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아, 고맙다 - 이 시대 젊은이들의 성공멘토 이지성, 결핍과 상처로 얼룩진 20대를 고백한다.
이지성 지음, 유별남 그림 / 홍익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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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때 내 삶에 고마운 일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땐 정말이지 지옥같았다.

늘 원망만 가득했던 난 인생에게 고마워하지 않았다.

그때는 몰랐다.

고마운 일이 하나도 없는 때일수록

인생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사실을.


한지무늬 딱딱한 표지로 되어있는  손으로 쓴 색연필글씨가 예쁜 이 책은 속지조차도 부드러운 색으로 되어 있어 안에 있는 사진조차도 분위기있게 만들고 있었다. 잘 디자인되어 있는 이 책은 읽으면서 마음을 치유해 줄 거라는 기대감을 갖게 했다. 흔히 이야기하는 힐링~~. 그러나 읽는 내내 이 작가의 힘든 20대가 나에게 전해져 왔다. 내가 다녔던 학교와 그가 다녔던 학교가 살짝 겹치기도 했고, 나에게 익숙한 거리와 지명이 등장해서인지 더 가깝게 느껴졌다.

 

본인이 선택한 학교가 아니고 부모님의 원하는 학교에 진학한 대학시절, 숨막히는 작가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방황한다. 군홧발에 짓밟힌 것처럼 고통스럽게 20대를 방황하는 저자는 도서관으로 도피한 듯하다. 안정적이지 못한 가정,꿈이 없는 청춘, 외톨이처럼 혼자 걷는 작가, 그는 부모님이 지독히 가난해서 오히려 쉽게 정신적인 독립을 이룬다. 이십대의 대부분을 혼자 지내는 작가를 나는 잘 이해할 수 없었다. 너무도 지독히 외롭고 일부러 더 파고드는 고독을 즐긴 듯도 보이며, 고집스럽게 안되는 글을 쓰고자 노력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스스로 강해져 사회시스템을 초월하는 존재가 되고 싶어하는 작가는 글을 쓰는 재능도 일찍이 가져본 적이 없고 오로기 베스트셀러를 쓰려는 기적을 일으키기 위해 정말 죽도록 노력한 듯 하다. 세상에는 돈,외모,학력,재능,배경 같은 것을 뛰어넘는 힘이 존재하고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작가는 그힘을 믿고 그 힘을 사용해서 성공하고자 한다. 그래서 자기안의 부정적인 생각과 맞서 싸우고 내면이 꿈의 확신으로 가득차길 바란다. 성공하고자 하는 노력은 15년 동안 계속해서 출판사에 원고를 보내는 것으로 나타난다.오로지 꿈에 미쳐서 살아가는 작가의 하루하루는 지옥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작가는 고통은 축복이고 시련은 선물임을 깨닫는다. 그리고 진실로 행복해졌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많던 빚도 갚고. 그렇게 싫었던 교사직도 그만두었다고 한다. 그는 지난 14년 7개월을 돌아보면 철저히 바보취급을 당했다고 기억한다. 순진한 놈,제정신이 아닌 놈, 미친 놈, 이런 꼬리표들이 떠오른다고 한다. 그는 복수를 꿈꿨다고 한다. 그 복수는 악한 복수가 아닌 꿈을 믿고 계속 글을 쓰는 착한 복수. 이세상에 아름답게 복수하자고 주장하고 있다."난 해냈다,내꿈은 이미 이루어졌다. 나는 최고의 작가다"라고 외치며 자기의 꿈을 향해 미친듯이 달린 작가였다. 그는 이제 위인처럼 위대해지고 싶어한다. 독서와 집필과 강의를 통해 그 길을 가고 있다.


