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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시인과 함께하는 송알송알 동시 논술 - 생각이 열리는 동시집
윤동주 시, 이상미 엮음, 박지훈 그림 / 초록우체통 / 2011년 7월
평점 :
우리동네 아파트 담벼락에는 좋은 시들이 걸려 있다. 지나는 길에 하나씩 읽어보면 가슴 가득 추억과 기쁨이 차오른다.
학창시절 외우던 시들을 줄줄이 만나는 즐거움은 '우리동네는 정말 괜찮은 동네야!' 뿌듯한 자긍심까지 일렁인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제일 좋아하는 시로 뽑힌 '서시'를 비롯해 '바람이 불어'와 '편지'까지 윤동주 시인의 시는 세 편이나 된다.
우리가 윤동주 시인을 좋아하는 것은 학창시절 교과서에서 만났던 그의 시가 각인되었기 때문이고, 그의 시에 깃든 순수함과 그리움, 애국심에도 감정이입이 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갈망했던 시인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살리라 불끈 다짐도 해본다.
<윤동주 시인과 함께하는 송알송알 동시 논술>을 읽는 어린이들도, 어른들처럼 윤동주 시인을 사랑하게 되리라 짐작해본다. 어렵지 않게 쓴 시를 읽으며 시인의 마음에 공감하고, 시인이 살았던 시대를 이해하고 기억하게 되리라. 시는 어려운 게 아니고 솔직하게 마음을 그려내면 누가 읽어도 마음이 통한다는 것도 알게 된다. 시와 어우러진 삽화는 시의 분위기를 감지하기에도 좋다.
봄.여름.가을.겨울의 자연을 노래한 시, 아이의 비밀을 노래한 시, 가족과 동물 친구들을 노래한 시도 있다. '아하~ 이런 것도 시가 되는구나, 나도 시를 써봐야지' 공책에 끼적이며 시인이 된 듯 우쭐함을 느끼지 않을까~ ^^
나무
나무가 춤을 추면
바람이 불고,
나무가 잠잠하면
바람도 자오. (16쪽)
둘 다
바다도 푸르고
하늘도 푸르고
바다도 끝없고
하늘도 끝없고
바다에 돌 던지고
하늘에 침 뱉고
바다는 벙글
하늘은 잠잠 (22쪽)
귀뚜라미와 나와
귀뚜라미와 나와
잔디밭에서 이야기했다.
귀뚤귀뚤
귀뚤귀뚤
아무체게도 알으켜 주지 말고
우리 둘만 알자고 약속했다.
귀뚤귀뚤
귀뚤귀뚤
귀뚜라미와 나와
달 밝은 밤에 이야기했다. (39쪽)
이 책은 윤동주 시인의 시를 감상하면서 어린이들이 생각하는 힘을 키워주고, 상상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자리도 마련했다. 내 맘대로 동시 페이지를 두어 생각을 쓱쓱 그려보고 펼쳐볼 수 있도록 배려했다. 또래들이 쓴 시와 다른 시인의 시도 들어 있고, 이 책을 엮은 이상미 선생님의 시 <엄마와 우산>도 맛볼 수 있다.
윤동주 시인의 작품을 감상하며 내맘대로 생각을 풀어놓는 논술 공부도 하고, 윤동주 시인이 어떤 분이었는지 궁금증도 해결할 수 있도록 생애와 시 세계를 알려주는 자료 글도 들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마음에 쏙 들었던 건, 내가 좋아하는 <소년>으로 마무리를 했다는 것! 엮은이에게 감사를~ ^^
소년
여기저기서 단풍잎 같은 슬픈 가을이 뚝뚝 떨어진다. 단풍잎 떨어져 나온 자리마다 봄을 마련해 놓고 나뭇가지 위에 하늘이 펼쳐 있다. 가만히 하늘을 들여다보면 눈썹에 파란 물감이 든다. 두 손으로 따뜻한 볼을 쓸어 보면 손바닥에도 파란 물감이 묻어 난다. 다시 손바닥을 들여다본다. 손금에는 맑은 강물이 흐르고, 맑은 강물이 흐르고, 강물 속에는 사랑처럼 슬픈 얼굴 - 아름다운 순이의 얼굴이 어린다. 소년을 황홀히 눈을 감아 본다. 그래서 맑은 강물은 흘러 사랑처럼 슬픈 얼굴 - 아름다운 순이의 얼굴은 어린다. (109쪽)
시를 알고 싶어하는 어린이, 시를 쓰고 싶은 초등생이면 누구에게나 좋을 책이다. 아무래도 이 책은 책을 잘 읽고 시 쓰기를 즐겨하는 알라딘의 어떤 어린이에게 선물해야 될 거 같다. 한여름의 깜짝선물을 받을 어린이는 누구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