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루타르코스 영웅전 전집 1 - 그리스와 로마의 영웅 50인 이야기, 전2권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6
플루타르코스 지음, 이성규 옮김 / 현대지성 / 201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주변에 책이 많지 않았던 시골에서 자란 탓에 어른이 되고서야 성장기에 읽어야 한다는, 혹은 다들 읽었다는 책을 볼 수 있었다. 그것도 아직 다 읽어보지 못한 책들이 더 많다. 그러다 보니 고전, 유명한 책에 대한 이상한 관심과 집착이 있다. 더구나 여자라서 그런지(?) 영웅들의 이야기는 더욱 멀리 느껴졌다.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은 들어만 보았지 책표지조차 본 기억도 없다. 한동안은 남자애들이 좋아하는 책이겠거니 했다가 이제야 조금은 틀을 깨고 관심을 갖게 되었으니 책에 대한 편견이 좋은 책에 대한 접근을 심하게 방해하고 말았다. 이번에 이 책을 읽으면서 책에 대한 편견을 갖지 말자고 다짐을 하게 되었다. 책의 서문을 읽으면서 원제가 '비교 열전'임을 알게 되었다. 로마의 영웅 한 명과 그리스 혹은 스파르타의 영웅 한 명을 비교 평가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었다. 예를 들면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전집 상권에서 아테네의 정치가이며 그리스의 일곱 현인 중 한 사람인 솔론과 로마의 정치가인 포플리콜라를 비교한 부분은 이런 식이다.
 
솔론과 포플리콜라의 관계는 매우 독특하다. 그것은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본보기로 모방했다는 것이다. (중략) 만약 솔론이 가장 현명한 사람이라고 한다면 포플리콜라는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하겠다. 솔론이 가장 위대하고 완전한 행복으로 원했던 것을 포플리콜라는 성취해냈으며 자신이 죽은 뒤까지 그것을 지켰기 때문이다. (중략) 솔론의 정치는 사실 초기가 더 화려했었다. 그는 어느 누구의 흉내도 내지 않고 누구의 도움도 얻지 않은 채 완전히 혼자의 힘으로 독창적이고 중요한 여러 가지 제도를 만들었다. 그에 비하면 포플리콜라는 만년의 생활이 더 행복했었다. 솔론은 자기가 가장 사랑하는 공화제가 허물어지는 것을 죽기 전에 지켜보아야 했지만, 포플리콜라가 만든 제도들은 그가 죽은 뒤에까지 계속 남아 있었다.

이런 식으로 이 책은 솔론의 전기를 다루고 그 뒤에 포플리콜라의 전기를 다룬 뒤에 두 사람을 비교하는 장을 따로 두어 비슷하지만 다른 두 사람을 서로 비교하고 있다. 솔론과 포플리콜라의 비교 부분을 읽다 보면 우리에게 너무 유명한 솔론보다 낯설기 그지없는 포플리콜라가 더 위대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전집 상> 권에서 가장 흥미롭게 읽은 부분은 카이우스 마리우스 편이었다.
그의 이야기는 <로마인 이야기>와 <로마의 일인자>를 통해서 많이 익숙해져 있었기에 플루타르코스는 어떻게 평하고 있는지 호기심이 생겼다. 하지만, 다른 책들과는 전혀 다른 시각에서 마리우스를 보고 있었다. 민중의 대변자로 다가왔던 마리우스를 플루타르코스는 민중들의 눈치를 살피며 인기를 얻고자 하는 인물로 그렸다. 귀족 중의 귀족인 메텔루스라는 인물은 현명하고 신중하다고 평하며 '정의로움이 무엇인지를 아는 많은 사람들은 누구나 메텔루스를 걱정'했다고 말하며 마리우스는 귀족들의 미움을 받았다고 한다.
 