부글부글 끓어오르던 물이 잠잠해진 듯 하다. 조금 식으면 차를 우려내어 마시면 맛이 좋겠다. 숱한 흔들림과 용솟음치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견뎌낸 이가 이제는 조금은 잠잠해진 모습으로 쏟아낸 젊은시절의 방황을 조금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지금 그가 성공하지 못한 작가였다면 어땟을까하는 생각이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음은 어이된 까닭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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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버려진 창고에서 발견한 것들
잭 캔필드.마크 빅터 한센 지음, 박산호 옮김 / 토네이도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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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친구가 오랜만에 연락을 했다. '암이라고'  그리고 친구의 암투병은 시작되었다. 병원에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고 수술을 했고 항암제를 맞았다. 수술을 하고 나서는 오랜동안 병원생활을 해야했다. 누군가는 옆에 붙어있어야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상황에서 친구곁을 지켰다. 나한테 친구는 묻는다. "별일없어?" 나는 별일이 있어도 그리고 없어도 "별일없어, 맨날 똑같지 뭐"하고 시큰둥 대답한다. 혹여 친구마음이 아플까봐. 친구는 나에게 " 별일없는 게 얼마나 좋은 일인데...... 매일 아침에 일어나 밥 해서 가족들과 먹고 아웅다웅하면서 출근하고 돌아오고 그런 일들이 너무 소중하고 행복한 일이라는 걸 알겠어." 

 난 친구를 통해서 나의 일상이, 정말 별일 하나 벌어지지 않고 매일매일이 무채색인 나의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 그런 날이라는 걸 느꼈다. 나에게 주어진 이 하루가 누군가는 열망하며 기다렸던 그 하루라는 걸 친구를 통해서 알게 되었고 전화 한통화 하기가 힘든 그런 친구도 있다는 그 사실하나만으로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알았다. 

 태풍이 오던 날 '간밤 무탈하신지요? 태풍에 피해없으신지 안부여쭙니다. 자연의 힘 앞에 나약한 우리를 발견하게 될 때 우리는 서로에게 진심으로 안부를 묻습니다.세상에 내 삶을 염려하며 안부를 물어오는 사람들이 있고 내가 안부를 물어보고픈 사람들이 또한 많이 있다는 것. 얼마나 다행스럽고 큰 힘이 됩니까? 세상에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일깨워주는 사람들. 고맙습니다. 그런 당신과 이 세상 함께 할 수 있어서 참 다행입니다. 태풍이 지나갈때까지 조심하세요~^^'라고 나에게 카톡을 보내주었다. 

 난 이렇게 죽음을 앞에 둔 친구에게서 삶의 소중함과 친구의 중요함을 배우고 있다. 마음 아프게도.

 

 마크 빅터 한센, 잭 캔필드의 책 <우리가 버려진 창고에서 발견한 것들> 또한 우리에게 사소한 것들의 아름다움,소중함을 일깨워준다. 공항에 몇시간씩 발이 묶여 짜증스럽고 속상한 두 친구는 어쩌면 행운을 가져다 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보기로 한다. 화가 난 고객들에게 미소를 잃지않고 대응하는 승무원들을 도와서 음료수도 나눠주고 이야기도 나누었다. 이들은 인생이 던져준 시디신 래몬에 인상을 찡그리지 않고 달콤한 것을 조금 넣어 레몬에이드를 만든 것이다. 예기치 못한 일을 맞아 그 상황에 대한 인식을 바꿔본다는 것은 우리의 삶을 지혜롭게 통제할 수 있는 일이다. 그들은 항공사의 배려로 퍼스트클래스를 타고 여행을 하게 된다. 인생, 그것은 참 알 수 없는 일이다. 


 84시간동안 전기없이 추운 겨울 날을 혼자 보내야 하는 한 사람은 땔감으로 필요없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태운다. 그러면서 빛과 온기와 나무의 존재에 대해 진실한 고마움을 느낀다. 삶을 번잡스럽게 만들었던 물건들을 난로에 던져넣고,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했던 미련들 또한 던져 넣었다. 가진 물건들은 획기적으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누리는 행복은 더커졌다. 간소하고 소박한 잡동사니 하나 없이 깔끔하고 담백한 삶은 에너지넘치고 긍정적인 태도를 만들어준다.


 사소하고 작은 일상이 소중하다는 걸 자꾸 잊고 살아간다. 그럴때마다 한편씩 읽으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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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얼굴의 네이버 - 네이버는 어떻게 우리를 지배해 왔는가
김인성 지음, 김빛내리 그림 / 에코포인트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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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있을 때마다 거론되는 네이버의 조작가능성에 대해 지금까지 나의 생각은 설마 그럴라구였다. 아니 그렇게 큰 회사가 전국민의 70%가 사용하는 검색엔진이 조작을 할리가 ! 그럼 안되지! 안되는 일을 하겠어? 

