도로 흡입력이 좋았다. 전쟁 장면이 꽤 나와 자칫 지루해질 수도 있는데 지루하지 않고 생생하게 풀어져 있어 이 역시 하나의 읽는 재미였다.


스포 아닌 스포를 하자면, 1권의 끝이 거의 엔딩처럼 나오기 때문에 2권에는 과연 어떤 내용이 담겨있을지 호기심이 생긴다. 감칠맛 나게 끊어서 다음권을 궁금하게 하는 것과는 또 다른 방법.


게다가 주인공이 한 번씩 언급하는 존재의 부재가 자꾸만 신경 쓰여서(무슨 말인지 궁금하다면 <제왕업> 상권으로!) 1권을 끝내자마자 바로 2권을 펼쳐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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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에 관한 9가지 거짓말
마커스 버킹엄.애슐리 구달 지음, 이영래 그림 / 쌤앤파커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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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도 사람도 모두 시간이 지날수록 익숙해지는 법이라고, 흘러가는 시간만큼 익숙해지고 또 그만큼 성장할 것이라고 사람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하지만 실제로 취직을 하고 직장인으로 일해 본 결과 시간이 지날수록 일도 사람도 모두 익숙해지긴커녕 점점 더 어렵고 난해해졌다. 하루 한 달 그리고 한 해가 지날 때마다 어려움은 차곡차곡 쌓여만 갔다.


그럴수록 삶 Life에 대한 집착은 점점 더 몸을 부풀렸고, 네이버 메인 화면의 리빙과 푸드란을 확인하고 집안일, 인테리어, 요리 등과 관련된 에세이를 읽는 것은 매일 빼놓을 수 없는 일과가 되었다. 어떻게 하면 더 잘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회사 밖의 일상을 제대로 보내기 위해 무던한 노력을 했다.


그런 나였기에 처음 이 책을 펼쳐들었을 때는 아차 싶었다. 안 그래도 하루의 절반 이상이 일인데 또 일이라니. 아무리 혁명 같은 책이다, 거짓말에 대해 이야기한다 해도 work에 대한 이야기는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한 줄 한 줄 내려갈 때마다 집중이 되지 않아 다시 돌아오기를 몇 번이나 반복해야 했다.


하지만 한 줄을 넘어 한 문단, 그리고 한 챕터가 넘어가면서 어느덧 책에 빠져들어갔다. 학생이었다면 결코 몰랐을 부분에 대해 맞아맞아 공감하기도 하고, 단말마의 감탄사를 뱉으며 문장을 수집하기도 하면서 제법 재미있게 읽었다.


*


<일에 관한 9가지 거짓말>은 제목 그대로 일에 관한 9가지의 거짓말을 각 목차별로 하나씩 파헤친다.


사실 처음 목차를 통해 각 챕터별로 어떤 거짓말을 다루는지 알게 될 때는 별다른 특색이나 중요성을 느끼기 어렵다. '그게 뭐 어쨌다고?'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소하게 여겨지는 한편 지금껏 당연하다고 여겨왔던 것들이기에 꼬투리를 잡고 늘어지거나 폄하하는 것이 아닐까 의심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이 책은 첫 번째 거짓말부터 여러 사례와 결과를 바탕으로 확실하게 파헤쳐 준다.


먼저 "사람들은 어떤 회사에서 일하는지에 신경 쓴다"라는 거짓말. 사람들은 어떤 회사에 다니는지를 중요하게 여긴다고 하지만 실제로 '회사' 그 자체가 가지는 의미나 회사의 문화는 그 영향력이 그리 크지 않다. 그 회사에서 일을 시작하는 순간 회사의 규모와 이름, 문화보다는 함께 일하는 사람, 즉 '팀'과 팀의 성향이 직장 생활을  좌우한다. 겉으로 보이는 회사가 아닌, 그 회사를 지탱하고 이끌어가고 있는 팀을 봐야 하는 것이다.


이는 회사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결코 보지도 느끼지도 못하는 것으로, 어쩌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이지만 그 당연한 것이 거짓에 가려 겉에서는 쉽게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진실과 마주하고 그를 이해하는 순간 '아하!'하고 감탄하게 된다. 그리고 나는 우리 팀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어떻게 팀원들과 함께 일하고 있는지 검토하게 된다. 


