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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금융의 탄생 - 알렉산더 해밀턴과 앨버트 갤러틴의 경제 리더십
토머스 K. 맥크로 지음, 이경식 옮김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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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작으로 "The Founders and Finance"가 원제목인 이 책은 미국의 대표적인 경영사가의 마지막 역작이라 하는데, 500여페이지가 넘는 책 속에 미국 건국 초기의 역사와 인물들의 이야기가 빼곡히 들어차 있다. 개인적으로 경제사가 담긴 책을 읽는 것을 선호하는 편인데, 이 책은 그런 내 선호를 잘 반영하고 있다. 특히 이 책은 미국의 10달러 지폐에 등장하는 인물로 미국의 초대 재무장관이었던 알렉산더 해밀턴과 그 뒤를 이어 토마스 제퍼슨 대통령 시대에 재무장관을 역임했던 앨버트 갤러틴의 경제 리더십을 조명하고 있다. 솔직히 이 책을 읽기 전까지 그 두 사람의 위상이 미국 내에서 어떤지는 잘 몰랐지만, 현재 워싱턴 DC에 있는 재무부 건물 남쪽 광장에는 해밀턴의 동상이, 북쪽 광장에는 갤러틴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짐작이 갔다. 이 책은 이 두 사람을 집중 조명하면서 특히 이민자 혹은 국외자라는 배경이 어떻게 미국 건국 초기의 어려운 재정 문제들을 해결하는 바탕이 되었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국 최초 6명의 재무장관 가운데 4명이 해외 출신이란 걸 강조하면서 말이다.

 

사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민자 출신의 재정, 금융 개혁가들이 버지니아 및 특히 남부의 대다수 주들에 자리잡고 있던 대 농장주들에 비해 보다 상업적이고 세계주의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보다 넓은 통찰력을 가지고 은행, 상업과 제조업을 촉진하며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해밀턴은 경제 성장을 위한 연방정부 차원의 강력한 사업들과 열정적인 정부의 전범을 보여주었고, 갤러틴은 낮은 세금과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는 정부 정책의 상징이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은 앞쪽 절반은 덴마크령 서인도제도의 세인트크로이섬 출신인 해밀턴의 이야기가, 그리고 뒤쪽 절반은 제네바 출신 이민자인 앨버트 갤러틴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해밀턴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읽어보면 말도 안 되는 불운이 연속되고 있다. 아버지가 누구인지도 잘 모르고, 공식적인 출생 년도도 잘 모르며, 해밀턴의 어린 시절 양아버지, 어머니, 이모, 외삼촌, 외할머니, 사촌 등이 모두 자살 등으로 사망하고 다른 이가 유산상속권을 주장해 한 순간에 거지 신세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가혹한 상황을 불과 9살 때 맞이했지만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거기에 대담하게 맞서는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한다. 16살이 채 안되었을 때 소개장 몇 장을 가슴에 품고 미국으로 떠나 학교에서 공부하며 군대에 몸담게 되고, 불과 19살 때 조지 워싱턴의 부관으로 뽑혀 4년 넘게 워싱턴과 한 가족처럼 살았다고 한다. 이 때 평생 느껴보지 못했던 아버지의 정을 워싱턴에게 느꼈으며, 역시 자식이 없었던 워싱턴도 해밀턴에게 아들을 대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았을 것이라 한다. 이후 5년 간의 군복무 기간과 그 후 그에게 주어진 모든 권리를 포기하는 충동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는데, 군대와 결별하고 자기 길을 가겠다는 상징적 표현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이어서 이 책은 해밀턴이 명문가의 딸을 아내로 맞이하고, 정계에 진출하고, 미국 초대 재무장관이 되어 많은 정책들을 펼치는 과정을 서술하고 있다. 해밀턴이 재무장관으로 활약하기 직전인 1780년대는 1930년대를 제외하고 미국 역사상 최악의 10년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서술하고 있다.

