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의 삶은 사색과는 거리가 멀다. 그저 생활 속에 허덕이고 있다. 일어나고 씻고 출근하고 일하고 먹고, 기승전 생활이다. 책 한 권 제대로 읽어내기가 쉽지 않다. 특히 책 속에 푹 빠져서 그 감동에 젖어보기가 잘 되지 않는다.
정여울 작가의 <공부할 권리>를 일찍이 받아두고도 이제야 읽었다. 잊었던 오랜 친구를 만난 듯 반가웠다. 익숙한 목소리, 편한 이야기, 그리고 숨어있던 내 감각을 깨우는 문장들.
책 몇 권을 싸 들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이 일상을 벗어나서.
하지만 정여울 작가의 글을 읽다 보니 내가 발 디디고 사는 이곳에, 바로 여기에서 우리는 해답을 찾고 사색을 하고 변화해야 한다. 책이라는 멋진 친구의 손을 잡고. 그리고 책을 통해 만난 고목 같은 스승들의 도움을 받아 절망과 질곡의 문턱을 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