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씨앗을 심다 -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창조하는 마음공부
백성호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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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에세이/서평] 「생각의 씨앗을 심다」 가치의 꽃을 피운다



 

 며칠 전에 작은 화분에 채송화 씨앗을 심었다다이소에서 파는 작은 화분 키우기 시리즈로화분과 씨앗이 제공되고 심지어 흙까지 같이 담겨 있었다그저 물만 뿌리면 되는간단한 일이었지만 새싹이 돋는 모습을 보고 적지 않은 행복을 느꼈다나만의 방에 씨앗을 품는 일은 아주 오래전부터 꿈꾸던 일이었다아무래도  안에서 담배를 피우다보니 도저히 꽃을 키울  없었는데 금연이 안정권(?)으로 들어오면서 화분을 들여놓을 결심이 섰다햇볕을 보여주고물을 뿌려주고바람에 놓이니 대지를 박차고 힘차게 돋은새싹에 특별한 기특함을 느꼈다.

 

 우리의 마음은 밭입니다 밭 힘은 놀랍습니다어떠한 씨앗을 심어도 답을 하고싹을 틔우기 때문입니다 책에서는 생각의 씨앗을 심는 물을 주는 햇볕에 내놓는 기다리는 싹이 올라오는 풍경올라오는 싹을 일상에 대입하는  등을 다루었습니다이런 '생각 농사' 우리의 삶을 울창한 행복한 숲으로 만듭니다.

P. 6 

 


 「생각의 씨앗을 심다」라는 제목이 한순간에 마음을 사로잡았다책이라는 도구가특히 글을 쓰는  있어서는 언젠가  피울  있는 문장을 마음에 심는 씨앗이라고 항상생각했다(그래서 처음에는 글쓰기에 관한 책으로 알았다). ''  안에 흡수하고 '()'으로 뱉어내는  절묘한 순환구조는 생명력 있는 무언가가 창조되는 신비함까지 느끼게 한다제목부터 공감됐다내용은 어떠한가 마음의 씨앗을 심는 일은 나라는 가치의 존재를 느끼는 일이다언젠가 피어날 아름다움을 소망하는 것과 같았다「생각의씨앗을 심다」는 ''라는 가치에 씨앗을 심었을  일어나는 우주의 신비를 보여준다.

 

 가장 필요한 것들은  공짜로 주어진다고우리가 햇살을  주고 사지는 않는다고. "땅이나 건물이 있어야만 자연의 아름다움이 주어지는  아니다한강변의 억새를 봐라그냥 주어진다그걸 누리는 사람도 있고누리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쫓기며 각박하게  때는  보인다우리가 소박해질  비로소 그게 눈에 들어온다."

P. 91 

 


 내가 여태껏 살면서 가장 아름답다고 느낀 사람은 본인의 가치를 알고 그에 걸맞은 행동을 하는 사람이었다말이나 행동 하나 함부로 하는  없었다타인을 배려하는 모습이 자신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일이었다 사람 마음에는 오래 전에 씨앗이 심겨져 있었고 이미 남들에게도 보일 정도의 꽃을 피운 것이었다

 심한 욕설을 하거나 무례한 행동 등으로 남에게 상처를 입힌다나는  못난 사람이야 등의 생각이나 말로 본인마저 상처를 입히는 사람이 있다 마음이 죽어간다고 느끼면 지금이라도 생각의 씨앗을 심어보는  어떨까 씨앗이 작게나마 새싹이 되어 힘차게 돋아나기 시작할 때는작은 화분에서 키운 채송화 씨앗을 보았을 때의 행복 이상의 감정을 느낄 거라 확신한다답은 이미  안에 있다는 작가의 말을 이렇게 해석해도 될까꽃은 이미  안에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천만다행입니다보석이 바깥이 아니라  안에 있으니까요자기 주머니에서  보석을 찾아내는 일입니다그게 불교에서 말하는 수행입니다그래서 누구에게나 가능한 일입니다왜냐고요내게 없는 것이 아니라 이미 내게 있는  찾기 때문입니다.

p. 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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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 스톡홀름, 베르겐, 오슬로, 상트페테르부르크, 두브로브니크, 흐바르, 발트 3국 - 공연을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유럽 시리즈
윤하정 지음 / 끌리는책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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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서평]「예술이 좋아 떠나는 여행」나만의 예술을 찾아서



