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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강의
랜디 포시.제프리 재슬로 지음, 심은우 옮김 / 살림 / 2008년 6월
평점 :
1960년생으로 나와 동갑내기인 이 남자, 랜디 포시(Randy Pausch). 그는 카네기멜론대학에서 ‘인간과 컴퓨터의 상호관계’와 ‘디자인’을 강의하는 컴퓨터공학 교수였다. 예쁘고 지혜로운 아내 재이와 아들 둘과 딸 하나를 둔 가장이었다. 그는 마흔 여섯인 2006년 9월에 췌장암 판정을 받았고, 자기의 죽음을 앞둔 마흔 일곱 2007년 9월 18일 마지막 강의를 했다. 그리고 2008년 7월 25일 세상을 떠났다.
그는 가고 없지만 올해가 가기 전, 나는 이 책을 꼭 읽어야겠다고 맘 먹었다. 한해를 마무리하고 새해 다짐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죽음을 앞두고 그의 열정을 다 쏟아부은 마지막 강의를 기록한 이 책은 즐겁고 유쾌하다. 많은 이들에게 잘난척 한다고 지적받은 그였으나 정말 잘난 사람임에 틀림없다. 시한부 인생을 살면서도 오늘 행복하기를 선택하고 실천한 사람이 그리 흔치는 않을 테니까. 부모의 좋은 교육으로 낙천적이고 긍정적이었던 그는 죽을때까지 열정적으로 살았다. 자신이 교통사고나 심장마비로 죽었다면 남은 가족을 위한 삶을 준비할 수도 없었기에, 암을 행운이라고 받아들인 이 남자의 가족 사랑에 끝내 울고 말았다.
세상에 올때는 순서대로 왔지만, 떠남에는 순서가 없다. 어느날, 내게 닥치면 거부하지 못하고 가야 하는게 우리네 인생이다. 엄마보다 하루 먼저 이 책을 읽은 큰딸이, 건강검진 결과를 기다리는 내게 조심스러워하면서 물었다.
"엄마가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으면 어떻게 할 것 같아?"
"음, 우선은 한동안 공황상태에 빠질테고, 다음엔 밀려 있는 일들을 정리하겠지. 그 다음엔 여행을 할 것 같다. 원주 토지문학관과 중학교 국어책에 나왔던 홍도가 제일 가고 싶은 곳이야. 너랑 제주올레도 가면 좋겠고... "
사실 누구에게나 닥치는 죽음인데 우리는 별로 준비하지 않는다. 마치 나와는 상관없는 일처럼. 하지만 이 책을 읽고는 죽음 자체보다 죽음이 닥치기 전 내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지, 내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어린시절 가졌던 꿈을 포기하지 않고 지금 이 나이에도 이룰 수 있을거란 희망을 갖게 된 것도 랜디 포시의 영향이다.
랜디 포시는 자기 삶에 최선을 다했고 행복한 인생을 살았다. '마지막 강의'에 올인하기 보다 남은 시간은 가족과 함께 해야 한다는 아내에게, 마지막 강의가 자신의 현재를 보여줄 뿐 아니라 아이들을 위한 것이라고 설득했다. 어린 아이들이 아버지를 기억할 수 있도록 자기 삶을 통틀어 무엇을 전할 것인지에 몰입했다. 그는 어린시절 큰꿈을 가졌고 장벽을 만나면 넘어서려 노력했다. 물론 부모님과 스승들에게 조언을 구했고, 사람들과의 좋은 관계를 위해서도 때론 협상하거나 불평하지 않고 노력했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 주었고 모두에게 장점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스스로를 판단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고, 가장 좋은 교육은 자기 성찰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그는 학생들에게 그런 도움을 주는 교수였다.
