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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토리얼리스트 사토리얼리스트
스콧 슈만 지음, 박상미 옮김 / 윌북 / 2015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사람들이 소라게 같다고 생각한다.

일정한 사회적인 역할로 가장하기 위해 겉껍질을 갈아입는 것 말이다.

우리는 ‘역할’을 입는다.

이렇게 생각하면 사람들의 패션을 볼 때 좋다, 나쁘다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눈의 탐욕’을 챙기게 된다.

그 사람이 무엇을 입었느냐보다는 어떤 요소가 내 스타일에 맞는가를 찾는 것이다.

내가 사람들의 이름이나 입은 옷의 브랜드를 잘 밝히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내게 그런 사실들은 별로 의미가 없다.“ (p27)

 

“멋진 스타일을 결정하는 건 과연 무엇일까?

내가 가장 자주 받는 질문이다.

우리는 멋진 스타일이란 자신이 누구인지, 자신이 추구하는 게 무엇인지

완벽하게 아는 데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에 대해 나는 조심스레 의견을 달리한다.

내 생각에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갈등이야말로 종종 더 흥미로운 자기표현을 하도록 만든다.

그래서 젊은 사람들이나 더러는 마음이 젊은 사람들의 패션이 흥미진진한 것이며,

바로 이런 사람들이 패션을 발전시킨다.

이들은 끊임없이 자신을 발견하려고 애쓴다.

‘나는 록 뮤지션인가?

아니면 축구선수? 혹은 둘 다?‘

이런 갈등이야말로 가장 흥미로운 모습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p7)

 

 

저자인 스콧 슈만은 패션계에서 15년간 종사하면서, 패션쇼나 잡지에 나오는 옷과

실제 사람들이 입는 옷 사이의 차이가 점점 커지고 있음을 느꼈다.

그의 블로그는 그 사이의 균형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의 산물이라고 한다.

 

독학으로 사진을 공부한 슈만은 <보그>, <GQ>, <판타스틱 맨>, <엘르> 등

세계적인 잡지에 사진을 싣고 있다.

 

 

패션계에서도 철학과 관념을 씨줄과 날줄로 직조한 패션의 미학을 탐구

하기 시작하고 있는 듯 하다.

 

무슨 말인고 하니 패션쇼에서 모델들에게 걸쳐진 옷들이 일반인들에게

입혀져서 곧바로 거리로 쏟아져 나오던 시대는 지나간 것 같다는 말이다.

 

모델들의 워킹을 보며 ‘나도 저 옷을 입고 싶다’라는 생각보다는

‘저건 무슨 의도로 디자인하거지?’라는 궁금증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물론 패션이라고 해서 철학과 무관하게 무조건 실용적일 필요는 없겠지만

무엇이든지 적당한 균형이 좋은 것이 아니겠는가?

 

저자인 슈만도 같은 생각을 해서인지 전문 디자이너나 모델들이 아닌

일반인들의 패션을 찾아 거리로 나가게 되었고 그 결과물이 이 책과 그의 블로그에

담겨져 있다.

 

멋진 스타일이란 무엇일까?

저자는 자기의 정체성을 파악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건 아마도 자기와 가장 잘 어울리는 패션 혹은 차림새가

가장 스타일리쉬하다는 말일 것이다.

 

브랜드가 스타일을 결정짓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개성과 특성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멋진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는 확률이 높은 것이다.

 

그런데 나와 잘 어울리는 스타일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가장 좋아하는 옷은 어제 입은 옷이라고 생각하는 나 같은 사람들에게 패셔니스타의 길은 정말

멀기만 하다.

 

언젠가부터 한국남자들은 패션 감각이 엉망이라는 말들을 듣고 있다.

옷을 입는것에도 특별한 방법이 있는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옷 입는법에 대해 한수 가르치시겠다는 지침서들과 방송들이 꽤 많이 생겨나고 있다.

 

그러한 매체들을 통해 훈계하는 전문가들의 조언들을 보게되면

 

“아무리 더워도 수트 밑에 긴 소매 드레스 셔츠를 입으라”,

“가슴에 주머니가 있는 드레스 셔츠는 드레스 셔츠가 아니다.”,

“넥타이 끝이 허리띠보다 길게 내려오면 안 된다.” 등등.