 그런데 하고 있다. 

충격이었다. 

얼마전 <유령>이라는 드라마를 재미있게 봤다. 멋진 소지섭의 연기에 빠져서도 재미있었지만 백신프로그램을 통한 해킹으로 정보를 얻어 원하는 사람이나 조직을 움직일 수 있다는 내용이 너무 충격이었다. 그럴수도 있겠구나 그래서 그게 바로 권력이 될 있겠다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실제 그럴 조짐을 볼 수 있었다.

 

주로 네이버를 이용하고 있다. 그런데 검색을 하면 블로그부터 뜨고 다음이 카페 뭐 이런 거 였다. 왜 원본은 찾을 수 없는거지? 난 나의 인터넷이용실력이 형편없는 초보수준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게 네이버의 술수였던 거다. 원본을 감추고 광고와 자사 블로그 카페를 먼저 보여줘서 네이버의 트래픽을 높인다. 그것이 바로 수익구조였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입맛에 맞는 조작이 가능했던 것이다.


검색엔진이 원본을 찾아주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공정해야하기 때문이다. 광고보다 정보를 먼저 보여주고, 불법복제를 조장하지 말고 이익과 이해관계에 따라 결과를 멋대로 조작하지 말아야 한다. 

외국 검색엔진은 공정한 편이다. 인터넷업체에 도움이 되고 있으며, 검색수입을 나누는 상생모델을 채택하고 있다.그러나 한국검색포털은 콘텐츠를 불법복제하고 수익도 독점하여 창작자와 개별사이트의 희생으로 잔치를 벌이고 있다. 거기에다 권력과 유착되어있어 규제도 힘들다. 그러므로 소비자의 자각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다. 

그래서 작가는 한국의 포털문제 해결을 위한 법조항을 만드는 문제가 중요함을 말한다.

* 검색은 원본을 우선 제시하여야 한다

* 검색결과에서 광고는 30%이상을 차지할 수 없다.


책을 읽다가 정말 궁금해서 네이버트렌드연감을 검색해보니 어라 자료가 없다. 이게 무슨 일이지? 하고 계속 읽어가다보니 네이버가 감춰버렸단다. 그래서 크롬을 깔고 구글로 들어가보니 바로 검색이 가능하고 PDF파일을 바로 받아서 확인해볼 수 있었다. 


이 책을 통해서 어렵다고만 생각했던 IT와 포털이 쉽게 이해되었다. 역시 만화가 가진 힘이다.  

그리고 또 하나 달라진 점이 있다면 구글로 검색한다는 것이다. 네이버가 바뀌면 그 때는 돌아올 것이다. 우리나라업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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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아웃 네이션 - 2022 세계경제의 운명을 바꿀 국가들
루치르 샤르마 지음, 서정아 옮김 / 토네이도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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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알아야 할 필요성은 많이 느끼고 있지만 접근하기 어려운 경제

아침 신문에서 읽지 않고 지나가는 페이지 - 경제면
들어도 어려운 단어 - 인플레이션, 환율

혹 여러분도 그렇지 않으신지......  나의 경우 대학교때 경제학개론, 미시경제학,거시경제학 이런 강의를 들었다. 물론 경제를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그때 어느정도 배웠다고 생각했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그런 지식이 별 도움이 되지도 않고 신문내용조차 이해하기도 어려웠다. 그렇지만 어렵다고 포기할 수는 없는 일. 다시 경제학 서적을 읽어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만난 이 책은 이제 신문의 경제면, 특히 다른 나라에서 벌어지는 경제문제에 대한 기사를 접할 자신을 불어넣어줬다. 이 책을 읽고 오늘 아침 한겨레신문에 실린 인도의 다국적유통업체에 대한 기사를 읽어보니 모르던 글자를 깨우친 느낌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쉽게 읽을만한 책은 아니었다. 꼬박 이 책에만 3일을 매달렸다. 모르는 용어는 (물론 책에 설명이 잘 되어 있었지만) 찾아보고 밑줄치고 노트에 정리해가며 읽었다. 이왕이면 잘 읽어보고 싶은 욕심이 나는 책이었다.
작가 루치르 샤르마는 모건스탠리의 신흥시장 부문 총괄사장이다. 그는 직접 각 국가들을 다녀보며 그 나라가 어떤 경제적, 정치적 세력이 작용하는지 이러한 세력이 성장에 이바지하는지, 성장속도가 어떤지를 조사했다. 그결과로 나온 이 책은 " 여기 아니면 돈이 어디로 향하겠어요?"라는 대답을 준다. 물론 투자자의 입장이다.

