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 크리스토퍼 히친스의 유작 1
크리스토퍼 히친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마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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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런 글을 쓰는 것이 내게는 나 자신의 핵심적인 믿음에 대한 가혹하기 짝이 없는 시험과 같다. 문장이 사진보다 더 강력할 수 있다는 믿음 말이다. 글을 쓰는 사람은 사진으로 할 수 없는 일을 해낼 수 있다는 희망을 품는다. 현장의 모습뿐만 아니라 냄새와 소리까지도 전달할 수 있다는 희망.”(p434)

표지에서 두 눈을 부릅뜨고 있는 크리스토퍼 히친스의 사진이 인상적인 책이다. 책 표지로 사람의 얼굴을 사용하는 것을 좋아하진 않지만, 히친스의 저작이라면 춘화도(春花圖)가 그려져 있더라도 주저하지 않고 집어들 것이다.

이 책은 세계 곳곳을 종횡하며 보고 듣고 느낀 것을 기록으로 남긴 그의 글들을 모아 출간한 선집 중 한 권이다.

히친스는 저널리스트로서 비상식과 불합리에 대한 비판의 날을 세웠던 사람이다. 그의 글은 날카로우면서도 수를 놓듯 씨줄과 날줄이 복잡하게 얽혀들 때가 많아서 집중하지 않으면 맥락을 놓치기 십상이다. 두 눈으로 꼭꼭 누르며 읽어 나가야 하므로 에너지가 많이 필요하다. 순간순간 이게 제대로 우리말로 옮겨 놓은 건지 번역을 의심하며 읽기도 했다.

신랄함, 풍자, 유머, 박식함 등이 적절히 배합된 문장들을 읽노라면 설득이 된다기보다 현혹이 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의 생각이 어느 방향으로 향하든, 두려움 없이 거짓을 폭로하고, 불의를 비난하고, 위선을 까발린다.

히친스는 이상적인 저널리스트에 가까이 다가간 사람으로서 나의 눈높이를 높여주었다. 이제 웬만한 저널리스트, 어지간한 문장으로는 만족을 못 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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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2-05-14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