 

또한 패션전문가들은 수트에 운동화는 절대 안된다고 훈계한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오히려 정장에 운동화는 개성있고 스타일리쉬해 보이며

비관습적이고 도전적인 느낌을 받게 한다.(물론 누가 어떻게 입었느냐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무수한 패션잡지와 케이블 방송에서 패션과 유행이라는 이름으로 개성을 말살하는

역설적인 행태들을 경계하고 싶다.

 

 

* 저자에 의하면 sartorialist(사토리얼리스트)는 재단사의 뜻을 지닌 라틴어 sartor에서 유래했으며

‘자기만의 개성을, 자기만의 스타일로 표현하는 신사’를 의미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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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힘이다 - 맛스타드림 포스 근육 만들기 강좌 남자는 힘이다 1
맛스타드림 지음 / 씨네21북스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운동과 관련된 캠페인 중 ‘7330’ 이라는 게 있다.

일주일에 세 번 삼십분 씩 운동을 하면 건강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이다.

처음 들었을 때는 겨우 그 정도 운동을 해가지고 과연 건강을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일주일에 1시간 30분씩 시간을 내서 운동을 한다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는 걸 느끼게 된다.

아니 정말 어렵다.

정말 큰마음을 먹지 않고는 한없이 불가능에 가까워지고 만다.

 

그렇다면 과연 일주에 세 번 삼분씩 운동을 해서 건강을 유지할 수 있을까?

 

있다!

 

이 책에서 그렇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책의 핵심중 하나가 바로 그것이다.

운동이라는 것은 시간을 많이 투자할 필요가 없다.

짧은 시간을 투자해도 건강해 질 수 있다.

 

하지만 짧은 시간을 하는 대신에 그만큼 빡세게 집중해서 해야 한다.

집중하지 않고 힘들게 하지 않으면 시간을 얼마나 들였는가와 상관없이

그 효과는 반감이 된다.

 

하여 일주일에 단 세 시간만 정말 빡시게 운동하면 우리도 몸짱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몸짱 되는 거 정말 어렵지 않네요.....

 

 

이렇게 복된 소식을 듣고 있는 와중에도 그리 기뻐하지 않는 회의적인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삼일의 벽이 얼마나 높은지를 아는 사람들이다.

물론 나도 그렇다.

과연 내가 삼일을 넘길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

 

그동안 새해를 맞이할 때마다 해왔던 수많은 결심들....

그 결심들은 다 어디로 가버렸을까?

 

그렇다고 언제까지 절망만 하고 있을것인가

작심삼일이 되면 다시 결심하고 다시 시작해 보자

   

글은 이렇게 힘차게 선동적으로 쓰고 있지만

나의 어깨는 왜 이렇게 축 쳐져 있는 것일까?

 

 

 

* 책의 제목은  출판사측의 설득으로

다소 자극적이며 도발적인 <남자는 힘이다>로 바뀌었다고 한다.

이 제목이 판매부수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을지 문득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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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2-08-19 0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진심의 탐닉 - 김혜리가 만난 크리에이티브 리더 22인 김혜리가 만난 사람 2
김혜리 지음 / 씨네21북스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나는 내가 만난 사람들에 관한 기억의 총합이다.”

 

 

인터뷰는 기본적으로 질문과 대답으로 이루어진다.

인터뷰에서 좋은 대답을 이끌어내고 싶으면 필연적으로 좋은 질문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어쩌면 인터뷰의 성패는 질문자의 역할을 하게 된 인터뷰어의 자질과

능력에 좌우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저자 스스로 좋은 인터뷰어의 자질을 갖지 못했다고 인정하면서도 인터뷰

연재를 계속한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사람들은 저마다 발각되기를 기다리는 가벼운 비밀을 품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인터뷰는 깊숙한 심리상담도 엄정한 취조도 아니다. 결코 스스로 나서서

헤쳐 열어 보이지는 않지만, 적당한 때와 장소에 적당한 손길이 매듭에

닿으면 스르륵 열리는 보따리를 상상하면 비슷할 것 같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상대를 ‘침범’하지 않은 채, 그를 이해하는 데에 요긴한 구역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길이라는 것이다.