전체적으로 혈통이 좋은 귀족 출신의 영웅에 대한 평은 좋지만, 그렇지 못한 인물에 대한 평을 상대적으로 박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왜 이렇게 평했을까? 그 이유로 플루타르코스라는 인물이 그리스의 보이오티아의 카이로네아에서 태어났고 이 지역을 대표하는 명문가의 자제로 매우 부유하게 자랐으며 대 로마제정시대에서 가장 훌륭하고 행복한 시기가 시작되는 때에 살았기 때문이라는 추측을 해보게 된다. 이 책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이야기들을 원래의 모습 그대로 만날 수 있다. 수많은 좋은 글귀들은 인용된 문장에서 보는 것보다 원전이 왜 힘을 갖는지 알 수 있는 좋은 예이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oren 2016-05-03 2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저 역시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을 완독할 마음으로 책을 고르고 있는데, `현대지성`에서 나온 이 책은 여태 구경조차 해보지 못했네요. 요며칠 사이에 동네서점과 사무실 근처에 있는 서점을 찾아가 봤더니 최근에 개정판으로 나온 세 권짜리 동서문화사판 『플루타르코스 영웅전』만 있더라구요. 그 책엔 아쉽게도 `주석`이 전혀 없었지만 (제가 다른 책을 통해 이미 읽었던) 몇몇 인물들에 대한 전기 부분을 살펴보니 번역 상태가 별로 흠잡을 데는 없어보이더군요. 그래서 저는 동서문화사판으로 구매할까 마음먹고 있답니다.

그리고, 플루타르코스가 `출신 가문`에 대해 유별난 태도를 취하는 건 그의 다른 저작에서도 발견한 적이 있었습니다. 재미 삼아 그 부분을 인용해 보고 싶네요.

* * *

우선, 부모와 자식의 관계에 관한 얘기로 말문을 여는 게 좋을 듯한데, 나는 훌륭한 자손을 둘 부모가 되기를 원하는 이들에게 창녀나 첩과 같은 여인들과 함부로 동거하는 일을 삼가라고 권하고 싶네. 왜냐하면 아버지 쪽이든 어머니 쪽이든 태생이 좋지 않은 사람들은 자신의 천한 출신에 대해 지울 수 없는 수치감을 지니기 때문이지. 뿐만 아니라 이는 일생 그들을 따라다니면서 그것을 이용하길 원하는 자에게 곧바로 비난과 모욕의 화젯거리를 제공해 주네. 비극 시인 에우리피데스는 지혜롭게도 이렇게 읊고 있네.

가문의 주춧돌이 잘못 놓이면,
후손은 꼭 불행해지는 법.

반면에, 아주 보물처럼 여겨지는 것이 고귀한 태생인데, 이러한 사람은 자기의 마음을 자유롭게 표출할 수 있어, 후손을 적자(嫡子)로 낳기 원하는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지. 사물의 속성상, 혈통이 근본적으로 천하거나 가문을 위장하는 사람들은 늘 의기소침(意氣銷沈)한 상태에 있게 되는데, 비극 시인 에우리피데스는 이를 매우 적절히 선언하고 있다네.

남자란 비록 대담할지라도
어머니나 조상의 불명예를 알게 될 때는
언제나 노예처럼 되는 법.

훌륭한 양친을 가진 아이들은 물론 그 때문에 기쁨과 긍지로 가득 차 있네. 아무튼 사람들은, 테미스토클레스의 아들인 클레오판토스가 종종 많은 사람에게 자기가 원하는 것을 항시 아테나이 사람들이 동의해 주었는데, 자기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든 그의 어머니 역시 원했고, 어머니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테미스토클레스 역시 원했고, 테미스토클레스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모든 아테나이 사람들이 원했기 때문이라고 선언했다고 말한다네.

(중략)

우리 조상이 간과하지 않은 한 가지에 대해 말해 주겠네. 무엇인가 하면, 자손을 위해 부인에게 다가가는 남편은 술을 전혀 마시지 않거나 아주 조금 마셨을 때에만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이지. 왜냐하면 아버지가 취중에 어쩌다가 낳게 된 아이들은 술을 좋아하기 십상이고 과음을 하기 때문이라네. 그러므로 디오게네스는 감정적이면서 정신 나간 한 젊은이를 보고,

젊은이! 자네를 가질 때 자네 아버지는 분명 술에 취해 있었을 것이네.

