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 필로, 철학이 젊음에 답하다
올리비에 푸리올 지음, 윤미연 옮김 / 푸른숲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전통의 힘이란 참으로 강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전통이 없는 나라에서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단기간에 수십, 수백년간 쌓아올린 문화를 따라잡는 것은 불가능하다. 설사 따라잡은 것처럼 보이더라도 실상은 흉내내기인 경우가 대부분으로, 결국에는 쉽사리 무너져내리기 마련이고 말이다. 인간이 창조한 무엇이든 이 법칙에서 벗어나지 못하겠지만, 교육만큼 이러한 법칙이 잘 드러나는 것은 없는 것 같다. 교육이 백년지대계임은 이 말이 흔하게 사용되는 정도에 비례하여 진실인 것이 아닐지.. 아직도 대학입시를 위해서만 12년의 교육과정이 투자되는 우리의 현실을 돌이켜보면 흔히 하는 말이라고 그 말의 중요성을 실감하는 것은 아닌 듯 하지만 말이다. 

이 책 스튜디오 필로를 읽으면서 이런 철학강의를 들을 수 있는 프랑스의 고3학생들이 부러워졌다.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했을 바칼로레아 입시제도는 한층 더 부러웠고 말이다. 삶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는 것도 대입 후로 미루고, 의미도 이해하지 못한 철학 개념을 요약암기하고 있을 우리나라의 고3들을 생각해보면 안쓰러울 따름이다. 가장 기본적인 생의 선후관계조차 혼돈시켜두는 교육에 어떤 미래를 바래야되는 것일지...  

이 책은 철학의 근본이 되는 뿌리 개념들을 친절하게 안내해주면서 그것이 삶 속에서 어떤 중요성을 가지는지 생각해보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여러 철학자들을 인용하고 있지만 철학자를 이해하기 위해 설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설명을 위해 철학자의 문제의식을 끌어들이는 방식을 택한다. 똑같은 방식으로 친밀한 영화 속의 장면들을 인용하고 있기도 하다. 영화로 철학을 배우고자 하는 책이야 많았지만 영화를 중심에 두고 철학적 개념을 끌어들이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 책은 철학적 원리를 중심에 두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강의를 염두에 두었기 때문에 보다 구조적인 쪽을 택한 것이 아닌가 한다. 강의의 제목이 '의지의 사용법', '의심의 사용법', '자유의 사용법' 등으로 붙여진 것으로도 알 수 있는 바이지만 말이다. 때문에 자칫 철학강의를 들을 때 느끼게 되는 공허함 없이 말그대로 삶의 철학을 논한다는 인상이 든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라 생각된다. 

책의 시작이 의지와 관련된 행동의 원리라는 점이 인상에 남는다. 보통 인식론에서 시작하고 의지론을 후반부에 다루는 것이 일반적인 것을 감안해보면 저자의 의도가 엿보이는 부분이다. 철학은 어떻게 생각하고 결정할 것인가에 대해 대답하기 위한 학문이기보다는 그 결정을 어떻게 행동으로 옮길 것인가에 대한 학문이여야 하지 않을까? 벌써부터 자리에 앉아 고민하는 것만을 배우고 있을 학생들에게, 혹은 이미 앉아서 고민만 하고 있는 나와 같은 어른들에게 권할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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