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문화의 겉과 속 - 모든 문화에는 심리적 상흔과 이데올로기가 숨어 있다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2년 9월
평점 :
품절


“모든 문화에는 심리적 상흔과 이데올로기가 숨어 있다”

 

이 책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들이 들어있다.

 

“왜 한국인은 영어를 몰라도 아는 척하나”

“왜 한국인은 노래를 시켜놓고는 듣지 않나”

“왜 일본인은 집단을 위한 거짓말엔 당당한가”

“다문화주의는 미국을 파멸로 몰고 가는가” ......

 

위의 내용들 외에도 여러 가지 주제들을 통해 세계문화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주제들만 보면 정말 솔깃한 내용들이 잔뜩 진열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현재 신문방송학과 교수이면서 지금까지 언론, 정치, 사회, 역사, 방송 등 다양한 방면에 걸쳐 왕성한 저술활동하고 있는 저자가 이번에는 세계문화에 대한 그간의 연구를 총정리한 저서를 출간했다. 이 책은 세계문화를 나라별로 비교하되, 한국을 중심에 놓고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 책을 내게 된 이유는 ‘대한민국이라는 국적성을 전제로 세계를 열심히 공부하고 이해하고 경험하자는 뜻에서’ 라고 한다. 이 책은 ‘문화 간 커뮤니케이션(intercultural communication)에 중점을 두었다. 문화 간 커뮤니케이션은 어느 나라의 국민성은 어떻다는 식으로 일반화를 수반하기 마련이며 이는 위험한 면이 있다. 내부의 문화적 차이는 인정하지 않고 국민국가적 문화의 차이만을 강조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국민국가적 차원에서 문화의 차이만을 강조하다보면, 실제 존재하는 남녀 문화의 차이라든가 계급문화의 차이라든가 세대 문화의 차이는 안보이게 되는 것이다.

 

이런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이 연구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국민성 탐구의 위험에만 주목하면, 문화 간 커뮤니케이션 연구는 사실상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겠는가. 가변적이며 설명의 한계가 있을지언정 회의주의의 강력한 도전에 대한 끊임없는 응전을 해야할 것이다.

 

문화 간 커뮤니케이션 연구의 문제는 문화적 상대주의 문제와 유사하다.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딜레마와 같은 문제다. 문화적 상대주의는 보편적 가치나 진리 추구 욕망이 강한 사람에게는 불만일지 모른다. 그러나 오․남용을 경계하며 특수 상황에서의 과도기적 용법에 긍정하는 정도로 중용의 미덕을 발휘하자고 제안한다. 저자는 문화적 상대주의의 딜레마를 넘어설 수 있는 방법으로 ‘내부평가’, ‘심사숙고’, ‘성찰성’을 제시하고 있다.

 

문화라는 것도 객관적 인식에 있어서는 한계가 있다. 그렇기에 어떠한 연구도 완벽하게 특정 문화를 설명해 줄 수는 없다. 보이는 현상을 가지고 추론해 들어가는 과정에서 원인을 결과에 맞추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학문으로서 문화연구가 갖는 한계와 매력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저자인 강준만 교수는 전작들에서 보여주고 있듯이 꼼꼼한 자료조사와 성실한 각주들을 앞세워 논리를 펼쳐가기 때문에 책장을 넘길수록 읽는 이로 하여금 주눅이 들게 만드는 부분이 있다. 도대체 얼마만큼의 양을 읽어 치우는 것인지 가늠이 되지 않으며, 문자 그대로 활자 입출력기계가 아닐까하는 경외심을 갖게 한다.

 

이처럼 읽고 쓰기에 특화된 사람의 글답게 기존의 결과물들을 솜씨 있게 종합하고 재생산한 매끄러운 완제품을 만들어낸 것 같다. 그러나 타이틀을 ‘세계문화‘로 달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기대치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문화연구라고 해서 굳이 인류학자들처럼 남태평양의 어느 섬에 직접 가서 계통발생에 대한 연구나 통과의례를 조사해야 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자신의 발로 직접 현장을 다녀오고 자신의 손으로 리서치를 해서 얻은 자료에서 얻을 수 있는 생생한 느낌이나 오리지날리티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전체 887쪽의 적지 않은 분량으로 만들어진 이 책은 비교문화사에 대한 전문적이며 새로운 이론을 예상한 사람들에게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다만 문화라는 것에 대한 큰 그림을 그려 보고,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것들에 대해 태클을 걸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흥미로운 읽을거리를 제공해 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저자는 책머리에 이 책의 수준을 예상할 수 있는 힌트를 미리 흘려놓았던 것 같다.

 

“이 책이 독자들의 국제적 활동은 물론 해외여행을 알차고 풍요롭게 만드는데 기여하는 유익한

이론적 해설서가 되길 감히 기대해본다.”(p11)

 

 

이 글을 보니 내가 너무 나댄 것이 아닌지 약간 뻘쭘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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