라고 말했지.


- 『플루타르코스의 모랄리아』, <자유인의 자식은 어떻게 교육해야 하는가> 중에서
 
공부할 권리 - 품위 있는 삶을 위한 인문학 선언
정여울 지음 / 민음사 / 201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여울의 <공부할 권리>-책으로부터 삶까지

2016.04.20. 09:33

URL 복사


품위 있는 삶을 위한 인문학 선언

요즘 나의 삶은 사색과는 거리가 멀다. 그저 생활 속에 허덕이고 있다. 일어나고 씻고 출근하고 일하고 먹고, 기승전 생활이다. 책 한 권 제대로 읽어내기가 쉽지 않다. 특히 책 속에 푹 빠져서 그 감동에 젖어보기가 잘 되지 않는다.
정여울 작가의 <공부할 권리>를 일찍이 받아두고도 이제야 읽었다. 잊었던 오랜 친구를 만난 듯 반가웠다. 익숙한 목소리, 편한 이야기, 그리고 숨어있던 내 감각을 깨우는 문장들.
책 몇 권을 싸 들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이 일상을 벗어나서.
하지만 정여울 작가의 글을 읽다 보니 내가 발 디디고 사는 이곳에, 바로 여기에서 우리는 해답을 찾고 사색을 하고 변화해야 한다. 책이라는 멋진 친구의 손을 잡고. 그리고 책을 통해 만난 고목 같은 스승들의 도움을 받아 절망과 질곡의 문턱을 넘어야 한다.

작가가 만난 스승들-융, 손택, 그리고 책들

작가가 꼽는 첫 번째 스승은 바로 카를 구스타프 융이다. <무엇이 개인을 이렇게 만드는가>에서 융은 현대 문명의 가장 고질적인 문제로 '악으로부터의 도피'를 꼽았다고 하는데, 우리가 최근 막 닥뜨린 세월호, 위안부 등의 문제가 떠올랐다. 우리는 이제 그만 듣고 싶다며 '피로감' 운운했다. 그 '피로감' 운운하는 언론의 소리에 움츠러들기도 했다. 우리는 순간의 고통을 망각하며 악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피한 것이다. 작가는 더 이상 악으로부터 도망칠 것이 아니라 악의 뿌리를 탐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엄청나게 소란스럽지만 어쩔 수 없이 무기력한 익명의 대중성 뒤로 숨는 것이 아니라, 저마다 싸워야 할 악의 뿌리를 향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전력투구할 때 구원은 시작될 수 있습니다.

작가가 꼽는 또 한 명은 멘토는 수전 손택이다. 손택은 아무리 험악한 상황에서도 지금과 다른 세상을 꿈꿀 수 있는 자유를, 정직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글쓰기를 통해 '우선 나 자신이 되는 법'을 가르쳐 준 따스한 멘토라고 한다. 작가는 소설가 손택보다 사라예보 내전 당시 죽음의 공포에 맞서며 겁에 질린 사라예보 사람들에게 <고도를 기다리며>를 상연하던 연극 연출가 손택을 정말 좋아한다.

이방인, 뫼르소에 대한 이해, 인간에 대한 이해

작가는 <이방인>을 여러 번 읽었지만, 왜 그가 살인을 저질렀는지 완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고 한다. 나도 그랬다. 왜 죽였을까?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고민했다. 하지만, 그것이 인간에 대한 나의 오만한 태도라는 것을 알았다.

모든 것을 분석하고 해부하고 이해할 수 있다는 믿음이야말로 인간의, 인간을 향한 폭력이 아닐까요.


뫼르소가 사람을 죽이는 대목이 바로 그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야말로 인간이라는 존재를 받아들이는 첫걸음이라는 것이다.