이어 "새해에 세운 목표는 그해 셋째 주면 벌써 시들해지며 1년은 훨씬 앞의 미래까지 미리 자세히 계획하는 마라톤이 아니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세상에서 정보를 얻는 일련의 단거리 경주 중 52번째 경주(74p)"라는 문장에서 두 번째 거짓말을 확인할 수 있으며, 불필요한 계획과 그를 위한 불필요한 회의 대신 각 팀원의 이번 주 우선 사항이 무엇인지, 그를 위해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자주 주기적으로 확인함으로써 실시간으로 논의하고 함께 나아가야 함을 깨달을 수 있다.


다재다능에 대한 거짓도, 실패와 약점과 단점을 중요하게 다뤄야 한다는 거짓도("우리는 안전지대에서 가장 많이 학습할 수 있다." 174p / "누군가의 문법을 고쳐주는 것이 그의 글을 아름다운 시로 만드는 것은 아니며 누군가에게 농담의 결정적인 구절을 알려주는 것이 그를 재미있는 사람으로 만드는 것도 아니다. 실수 교정은 그저 실패를 방지하는 도구일 뿐이다."181p), 그리고 그 외 6가지 거짓도 모두 샅샅이 파헤쳐 지며 숨겨진 진실을 알려준다.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 즐거움과 더불어 이 책의 매력을 하나 더 꼽자면,  일에 대한 발전 방향성, 즉 더 나은 직장 생활을 하기 위한 방법을 스스로 고민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동안 삶에만 집중했던 좁은 시야가 일 work까지 넓혀지며 일 역시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더 나아질 수 있는 가능성을 얻게 된다. 이는 자신의 삶을 다시 한번 돌아볼 수 있게 만드는 등 여러 가지 크고 작은 의미를 가진다. 


특히 내 경우 해외 사업을 위해 현지 팀원들과 메신저와 메일로 의사소통을 하며 함께 일하고 있는데, 어떻게 하면 그들과 적절하게 이야기하며 일을 더 잘할 수 있을지 작은 계기와 깊은 고민을 얻을 수 있었다. 오래간만에 만난 '생각하게 만드는 책'의 즐거움은 그 질이 제법 좋았다.


비 오는 날 뉴욕에서 택시를 잡기 힘든 이유라던가(비록 100% 수긍한 것은 아니지만) 미식축구팀 댈러스 카우보이스의 오랜 코치 톰 랜드리의 성공하는 플레이에 대한 집중처럼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이 있어서 읽기 그 자체도 즐거웠다.


이 책 <일에 관한 9가지 거짓말>은 이 기록(리뷰)과 함께 처음과는 달리 무척 만족스럽게 마지막 장을 넘겼던 책으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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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와 잘 지내지 맙시다 - '셀프헬프 유튜버' 오마르의 아주 다양한 문제들
오마르 지음 / 팩토리나인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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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란 관계 속에서 완전히 벗어나 살 수 없는 존재인 만큼 관계로 인한 문제와 고민은 한 사람의 일생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좋은 것은 좋은 것대로, 나쁜 것은 나쁜 것대로 많은 생각과 고뇌를 하게 만들며, 때로는 자신을 행복하게 만들고 또 때로는 아픔에 눈물짓게 만든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모든 관계와 고민과 고뇌가 익숙해지고 능숙해지면 좋으려만, 해가 바뀔수록 오히려 처음 겪는 낯선 경험들만 늘어난다. 고민의 깊이는 깊어지고 고뇌의 시간은 길어지며 몸도 마음도 지치게 된다. 그러다보면 누군가의 짧은 경험담이나 조언이라도 듣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해지게 되고, , 강연, SNS 할 것 없이 도움이 될 만 한 것들을 찾아 헤매게 된다.


토크 유튜버 오마르의 책 <모두와 잘 지내지 맙시다>는 그런 이들에게 좋은 선배이자 친구이자 멘토가 되어준다.


먼저 저자인 오마르는 오마르의 삶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5분 내외의 담백한 토크만으로 사람들의 공감과 지지를 얻는 토크 유튜버이다. 그는 살면서 만나게 되는 여러 가지 문제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에게? 겨우?’라고 할 수 있는 소소한 것들이지만 그 자신에게는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것 같은 고통을 안겨주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해봤을 법한 것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진솔하게 이야기함으로써 사람들에게 크고 작은 도움을 준다. 그리고 그런 그의 이야기는 책 <모두와 잘 지내지 맙시다>를 통해 다시 한 번, 또는 새롭게 만날 수 있다.


