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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10분에 세 번 거짓말한다 - 속고 배신당하고 뒤통수 맞는 세상에서 살아남기
로버트 펠드먼 지음, 이재경 옮김 / 예담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개인적으로 미국 드라마를 즐겨 시청하는 편이다. 스릴러나 미스테리를 특히 즐겨보는데, 근래 재미있게 보았던 드라마로 'Lie to me'와 'Mentalist'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둘 다 일종의 심리전문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데, Lie to me의 주인공은 정부의 의뢰를 받아 특정인물이 거짓말을 하는지 여부를 판단해주는 것을 업으로 삼는 사람이다. 이 사람은 대상의 신체신호를 감지함으로써 거짓말 여부를 판단해낸다. 눈을 찌푸린다던가, 고개를 갸우뚱거린다던가 하는 것을 보고 대상의 감정을 알아내고 거기에 기반하여 거짓말인지 여부를 알아내는 것이다. Mentalist의 주인공은 한술 더 뜬다. 그는 그냥 상대편의 심리를 '안다'. 정황상 표정이나 행동으로 눈치채는구나 싶지만 드라마상에서 설명을 생략해버리고 있기 때문에 여러모로 귀신같은 '독심술사'로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특이한 소재지만 아무런 부담없이 재미있게 봤다. 간혹 의심스런 부분도 있었지만,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어떤 식으로든 신체신호를 발생시키기 마련이며 그런 신호에 민감한 사람들이 있다고 믿어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 '우리는 10분에 세 번 거짓말한다'는 그런 나에게 "정말 그럴까? 우리 주변에 얼마나 거짓말이 횡행하고 있는지, 얼마나 거짓말을 눈치채지 못하고 살아가는지 보여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 책의 원제는 "The Liar in Your Life" 즉 "당신 삶 속의 거짓말쟁이"이다. 이 제목은 내용을 아주 적절히 반영한다고 생각되는데, 왜냐면 작가는 이 책에서 우리 삶의 주체와 객체, 즉 우리 자신과 우리가 대하는 모든 사람들이 거짓말쟁이임을 증명하고자 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당신 삶 안에는 당신이 하는 거짓말과 당신 주변의 사람들이 하는 거짓말이 가득 담겨있음을 중의적으로 표현해주고 있는 제목인 셈이다.
이 책은 우선 거짓말이 성행할 수 있는 배경으로 거짓말쟁이의 어드밴티지를 설명하면서 책을 연다. 거짓말은 정확한 신체신호를 발생시키지 않기 때문에 통념과 달리 수사관이나 심리학자조차 알아채기 어렵고 거짓말 탐지기의 신뢰도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생물학적으로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감소시키기 위해 모든 사람은 타인의 말을 믿는 진실편향을 가지고 태어나게 된다. 심지어 속는 사람은 대부분 감정적 이득을 얻기 때문에 속이는 사람과 감정적인 공조관계를 이루기도 한다. 그렇다고 그런 거짓말을 알아채는 능력을 훈련으로 기를 수 있느냐면 거짓말을 하고 그것을 알리는 사람은 없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훈련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사실이다. 이처럼 암울한 축포(?)로 시작된 책은 아이들의 거짓말, 동물의 거짓말, 외도와 거짓말, 자기기만, 겉치레 속임수, 악의의 거짓말, 대중 매체의 부정직함, 직장내 속임수, 인터넷 거짓말을 하나하나 파헤쳐가며 이 세상 거짓 없는 곳이 없음을 보여준다.
당위적으로 암울한 결론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책이지만 워낙 재미있는 사례와 다양한 통계자료를 들어주고 있기 때문에 읽는 재미는 상당히 쏠쏠하다. 거짓에 홀랑 넘어가는 다양한 군상들을 파노라마처럼 보고 있노라면 반전과 관음의 재미를 동시에 느끼게 되는 것이다. 특히 미국 도서의 특징이라고 할만한 미국식 유머가 곳곳에 가미되어 있어, 책장 넘기는 속도를 빠르게 했다는 점도 말해두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위적으로 나오는 암울한 결론'은 가슴아플 뿐... 작가는 맺는 글로 거짓말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방안을 제시한다. AHA 자세라는 것인데 요약하자면 평상시에 방심하지 말고 상대방의 말을 에누리해서 듣는 법을 몸에 익혀두라는 것이다. 그리고 속임을 당하더라도 인간에 대한 불신을 잃는 것은 도움이 안되므로 설사 속았더라도 불신에 빠지지 않을 수 있는 능력을 함양하라고 조언한다(!)
이 책은 거짓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갑작스런 전화판매원의 연락, 방문판매원의 접근, 가족이 사고를 당했으니 입금하라는 문자 등등-에서 거짓을 판별하는 능력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는 편이다. 내용의 전개로 보나, 결론으로 보나 그러한 상황에서의 거짓말 판별 능력은 인정하고 있지만 책의 주제상 서술을 배제한 것으로 보인다. 일상생활에서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상태로 거짓말과 맞닥뜨리게 되면 그것이 참인지 거짓인지 판별해낼 수 있는 확률은 동전던지기의 앞뒷면을 맞출 확률보다도 낮다는 점을 상대적으로 부각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책을 덮고 나면 대책없는 질타를 들은 것 같아 왠지 불공정하다(?)는 인상도 받게 되지만... 어쨌든 작가가 하고 싶은 말 하나는 확실하다. [맘먹고 속이려 들면 속지 않을 사람 없다]는 것..
거짓말아, 너를 어쩌면 좋으냐??
<뱀발> 번역서의 경우, 특히 비소설 분야의 책들은 원제 대신 독자적으로 자극적인 제목을 만들어 쓰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유감스러운 것은 많은 경우, 원제보다 번역제목이 더 센스있게 책의 내용을 드러내주는 경우가 없다는 점이다. 그러다보니 개인적으로는 언제부턴가 습관적으로 원제부터 확인하게 된다. 출판사의 고충이야 알고도 남음이 있지만 독자의 입장에서는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