앞으로의 삶을 생각하다

앞으로 얼마나 더 살지 알 수는 없지만, 항상 젊은 마음을 갖고 살고 싶다. 작가는 젊게 사는 비결을 '삶에 대한 배움의 의지'라고 말한다. 이 배움은 꼭 책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만나는 모든 것에 있다. 오늘 내가 만나는 키 작은 꼬마나 아침에 보았던 이름 모를 들꽃에 있는지도 모른다. 내가 편견 없이 보았다면.

100세쯤 된다면 이 세상 모든 것이 당연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더 이상 궁금한 건 없어지지 않을까? 나의 무의식 속에 있는 이런 편견이 옳지 않다는 것을 어르신들은 기쁘게 깨우쳐 주십니다. 우리가 죽는 날까지 삶에 대한 배움의 의지를 포기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젊음의 비결임을. 배움이 꼭 책 속에 있지만은 않지요.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삶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해 주는 모든 사건, 타인, 사물, 공간들이 우리에게 스승이 되어 줄 수 있습니다.
책 없는 세상은 곧 낯선 사람의 운명을 내 삶 속으로 초대할 기회를 영원히 잃어버리는 세상이 아닐까요. 독서는 단지 지식을 흡수하는 두뇌 운동이 아니라 삶을 바꾸는 몸의 실천이고, 새로운 인연의 네트워크를 창조하는 사람의 실천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대지의 아이들 1부 : 동굴곰족 1 대지의 아이들 1
진 M. 아우얼 지음, 정서진 옮김 / 검은숲 / 201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는 역사를 배운다. 그것도 먼 옛날 인류가 시작되던 때부터. 하지만, 그 이야기는 그저 몇 단어로 남는다. 오스트랄로 피테쿠스-호모에렉투스-네안데르탈인(호모사피엔스)-크로마뇽인(호모사피엔스사피엔스)-현생 인류의 시작, 이렇게. 그 단어를 들으면서 이들의 삶을 상상해본 적이 있기는 했을까?
갑자기 떠오르는 영화가 한 편 있다. <불을 찾아서> . 네안데르탈인과 크로마뇽인의 싸움을 다룬 영화였는데, 알 수 없는 소리(음성이라고 하기 힘든)와 몸짓으로 소통하던 원시인류의 생활을 그린 영화였다.
그 뒤로 오랫동안 나는 인류의 시초에 대해 고민해 본 적도 상상의 나래를 펴 본 적도 없다. 하지만 나와 비슷한 나이에 그런 인류의 시작에 있었던 십 대 소녀를 그린 작가가 있다. 진 M 아우얼. 작가는 나로서는 생각하기 힘든 놀라운 상상력으로 눈에 보이듯이 네안데르탈인과 크로마뇽인의 생활을 그렸다.
작가는 전통에 얽매여 사는 네안데르탈인의 씨족과 지진으로 가족을 잃은 크로마뇽인의 어린 소녀를 만나게 한다. 이 어린 소녀가 만난 동굴곰족은 아주 완고한 전통을 따르는 집단이다.

이들 씨족은 변하지 않는 전통에 따라 살았다. 태어나면서부터 부름을 받고 정령의 세계로 돌아갈 때까지 삶의 모든 면면들이 과거의 전통에 얽매여 있었다.
그러나 배울 여지도, 성장할 가능성도 없는 종족은 본질적으로 변화할 수밖에 없는 세상에서 도태되는 게 당연하다. 그들은 이미 다른 방식으로 발전할 수 있는 지점을 지나쳐버렸다. 또 다른 발전의 가능성은 더 새로운 존재, 자연의 또 다른 실험을 위해 남겨졌다.
더 새롭고, 더 젊은 종족, 생명력이 넘치고 더 역동적인 인간이었다. 두뇌에 기억으로 새겨져있는, 완고한 전통의 지매를 받지도 않았다. 아이의 두뇌는 다른 경로를 따랐다. 높게 튀어나온 이마에 위치한 전두엽 덕분에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아이는 다른 관점에서 사물을 이해했다. 에일라는 새로운 것들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자신의 의지에 따라 새로운 형태로 빚어 씨족 사람들은 상상도 못 할 생각들로 변화시켰다. 자연의 섭리에 따라 에일라의 종족이 멸망해가는 옛 인류를 대체할 운명이었다.