 

독립전쟁으로 인한 경제위기가 주요 원인인데, 금이나 은과 같은 경화가 부족한 상태에서 주정부 권한으로 지폐를 마구 찍어내 인플레이션이 유발되었고, 여기에 수입관세에 지나치게 의존해 남부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수입관세의 부담을 더 많이 져야 했기에 남북간 분파주의적 불화가 한층 더 강화되었다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1780년대와 1790년대의 상황이 얼마나 아슬아슬하고 위험하였는지 강조하면서, 그 때 현명한 정책입안자와 함께 많은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면 미합중국은 2개 혹은 그 이상의 나라로 쪼개졌을 것이라 서술하고 있다. 해밀턴이 재무장관 업무를 시작했던 1789년에는 미국 내에서 최소한 50개가 넘는 온갖 종류의 통화가 유통되고 있었다니 상당히 심각한 지경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해밀턴은 미국이 공공부문에서나 민간부문에서 국가의 신용을 높이려면 은행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확신하고 이를 정책적으로 추진했다고 한다. 그게 바로 미합중국은행 설립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이를 두고 의회와의 대립이 심각했다고 한다. 특히 이 책에서는 제퍼슨과 해밀턴 사이가 안 좋게 묘사되고 있는데, 제퍼슨은 해밀턴을 벼락출세한 건방진 인물로 여겼다고 한다. 또한 공적 신용은 금융가들만 배를 불리며 의회는 의회대로 그것이 부패를 조장한다고 여겼다고 한다. 해밀턴은 액면가 기준으로 부채를 상환하자는 것과 연방정부가 주정부의 부채를 떠안는 것에 대한 정책을 전면에 내세웠는데, 미국의 수도를 뉴욕에서 워싱턴 DC가 되는 포토맥 강변으로 옮기는 것에 찬성표를 던진다는 협상카드를 내세워 공채 발행 및 연방정부의 주정부 부채 떠안기에 대한 안건을 가까스로 통과 시킬 수 있었다고 한다. 이어서 해밀턴이 작성한 제조업에 관한 보고서는 산업 촉진을 위한 보조금 지급 제도 등을 주장하고 있는데, 의회는 해밀턴의 거의 모든 제안을 무시했다고 한다. 또한 모든 집단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정당 설립에 반대한 연방주의자 논고도 소개되고 있다. 이어 신문매체를 통한 서로간의 당파적 저널리즘 싸움을 통해 미국 정치 저널리즘의 진화과정도 서술되고 있다.

 

그 밖에도 이 책은 해밀턴의 어두운 면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해밀턴이 마리아 레이놀즈라는 미녀 꽃뱀에게 걸려든 사건인 이른바 레이놀즈 스캔들은 미국 정치계 최악의 스캔들 중 하나라고 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이보다 더 큰 스캔들로 1990년대 클린턴-르윈스키 스캔들과 1998년부터 2000년 사이에 DNA증거로 밝혀진 토머스 제퍼슨의 스캔들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제퍼슨이 자기가 소유하던 여자 노예가 낳은 여러 명의 아이들의 아버지였다는 것이 200여년이 지난 시점에서 밝혀진 것이라 한다. 해밀턴의 말년은 참 불운했다. 1801년 19살의 장남 필립 해밀턴이 자기 아버지를 모욕한 인물에게 결투 신청해 죽었는데, 해밀턴은 이 사건에 대한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한다. 자신도 3년뒤인 1804년, 47세의 나이로 부통령 애런 버와 결투에서 죽었다. 얼마든지 피할 수 있었으나 아들이 아버지의 명예를 지켜주기 위해 기꺼이 목숨을 내려놓았는데, 아버지 본인이 자기 명예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내놓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결투를 앞두고 쓴 비망록과 아내에게 남긴 글이 찡하다.

