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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버려진 창고에서 발견한 것들
잭 캔필드.마크 빅터 한센 지음, 박산호 옮김 / 토네이도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겨울, 친구가 오랜만에 연락을 했다. '암이라고' 그리고 친구의 암투병은 시작되었다. 병원에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고 수술을 했고 항암제를 맞았다. 수술을 하고 나서는 오랜동안 병원생활을 해야했다. 누군가는 옆에 붙어있어야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상황에서 친구곁을 지켰다. 나한테 친구는 묻는다. "별일없어?" 나는 별일이 있어도 그리고 없어도 "별일없어, 맨날 똑같지 뭐"하고 시큰둥 대답한다. 혹여 친구마음이 아플까봐. 친구는 나에게 " 별일없는 게 얼마나 좋은 일인데...... 매일 아침에 일어나 밥 해서 가족들과 먹고 아웅다웅하면서 출근하고 돌아오고 그런 일들이 너무 소중하고 행복한 일이라는 걸 알겠어."
난 친구를 통해서 나의 일상이, 정말 별일 하나 벌어지지 않고 매일매일이 무채색인 나의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 그런 날이라는 걸 느꼈다. 나에게 주어진 이 하루가 누군가는 열망하며 기다렸던 그 하루라는 걸 친구를 통해서 알게 되었고 전화 한통화 하기가 힘든 그런 친구도 있다는 그 사실하나만으로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알았다.
태풍이 오던 날 '간밤 무탈하신지요? 태풍에 피해없으신지 안부여쭙니다. 자연의 힘 앞에 나약한 우리를 발견하게 될 때 우리는 서로에게 진심으로 안부를 묻습니다.세상에 내 삶을 염려하며 안부를 물어오는 사람들이 있고 내가 안부를 물어보고픈 사람들이 또한 많이 있다는 것. 얼마나 다행스럽고 큰 힘이 됩니까? 세상에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일깨워주는 사람들. 고맙습니다. 그런 당신과 이 세상 함께 할 수 있어서 참 다행입니다. 태풍이 지나갈때까지 조심하세요~^^'라고 나에게 카톡을 보내주었다.
난 이렇게 죽음을 앞에 둔 친구에게서 삶의 소중함과 친구의 중요함을 배우고 있다. 마음 아프게도.
마크 빅터 한센, 잭 캔필드의 책 <우리가 버려진 창고에서 발견한 것들> 또한 우리에게 사소한 것들의 아름다움,소중함을 일깨워준다. 공항에 몇시간씩 발이 묶여 짜증스럽고 속상한 두 친구는 어쩌면 행운을 가져다 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보기로 한다. 화가 난 고객들에게 미소를 잃지않고 대응하는 승무원들을 도와서 음료수도 나눠주고 이야기도 나누었다. 이들은 인생이 던져준 시디신 래몬에 인상을 찡그리지 않고 달콤한 것을 조금 넣어 레몬에이드를 만든 것이다. 예기치 못한 일을 맞아 그 상황에 대한 인식을 바꿔본다는 것은 우리의 삶을 지혜롭게 통제할 수 있는 일이다. 그들은 항공사의 배려로 퍼스트클래스를 타고 여행을 하게 된다. 인생, 그것은 참 알 수 없는 일이다.
84시간동안 전기없이 추운 겨울 날을 혼자 보내야 하는 한 사람은 땔감으로 필요없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태운다. 그러면서 빛과 온기와 나무의 존재에 대해 진실한 고마움을 느낀다. 삶을 번잡스럽게 만들었던 물건들을 난로에 던져넣고,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했던 미련들 또한 던져 넣었다. 가진 물건들은 획기적으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누리는 행복은 더커졌다. 간소하고 소박한 잡동사니 하나 없이 깔끔하고 담백한 삶은 에너지넘치고 긍정적인 태도를 만들어준다.
사소하고 작은 일상이 소중하다는 걸 자꾸 잊고 살아간다. 그럴때마다 한편씩 읽으면 좋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