<모두와 잘 지내지 맙시다>는 완전히 새로운 콘텐츠라기 보다는 저자가 유튜브 채널에서 다룬 주제와 이야기들을 책으로 만든 것이다. 2017년부터 그가 주력으로 다뤘던 아주 다양한 문제들이라는 콘텐츠를 각 챕터별로 정리하고 다듬은 책이다. 즉 팬들에게는 개인 소장하며 필요할 때 언제든 꺼내보면서 힘을 얻을 수 있는 팬 서비스 도서로, 책을 통해 처음 저자와 그의 이야기를 알게 되는 독자들에게는 밑줄 그어가며 공감을 표하고 지금까지 자신이 가지고 있었던 고민과 고뇌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갈 수 있게 해주는 지침서로 역할을 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책은 크게 세 가지 챕터로 되어 있으며, 순서대로 나를 불편하게 하는 속 편한사람들”, “연애도 체력이 필요해”, “안 만만해지기 연습이다.


저자는 각 챕터별로 우리가 살면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유형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들에 대해 속 시원하게 이야기해준다. 예를 들어 첫 번째 챕터 나를 불편하게 하는 속 편한사람들에서는 젊은꼰대나 자기 혼자 내가 좀 솔직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 대해, 두 번째 챕터 연애도 체력이 필요해에서는 혼자 잘해주고 혼자 배신감을 느끼는 사람에 대해, 처음에는 잘해주다가 사귀는 순간부터 변하는 이들에 대해, 왜 그것이 문제가 되는지 이야기해주며 그동안 속으로 앓았던 이들에게 시원한 사이다를 제공해준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그것이 잘못이라는 것을 명확하게 따질 힘도 얻을 수 있다.


그 중 개인적으로 가장 속 시원한 사이다이자 가슴속에 품고 싶었던 이야기는 막말과 돌직구에 대해 이야기할 때 나온 말 쉽게 던지고 사람들에게 상처 주고 분위기 엉망으로 만들면서 그런 자신을 담백하고 쿨한 사람이라는 식으로 변호하는 경우가 있는데, 저기 말은 똑바로 하자. 그건 솔직한 게 아니라 무례하고 무식한 거다.”라는 문장이었다. 본인 말에 따르면 세상 그렇게 쿨하고 솔직한 사람이 없는, 그러면서 상대방에게 상처 될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면서 정작 자신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하며 기분 상해하는 누군가에게 꼭 말해주고 싶은 부분이었다.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쾌감과 반박하고 맞설 수 있는 힘만이 아니다. 이건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는데, 나 같은 경우 한 장 한 장 넘어갈 때마다 가슴이 시원해짐과 동시에 어쩌면 나도...?’라는 생각을 했다. ‘아 이 문장은 꼭 기억해 놨다가 이런 상황이 오면 써먹어야지라는 생각과 동시에 아 이 문장은 꼭 기억해 놨다가 나 스스로도 정도를 잘 지켜야지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 중 한 가지를 얘기하자면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한 방법에 대해 이야기할 때 나온 한 인간으로 스스로 만족할 만큼 제 몫을 하는 제대로 된 인간이 돼야 한다.” 라는 문장. 스스로 만족하는 삶을 산다면 새파랗게 어린 후배들 앞에서 자신이 잘났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안달하지 않는 다는 것이 확 와닿으며 잘 살아야겠다고 다시 한 번 마음먹게 되었다.

조금 다른 의미로 자신만의 섹시함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와 사과를 할 땐 사과만, 효과적인 칭찬에 대한 이야기 등을 통해서는 앞으로 내가 가져야할 태도나 자세에 대해 생각하는데 도움을 얻었다.