 

이어 제퍼슨이 재무장관으로 임명한 갤러틴에 대해 서술하고 있는데, 9살에 부모가 없는 고아가 되었고, 10대에 미국으로 이주했으며, 명문가 딸과 결혼한 이력이 해밀턴을 쏙 빼 닮았다. 게으름을 피우는 것을 수치스러운 일로 여기며 엄격한 종교적 규율로 유명한 제네바 출신이라 그런지 평생 동안 철저한 금욕과 절약을 행한 갤러틴의 어린 시절과 청년 시절이 재미있게 전개된다. 양어머니에게도 말하지 않고 친구와 함께 제네바를 떠나 미국에 들어와서 몇 해 동안 떠돌아다녔는데, 글자 그대로 세상 물정 모르는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모습이었다. 20대 후반까지 그렇게 생활했으나 결혼 5개월만에 사랑하는 아내가 어이없이 죽게 되자 그 이후 40년 동안 자기에게 주어진 모든 시간과 열정을 공직에 쏟아 붓게 되었다고 한다. 하원의원으로 의회에 진출해 공화당의 최고 재정 전문가로서 입지를 굳히고, 토마스 제퍼슨 행정부와 그 다음 제임스 매디슨 행정부에서 재정장관으로 활동한 내용들이 이 책에 서술되어 있다. 특히 미합중국 재정에 관한 스케치라는 보고서를 통해 해밀턴과 워싱턴 대통령까지 가차없이 공격했다고 한다.

 

갤러틴은 연방정부가 예산 수입의 대부분을 관세에서 충당해야 하지만 서부의 놀고 있는 공유지를 팔아서 정부 수입을 증대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사실 갤러틴의 가장 큰 업적은 서부의 이주민 정착 및 서부의 경제발전을 위해, 그리고 미국의 공공용지를 사회적 공익을 위한 자산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한 것이라 한다. 그러면서 토지를 중시 여기던 그 당시 사회 분위기를 설명하고 있다. 최초의 식민지 사람들이나 변방에 정착하는 개척민들 모두 토착 인디언이나 다른 사람의 땅을 빼앗는 행위에 양심의 가책을 거의 느끼지 않았다고 한다. 서쪽으로 향하던 개척의 열풍은 보통 역사에서 위대한 서사시로 묘사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독하게 야만적인 이야기라고 저자는 평하고 있다. 어쨌든 연방정부의 소유지를 팔거나 증여함으로써 정부나 땅 수령자 모두 이 땅을 현금이나 신용으로 대체하는 것으로 편리하게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오늘날까지고 미국인은 다른 어떤 자원을 이용하는 것보다 땅값이 상승하는 것에서 보다 많이 부를 늘려왔다고 이 책의 저자는 설명하고 있다.

 

이 책에서 갤러틴 역시 찬성했던 미합중국은행은 단 한번도 격렬한 반대의 대상에서 빠진 적이 없었다고 서술하고 있다. 보통 이러한 미합중국은행을 반대했던 사람들은 주정부의 허가를 받아 연방정부의 관리나 감독은 전혀 받지 않고 운영할 수 있는 자기만의 은행을 개설하는 것이 목표였다고 한다. 많은 반대 때문에 해밀턴이 재무장관 시절인 1791년에 설립된 미합중국은행은 20년만에 생을 마감했는데, 이 은행의 청산 과정에서 외국인 주주들에게 돌아가야 할 돈이 많이 빠져나가 미국 경제가 휘청거렸다고 한다. 게다가 1812년 전쟁을 앞두고 전시에 정부에 막대한 규모의 돈을 빌려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기관인 미합중국은행이 없어져서 정부의 전쟁비용 조성이 막막했다고 한다. 제2 미합중국은행도 1836년에 닫게 되어 1914년까지 미국에는 중앙은행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한다. 갤러틴은 말년이 불운하지 않았다. 특히 말년에 아메리칸 인디언의 민속에 대한 일련의 저작물로 이 분야를 개척 했다는 게 눈길을 끌었다.