그는 마지막 강의 끝자락에 말한다. "이 강의는 어떻게 당신의 꿈을 달성하느냐에 관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당신의 인생을 이끌어 갈 것이냐에 관한 것이다."라고. 그리고 두번째 헤드 페이크(숨겨진 목표)를 찾았느냐고 묻는다. "오늘 강의는 여기 모인 사람들을 위한 것만이 아니고, 내 아이들에게 남기는 것" 이라고 말한다. 강의 마지막 슬라이드는 여섯 살, 네 살인 두 아들과 18개월의 딸을 안고 있는 사진이다. 바로 이 사진과 마지막 강의 동영상을 올린다.
나는 지금 세 아이의 엄마지만, 어린시절엔 부모의 경제적 빈곤이 원망스러웠고 바꿀수만 있다면 부모를 바꾸고 싶다는 철없는 생각도 했었다. 지금 우리 아이들이 나같은 생각을 한대도 어쩔 수없는 일이다. 그래도 내가 성장해서 가정을 이루는 걸 보고 가신 아버지와 살아계신 엄마가 고맙다. 그리고 나도 우리 아이들의 성장기를 지켜보며 살 수 있는 지금, 최고의 행복을 누리고 있음에 감사한다.
랜디 포시는 "내 아이들은 이제 아버지가 없으므로 이것도, 저것도, 그것도 못 해보겠구나......" 라는 생각이 마음을 흔들었다고 고백한다. 그래서 그는 살아있는 동안 아이들이 기억할 추억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또한 부모의 임무란, "아이들이 일생 동안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그 꿈을 열정적으로 좇을 수 있도록 격려해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자기 아이들에겐 "너희들이 되고 싶은 것이면 그게 무엇이든, 바로 그것을 이루기 바란다"고 말한다. 그는 자녀들의 삶을 지켜보지 못하기에 마지막 강의를 통해, 아버지가 어떤 사람이었고 무슨 일을 했으며, 어떻게 살았는지를 보여주고 싶어했다. 그는 자신이 아이들을 얼마나 사랑했고, 함께 살기 위해 병과 싸웠음을 기억해주기 원했다. 두 아들 딜런과 로건의 성격에 맞게 놀아주고 그들의 특성을 존중했으며, 클로이에게는 처음으로 사랑에 빠진 남자가 아빠였다는 고백으로 내 눈물샘을 자극했다. 그는 아이들이 어떤 길을 선택하든 아빠가 그들과 같이 있는 것처럼 느끼기를 소망했다.
이 책이 혹자에겐 올해 최고의 책이거나, 내 인생의 책이 될 수도 있겠다. 랜디 포시가 들려주는 인생철학을 자기 삶에 적용하여 멋진 인생을 펼치고, 자기 인생을 진지하게 돌아볼 독자도 있을 것이다. 나는, 자기 인생을 성공적으로 산 사람이라도 자녀들이 잘못 된다면, 결코 그의 인생이 100% 성공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맥락에서 랜디 포시의 마지막 강의도, 자신은 성공적인 인생을 행복하게 살고 가지만, 그의 아내와 세 아이들의 미래도 멋지게 펼쳐 행복하기 바라는 절절한 마음을 공감할 수 있었다.
자~ 인생은 길지 않다. 시간을 낭비하고 아웅다웅 싸우기엔 너무 아깝다는 사실을, 우리는 어리석어서 기어이 그 과정을 겪어봐야 안다는 것이 문제다. 동갑내기 이 남자가 죽음을 받아들이기까지 힘든 시간을 겪어냈음을 안다. 자다가도 깨어나 아내와 같이 울었고, 마지막 강의에서 아내의 생일을 축하하면서 격정적인 입맞춤에 그의 아내가 "제발 죽지 말아요." 속삭일 때 나는 울었다. 이제 남겨진 그의 부인과 아이들은 그와 함께 했던 모든 것들을 추억하면서 씩씩하게 살아갈 거라 믿는다. 랜디 포시가 죽음앞에서 긍정적으로 살아간 것처럼 우리는 흉내라도 내봐야 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