 

 

이 책에는 2008년 4월부터 2010년 3월까지 <씨네21>에 연재된 ‘김혜리가 만난 사람

시즌2‘ 가운데 출판에 동의해 준 22인과의 대화가 담겨져 있다. 연재된 매체의 특성때문인지

대부분이 문화계 종사자들이다.

 

사실 유명인사들이 게스트로 나와서 자신의 신변잡담을 들려주는 포맷은 익숙한 풍경이다.

TV방송에서 보여지고 있는 대부분의 토크쇼는 스타들의 사생활을 살짝 노출시켜서

시청자들에게 약간의 관음증을 만족시켜주는 역할만을 담당하고 있다.

 

시청률에 매이고 집착하는 방송사로서는 진지하고 심도있는 이야기를 이끌어내기에는 부담이 될 것이다.

때문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포장되고 가식으로 점철된 스타들의 벌거벗은 진실에 가닿고 싶다는 시청자들의

간절함은 결코 채워질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의미에서 이 책이 주는 만족감이 더 크게 다가오는 것 같다.

인터뷰이에 대한 꼼꼼한 사전조사와 독자들이 정말로 궁금해 하는 것을

이끌어내는 질문 등. 적절하게 매듭을 풀어내서 이야기 보따리를 쏟아지게 한다.

 

배우 고현정은 ‘김혜리 기자와의 인터뷰는 자신을 발견하게 해주는 신비한 힘이

있다‘고 했는데 이 정도면 인터뷰어에 대한 최고의 찬사가 아닐는지.

 

평소 김혜리 기자의 글을 자주 접하면서 문체나 표현력 등 문장 자체보다는

글의 내용에 더 관심을 가졌었는데 이 책을 통해 글쓰기로 밥벌이 하는 사람으로서의

문장의 단단함과 층이 두터운 사고의 깊이를 엿볼 수 있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저자의

글을 찾아보게 될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끝으로 기억에 남는 문장이 있어서 옮겨보고자 한다.

배우 김영민에 대한 인상을 묘사하는 부분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안색을 들여다보았지만 비꼬는 기색은 없었다.

거기에는, 결국 인생은 대단히 짧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수더분한 냉소가 있을 뿐이었다.”

 

뭐랄까, 마치 나의 생각을 도둑맞은 기분이 이런 것일까?

아...내가 먼저 선수를 쳤어야 하는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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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문화의 겉과 속 - 모든 문화에는 심리적 상흔과 이데올로기가 숨어 있다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2년 9월
평점 :
품절


“모든 문화에는 심리적 상흔과 이데올로기가 숨어 있다”

 

이 책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들이 들어있다.

 

“왜 한국인은 영어를 몰라도 아는 척하나”

“왜 한국인은 노래를 시켜놓고는 듣지 않나”

“왜 일본인은 집단을 위한 거짓말엔 당당한가”

“다문화주의는 미국을 파멸로 몰고 가는가” ......

 

위의 내용들 외에도 여러 가지 주제들을 통해 세계문화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주제들만 보면 정말 솔깃한 내용들이 잔뜩 진열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현재 신문방송학과 교수이면서 지금까지 언론, 정치, 사회, 역사, 방송 등 다양한 방면에 걸쳐 왕성한 저술활동하고 있는 저자가 이번에는 세계문화에 대한 그간의 연구를 총정리한 저서를 출간했다. 이 책은 세계문화를 나라별로 비교하되, 한국을 중심에 놓고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 책을 내게 된 이유는 ‘대한민국이라는 국적성을 전제로 세계를 열심히 공부하고 이해하고 경험하자는 뜻에서’ 라고 한다. 이 책은 ‘문화 간 커뮤니케이션(intercultural communication)에 중점을 두었다. 문화 간 커뮤니케이션은 어느 나라의 국민성은 어떻다는 식으로 일반화를 수반하기 마련이며 이는 위험한 면이 있다. 내부의 문화적 차이는 인정하지 않고 국민국가적 문화의 차이만을 강조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국민국가적 차원에서 문화의 차이만을 강조하다보면, 실제 존재하는 남녀 문화의 차이라든가 계급문화의 차이라든가 세대 문화의 차이는 안보이게 되는 것이다.

