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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진짜 나일까 - 제6회 푸른문학상 수상작 ㅣ 미래의 고전 5
최유정 지음 / 푸른책들 / 2009년 3월
평점 :
최유정 작가와는 2007년 11월, 이금이 작가의 광주대 강연에서 만난 인연이라 반가운 이름이다. 제5회 푸른문학상 신인작가상 수상한 중편동화 '친구'로 안면을 텄는데, <나는 진짜 나일까>로 제6회 ‘푸른문학상’을 연거푸 수상하는 걸 보니 대단한 작가다 싶다.
폭력 아빠에게 시달리면서 학교에선 폭력을 휘두르는 6학년 건주와, 전학와서 친구들과 어울리는데 어려움을 겪는 시우 이야기를 교차진술하는 방식이라 이금이 작가의 '유진과 유진'이 생각나게 했다. 나는 이런 교차진술에 매력을 느낀다. 주인공 한 사람에 너무 빠져들지 않도록 적당한 거리두기와, 같은 사건을 다른 입장에서 조명하므로 독자에게 객관적 시각을 갖게 한다. 더구나 관찰자 입장이 아니라 화자 스스로 자신의 내면을 풀어가는 형식이라 감정이입이 잘된다.
신인작가의 이런 글쓰기는 웬만한 내공이 아니면 엄두를 내기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최유정 작가는 잘 풀어내 '속도감 있게 읽히면서도 힘이 있어 묵직한 감동을 느끼게 한다'는 심사위원의 호평을 받았다. 소재는 동화에서 자주 접하는 왕따와 가정폭력를 그렸지만, 해결책은 바람직한 상담교사의 등장으로 자연스럽게 풀어 나갔다. 문제아로 찍힌 아이가 겪을 수밖에 없는 교사들의 편견과 개념없는 학부모(은찬이 엄마)의 오만과 무례는 우리 아이들 학교에서 있을 법한 일이라 공감이 됐다.
우리가 흔히 하는 얘기로 '바람피운 아버지 밑에서 자란 아들이 바람피우고, 매맞고 자란 아들이 폭력을 휘두른다'는 말이 있다. 가정교육은 본대로 배운대로 한다는 실례이다. 작가도 이런 말에 동감하는지 폭력을 받고 자란 건주 아버지를, 부인과 아들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아빠로 그렸다. 또한 아버지한테 폭력을 당하는 건주가 학교에선 아이들을 폭행하는 문제아로 만들었으니 악순환의 고리는 끊기 어려운 것일까? 내 주변에서도 이런 사례를 종종 봐 왔는데 일종의 트라우마로 자기도 모르게 답습하는 것 같다.
담임선생님의 편견에 자신을 변호할 기회도 없이 늘 불리한 입장이었던 건주가, 상담선생님의 관심으로 이해받고 자존감을 회복하며 마음을 열게 돼 다행이다. 시우는 은찬이와 어울리며 잘못인 줄 알면서도 용기 있게 말하지 못하는 자신이 부끄러웠다. 그래도 은찬이의 거짓과 그동안 건주를 괴롭힌 만행을 고백하며 시우는 용기를 되찾았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왕따와 학생회장 선거 때 부패한 어른을 모방하는 행위, 교사의 편견과 내 자식만 감싸는 학부모의 부당한 처사는 부끄러운 우리의 자화상이다.
학교에서 범생이로 인정받는 은찬이의 잘못된 행동은 부모의 왜곡된 사랑이 가져 온 결과다. 지나친 간섭으로 아이 스스로 판단할 기회를 빼앗는 어른들의 행동도 바람직한 건 아니다. 아이들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며 진정한 자기를 발견하도록 이끌어 주며, 거짓이 만연한 세상에서 진정한 자기를 찾아내도록 지켜봐 주자.
2007년 매주 월요일마다 인근 초등학교에 상담봉사를 다닌 적이 있다. 그 학교는 영세민 아파트가 밀집된 지역인데, 우리 구에서 발생하는 도난이나 폭력 사건의 80%를 차지하는 열악한 환경이다. 내가 상담했던 아이 중에도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리는 아이가 있었다. 보통 때는 잘하는데 술을 마시면 무조건 폭력을 휘두르는 경우였다. 이 책에서 나오는 것처럼 이웃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지만 습관성이라 해결되지 않는다고 했다. 학교나 지역복지관에서도 손 써보려고 해도 뾰족한 대안이 없어 고민만 하고 있었다. 아이는 약간의 장애가 있었고, 이런 환경에 위축되어 자신감이 결여된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전문상담가와 연결해주는 역할밖에 없었다. 그 후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습관적인 폭력은 개과천선 하지 않는 한 어려운 것 같다.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