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의 왕따 일기 파랑새 사과문고 30
문선이 지음, 박철민 그림 / 주니어파랑새(파랑새어린이) / 200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초등생들의 왕따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동화다. 2001년 4월 1판 1쇄가 나왔는데 이번에 구입한 책은 1판 48쇄로 독자에게 사랑받고 있음이 증명된다. 고학년과 독서논술 도서로 선택하고 다시 읽었는데 초등생들도 공감하는 잘 쓴 동화로 3학년 이상 읽기에 무리없을 책이다. 책 속 주인공은 4학년으로 왕따, 무엇이 문제인지 충분한 토론거리를 제공한다.

  

이야기를 끌어가는 임정화, 자신을 표현함에도 소극적이고 잘못을 알면서도 용기가 없어 미적거리는 보통의 아이들을 대표한다. 반면 양미희는 무엇이나 잘하는 재주꾼으로 친구들의 부러움과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정화는 그런 미희와 친구가 되고 싶지만, 미희는 정화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한다.

병원에서 이발사로 일하는 아빠를 만나러 갔던 정화는 우연히 미희를 만난다. 미희는 병원에서 만난 정화 아빠가 하얀 가운을 입고 있으니 의사인 줄 안다. 의사냐고 묻는 미희의 말에 정화는 당당히 이발사라고 말하지 못하고 넘어간다. 그 때문인지 미희는 정화를 양파에 끼워준다. '양파'란 양미희를 추종하는 아이들을 일컫는 말이다. 정화는 양파의 일원으로 양파 껍질을 벗기듯 미희의 실체를 하나씩 알아간다.

 

누가 자신보다 잘하거나 인기가 있는 걸 못 견디는 미희는, 남학생들의 인기투표에서 1등 한 정선이를 양파에서 빼고 왕따시킨다. 아무 잘못도 없는 정선이를 편들지 못한 정화는 마음이 괴롭다. 하지만 미희에게 그러면 안된다고 따지지 못하고 소극적으로 왕따에 동참한다.

양파에게 왕따를 당하자 반 아이들도 정선이를 다르게 대접한다. 그래도 정선이는 미희 앞에선 절대 울지 않고 당당하게 지낸다. 미희는 그런 정선이가 못마땅해 더 골려줄 생각을 하고...부모님이 외국에 나가 있어 할머니와 사는 미희는 효도쿠폰을 써먹을 수가 없어 찢어버린다. 부모의 사랑이 그리운 미희가 친구들 위에 군림하고 왕따시키는 등 부정적인 방향으로 표출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 책의 주제라 할 수 있는 장면이다. 별로 드러나지 않던 선생님이 표면으로 떠올라 '풀뿌리 우정'을 말씀하신다. 현장학습 길에 만난 시멘트 틈새에서 자란 풀을 보고, 척박한 곳에서도 뿌리 내리고 자랄 수 있게 된 모래알, 흙 알갱이, 바람, 공기, 비나 해처럼 도움을 주는 친구들이 되라고 말씀하신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풀 스스로가 뿌리 내리고 살려는 몸짓이라며, 아무리 힘든 일도 포기하지 말고 꿋꿋이 이겨내라고 말씀하신다. 왕따당하는 정선이를 염두에 둔 듯, 모처럼 선생님의 긍정적인 역할이어서 마음에 쏙 든 대목이다.^^
 
왕따로 웃음을 잃어버린 정선이는 끝내 전학을 가면서도 정화의 눈길을 외면한다. 정선이한테 미안한 죄책감으로 가슴을 찌르는 통증을 느낀 정화는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할지 깨닫는다. 아빠를 이발사라고 하지 못한 것과 미희가 하라는 대로 따랐던 부끄러움을 떨쳐버리기 위해 용기를 낸다. 정화는 글쓰기 대회에서 '친구'라는 주제로 자신이 경험한 왕따 얘기를 쓴다. 왕따를 시킨 자신이 왕따를 당할수도 있으니 자신감과 용기를 갖고 허수아비나 꼭두각시 행동을 하지 말라고...

초등생 눈높이에서 왕따 문제점을 잘 보여준다. 보통 아이들은 자신도 따돌림 당할까봐 본의 아니게 모른척하거나 소극적인 왕따에 동참하게 된다. 왕따 당하는 아이도 왜 그러냐고 따지지 못하고 당하고 만다. 이때 자신감과 용기를 되찾을 필요가 있다. 허수아비나 꼭두각시가 되어 시키는대로 하면 안된다는 깨달음을 얻은 정화는, 전학 온 친구가 왕따 당하는 일은 절대 없도록 자신이 지키겠다고 다짐한다. 아이들 스스로도 자존감을 갖는게 중요하다. 선생님의 역할이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결정적인 말씀으로 깨닫게 한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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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9-09-10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이지 진지하게 읽고 추천했어요. 이 책을 기억해두어야 겠어요. 왕따는 초등생의 문제만은 아니니까요.

순오기 2009-09-10 10:51   좋아요 0 | URL
왕따는 사회 곳곳에 심지어 가정에서도 행해지는 걸요.ㅜㅜ

마노아 2009-09-10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내용이었군요. 너무 아픈 사회문제예요. 남의 일도 아니구요. 추천추천!!

순오기 2009-09-10 10:52   좋아요 0 | URL
어쩌면 우리 사회는 왕따 천국일지도...ㅜㅜ

같은하늘 2009-09-10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가슴아픈 얘기예요.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니 신경이 쓰여요. ㅜㅜ
일본 얘기이긴 하지만 직장에서도 왕따를 당하고 자살한 경우도 있다하니
무섭다니까요.

순오기 2009-09-11 08:50   좋아요 0 | URL
왕따는 어디서나 행해지는데~ 아마도 정도의 차이로 느끼거나 못느끼거나~

프레이야 2009-09-10 1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작은딸 3,4학년 때 재미나게 읽던 기억나요.
왕따문제, 어디든 있는데 피해자 가해자 방조자 모두 상처입게 되더군요.
그런데 어떻게 지혜롭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잘 넘기기도 하구요.
선생님 역할이 중요하더라구요.

순오기 2009-09-11 08:51   좋아요 0 | URL
피해자, 가해자, 방조자~ 모두가 만들어내는 사회문제!
선생님 역할이 정말 중요한데 잘 하지 않는 거 같아요.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