동굴곰족의 치료사 이자가 발견한 낯선 여자 아이, 에일라는 다른 종족의 아이였다. 이 두 씨족의 차이를 작가는 아주 흥미롭게 그렸다. 특히 재미있는 부분은 도구를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다. 에일라는 동굴곰족과는 달리 쭉 뻗은 다리와 돌을 멀리, 그리고 정확히 던질 수 있는 팔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수영을 좋아하고 잘 하는 능력을 타고났다. 에일라가 동굴곰족에게 가져온 활력과 또 긴장감은 무척 재미있다. 남자들을 신처럼 떠받들고 살고 있는 동굴곰족에게 남자보다 뛰어난 능력이 주머니 속 송곳처럼 삐죽이 드러나버리는 에일라는 경계의 대상이기도 하다. 특히 다음 족장이 되어야 하는 브라우드에게는. 하지만 타고난 영리함으로 에일라는 극복해 나간다. 이야기가 흘러갈수록 에일라는 성장하게 되는데 사냥을 하는 아이인 에일라는 목숨이 위태로워진다. 무기를 사용하는 여자에게 이 동굴곰족은 죽음이라는 벌을 내리기 때문이다. 에일라의 사냥 이야기로 끝나는 1권에 이어질 이야기가 무척 궁금하다.

프랑스의 한 동굴에서 발견된 네안데르탈인의 유골과 이를 토대로 추정한 모습.


▲네안데르탈인(왼쪽)과 크로마뇽인(오른쪽). 오랜 기간 인류는 보다 야만적인 네안데르탈인이 우리의 직계 조상이 아닐 것이라는 믿음을 가졌다. 크로마뇽인이 네안데르탈인을 멸종시켰으리라는 생각도 했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 결과는 그게 아니라고 말한다. ⓒ wikipedia.org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심플, 결정의 조건 - 세상 모든 복잡한 문제에 대응하는 단순한 규칙
도널드 설.캐슬린 M. 아이젠하트 지음, 위대선 옮김 / 와이즈베리 / 201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심플, 결정의 조건-주먹구구 규칙

2016.04.17. 21:51

URL 복사
세상 모든 복잡한 문제에 대응하는 단순한 규칙

요즘 인기 있는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지진이 난 현장에서 부상자를 분류하는 장면을 보았다. 트리아지(재난현장 중증도 분류)는 부상병의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 우선순위에 입각한 치료 절차다. 의료진들은 밀이나 커피콩 같은 상품을 품질에 따라 구분하는 것처럼 몇 가지 단순한 규칙에 의거해 부상병을 3~4개 범주로 빠르게 구분하고 치료 우선순위를 결정한다. 그리고 부상의 심각성에 따라 각각 다른 색 표식을 부상병에게 붙인다. 치료 우선순위 규칙은 개인과 조직이 빠르고 효율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데 사용하는 '주먹구구 규칙'의 훌륭한 사례다. 필자들은 이 규칙을 '단순한 규칙'이라고 부른다. 엄청난 재난의 현장에서 정말 필요한 것은 복잡한 매뉴얼이 아니라 이렇게 단순한 규칙이다. 이 단순한 규칙은 우리 생활의 여러 부분에서 힘을 발휘한다.

