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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동 한 그릇
구리 료헤이 지음, 북타임 편집부 옮김 / 북타임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우리나라 사람에게 가장 잘 알려진 일본 동화를 꼽자면 바로 '우동 한 그릇'이 아닐까 한다. 내 기억이 맞다면 이어령 선생이 일본인의 정신세계의 한 단면을 가장 잘 보여준 작품으로 이 '우동 한 그릇'을 꼽아서 설명한 적이 있었고, 그 이후 이 동화가 큰 호응을 얻게 되었다고 알고 있다. 나 역시 어릴 적 이 작품을 읽었던 적이 있는데, 희미하게나마 꽤 깊은 인상을 받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베스트셀러 중의 베스트셀러라 할 이 동화가 어른이 된 지금의 눈에는 어떻게 보일지, 그리고 작가 구리 료헤이가 쓴 다른 동화들은 어떤 빛깔을 띌지 궁금해하며 책을 손에 들었다.
북타임에서 출간된 이 책은 금박으로 음영의 방식을 이용하여 표지를 구성했는데, 제목을 둘러싸듯 표지를 꽉 채운 벛꽃의 형상이 눈길을 끈다. 그리고 (책을 다 읽고 깨달은 것이지만) 그 아래 작품 속의 등장인물들이 등장하여 호기심을 자극한다. 책에 담겨진 7편의 짧은 동화들은 동글동글한 캐릭터가 친밀하게 느껴지는 삽화와 잘 어우러져 있는데, 전체적으로 연극적인 느낌이 강하게 드는 작품들이다. 알고 보니 구리 료헤이는 정확히는 구연동화 작가로써 이 책에 소개된 작품들 역시 모두 구연동화를 위해 쓰여진 작품들이었다. 글의 첫머리에 '이 작품은 어디어디에서 시작된다'라는 글귀가 적혀있던 이유를 이제야 알게된 셈이다.
[우동 한 그릇] 배려와 거기서 우러나오는 절제가 여전히 아름다운 작품이다. 죽은 남편의 빚을 갚기 위한 어머니의 절제, 그런 어머니를 위한 두 아들의 절제, 그리고 그렇게 어렵게 살아가는 세 식구를 위한 북해정 부부의 배려가 아름답게 어우러진다. 후기를 보면 일본에서조차 비현실적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었던 모양이지만,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만드는 덕성이 배려와 절제임에는 틀림없다. 그렇기에 세계 어디서나 호소력을 가질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닐까..
[켄보우의 행진곡이 들려온다] 자식을 잃은 부모의 슬픔과 지서장으로써의 책임의식이 마을사람들의 마음을 흔든다. 한 사람의 노력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희망, 그리고 그러한 노력에 귀기울일 수 있는 마음이 누구에게나 담겨있다는 희망은 언제나 아름답게 느껴진다.
[부치지 않을 편지 - 그대들에게] 구리 료헤이의 작품은 누구나 피해갈 수 없는 상실의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동시에 그 아픔을 극복함으로써 성장해가는 모습을 그려가는데 주목하는 듯하다. 장성해가는 딸과 사별한 아내에게 띄우는 짧은 편지글이 애달프면서도 따뜻하다.
[네덜란드 감자] 다른 작품보다 콩트의 성격이 강한 이 작품에서는 생에서 맛보는 사소한 유쾌함을 깔끔하게 그려낸다.
[산타클로스가 된 소년]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병에 걸린 소년을 통하여, 세상에 늘 존재하는 불행한 삶의 모습을 그려내면서도 삶을 긍정하라는 메시지를 더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어머니의 눈물] 작은 배려심이 삶을 얼마나 아름답게 만들어줄 수 있는지, 어머니란 얼마나 강하면서도 약한 존재인지, 돌이켜보게 만든다.
[켄타와 아빠] 어려움 속에서도 꿋꿋하게 삶을 긍정하라는 것이야말로 아이들에게 가르쳐주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삶의 지혜가 아닐까 생각된다.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은 켄타와 같은 아이가 되기를 바라지 않을까?
동화를 읽다보면 때때로 삶을 단순하게 바라보는 것이 올바른 길을 따라가며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어른이든, 아이든 삶을 아름답게 만드는 방법은 모두 알고 있다. 다만 자꾸 깜빡 잊어버릴 뿐.. 아이들에게 동화를 들려주는 아버지가 되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동화를 들려주는 부모와 부모에게 기대 귀를 기울이는 아이뿐이라면 그보다 아름다운 세상은 없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