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앞의 세상을 연주하라 / 문익점과 정천익>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펀투 임정현 캐논 변주곡
네 앞의 세상을 연주하라 - 유튜브 스타 임정현의 스무 살 변주곡
펀투 지음 / 갈매나무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2005년 10월 23일 일요일, 유튜브에 기타로 연주한 캐논변주곡 동영상을 올려 일약 세계적 스타가 된 펀투 임정현의 에세이다. 유명세를 얻었기에 세계의 언론에서 인터뷰 요청을 받았고 기사화 된 행운과 더불어 책까지 출판하게 되었으니 억세게 운이 좋은 젊은이다. 본인은 철학적 소신이나 뚜렷한 목표를 갖지도 못하고 마음가는 대로 젊음을 누리는 평범한 청년이라고 겸손해 한다. 이 책은 그런 생각과 경험을 풀어 쓴 글이라 부담없이 읽힌다. 이 책을 읽으며 비로소 유튜브의 동영상을 찾아보았고 리뷰에 먼댓글로 연결해 둔다. 

이 책을 읽은 중3 막내는, 정말 악기 하나는 잘 다룰 줄 알아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것도 들고 다닐 수 있는 악기로. 엄마도 이하동문.^^ 소지하기 쉬운 하모니카나 오카리나도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연주하면 되는 것이다. 피아노를 아무리 잘 쳐도 들고 다닐 수는 없으니까, 기타처럼 갖고 다니며 길거리 연주를 하는 것도 젊은이들의 로망 중에 로망이겠다. 

고1때 뉴질랜드 유학을 가서 우리나라와는 다른 교육환경에서 자유로운 생활을 한 것은 부모 잘 만난 복이지만, 캐논변주곡 동영상으로 유명하게 된 것은 준비되었기 때문이다. 이화여대 부속고등학교 예배시간에 복음송가를 연주하고 인도하는 '경배와 찬양' 팀에 들어가기 위해 오디션을 봤다. 두 달간 연습한 기타연주를 제대로 하지 못했는데, 특별연주를 한 선배가 '쟤가 친 거!'라면서 두배 빠른 속도로 깔끔하게 연주하는 걸 보고 패배감과 더불어 '반드시 저 형보다 기타를 잘 치겠어'라는 도전을 받게 되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임정현이 선배보다 잘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연습을 했을지는 그의 연주솜씨가 증명했고, 그 결과 동영상으로 세계적인 스타가 된 것이다.

1984년 7월에 태어난 펀투. 어렸을 때부터 출중한 재능은 없었으나, 초등학교 시절 피아노, 바이올린, 플루트, 하모니카 등 클래식 악기들을 배워 얇게나마 음악적 기반을 쌓았다. 하지만 어린 펀투의 음악적 재능과 열정은 그리 대단하지 않았으니, 6년간 악기들을 수박 겉핥기식으로 배워오다가 결국 포기해버리고 말았다.  

그의 어머니는 그가 다양한 음악적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어린시절 여러가지 악기를 배우게 했다. 이런 바탕에 뉴질랜드에서의 자유로운 음악 수업은, 음악을 즐기는 것이라는 걸 가르쳐 주었다. 그는 싫어하는 것은 완벽하게 외면하고 좋아하는 것만 열심히 했던 학창시절, 하기 싫은 것들로부터 무조건 도망친 자신이 비겁했다는 것을 인정한다. 친구들과 밴드를 결성하여 연습하고 무대에 서는 건 음악에 대한 사랑과 열정일 것이다.  

2007년 1월, 교장선생님인 친구 아버지의 권유로 '세계가 교실, 세상이 교과서'라는 무한상상 대장정의 주제곡을 만들고, 300일 정도 그들과 세계 여행에 동참한다. 자유로운 여행과 모험은 그가 사람들과 좀 더 쉽게 사귀고 소심함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된다. 길거리 연주가 로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소심한 그는 연주할 때마다 즐기지 못하고 매번 긴장한다. 그러나 길거리 공연을 통해 사람들의 반응에 상관없이 마음을 비우고 즐기게 되었다.  

세계여행에서 음악으로 소통하고 사람들과 교감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그의 모습은, 미래를 준비하는 또 다른 모습으로 읽힌다. 무인도에서의 4박 5일, 남미에서의 탱고 레슨, 아프리카에서의 봉사 등 그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 후회도 하지만 많은 것을 깨닫는 평범한 젊은이다.  

가장 중요한 건,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것이 뭔지 생각하고 찾아내는 것이다. 지금 당장은 남에게 인정받지 못하거나 앞으로의 내 인생에 아무 소용이 없어 보여도, 자기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열심히 파고들면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 

우리 삼남매와 남편은 한줄 세우기 교육의 심각성과 사회적인 문제들이 뉴스에 나올 때마다 이민 가자고 말한다. 물론 우스개소리로 잠시 기분을 환기하고자 하는 얘기지만, 나는 정색을 하고 이민도 돈이 있어야 가는데 갈 수 있겠냐? 선씨들끼리 이민가라, 나는 여기서 혼자 남아 잘 살 거라고 말한다. 솔직히 임정현 이 친구가 뉴질랜드로 이민 가서 자유로운 교육환경에서 배우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건 부럽다.    

이 책은 잦은 주어의 남발과 적절하지 않은 부사의 사용이 눈에 거슬렸다. 편집자가 꼼꼼하게 살펴서 좀 더 매끄러운 문장으로 다듬었으면 좋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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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03-08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이민가기 싫어요. 그냥 잘 아는 곳에서 살고 싶어요. 특히 걸리는건,, 저 영어가 서툴러요. 그런데 책을 맘껏 못 읽자나요. 그리고 어려운 용어를 영어로 말하기는 어려우니, 잘난척도 못 하고.. ^^

그런데 악기 잘 다루는 분들 보면 너무 부러워요. 다시 피아노 배우고 싶은데, 마음대로 되질 않네요. 손가락도 너무 굳어서 속상해요~ 좋은 한주되셔여, 순오기 언냐~

순오기 2010-03-08 12:24   좋아요 0 | URL
흐흐~ 이민 갈 돈도 없지만, 사실은 언어의 장벽에 지레 겁 먹은 게 본심일거에요.
악기 하나쯤 잘 다루는 사람들 보면 정말 존경스러워요.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없는 나는 또 어찌 한심스러운지...에고, 악기는 자신 없으니 판소리 한대목이라도 배워두려는데 그도 쉽지 않네요.ㅋㅋ

다크아이즈 2010-03-08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님 딴 얘기지만 저도 막내녀석이 중3이에요. 괜한 동질감.
제목 멋지게 뽑으셨네요. 암요, 행운은 당연히 준비된 자가 누려야지요.

순오기 2010-03-08 12:26   좋아요 0 | URL
아하~ 우린 똑같이 막내가 중3이군요. 당연한 동질감에 므훗!
살다보면 '준비된 자가 누리는 행운'에 질투하면서도, 나는 행운을 누릴 준비가 안됐다는 걸 많이 깨달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