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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고양이가 내게로 왔다 ㅣ 낮은산 키큰나무 14
김중미 지음 / 낮은산 / 2016년 11월
평점 :
예전에 아리카와 히로 작가의 <고양이 여행 리포트>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도서관에서 읽을 책을 찾다가 우연히 집어 들었던 책이었는데, 완전히 빠져버리고 말았었다. 사랑스러운 고양이 나나가 들려주는 사토루와의 마지막 여행은 빨갛다 못해 부어버린 눈과 진한 감동을 남겼고, 나는 친한 동생의 생일선물로 지체 없이 이 책을 골랐었다. 제목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그 먹먹함이 아직까지 느껴질 정도로 가슴 따뜻한 책이었다.
그때 이후로 고양이와 관련되어 있거나 제목에 고양이가 있는 책이라면 나도 모르게 시선이 갔다. 보는 것만으로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고양이 사진집부터 고양이와 집사의 일상을 담은 에세이, 코데마리 루이 작가의 책 제목처럼 ‘고양이 모양을 한 행복’으로 가득 찬 소설까지. 나중에는 고양이가 있는 책 중에 별로인 것은 없다는 이상한 편견(?)까지 생길 정도였다.
이번 책 <그날, 고양이가 내게로 왔다>를 읽게 된 이유 역시 고양이 때문이었다. 제목에 선명하게 들어가 있는 ‘고양이’라는 세 글자가 내 시선을 붙잡은 탓이었다. 연분홍색 표지 여기저기에 있는 자그마한 고양이 그림이나 ‘낮은산’이라는 정감 가는 출판사 이름, 그리고 저자이름에 쓰여 있는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김중미 작가의 이름을 본 것은 모두 그 다음이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세세하게 살펴봤을 정도로 이 책은 매력적이었으며, <고양이 여행 리포트>이후로 또 다시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책으로 등극하게 됐다.
이 책에는 고양이와 사람 각자의 사연과 함께하는 삶이 담겨있다. 고양이의 눈에서 사람의 눈으로, 그리고 다시 고양이의 눈으로 옮겨가며 아픔과 슬픔, 위로와 치유, 사랑과 신뢰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야기를 읽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느끼고 경험하고 생각하게 만든다. 읽다보면 어느새 웃다가 울다가 행복해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정도다.
고양이와 함께 살며 고양이의 위로를 받은 저자의 경험이 듬뿍 들어가 있는 만큼 고양이와 사람의 이야기 모두 지나치게 과장되거나 축약되지 않으며, 따뜻한 시선으로 담겨져 있다. 책 속에 담긴 만남과 이별이 읽는 이의 마음을 자연스럽게 끌어당기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거기에다가 고양이도 사람도, 이야기도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다가와 읽는 이를 매료시킨다. 성급하게 행복을 말하는 책들과는 달리 시간을 두고 한 걸음씩 나아간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을 뽑으라면 두 가지를 들 수 있는데, 하나는 시점의 변화이다. 이 책은 한 명 또는 한 마리를 대표로 정해놓지 않고 시점이 계속해서 바뀐다. 기존의 시점들과는 완전히 다른, 예를 들어 아예 다른 마을에 사는 이들에게로 시점이 넘어갈 정도로 변화무쌍하다. 이 같은 사실이 초반에는 조금 당황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적응하기만 하면 굉장히 매력적인 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서로 다른 각자의 입장과 이야기를 들으며 독서를 풍부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는 고양이와 사람이 대화한다는, 판타지스러운 요소이다. 하지만 이야기를 읽는데 이게 거북스럽거나 이상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물론 오히려 실제로도 가능한 일 일거라고 생각될 정도다. ‘진심을 담아 말하고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면 안 될 것은 없다. 우리가 대화하지 못하는 것은 우리가 그러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말이다. 사람의 말을 듣고 이해하며, 위로하는 고양이들이 우리 주위에도 많은 것을 보면 절대 불가능한 일이라고 할 수 없다.
이 책에는 단순히 고양이와 사람의 이야기만 있는 게 아니었다. 저자의 말처럼 슬픔과 아픔, 그리고 행복을 나누는 방법, 기억하는 방법, 또 서로 소통하는 방법이 이 책 한권에 모두 담겨있었다. 그만큼 읽는 내내 많은 것을 느꼈고, 읽을 수 있어 행복했다고 생각했다. 자극에 지나치게 노출되어 있는 사람들의 눈에는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 도 있지만, 그 안에 있는 것을 한 번 맛보게 된다면 완전히 반해버리고 말 것이라고 확신한다. 정말 좋은 책이었고, 꼭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