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치는 여자 - 푸른 파도 위에서 부르는 사랑 노래
김상옥 지음 / 창해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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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만큼 아름다우면서도 아릿하게 추억되는 것이 있을까? 사랑을 하는 순간만큼은 이 세상 누구라도 자신이 특별한 존재라고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사랑의 기억은 가슴 깊이 뿌리내려 삶의 주춧돌이 되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사랑 이야기는 수천년 동안 확대재생산 되는 것이리라.. 

김상옥의 전작 하얀 기억 속의 너는 잃어버린 사랑을 되찾고자 길을 떠난 남자가 결국은 그 상실을 받아들이는 이야기였다. 특히 이 이야기는 작가 자신의 경험에 기초하였기 때문에 더욱 슬프고 가슴아프게 다가왔다. 그랬기에 그토록 많은 사람들에게 호소력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베스트셀러가 된 하얀 기억속의 너의 후속작이 바로 이 작품 북치는 여자이다. 

이번작의 하윤은 작가의 분신으로써 청자가 된다. 화자가 되는 것은 북치는 여자 유은서.. 하윤은 우연히 낚시터에서 이 여자 유은서와 만나게 된다. 하윤은 이 여인에게서 알 수 없는 공감을 느끼고 그녀에게 다가가고자 한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운명에 의해 깊이 상처입은 여인임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낚시를 하고 북을 치면서 자신의 슬픔을 삭여가는 은서는 자신의 상처를 꼭꼭 싸메왔지만 하윤의 진심에 감화되어 조금씩 자신의 과거에 대해 이야기해 간다. 이 소설은 그 과정을 따라가며 전개 된다.  

전체적으로 플롯의 전개는 그다지 복잡하지 않다. 그런 단순함을 남도 지방의 특색있는 문물로 양념해가며, 작가는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상처는 사람으로만 치유된다는 이야기를 해간다. 윤서는 하윤에게 꼭꼭 덮어두었던 상처를 고백함으로써 치유되어가며 하윤은 그런 윤서에게서 자신이 입은 상처와 같은 상처를 보고 공감해감으로써 치유되간다. 사람을 치유하는 것은 시간과 사람이다.. 작가는 그렇게 이야기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상처는 아물어도 흉터는 남는 것일까? 글의 마지막 부분은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 같다. 상처는 치유되어야 하지만 흉터는 아름다울 수 있다고... 그것이 내 삶에 대한 증명이 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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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진짜 인재인가 - 최고의 인재를 장악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
로빈 스튜어트 코츠 외 지음, 이형욱 옮김 / 행간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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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케이블 방송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리얼리티 프로그램, 특히 인재 발굴적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약진이 아니었나 한다. 가수, 요리사, 모델, 패션디자이너, 연기자 등등 온갖 직업을 망라한 이런 프로그램들은 전문적 소재가 불러일으키는 신선함와 경쟁이 보여주는 흥분감이 더해져 높은 시청률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TV 프로그램 역시 당대 사람들의 관심사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보건대 인간을 서열화하여 1등 인간, 뛰어난 인간만이 중시되는 현세태를 반영하는 이런 프로그램은 씁쓸한 뒷맛을 남기기도 했다.