 

이런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이 연구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국민성 탐구의 위험에만 주목하면, 문화 간 커뮤니케이션 연구는 사실상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겠는가. 가변적이며 설명의 한계가 있을지언정 회의주의의 강력한 도전에 대한 끊임없는 응전을 해야할 것이다.

 

문화 간 커뮤니케이션 연구의 문제는 문화적 상대주의 문제와 유사하다.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딜레마와 같은 문제다. 문화적 상대주의는 보편적 가치나 진리 추구 욕망이 강한 사람에게는 불만일지 모른다. 그러나 오․남용을 경계하며 특수 상황에서의 과도기적 용법에 긍정하는 정도로 중용의 미덕을 발휘하자고 제안한다. 저자는 문화적 상대주의의 딜레마를 넘어설 수 있는 방법으로 ‘내부평가’, ‘심사숙고’, ‘성찰성’을 제시하고 있다.

 

문화라는 것도 객관적 인식에 있어서는 한계가 있다. 그렇기에 어떠한 연구도 완벽하게 특정 문화를 설명해 줄 수는 없다. 보이는 현상을 가지고 추론해 들어가는 과정에서 원인을 결과에 맞추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학문으로서 문화연구가 갖는 한계와 매력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저자인 강준만 교수는 전작들에서 보여주고 있듯이 꼼꼼한 자료조사와 성실한 각주들을 앞세워 논리를 펼쳐가기 때문에 책장을 넘길수록 읽는 이로 하여금 주눅이 들게 만드는 부분이 있다. 도대체 얼마만큼의 양을 읽어 치우는 것인지 가늠이 되지 않으며, 문자 그대로 활자 입출력기계가 아닐까하는 경외심을 갖게 한다.

 

이처럼 읽고 쓰기에 특화된 사람의 글답게 기존의 결과물들을 솜씨 있게 종합하고 재생산한 매끄러운 완제품을 만들어낸 것 같다. 그러나 타이틀을 ‘세계문화‘로 달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기대치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문화연구라고 해서 굳이 인류학자들처럼 남태평양의 어느 섬에 직접 가서 계통발생에 대한 연구나 통과의례를 조사해야 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자신의 발로 직접 현장을 다녀오고 자신의 손으로 리서치를 해서 얻은 자료에서 얻을 수 있는 생생한 느낌이나 오리지날리티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전체 887쪽의 적지 않은 분량으로 만들어진 이 책은 비교문화사에 대한 전문적이며 새로운 이론을 예상한 사람들에게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다만 문화라는 것에 대한 큰 그림을 그려 보고,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것들에 대해 태클을 걸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흥미로운 읽을거리를 제공해 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저자는 책머리에 이 책의 수준을 예상할 수 있는 힌트를 미리 흘려놓았던 것 같다.

 

“이 책이 독자들의 국제적 활동은 물론 해외여행을 알차고 풍요롭게 만드는데 기여하는 유익한

이론적 해설서가 되길 감히 기대해본다.”(p11)

 

 

이 글을 보니 내가 너무 나댄 것이 아닌지 약간 뻘쭘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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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 전6권
나관중 지음, 정비석 옮김 / 은행나무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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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장필무(張弼武)를 인견하실 때 전교하시기를 ‘장비(張飛)의 고함에 만군(萬軍)이 달아났다고 한 말은 정사(正史)에는 보이지 아니하는데 《삼국지연의(三國志衍義)》에 있다고 들었다.’ 하였습니다. 이 책이 나온 지가 오래 되지 아니하여 소신은 아직 보지 못하였으나, 간혹 친구들에게 들으니 허망하고 터무니 없는 말이 매우 많았다고 하였습니다.

— 《조선왕조실록》선조 3권, 석강에서 《근사록》을 강하고 기대승·윤근수 등이 역사를 공부하는 법을 논하다

 

“한글세대 독자들에게 맞는 문체와 서사를 갖춘 <삼국지>가 필요했다. 나는 이문열에게 ‘이 작업은 노후의 양식이 될 테니, 반드시 한번 해 보시오.’라고 권유했다.”

- <책-박맹호 자서전> / 박맹호 / 민음사 / 2012

 

“호머의 작품들을 연구하는 일을 기쁨으로 여겨라.

