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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학교 푸른숲 어린이 문학 31
크리스티 조던 펜턴 외 지음, 김경희 옮김, 리즈 아미니 홈즈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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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알래스카 주, 그린란드, 캐나다 북부와 시베리아 극동에 퍼져 사는 이누이트는 북극에 사는 원주민을 말하는데, 15세기 무렵, 유럽 여러 나라 사람들이 자원이 풍부한 미지의 땅을 찾아 탐험을 떠났다가 지금의 캐나다 땅에 하나둘 정착하기 시작했다. 자원이 풍부한 캐나다 땅을 지배하기 위해 외지 사람들은 점점 늘어났고, 이에 집과 상점을 열 자리가 필요해짐에 따라 원주민들을 쫓아내려 했으나 조상 때부터 살아온 땅을 어떤 좋은 물건으로도 바꾸려하지 않자, 외지 사람들은 원주민들의 전통 문화를 없애 버리고 자기네 문화로 흡수시켜야겠다는 생각에 원주민 어린이들에게 '서양식' 교육을 시작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원주민 기숙 학교다.

 

IBBY 어너리스트 수장작 <<나쁜 학교>>는 캐나라 북부에 있는 뱅크스 섬에서 사는 주인공 올레마운이 어클라빅의 학교에 들어가면서 겪은 일을 통해 원주민 기숙 학교의 문제점을 되짚는다. 올레마운의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일제시대에 조선어 교육 폐지, 일본어 사용, 창씨 개명 등 조선인의 민족의식을 잠재우려했던 일본의 민족말살정책을 떠올리게 되는데, 이는 여전히 기숙 학교에서 마음에 상처를 받고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원주민 기숙 학교 출신 이누이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기도 하지만, 우리의 민족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올레마운이 태어나기도 전에, 외지 사람들에게 이끌려 학교에 간 배다른 언니 아유니크가 사년 동안 학교생활을 한 후 뱅크스 섬으로 돌아왔을 때, 언니의 이름은 '로지'로 바뀌어 있었고 만날 책을 끼고 살면서도 학교 이야기를 좀체 입에 담으려 하지 않았다. 올레마운은 로지 언니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매번 정신을 쏙 빼놓곤 했는데 두 귀를 쫑긋 세우고 듣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수많은 궁금증이 꼬리에 꼬리를 물곤 했다.

 

"그런데 앨리스는 왜 토기를 따라 굴에 들어간거야? 사냥을 하려는 거야?"

"아니, 앨리스는 호기심 때문에 따라간 거야."

'굴속은 무척 길고 캄캄할 텐데.....앨리스는 무척 용간한 아이인가 봐.' (본문 10p)

 

지난 사 년 동안 여름마다 외지 사람들이 찾아와서 올레마운을 데려가려 했지만, 아빠는 매번 안된다고 단호하게 거절했지만, 글을 배우고 싶어하는 올레마운의 고집에 아빠도 이번에는 어쩔 수 없었다.

 

 

"이 돌멩이 보이니? 이 돌멩이도 한때는 끝이 날카롭고 뾰족한 돌덩이였단다. 하지만 바닷물이 철썩철썩 때리고 또 때려서 모진 부분을 다 없애 버렸지. 이제는 그저 조그만 돌멩이에 지나지 않아. 이게 바로 외지 사람들이 학교에서 너에게 하려는 일이란다."

"하지만 아빠, 바닷물이 돌멩이 자체를 바꾼 건 아니잖아요. 게다가 전 돌멩이가 아니라 사람이에요. 제 뜻대로 움직일 수 있다고요. 전 바닷가에 영원토록 처박혀 있지 않을 거예요." (본문 19p)

 

 

글을 배우고 싶었던 올레마운이 매부리코 수녀를 따라 학교에 들어서면서 한 일은 머리채를 뭉텅뭉텅 잘린 일이었고, 끔찍한 교복을 입고, '마거릿'이라고 이름을 바꾸고 영어로만 말을 해야하는 것이었다. 먼지 떨 때 외에는 책을 한 번도 제대로 만져 보지 못한 채 지나간 첫 날과 마찬가지로 올레마운은 얼음이 어는 가을까지 화장실의 구린내나는 양동이를 처리하는 법과 여러 가지 잡다한 일을 해야했다. 매부리코의 까마귀 수녀는 아는 게 많다고 뻐겨 대면서도, 글을 가르치는 일보다 허드렛일을 시키는 데 더 신경을 썼다. 까마귀 수녀가 제아무리 못살게 굴어도 어느 누구보다 읽기와 쓰기와 셈을 부지런히 연습한 올레마운은 여름이 오면 어클라빅을 떠나서 다시는 학교에 돌아오지 않을 작정으로 쉬는 시간에도 책을 읽곤 했다.

 

컴컴한 어둠 속에서 푸른 북극광에 기대어 책을 읽어 보려 애썼다. 책을 읽을 때만은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한밤중에도 책장을 밝혀 줄 찬란한 태양이 어서 돌아오기만을 바라고 또 바랐다. (본문 65p)

 

 

올레마운은 까마귀 수녀가 자기 마음대로 교육시킬 수 없도록 했으며, 맥퀼런 수녀님은 그런 올레마운에게 힘을 주곤 했다. 토끼처럼 호기심을 따라 아주 멀리까지 갔다가 꼬박 두 해를 보내고서 집으로 돌아온 올레마운은 외지 문화에 익숙해져버렸지만, 자신은 여전히 이누이트임을 알고 있기에 예전의 올레마운으로 돌아오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하얀 토끼를 따라 굴속으로 들어간 앨리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게 된 것만으로 올레마운은 만족스러웠다.

 

원주민 기숙 학교에서 고되게 일을 했던 아이들은 다시 집으로 돌아간 후에 외지 사람 취급을 받았다고 한다. 부모님이 가르쳐 준 말도, 생활하는 방식도 깡그리 잊어버렸던 탓에 그야말로 미운 오리 새끼가 되었다고 한다. 결국 학교에서 학대받을 때만큼이나 마음의 상처를 입었던 아이들은 먼나먼 도시로 일거리를 찾아 떠나기도 했단다. 이제 그들은 아픈 기억을 벗어던지고, 자신이 이누이트라는 사실에 대해 자신감을 되찾으려 노력하고 있으며 이누이트 언어를 다시 배우기도 하고 다양한 문화 활동을 벌이기도 하고 있는데, 이 책도 그런 문화 나눔의 결과물이라고 한다.

 

 

<<나쁜 학교>>에서는 이 년 동안의 기숙 학교 생활로 이누이트로서의 모습을 잃어가는 올레마운의 이야기를 담았다면 이후 <두 개의 이름>에서는 올레마운이 이누이트 사회로 돌아와 자신의 자리를 찾으려 고군부투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을 담았다고 한다. 바닷물이 돌멩이 자체를 바꾸지 못한다는 올레마운의 마음은 이누이트인으로서의 자신감을 되찾았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저자 마거릿 포키악 펜턴이 어린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이 작품은 자아정체성과 자신이 삶의 주인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감동적인 작품이다. 부당한 일에 기꺼이 맞섰던 올레마운의 용기는 책을 읽는 어린이들에게 부당한 일에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무엇보다 이 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이누이트의 아픈 상처를 기억해주고 관심을 가져준다면 그들에게는 용기와 자신감이라는 더 큰 선물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 올레마운이 우리에게 용기를 주었다면 이번에는 우리가 들려줄 차례가 아닐런지.

 

(사진출처: '나쁜 학교'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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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꿀페파 2013-11-18 0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보고갑니다!

봄덕 2013-11-30 1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리뷰 잘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