물론 이 책은 저자 한 사람의 의견과 이야기이며, 그의 이야기가 무조건 옳은 것은 아니라는 것은 확실하다. 저자 스스로도 이 책이 참고서이며 그냥 참고만 하라고 했으며, 읽으면서 이건 좀 미묘한데라고 생각한 부분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현재 2~30대가 경험하고 고민하는 여러 문제들에 대해 시원시원하게 이야기해주기 때문에 제법 재미있게 읽었다. 메모해두고 참고할 만한 것들도 있었고, 스스로 생각해볼만한 계기도 주었기 때문에 나름대로 만족스러웠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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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허리 디스크가 아니다 - 망가진 허리를 재생하는 기적의 내 몸 프로파일링
이창욱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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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앉아서 일하거나 폰을 보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허리 디스크 환자가 늘어나고 있는 요즘, 그만큼 디스크와 관련된 정보들은 늘어나고 저마다 자신의 방법이 옳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어떤 사람은 이 방법이, 또 어떤 사람은 저 방법이 옳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통에 혼란이 가중되면서 자칫 잘못된 방법으로 인해 상태가 악화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전문가 역시 각각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상황. 그럴 때 지금까지와는 다른 의견을 내며 그 의견을 뒷받침하는 여러 근거들이 있는 글이 눈에 들어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책 <당신은 허리 디스크가 아니다>는 제목부터 시작해 다양한 요소들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눈에 확 띄는 붉은색 띠에는 '근력 운동'이 허리를 망친다고 이야기하고, 뒤표지에서는 디스크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으면서 건강해지게 하는 방법을 이야기해준다고 한다. 정보를 많이 알고 있으면 있는 대로 '이게 무슨 소리일까'하고 펼쳐보게 만들고, 적게 알고 있으면 있는 대로 '어떻게 건강해질 수 있을까'하고 펼쳐보게 만든다.


책은 짜임새 있는 구성과 탄탄한 내용으로 1장부터 6장까지 각각의 주제를 가지고 차근차근 순서대로 독자를 설득시키고 따르게 만든다.


초반부는 왜 통증에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디스크'에만 집중하면 안 되는지, 통증을 일으키는 원인에는 어떤 것들이 있고 또 통증을 줄이기 위해 어떤 것들을 신경 써야 하는지 등을 살펴보는데, 이를 통해 좀 더 넓은 시각으로 스스로의 몸을 돌아보게 만든다. 몸을 프로파일링함으로서 좀 더 객관적으로 상태를 진단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중반부터는  왜 근력 운동이 허리를 망치는지, 디스크가 생기는 원인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디스크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하나씩 근거를 들어 설명함으로써 한 줄 한 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한 가지 원인이 아닌 여러 가지 원인들을 하나씩 살펴보며 왜 이것이 원인이 될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좀 더 건강한 삶을 살 수 있게 되는지 세심하게 이야기해주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된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4장으로, 처음 이 장을 접하는 사람이라면 내장기, 즉 소화 기능과 허리가 무슨 연관성이 있는지 의아하기 쉬운데 한 장씩 넘기다 보면 어느 순간 이해가 된다. 허리에 통증이 생기는 데는 참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알게 되는 것이다. 이 장을 통해 몸에 해롭다는 음식들을 모두 완전히 끊어버리는 것은 어렵지만 그 위험성을 명확한 이유와 함께 인식함으로써 자제하는 계기가 된다는 장점도 있다.


끝으로 후반부에는 통증을 줄이고, 나아가 없앨 수 있는 재활 운동법을 알려주는데,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가볍게 하기 괜찮은 운동들이라 자연스럽게 시도하게 된다. 꼭 디스크 환자가 아니라도 한 번쯤 읽어보고 일상에 적용하면 좋을 것들이다.

모든 장을 통틀어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을 꼽자면 5장이었다. 내 경우 디스크는 아니지만 골절 수술 이후 재활 등을 하면서 여러 통증을 경험했고, 그 경험으로 인해 두려움이 생기며 피하는 것들이 생겼다. 통증이 학습되어 공포증이 생긴 것이다. 그래서 5장을 읽으며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디스크 환자와 이야기를 나눠본 결과 내가 그다지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었던 사람이 아니라서 더욱 수월하게 읽고 받아들일 수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책 자체도 제법 설득력이 있었다. 하나하나 자세히 설명해주기 때문에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게 된달까. 또 몸을 바라보는 시각을 좀 더 다양하게 넓혀준다는 점에서 제법 유익했다. 건강에 적신호가 들어오기 쉬운 요즘, 건강하게 사는 방법을 알고 싶다면 디스크 환자가 아니더라도 한 번쯤 읽어봐도 좋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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