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는 잠시 그림을 멈추더니 대답했어요."내가 늘 그림을 그리는 건 채울 공간이 많기 때문이에요. 기부하는 건 좀 더나은 세상을 만들고 싶기 때문이고요. 어디에나 그림을 그리는 건 모두에게 예술이 필요하기 때문이지요!"그러고는 키스는 다시 길거리로 돌아가 주머니에서 분필 하나를 꺼내더니……계속 그림을 그렸답니다.
공감이 아니었다 한들, 서로 다른 길을 거쳤다 한들 어떠랴. 같은 지점에 도달했다면, 그 순간이 빛나는 기억으로 남았다면, 혜리는 여전히 궁금해하고 있을까, 과학관에서의 나를? 나조 차도 왜 울었는지를 설명할 길 없는 그때의 나를, 그 소년을, 그 시절을 함께 꺼내보는 게 어쩌면 그렇게 나쁜 일만은 아닐 것 같았다.-덜 바쁜 날 있으면 한번 볼까? 내가 연구소로 갈게.- 무슨 일 있어?-지난번 그 부탁에 응할까 해서..기억이든 정신이든 자아든 그 무엇이라고 불러도 상관없는 것의 일부를 공유하는 일을 너무 두려워하지 않기로 했다. 그리한번 걸어보기로 했다. 인간이 인간에게 이르는 새로운 길을.길지 않은 침묵을 깨고 혜리가 답했다.
세계 속 별별 사회법
도깨비는 비열하면서도공정한 모양이다. 문제는 절박하고 절박한 씨름 선수를 어디서 구할 수 있을지다. 그때의 나처럼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듯, 안쪽으로는 살아가는 일의 비참함에 이를 악문 이가 어딘가에 아직은 무른살로 걷고 있을 텐데. 물 밑에서 걸어 나온 끔찍한 몰골의 도깨비에 등 돌리지 않고, 샅바도 없이 밤새 씨름을 할 스스로의 단단함을 미처 발견하지 못한 이가. 우리는 서로를 도울 수 있을 것이다.어쩐지 머지않은 날, 만나게 될 거라는 예감이든다. 나를 닮은, 일찍 은퇴한 씨름 선수 한 명이 내인생에 걸어 들어올 거라는 그런 예감이. 8년이 남아 있으니까. 8년이나 남았으니까. 사람을 만날 때마다 묻는 게 요즘의 일이다.
다시 일어나서쭉쭉조물조물쓰담쓰담빤히 쳐다보다뽀뽀를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