 

이 책은 미국 초기 역사에 대한 저자의 평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이를테면 미국의 제2대 대통령인 존 애덤스를 두고 행정가나 정당 지도자로서의 재능이 아니라 변호사나 헌법 이론가로서의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며, 정치적인 재능은 거의 없었다고 폄하한다. 미국 제3대 대통령인 제퍼슨의 경우 개인적으로는 많은 빚을 지고 살았으면서도 국가부채에 대해서는 늘 비판적이었다고 비꼰다. 그는 대중연설에는 서툴렀지만 글로 써 언제나 시급하고 절실한 과제로 보이게 만들 수 있는 문장가였다면서 그가 초안을 쓴 독립선언문도 과도하게 선동적이라 수정되었다고 한다. 또한 제퍼슨과 매디슨, 둘 다 관념적으로는 노예제도에 반대했지만 실제 행동에서는 그렇지 않았다면서 두 사람 모두 개인적인 경제적 이해관계와 버지니아의 보수적인 정치 분위기 때문에 노예제도를 계속 유지했다고 서술하고 있다. 특히 제퍼슨 대통령은 임기 말에 은퇴하고 싶은 갈망이 너무 강렬해 일상적인 의무들이 지겹다고 술회했을 정도로 정국 운영이 엉망이었다고 한다.

 

그 밖에도 1812년 전쟁에 대해 주정부 소속의 병력이든 연방정부 소속이든 훌륭한 지휘관은 없었고 오합지졸이었다면서 영국과 미국 사이에 평화조약이 체결되었지만 일선 부대로 전달이 안되어 미군이 거둔 가장 큰 승리로 칭송되는 뉴올리언스 전투가 벌어졌고, 이 전투를 승리로 이끈 앤드류 잭슨 사령관은 조지 워싱턴 이후 가장 위대한 국민적 영웅이 되었다는 웃지 못할 사건이 있었다고 서술하고 있다. 이 와중에 일부 과격주의자들은 전쟁을 틈타서 연방헌법 철폐와 연방 탈퇴를 주장했을 정도로 그 당시 상황이 완전 개판이었고 미국역사에서 가장 이상한 상황이었다고 서술한다. 또한 워싱턴 DC가 새로운 수도로 정해졌을 무렵 그 지역이 아직 개발되지 않아 국회의사당 앞은 하숙집 7~8개와 몇몇 가게가 전부였다는 서술과 함께 어떤 날은 국회에서 회의가 20시간 동안 이어져 많은 의원들이 국회의사당 바닥에 누워 잠을 잤었다고 하는 서술도 인상적이었다. 이 책은 마지막 부분에 종합적으로 해밀턴과 갤러틴의 경제 전략들을 요약해주고 있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그들이 외국에서 건너온 이민자임을 강조한다. 17세기부터 현재까지의 역사를 보면 외국인에게 재무 분야의 헝클어진 문제를 맡겨서 해결한 국가의 사례는 적지 않다고 하면서 말이다. 외국인은 기존 이익집단들과 얽매여 있지 않기 때문에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슨 일부터 해야 하는지 한결 더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미국 건국 초기에 만들어진 해밀턴과 갤러틴의 전략들은 장기적인 차원에서 하나로 융합해 오늘날까지도 이어지는 미국 정치경제의 자본주의적 기본 틀을 구성했다고 결론짓고 있다. 그러면서 신용을 바탕으로 할 때 미국의 번영은 앞으로 계속해서 무한히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물론 각주에 이러한 미국식 자본주의가 전체적으로 볼 때 유감스러운 발전이라는 주장도 담아내고 있다. 이 책의 번역자는 책의 끝 부분에서 경제 수장을 필두로 한 애국심을 강조한다. 나도 이 책을 읽으며 건국 역사 200여년이 넘는 미국과 이제 70년이 안 되는 우리나라가 대비되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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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머핀 2014-02-18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꼼꼼한 서평 잘 읽었습니다. 그동안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