단순한 규칙의 힘

단순한 규칙은 왜 힘을 발휘하는가?
단순한 규칙은 주의력을 집중시키고 정보 처리 방식을 단순하게 만들어 시간과 노력을 절약하는 지름길 전략이다. 단순한 규칙의 효과가 뛰어난 이유는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어느 정도 일관성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융통성을 부여한다. 둘째, 주어진 상황에서 더 나은 판단을 이끌어낸다. 마지막으로 단순한 규칙은 공동체 구성원 각각의 행동을 그때그때 조율한다.
현재 대부분의 사람들은 개인적인 차원에서마저 복잡성을 관리하느라 매일 고생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요즘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극단적으로 옷을 다 버리고 단지 몇 벌만 가지고 생활한다거나, 심지어 책 또한 다 버리고 몇 십 권만 남기라고 한다거나, 삶을 단순하게 만들라는 조언을 한다. 그렇지만 이러한 조언이 복잡성을 관리하는데 도움이 될만한 통찰력을 주지는 못한다. 이 책의 저자가 말하는 '단순한 규칙'은 현대 사회와 뗄 수 없는 복잡성을 어떻게 관리하는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에 신선한 시각을 제공한다.

단순한 규칙의 힘으로 성공한 사례들


예수회의 예를 들어보자.
당시 다른 수도회들은 대부분 회원들의 일상을 하나하나 상세히 지시하는 규정을 공포했다. 베네딕도회는 기숙사의 침대 배치 방법부터 저녁 식사에 나오는 음식 가짓수에 이르기까지 회원이 지켜야 할 수백 가지 사항을 총 73개 장에 걸쳐 매우 상세하게 설명해 놓은 규정집이 있었다. 그에 비해 예수회는 소위 기본법 초안의 다섯 문단을 통해 사명을 말했다. 첫째 '사람들을 돕는다. 둘째 예수회의 상징인 학교를 건립한다. 셋째, 회원들이 매일 모여 기도를 올릴 의무를 없앤다. 예수회의 단순한 규칙은 베네딕도회나 도미니코수도회의 광범위한 규정과 비교하면 가짓수가 매우 적어 개인에게 판단할 자유를 부여하고 융통성을 극도로 강조했다. 그 결과 예수회는 적응하고 혁신하며 예상치 않은 기회를 잡는데 기존 수도회들보다 뛰어날 수 있었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다양한 예를 들어 단순한 규칙이 갖는 힘을 말하고 있다. 세법이 복잡한 나라일수록 탈세율이 높다거나, 다이어트처럼 의지력이 필요한 문제는 단순한 규칙이 효과적이다는 개인적인 부분에까지 다양하다.
책을 읽다 보니 이런 단순한 규칙을 만들고 싶어지게 된다. 특히 회사의 경영자일 경우 우선 우리 회사에 어떤 규칙을 만들어 적용해볼까 고민하게 된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경영자 혼자 떠오르는 생각을 적을 뒤 마치 십계를 들고 산에서 내려온 모세처럼 규칙이 새겨진 석판을 들고 나오면 안 된다. 규칙을 만들 때 상명하달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큰 실수다. 우선 인원이 4~8명 정도 되는 팀을 구성하고 체계적인 절차를 거쳐 구성원들의 다양한 통찰과 시각을 활용하는 편이 훨씬 낫다.

단순한 규칙은 자유를 선사한다.

단순한 규칙은 체계를 최소한으로 제공하면서 재량을 행사할 여지를 충분히 남기기 때문에 좋은 효과를 낸다. 반면 복잡한 규칙은 모든 사태를 예측하고 각각의 상황에서 무엇을 어떻게 할지 지시하므로 사람들은 들은 대로만 행동하는 로봇으로 만든다. 인간의 재량은 제거해야 할 결함이 아니라, 복잡성을 상대할 때 가장 큰 기대를 걸 만한 희망이다. 사람들은 매일 마주치는 상황에서 자신의 판단과 창의력을 적용할 기회가 생길 때 성장한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생활의 몇 가지 팁을 얻었다. 요즘 다이어트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어떻게 먹을 것인가부터 운동을 어떻게 할 것인가 등등. 이 책에서 얻은 한 가지 팁이라면 개선하고 싶은 영역을 설정하고 단순한 몇 가지 규칙을 정하라는 것이다. 몇 kg을 감량할 것인지, 그러기 위해서는 단순하게 25cm 한 접시 분량의 음식만을 먹는다는 규칙만을 지킨다는 것이다. 나처럼 게으른 사람에게 딱 필요한 조언이지 싶다.

