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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곳으로 달려! - 쓰나미에서 살아남은 아이들, 2014 SK 사랑의책나눔, 아침독서신문 선정, KBS 책과함께, 우수환경도서 선정, 2013 고래가숨쉬는도서관 겨울방학 추천도서 바람그림책 17
사시다 가즈 글, 이토 히데오 그림, 김소연 옮김 / 천개의바람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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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주제는 속표지의 '맞잡은 손' 한 컷으로 충분히 감지된다.
2002년 월드컵에서 우리가 목청껏 불렀던 '손에 손 잡고'의 다른 버전으로 읽힌다.
서로 힘을 내자고 응원하는 일도 손에 손잡고 하지만,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생존이 위협받을 때도 우리는 '손에 손잡고' 헤쳐나갈 수 있다.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안녕들 하십니까?'도 '손에 손잡고' 이 불공정한 사회를 정의롭고 살만한 세상으로 만들어가자고 손내미는 것이라 읽혀져 눈시울이 뜨거웠는데, 이 책 '높으로 곳으로 달려'에서도 뜨거운 감동으로 뭉클한 쓰나미가 밀려왔다.

속지를 넘기면 할아버지와 손자가 푸른 바다를 보며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마지막 페이지도 할아버지와 손자가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지진이 일어나면 쓰나미가 오고, 쓰나미가 오면 뒤돌아보지 말고 힘것 달려서 스스로 자기 목숨을 지키는 거'라는 것과 '인간은 바다의 은혜를 입기만 할 뿐 바다와 사귀는 방법을 잊고 있었고, 그걸 너희들이 가르쳐주었고 살아만 있으면, 앞으로 어떻게든 할 수 있는 법'이라고 글이 다 전달한다.
이렇게 글만으로도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으며 그림이 글을 보조하는 역할을 하는 것은 그림이야기책(Illustrated book)이라 부르고, 진정한 의미의 그림책(Picture book)은 그림없이 글 자체로만 존재할 수 없으며 그림이 없다면 이야기가 불분명해서 글이 담지 못한 정보와 의미를 그림이 전달해준다. 이런 기준으로 볼 때, 이 책은 글로 충분히 뜻이 전달되는 그림이야기책이지만, 그림이 단순히 내용 이해를 돕는 보조 기능 뿐 아니라 이야기를 더욱 생생하고 절절하게 전달하고 있어 진정한 의미의 그림책(Picture book)으로 봐도 좋겠다.

2011년 3월 11일에 일어난 동일본 가마이시 대지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책이다.
일본은 대지진과 쓰나미에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까지 겹쳐 그야말로 멘붕이었다. 하지만 자연재해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고, 피해를 줄이고 목숨을 지키기 위한 마음가짐과 살아갈 힘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책을 만들었다. 재앙이 겹친 당시 상황으로 책이 무산될 뻔했지만, 중학생이 보낸 편지가 의지가 되었다고 작가후기에 밝혔다.

책의 배경이 되는 가마이시 시는 2004년부터 지진과 쓰나미에 대비해 중학생이 초등학생을 도우며 피난하도록 했고, '목숨을 지키는 세 가지 원칙'을 기억하고 다른 사람을 도우려면 우선 자신이 살아 있어야 한다는 것도 가르쳤다. 목숨을 지키는 세 가지 원칙을 보면 정말 생존을 위한 현실을 직시하고 행동하도록, 도망치는 것이 절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고 가르쳤음을 알 수 있다.
*목숨을 지키는 세 가지 원칙은
1. 상상에 그치지 말 것!
2. 어떤 때에도 온 힘을 다한다!
3. 첫 번째로 대피하는 사람이 될 것! 내가 진심으로 도망쳐야 주위 사람들도 따라서 열심히 도망친다. 도망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나의 행동이 다른 사람의 목숨을 구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책 뒤에는 지진과 쓰나미가 있던 날, 가마이시히가시 중학교와 우노스마이 초등학교 아이들이 피난한 약도가 들어 있다. 중학생과 초등학교 아이들 및 유치원생을 포함한 약 600명의 아이들이 산으로 오르는 언덕길 2킬로미터를 달려서 살아 남았다고. 2킬로미터면 5리길로 내가 초등학교를 통학하던 거리여서 충분히 가늠되는데, 평지가 아닌 언덕길을 서로 손을 맞잡고 격려하고 부추기며 달렸을 그네들 모습이 머릿속에 파노라마처럼 떠올랐다.

2011년 3월 11일, 5교시 수업을 끝날 무렵의 교실이 갑자기 흔들렸다.
칠판지우개가 떨어지고 아이들 몸이 공중으로 붕 떠오르고... 정신없이 책상 밑으로 들어갔던 아이들은 쓰나미가 밀려온다는 고함에 혼비백산 요양원이 있는 산으로 달린다. 촌각을 다투는 위기상황, 중학생들은 초등생의 손을 잡고 달린다. 조금 더 힘을 내자고 힘을 북돋우고 격려하면서...

양로원에 도착해 이제 괜찮다고 생각했을 때, 뒤에서 쿠~웅 소리가 나며 시커먼 물이 솟아 올랐다. 쓰나미다~~~ 건물이 파도에 밀려 무너지고 집들이 비명을 질렀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일촉측발의 위기상황이닷~~

'자기 목숨은 스스로 지켜!'
누군가 등을 떠밀며 소리쳤고, 모두 위로 위로 달려 산꼭대기로 향했다. 유치원 아이들을 업고 달리거나, 사람을 태운 수레를 꼭대기까지 밀고 가는 중학생도 있었다.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그림은 독자를 오싹하고 등골이 서늘하도록 당시의 위기상황에 몰입시킨다.