낮에는 읽고 밤에는 묵상하라.“ (포프)

 

 

 

어쨌든 끝까지 읽었다는 것만으로도 뿌듯한 책이 있다.

삼국지도 그 중의 하나가 아닐런지.

 

삼국지는 너무 유명한 책이라 설명을 따로 할 필요가 없어 좋다.

 

삼국지를 읽다보면,

일단 엄청난 스케일 때문에 압도당하게 되고 픽션과 논픽션을 적절하게 섞을 줄 아는 재담가의 능력에 탄복하게 된다.

 

호머의 <일리아드>, <오딧세이>가 오늘날까지도 상상력의 마르지 않는 샘으로서 서양문학계에 끊임없는 자양분을 공급하고 있듯이 한자문화권에서는 삼국지가 그 위치에 서 있다고 하면 적절한 비유가 될지 모르겠다.

 

정비석이 번역한 삼국지는 유비에 대한 노골적인 편애를 굳이 감추지 않는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답답할 정도로 인애와 자비로 다스리고자 하는 유비의 모습을 통해 민중들이 원하는 통치자의 모습을 제시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때문에 당연하게도 독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유비의 편이 될 수밖에 없다.

 

지금도 신으로 추앙받는 관우나 삼라만상을 꿰뚫어 본다는 제갈공명조차도

유비의 성품에 머리를 숙이는 장면을 집어넣으면서까지 유비가 이상적인

군주임을 설득하고 있다.

 

정비석 번역은 한자체가 많아서 사전을 찾아보지 않고는 정확한 의미를 이해하기 힘든 단어들도 많다.

 

그러나 문맥으로 이해를 한다면 전체적인 흐름을 쫓아가는 데에 별 무리가 없다. 완전히 한글로 풀어 쓴 문장보다는 읽는 맛과 리듬감을 느낄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별 불만이 없는 번역이라고 생각한다.

 

삼국지의 번역에 대해 말들이 많은데 일반 독자의 입장에서는 원문을 크게 훼손하지 않은 범위 내에서 각자에게 읽기 편한 번역이면 그걸로 족하다고 본다.

 

내가 느낀 삼국지는 협잡, 음모, 배신, 위선으로 점철된 작품이다.

문장은 스케일이 큰 무협지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삼국지의 문학적 완성도나 쾌감이 밋밋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조정래의 <태백산맥>을 먼저 읽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한 가지만 제시하라고 한다면

그것은 이 책이 너무도 광범위하게 인용이 되고 변주되는 작품이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쉽게 말해, 일단 읽어두면 어디 가서 쪽팔림 당하는 것을 면할 있는 수단이 된다는 말이다.

 

다만 역사적 자료로서의 가치는 높게 평가하고 싶다.

특히 고대의 공성전(攻城戰)이나 전투장면, 전략 등은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귀한 참고자료가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적의 상황을 정탐하기 위해 소수정예의 정찰부대를 파견하게 되는데 속도와 민첩성이 생명인 정찰부대에게 음식은 중요한 문제이다. 그들이 조리도구를 가지고 다닐 수는 없기에 주먹밥을 싸서 떠나는 장면이 나온다.

 

쌀이 주식인 문화에서는 밥을 짓는 것이 굉장히 어려운 문제였을 것이다. 밥을 짓기 위해서는 무거운 가마솥을 가지고 다녀야하고 땔감도 준비해야 한다. 군대를 먹이기위해서는 얼마나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할까? 거기다 말(馬)도 밥을 먹어야 한다. 한겨울에는 말들을 먹일 풀도 직접 준비해야 한다. 먼 길을 떠나는데 어디 음식만 필요하겠는가? 그러니 주력부대의 뒤를 이어 어마어마한 병참부대가 꼬리를 물고 다녔으리라는 것은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이처럼 삼국지를 읽으며 당시의 전쟁 장면이 대충이나마 머릿속으로 그려지게 된 것은 가장 값진 소득이다.

 

곰팡내 나는 캐캐묵은 책이지만 지금까지도 꾸준히 읽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21세기에도 공감대를 형성하는 동시대적인 감성이 있다는 것인데 그건 다름 아닌 인간의 본성은 진화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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