장기적인 성장이 멈춘 지금 앞으로 불황이 계속 될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리고 그동안 성장을 계속 해왔던 나라들이 성장세가 둔화되어 심지어 서서히 멈추는 차에 탄 듯 느껴지기도 한다. 
이에 루치르 샤르마는 중국,인도,브라질,멕시코,러시아,폴란드와 체코,터키,동남아 여러 나라들, 남아프리카 공화국,스리랑카와 나이지리아, 그리고 한국 등을 직접 돌아보며 그 나라의 경제 지표들( GDP,GNP,인구 - 이런 나와 있는 통계들)뿐 아니라 정치문제, 생활, 심지어는 기호식품까지 알아보며 그 나라가 브레이크아웃 네이션(비슷한 수준의 소득국가들 중에서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나라로 경제성장 전망치를 뛰어넘는 국가)가 될 수 있느지를 알아보았다.

이 글은 일반인이 보기에도 그다지 어렵지 않게 재미있게 씌여있다. 각 나라의 역사적인 문제나 정치적인 갈등과 화합등에 대해서 뿐 아니라 영화와 음악(k팝도 언급되며 한국영화도 나온다)까지 다양한 각도에서 각 나라를 살펴 그 나라가 가진 성장가능성을 짚어본다. 이 저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들은 ① 1인당 국민소득 ②10대 갑부순위 ③ 급진성향정치인의 연설문 ④ 암시장 환전상이 부르는 환율 ⑤현지기업의 해외사업체 운행관행(수익을 자국에 귀속시키는지 해외로 유출하는지)⑥거대 독점기업의 이윤폭⑦제2도시의 규모(수도가 지나치게 성장한다는 것은 소수의 정치권력층이 권력을 독점한다는 뜻) 이다.

이런 점들로 볼때 브레이크아웃 네이션이 될 가능성이 높은 나라들은(향후 10년동안) 
★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2만 5천달러 사이의 나라들-- 체코와 한국
★ 1인당 국민소득 1만 달러~1만 5천달러 사이의 나라들-- 터키
★ 1인당 국민소득 5천~1만 달러 사이의 나라들-- 그나마 가능성은 태국
★ 1인당 국민소득 5천이하- 인도네시아,필리핀,스리랑카,나이지리아,동아프리카 나라들
 여기서 중국의 경우 환율이 강세이고 임금인상요인이 많고 부동산 가격이 상승했으며 운송비용의 인상등으로 쉽지 않다는 결론을 내린다. 
한국은 금메달감으로 꼽을 만큼 IMF의 위기를 놀라울 정도로 잘 극복해 냈으며 최첨단제조업에 기반을 둔 진정한 글로벌브랜드를 창출했고 통일후 성장도 기대되며 보수적이지만 위기에 재빨리 대처하는 사회로 브레이크아웃 네이션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추켜세웠다.

이 책에서는 그 나라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과 이점을 다 짚어주고 있어서 무조건적이 가능성을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 물론 투자자의 관점에서 보니 그나라 노조의 역할이나 임금의 상승등을 부정적이 시각으로 보는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지금 시점에서 현재 세계경제의 진단과 흐름을 어느정도 알기쉽게 짚어주고 있어 읽어보면 도움이 될 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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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서재에서 딴짓한다 - 박웅현·최재천에서 홍정욱·차인표까지 나다운 삶을 선택한 열두 남자의 유쾌한 인생 밀담
조우석 지음 / 중앙M&B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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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신랑은 내가 무슨 책을 읽는지 궁금해 한다. 이 남자는 책이 오면 먼저 제목부터 보고 다 아는 것처럼 한마디를 던지곤 한다. 그러고는 별관심을 두지 않을 때가 많다. 그러다 본인의 눈길을 끄는 책이 있으면 주르륵 훑어본다. 그러고는 툭 던져놓으며 '읽고 얘기해줘'라고 말한다. 나는 신랑한테 책읽어주는 여자일 때가 많다. 그런데 이 책이 오자마자 이 남자, 책을 가지고 가버린다. 제목에 끌렸나? 내가 보기에 위험한지 어떤지 먼저 알아보려하나? 하는 궁금함이 생겼다. 별일이다.  