위기에서 벗어난 아이는 산 위에서 마을을 내려다 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힌다.
살아남았다는 안도감과 더불어 흩어진 가족의 안부가 염려되고 평범한 일상을 되찾기까지 얼마나 견뎌야 할지 모든 것이 암담하다. 그럼에도 입을 다물고 있으면 나쁜 생각만 떠오를 거 같아서 같이 가위바위보를 하거나 작은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슬픔과 기쁨은 재빨리 전염되는 바이러스 같다.
별이 유난히 빛나는 밤길, 진눈깨비가 내리는 길을 지친 몸으로 내려와 모두 학교 체육관에 모였다. 이웃들이 나누어준 과자와 사탕을 먹으며 찾으러 올 가족을 기다린다. 모두에게 위로가 필요한 시간이다~

체육관에서는 몸이 따뜻해지도록 바싹 달라붙어서 추운 밤을 지새웠다. 집을 잃고 가족과 헤어져 배고픔을 참고 추위를 견디며 함께 지낸 그 밤을 잊지 못할 거라는 생각을 하며... 이틀 후에 만난 아빠는 가족의 안부도 알려주고, 집이 쓸려갔다고 풀이 죽어있진 말자고 하면서도 처음으로 우는 모습을 보였다.
'가족들은 모두 피난했습니다'
라는 쪽지를 빈집에 붙여 놓은 이웃 중학생 덕분에 가족을 찾으러 헤매거나 걱정하지 않고 도망친 아저씨, 아이들이 필사적으로 도망치는 걸 보고 따라서 달린 할머니... 참으로 가슴이 뭉클해지는 감동과 배려다. 목숨이 위태로운 위기상황에서도 이웃을 생각하며 '안부쪽지'를 생각하고 나누어 준 중학생 덕분에 많은 사람이 목숨을 구했다는 보충설명은 가슴 뜨거운 감동이었다. 경쟁이 아니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삶은 배려와 작은 나눔으로 가능하다는 걸 보여준 아름다운 사례다.

쓰나미에 휩쓸려간 학교를 다닐 수 없어 시내의 초등학교로 간 아이들~
먼 곳으로 이사한 아이와 가족을 잃은 아이도 있고 모두에게 많은 일들이 있었다.
해마다 칠석날이면 색색의 종이에 소원을 적어 대나무에 거는 풍습에 따라 두 학교의 아이들이 모여 종이에 소원을 적어 학교를 장식했다. 모두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적었을 소박한 소원들이 절절하게 다가왔다. 아름다운 소원, 아름다운 사람, 아름다운 풍경이다.

친구가 엄마를 찾으면 좋겠어요. 엄마가 보고 싶어요. 친구를 만나고 싶어요.
축구 선수가 되고 싶어요. 라면이 먹고 싶어요. 어서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다시 고양이를 키우고 싶어요. 아빠 배를 빨리 고쳤으면 좋겠어요. 강아지가 천국에 갔기를...

여름방학에 할아버지와 바다를 보러 간 손자는 묻는다.
"할아버지는 바다가 무섭지 않아요?"
"아니.... 쓰나미는 무섭지. 하지만 바다가 잘못한 게 아니란다. 자연은 원래 그런 거야. 지금까지 우리가 먹고살게 해 주었으니 고마운 바다기도 해. 너도 성게나 전복은 좋아하지?"
첫장에서 보여준 바다는 속이 보이지 않는 푸른 바다였지만, 뒷면의 바다는 온갖 바다생물이 꿈틀대는 바다다. 살아있는 사람은 바다에서 먹을 걸 잡아먹으며 또 살아간다.

2008년 고베에 갔을 때, 가난한 동네의 집들은 서로서로 등을 맞대고 지어져 고베지진에도 무너지지 않았다는 설명을 들었다. 집들도 등을 맞대고 지으면 서로 의지가 되어 무너지지 않듯이 사람도 손에 손을 맞잡고 살아야 한다. 고통과 어려움도 나누고 기쁨과 즐거움도 나누며 서로에게 힘이 되고 의지가 돼야 한다. 손에 손을 맞잡고 안녕하신지 서로 안부를 물으며 우리들의 삶은 지속된다. 오늘도 내일도...

지난 12월 10일 '4060 인생2막 놀이터' 프로그램에서 이 책을 읽고 감상을 표현한 김** 어머님이 생전 처음으로 했다는 마인드 맵... 맞잡은 손과 실내화, 안부쪽지와 칠석날 소원을 적은 쪽지와 고마운 바다라는 키워드로 이 책의 주제를 충분히 파악하신 듯. 그림책은 어린이들만 보는 책이 아니라 모두가 보는 책이라는 게 다시 확인되는 마인드 맵으로 사진을 클릭하면 조금 더 크게 보인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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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12-22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본은 온통 바다이고 지진이 잦아, 어른도 아이도 제 몸과 집과 마을을 지키려는 움직임과 생각을
어릴 적부터 나누고 키우는데, 어떻게 보면 우리 나라는 큰 물결도 지진도 없다 보니
몸이고 집이고 마을이고 스스로 잘 지키려는 넋이 오히려 사라지기도 했을까 하는...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해요.

참 눈물겨우며 애틋한 그림책입니다.

순오기 2013-12-23 15:36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환경에 적응하여 살려면 그에 맞는 교육과 훈련도 따라야지요.
눈물겨운 생존 이야기~ 아이들도 참 대단했어요!!

꿀꿀페파 2013-12-22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 보고갑니다!!

순오기 2013-12-23 15:36   좋아요 0 | URL
^^
하나는 이제 쓰려고 들어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