심플, 결정의 조건

저자 도널드 설, 캐슬린 M. 아이젠하트

출판 와이즈베리

발매 2016.04.07.

상세보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욕망하는 힘, 스피노자 인문학 - 처음 만나는 에티카의 감정 수업
심강현 지음 / 을유문화사 / 201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 내 삶은 조금 고달프다. 바쁜 것도 한 이유가 되고, 그러다 보니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이래저래 상처도 받게 된다. 나는 잘 하고 있는데, 노력하고 있는데 주위 사람들은 그것도 몰라주고 나를 힘들게 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 보니 미움이 자꾸 쌓여갔다. 미운 데는 많은 이유가 있었다. 이렇게 해야 하는데, 왜 저렇게 하고 있는지, 왜 말은 그렇게 하는지, 돌이켜보면 별것도 아닌데 나는 기분이 상해 있었다. 이런 때는 책도 머릿속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하지만, 어느 날 잡은 한 권의 책은 잠을 줄여서라도 읽어보고 싶었다. 어렵다고 생각했던 스피노자의 철학을 조곤조곤 쉽게 말하듯이 나에게 알려주는 책이었다. 그렇게 읽게 된 것은 부드럽게 이어지는 문체 때문이기도 하고, 스피노자의 철학 때문이기도 했다.

<욕망하는 힘, 스피노자 인문학>은 철학자가 쓴 철학 인문서가 아니다. 저자는 철학을 좋아하는 그래서 공부하는 의사다. 많은 철학자 중에서 스피노자와 니체를 가장 좋아한다는 저자는 스피노자의 철학을 어렵게 쉽게 풀어주고 있다. 간혹 철학서를 읽다 보면 단어의 뜻을 이해하느라 더 힘든 경우가 많다.(철학자들은 저마다 새롭게 단어를 정의하며 전혀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한 것처럼 말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 그런 것은 찾아볼 수 없다. 편하게 읽다 보면 스피노자의 <에티카>를 읽어낼 수 있을 것만 같은 왠지 모를 자신감이 생긴다.(이러다가 진짜 서점에서 에티카를 찾아볼 것 같다) 전에 <강신주의 감정수업>을 읽으면서 스피노자의 에티카에 대해서 약간 들어 둔 기억이 남아있어서인지, 스피노자의 감정에 대한 철학적 해석이 더욱 재미있게 다가왔다. 저자는 스피노자의 철학을 크게 기쁨과 슬픔으로 나뉘며 거기에서 세부적인 감정을 나눌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우리의 감정이란 '관계를 통해 변화하는 삶의 의욕을 정확히 나타내는 눈금'이다. 결합관계로 인해 삶의 의욕, 즉 코나투스가 증가하는 것이 기쁨이며 해체 관계로 인해 코나투스가 감소하는 것이 슬픔이다. 이 세상에 그 자체로 선한 것도 그 자체로 악한 것도 없고 관계에 의해서 그것이 가려진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교만과 오만에 대한 내용이었다. 평가하기, 규정짓기, 선 긋기는 교만과 오만에서 비롯된다. 교만은 인간이 자기 자신에 대해 정당한 것 이상으로 느끼는 데에서 생기는 기쁨이다. 주위에 모든 것을 다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지 않는가? 그들은 모든 사안을 자기 마음에 드는 방향으로 가져가고 싶어 한다. 그런 교만은 남들에 대한 자신의 무지의 고백이다. 하지만 그것이 나는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이 책은 어느덧 끝이 나버리는 재미있는 강의같이 그렇게 끝나버린다. 고개를 끄덕이면서 듣다가 강사의 마지막 멘트를 들으면서 손뼉을 치고 돌아서는데 그 강연을 정리해서 말해보라고 하면 '정말 좋았어. 네가 직접 들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뭐라고 설명할 수 없네.'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그런 강연 같다. 같이 공감하고 손뼉을 치고 흥분한 그 기분은 직접 들어야만 알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