확실히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들, 인재들은 높은 효율성을 창출하게 마련이다. 그러다보니 기업의 제1관심사는 뛰어난 인재를 발굴하여 내는 것이다. 이 책, 누가 진짜 인재인가는 그러한 관심사에 답하기 위해 만들어진 책이다. 그러므로 당연히 이 책의 대상독자는 일반인이라기보다 전문경영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쉽지 않다. 내용 전개나 도표의 사용, 전체적인 구조가 논문에 가까운 느낌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읽는 도중 접어버리고 싶은 욕구를 느끼게 만드는 부분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만큼 이 책은 전문적으로, 목적에 충실하게 쓰여진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은 10장으로 되어있지만 크게 보자면 3부분으로 나뉠 수 있을 듯하다. 첫부분에서는 인재의 의미를 명확히 정의하고 있다. 두번째 부분에서는 인재를 어떻게 발탁하고 길러낼 수 있을지 고찰한다. 세번째 부분에서는 이렇게 얻어진 인재를 어떻게 써야 회사를 이롭게 만들 수 있을 것인지 살펴본다. 이 책에서는 인재를 르네상스적 인간이 아닌, 주어진 일을 잘 할 수 있는 인간으로 규정한다. 당연한 이야기 아닌가 싶기도 하겠지만, 대부분 인재 하면 어디 던져놔도 알아서 잘하는 인간으로 생각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 부분을 명확히 함으로써 작가는 인재에 대한 접근방식을 결정하고 있는 셈이다. 즉, 두번째 부분에서 작가는 직원의 행동양식과 업무에 필요한 행동이 얼마나 일치하는가 알아내는 것, 혹은 그렇게 일치할 수 있도록 인재와 업무를 배치하는 것이 인재관리의 핵심이라고 말하고 있다. 뭉뚱그려 이야기하다 보니 뜬구름잡는 이야기처럼 되어버렸지만 책에서는 상당히 구체적인 자료와 예시를 제시하고 방법론까지 제시함으로써 실용성을 잊지 않고 있다. 세번째 부분에 이르러서는 인재가 제대로 능력을 발휘하고 회사에 애착을 가지게 하기 위해서는 경영자가 직원에게 최대한 귀를 기울여주고 피드백을 보여줌으로써 직원의 공감과 이해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기업은 강자이고 직원은 약자일 수밖에 없다. 지극히 현실적으로 쓰여진 책이니만큼 이 책 역시 결국은 얼마나 효율적으로 직원을 사용할 것인가를 보여주는 책이 아닌가 싶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현실을 직시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최선의 방안을 찾는 지름길이 되기 마련이다. 그렇게 볼 때 이 책은, 경영진에게는 어떻게 인재를 발탁할 것인가에 대한 지침서가 되겠지만, 대다수의 직원들에게는 어떻게 인재로 성장하고 발탁될 수 있을 것인지를 보여주는 지침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마주보는 두 가지 목적이 정확하게 맞아떨어져 윈-윈을 거두어낼 수 있다면 결국 그것이 최선의 결과가 아닐까? 사람들에게 그런 기준점을 제시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볼 때 이 책은 쉽지 않지만 읽어볼만한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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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들 플라워
김선우 지음 / 예담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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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이 반짝이던 그 밤도 벌써 2년 전의 세월 속에 묻혀갑니다. 우리 역사상 전 국민이 그토록 아름답게 하나되어 어우러진 적이 있었을까요? 이제는 그 아름다움을 더럽히던 악몽들도 함께 세월 속에 묻혀져가고 잊혀져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어 가슴이 아릿합니다. 하지만 당연히 그 밤들을 보다 섬세하게 기억하고 아름답게 회상시켜줄 수 있는 민감한 분들이 있게 마련이죠. 이 책의 저자 김선우님이야말로 그런 분이 아닐까 하네요.

최초로 촛불의 밤을 다루는 장편소설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김선우님의 캔들 플라워가 출간되었네요. 이 책의 제목과 표지로 쉽게 촛불의 밤을 아름답게 그려내는 책이라는 것을 아실 수 있을테죠. 이 책은 표지에 그려진 4쌍의 다리의 주인들과 그들과 함께하는 아름다운 소년소녀들이 촛불의 밤을 아름답게 변주해나가는 이야기입니다.

지오. 지오는 낙원에서 온 아이입니다. 레인보우 빌리지는 여성성으로 표현되는 생명과 자연이 어우러져 빛나는 말그대로 낙원이지요. 이 아이는 잃어버린 자신의 분신을 찾기 위해 한국으로 옵니다. 그리고 의도치 않게, 하지만 필연적으로 촛불의 일원이 되죠. 그녀의 눈은 너무나 맑고 올곧기 때문에 그녀의 앞에서 옳고 그름, 아름다움과 추함은 저절로 밝혀지고 맙니다. 그녀는 이처럼 거울이 될뿐만 아니라 그녀의 낙원에서는 본 적이 없는 세속의 일들을 겪게 되면서 더욱 성장하여 돌아가게 됩니다. 그리고 그녀의 분신과 관련되는 에피소드는 소설의 재미를 더해주는 비밀을 담고 있죠.

희영. 희영은 가난하고 힘없지만 꿈과 사랑을 간직하고 있는, 그러나 현실의 무게에 짓눌려 그것을 관철할 용기와 의지를 가지지 못했던 우리 자신의 분신입니다. 그녀는 옳고 그름, 아름다움과 추함을 알아볼 수 있지만 그다지 관심을 가지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첫사랑을 소중히 간직하고 버려진 개 사과를 돌봐주는 다정함을 가진 그녀는 당연스럽게도 촛불의 인력에 끌려갈 수밖에 없었죠. 그녀의 사랑 이야기 역시 아름답게 변주되는 에피소드죠. 

연우. 올곧다, 심지가 굳다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강한 아가씨입니다. 수아와 더불어 가장 강하게 현실에 참여하는 행동력을 보여주지요. 촛불광장에서 소를 타고 있던 할머니, 숙자씨와의 에피소드를 통해 그녀는 현실의 아름다움과 추함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게 됩니다. 삶에 있어서 지켜야할 것이 무엇인지, 왜 인간은 소중한 것을 지켜내지 못하는지, 그런 현실에 대한 슬픔이 그녀를 통해 보여집니다. 촛불의 밤이라는 면에서는 서술의 중심에 있는 희영보다 그녀가 더 중요한 역할을 하죠. 