 우리집에는 방이 세개이고 아들이 하나라 방이 하나 남아있어 책장을 넣고 책상을 두개 넣어 공부방으로 만들어 놓았다. 그 방에서 주로 아들이 공부를 하거나 내가 책을 읽는 공간이었는데 그 날부터 남편이 떡하니 책상하나를 차지하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우리 신랑을 바꿔놓은 마법의 지팡이가 되어버렸다.

  

 남자의 서재라는 말에는 남자들의 로망이 들어있다. (물론 여자들도 서재를 가지고 싶어하지만) 결혼해서 남편을 위한 서재를 꾸며주고 싶다는 여자들도 많다. 그러나 실제 우리 삶에서 남자가 서재에 앉아서 책을 보고 사색을 하는 장면은 상상이 되지 않는다. 남자들은 회사끝나고 사람들 만나서 전날 마신 술에 대해서 이야기하거나 골프이야기 그리고 정치이야기를 하느라 바쁘시기 때문이다. 그러다 술이 거나하게 취하면 악기를 배워서 공연을 해보자고 결심도 하고 시골에 집을 짓고 책읽고 운동하면서 핸드폰없이 사는 삶을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다음날이면 또다시 회사가고 술먹고 자는 생활을 되풀이 할 뿐이다. 다들 삶 따로 꿈 따로 인채 살고 있다. 

 

 술집에서의 만남이 대부분이 남자들이 서재에서 만났다. 마치 그의 내밀한  속을 들여다 보는 듯하다. 우리가 다른 사람을 평가할 때 그사람이 누굴 만나고 있는지(친구가 누구인지) 그리고 무슨 책을 읽고 있는지를 보라고 한다. 이 책에 나온 사람들이 누굴 만나는지 우리는 모른다. 그렇지만 서재에서 만난 이들은 어떤 책을 읽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적어도 우리는 사람의 반정도는 알 수 있는 것이다. 

 

 "자기만의 정돈된 일상을 가지고 있다는 게 중요합니다. 그게 없으니까 문화 따로 삶 따로인 채로 놉니다. 저는 취미,취향이라는 말 대신 일상 혹은 '삶의 미학'이라는 말을 쓰자고 제안합니다. 그것이야말로 나를 잡아주는 균형추인데, 그게 없으니 트렌드를 따라가고 남의 문화를 베끼면서 자꾸만 휘둘립니다. 트렌드를 따라 하기보다 이젠 트렌드의 본질을 생각합니다. <장자>를 공부하며 '각득기의 (各得基宜)란 말이 가장 와 닿았던 겁니다. 세상의 사람과 사물은 모두 제각각인데, 마땅한 자기자리가 따로 있다는 뜻이죠. " 

 

  우리는 잘 사는 방법만을 고민하고 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남과 비슷하게라도 살아야겠고 그러니 겉으로라도 따라해야 맘이 편하다. 그러다보니 내가 없다. 나답게 사는 게 뭔지 모르고 그저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이 책에서 만난 이들은 딴짓을 한다. 모두가 하는 짓이 아닌 자기만의 딴짓이 서재에서 벌어지고 있다. 숨겨진 '자기혁명'이 불씨를 보존하고 키울 수 있는 남자의 일번지가 서재였고, 이들은 여기에서 조용한 혁명을 일으키고 있었다. 

 

  책에서 이들의 서재 전체를 다 보여주지 않아서 더 엿보고 싶은 마음이 충족되지는 않았지만 이들의 삶은 너무 부러웠다. 이 책에도 나와있지만 문정희님은 '문학이건 뭐건 세상을 자기 눈으로 보거나 삶의 기미를 잡아내는 지적 능력, 즉 통찰력이 우선이고, 테크닉이나 스타일은 그 다음에 자연스레 따라온다'고 했다. 이들은 서재에서 인문학과 철학의 기초체력을 키워 삶의 통찰력을 갖추어가는 멋진 사람들이었다. 

  삶에 지쳐 힘들어하는 남자들을 위해 이 책을 한 권 선물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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