민기. 그는 현실에 함몰되어버린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가슴 아파하는 풋풋한 소년입니다. 그의 아버지는 아무리 미워하려고 해도 미워할 수 없는, 그리고 미워해서도 안되는 '인간' 자체일지도 모릅니다. 그렇기에 추악한 아버지-어른-의 모습을 보고 상처받으면서도 그는 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버리지 않습니다. 사랑만이 인간에 대한 구원임을 지오와의 만남을 통해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으니까요. 

이 책은 사실 촛불의 밤들에 대해 정면돌격하는 책은 아닙니다. 작가는 그보다 현명한 방법을 택하죠. 사람이 살아가는 삶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촛불의 의미를 깨닫게 만드는 것이 작가가 택한 방법이었죠. 촛불이 가지는 의미는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겠죠. 하지만 저에게 있어 촛불의 밤은 사람이 사람다움이라는 것을 믿어도 된다는 희망을 준 나날들이었습니다. 사람은 사람을 믿어도 된다는 진리, 일상 속에서 자꾸 잊게 되는 그 진리를 다시한번 깨닫게 해준 나날들이었습니다. 시인이기도 한 작가답게 여성적이고 신선하면서도 톡톡 튀는 문체로 그날들을 추억하는 이 책은 읽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책이기도 합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축제에 참여하여 함께 어우러져 보고 싶은 분들에게라면, 희망을 느끼고 싶은 분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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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테야 레테야 헌집줄게 새집다오
레테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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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생존의 기본 요건이라고 하면 의식주를 꼽습니다. 셋중에서 상대적으로 생명유지와 가장 거리가 먼것이라 하면 주, 살 곳이라고 생각하게 되죠. 하지만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기 위해서 휴식과 재충전을 제공하는 집만큼 소중한 곳이 어디 있을까요? 물론 사랑하는 부모님, 배우자, 자식들이 있는 곳은 아무리 누옥일지라도 아름다운 곳이겠지만, 그래도 물리적인 집 자체도 아름답고 편리해야 되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하지만 아름다운 집을 가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죠(정확히는 우리나라에서 '내 집'을 가지는 것 자체가 만만치 않은 일이겠지만요). 그러다보니 아름다운 집을 보게 되면 부러움을 느낄 수 밖에요. 사실 사람을 사서 집을 아름답게 만들려고 한다면 돈이 이만저만 드는 것이 아니니까요.

그래서 왠 미모의 주부가 나와 마술처럼 아름답게 집을 변화시키는 모습을 케이블에서 보았을 때 경탄을 금할 수 없었는데요. '디자인 잇 유어셀프'라는 프로그램에 나온 황혜경 씨가 바로 그분! 황혜경 씨가 바로 이 책의 저자 레테입니다. 그녀의 마법이 얼마나 놀라왔던지 전작 '5만원 인테리어'가 아직도 분야별 베스트셀러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하더군요. 그런 그녀가 새롭게 이 책 '레테야 레테야 헌집줄께 새집다오'을 출간했다는 소식을 듣고 어찌 가슴이 설레지 않을 수 있었을까요?

이 책의 전반부는 레테가 부암동에서 구입한 단독주택을 리모델링 하는 일련의 과정을 상세히 묘사하는데 할당되어 있고요, 후반부는 그 집에 들어갈 수 있는 아름다운 가구들을 만드는 D.I.Y 과정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리모델링 파트는 레테 본인의 집을 꾸미는 과정을 차례차례 따라가고 있는만큼 매우 세밀하고 현실감 있는 묘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어떤 공구가 필요한지, 어디서 자재를 구입하면 좋을지, 어떻게 설계를 하여야할지, 업자에게 위탁할 때 어떤 점을 유의해야 할지, 시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얼마나 돈이 드는지까지 너무나도 꼼꼼하게 기록되어 있어 믿기지 않을 정도입니다. 이대로만 하면 내가 사는 집도 소궁전이 될 수 있겠구나 생각될 정도니까요. 그래도 리모델링이라는 것이 그리 호락호락하지는 않은 것은 당연한 일... 보다보면 이것은 당분간 꿈 속에서 묻어두어야 되는 것 아닌가 생각하게 되는 분들도 적지 않을 것 같아요. 그런 분을 위해서 할당된 것이 뒷부분의 D.I.Y 파트입니다. 크게는 현관문 만들기에서부터 작게는 액자 만들기까지 가구와 아기자기한 소품을 만드는 레서피를 아름다운 사진과 함께 곁들어 두었어요. 누구든지 맘에 드는 것을 골라 도전해보면 쉽사리 집을 아름답게 꾸밀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얼마나 실용성이 있을까 생각하는 분들도 있겠는데요, 물론 열정과 부지런함이 없이는 쉽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닌게 사실이겠죠. 하지만 한번 맘먹고 공구와 자재만 준비하면 생각보다 훨씬 쉽게 아름다운 집을 만들어낼 수 있을거라 생각해요. 설사 당장 도전하기가 어렵다 생각하시는 분이라도 이 책에 담겨있는 아름다운 사진을 보시면 대리만족감을 느끼실 수 있을 테고요. 꿈의 상징으로써 책꽂이에 꽂아놓기에도 부족함 없는 아름다운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강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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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의 눈물 샘깊은 오늘고전 12
나만갑 지음, 양대원 그림, 유타루 글 / 알마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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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역사상 가장 치욕스러운 장면 두 가지를 꼽자면 하나가 명성황후가 시해되고 불태워지는 장면이 그 하나이고, 다른 하나가 삼전도에서 인조가 맨땅에 엎드려 홍타이지에게 절을 올리는 장면일 것이다. 우리나라가 역사상 타국에 무릎을 꿇은 예가 적지 많지만 이 두 장면만큼 노골적이고 적나라하게 무력함을 보여준 경우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치욕적인 역사라 해도 역사의 평가는 공정하지 않으면 안된다. 역사는 과거의 사실이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현재의 눈으로 과거의 사실을 평가해버리는 오류에 빠지기 십상이다. 따라서 병자호란이라는 국치를 살펴보고 당대인을 평가하는데 있어서 당대인이 남긴 기록들에 큰 가치를 두지 않을 수 없다. 이 책 남한산성은 인조를 보필하여 남한산성에서 굴욕의 57일간을 보낸 나만갑의 ‘병자록’을 고쳐 다듬은 책이다. 많지 않은 분량이기도 하고 조선시대 일지의 특성상 매우 간결하게 사실을 적어나가고 있어 짧은 시간에 어렵지 않게 읽어내려갈 수 있다. 그러나 그 무게감은 작지 않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독자들에게 역사 속에서 개인이 내리는 선택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게 만드는 것이다.

베스트셀러인 김훈 선생의 ‘남한산성’의 내용은 ‘병자록’과 너무나 유사하여 김훈 선생이 ‘병자록’을 주로 참조했음을 알 수 있었다. ‘병자록’을 읽고 나니 김훈 선생이 역사 속에서 개인이 어떠한 길을 선택할 것인가라는 주제를 제시하기 위해 ‘남한산성’을 배경으로 택한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다고 생각될 정도다. 주화파인 최명길의 선택도, 척화파인 김상헌의 선택도 직면한 역사적 상황에 대해 고뇌하고 고통받은 끝에 내린 것이기에 옳다, 그르다를 말하기가 매우 어려워 보인다. ‘남한산성’에서 김훈 선생은 살아남는 것에 좀 더 무게감을 실어주었지만, 과연 내가 이 때 남한산성에 있었다면 어떤 선택을 내렸을 것인가? 그간의 잘못된 선택을 인정하고 힘의 가치관에 따라 비굴하게라도 살아남는 쪽을 택했을까, 아니면 무력에 굴하지 않고 끝까지 자신의 신조를 지키다 함께 개죽음을 맞는 길을 택했을 것인가? 개개의 가치관과 삶의 과정에 따라 천차만별일 선택지 속에서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르다 할 것인가? 참으로 어려운 문제이다.

아마도 마찬가지 고민을 해야했었기에 저자인 나만갑 역시 어느 한쪽을 편드는 일 없이 지극히 중립적으로 담담히 서술하는 길을 택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그도 김류와 그의 아들 김경징에 대해서는 가차없는 비판을 날린다. 이들의 행태가 독자에게 분노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이들이 부패한 정치가의 표상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이들의 선택에서는 인간으로써의 고뇌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들의 행태는 단지 추할 뿐이었다. 어려운 질문을 던지는 책이지만 최소 이들과 같은 선택은 내리지 말자, 이것만큼은 명쾌했다고 할까?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것이 좋은 글의 요건이라면 병자록은 분명히 좋은 글이다. 그러나 이런 좋은 글을 좋은 책으로 빛나게 만드는 데는 편집과 디자인의 힘이 컸다. 이 책의 미덕 중 하나는 글과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양대원님의 아름다운 그림들이다. 단순하면서도 추상화한 그림들이 글에 더욱 힘을 실어주었던 것이다. 특히 이 책이 청소년을 대상독자로 삼았다는 점에서 볼 때 이는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된다.

좋은 책은 정신을 풍요롭게 하고 마음을 행복하게 만들기에 아름답다. ‘남한산성의 눈물’처럼 이어지는 책들도 공들여 엮어나간다면, 샘깊은오늘고전 시리즈는 반드시 아름다운 책으로 남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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