 
 두 명의 에드바르를 만났다독자적인 음악 세계가 뚜렷한 에드바르 그리그(이하 그리그) <절규> 유명한 에드바르 뭉크(이하 뭉크) 그들이다 둘은  마음이 손꼽는 최고의 예술가다각자 개성이 넘치는 훌륭한 예술 작품의 매력 뿐만 아니라 그들의 인생 전반에서 강렬한 인상을 준다가난과 공포고통불안끊임없이 자신을 둘러 싸고있는 죽음  온갖 처절한 것들은 전부 갖고 있던 뭉크의 인생은 상처가 예술이 되는 과정을 고스란히 보여준다반면에 그리그는 어떠한가그의 대표곡 <페르귄트 1모음곡> 들어 보면 아름다운 봄날에 털빗 고운 새들이 둘러 앉아 아침을 향해 지저귀는 듯한 황홀한 인상을 받는다특히 3 산왕의 궁전에서는 그중 백미로 무척 모험적이고 진취적인 느낌이 들어 굉장히 중독성이 강하다산왕의 궁전에서는 영화 <퍼니게임>에서 예고편으로도 쓰였는데 영화의 일상적이면서도 소름끼치는 분위기를 무척  표현했다고 느꼈다그는 부인과 함께 서로 평생 아끼고 살아갔고사람들은 그들이 살았던 곳을 '요정이 사는 언덕'(  키가 무척 작았다고 한다)이라고 부른다그들의 관한 이야기나 요정이 사는 언덕의 풍경을 바라보며 그가 얼마나 희망적이고 긍적적인 인생을 살았는지 선명히 들리는  같다


산왕의 궁전에서 듣기 - https://www.youtube.com/watch?v=Qc_x3fMS1r4

퍼니게임 예고편 보기 - http://movie.naver.com/movie/bi/mi/mediaView.nhn?code=47493&mid=11562

 

 실제로 그리그의 음악은 스케일이 크거나 구성이 치밀하지는 못하다는 평을 받는다하지만 그는 그만의 음악을 했다나는 문득 그리그가 소박한 행복의 위대함을 알고 있었던  아닐까 생각해본다그가  언덕에서 행복하게 작업할  있었던 것도 같은 이유가 아닐까

P. 42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에서  명의 에드바르를 만난  행운이었다  좋아하는 예술가이기는 했지만 그리그와 뭉크로만 알고 있었지같은 노르웨이 출신이며  에드바르라는 성을 가진 것은 전혀 알지 못했다같은 성과 국적을 가지고 전혀 다른 인생을 살아왔음에도 사람들에게 가치 있는 예술을 남겼다는 공통점은 무척 재밌는 예술의 묘미다예술이 좋아서 떠난 여행은 바로  다름예술인생을 찾아 나서는 여행이다어쩌면 무언가 다름을 겪는 이해하는 일이  여행이지 않을까사람들이 가장많이 틀리는 맞춤법  하나가 바로 '틀림' '다름'이다. '다르다'라는 단어를 써야 하는 곳에 '틀리다'라고 쓰는 경우가 많다우리 마음   구석에 혹시 나와 '다른것은 '틀린것이다 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여행이란 나와 다르다는 것이 틀린 일이 아니라는 점을 배우는 일종의 교육과정일지도 모른다 책을 펼치기 전에는 예술 중심의 책인지 알았으나 책을 덮을 때는 예술 컨셉의 여행이 중심이라는  알았다그렇지만  중심이 전혀 단점이 되지 않았다그만큼 작가의 전달 방식이 무척 뛰어났고 여행기의 완성도가 훌륭하다오로지 10년동안 예술에만 매달리며 칼럼을 써왔다니 그럴만도 하다

 

 무언가 '다름' 있다는   재밌는  같다그때는 모르지만 떠나오면  다른 상황에서 새로움을 느끼게 되니까.

P. 104

 

 내가 가고 싶은 여행은 바로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의 여행기와 같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 떠나는 분명한 목적을 지닌 여행이다모든 사람이 공통적으로 원하는 유명 관광지가 아니라 오로지 나에게만  가치를 선명하게 빛내는 목적의 여행말이다그게  예술같은 여행 아닐까모든 사람이 자신만의 예술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있다.모든 예술이 모든 이에게 영감과 환희를  거라는 생각은 너무 긍정적인 생각이지만하나 정도 이상의 예술은 누구나 품을  있지 않은가 마음의 예술을 찾아 떠나는 간접 여행「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이다.

 

 보통 다른 도시의 페스티벌은 여행객들의 관광 상품이 돼버렸지만 두브로브니크에서는 현지인들도  한여름의 축제를 한껏 즐긴다오프닝 행사가 끝나면 화려한 불꽃놀이가 펼쳐지고 밤늦도록 춤과 노래가 이어지면서 철옹성 같은 성벽 안은 웃음꽃이 만발한 사람들과 현란한 불빛여기저기에서 터져나오는 음악소리로 들썩인다.두브로브니크의  성문을 통과한 사람들은 모두 축제라는 외단 시간과 공간에 취해 있는 듯하다.

P. 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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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4-19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리그의 <페르귄트 모음곡> 수록곡들 중에 `아침`과 `솔베이지의 노래`를 좋아합니다. `아침`은 워낙 유명한 멜로디라서 계속 들어도 지루하지 않아요. ^^

책읽는정오 2015-04-19 17:09   좋아요 0 | URL
저도 무척좋아합니다
솔베이지의노래는 굉장히 익숙한곡이더군요
 
결혼해도 괜찮아 - 진흙탕을 놀이터로 만드는 박혜란의 특급 결혼이야기
박혜란 지음, 윤정주 그림 / 나무를심는사람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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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서평] 「결혼해도 괜찮아」 행복은 결혼이 만들어주지 않는다



 

결혼해도 괜찮아 - 
박혜란 지음, 윤정주 그림/나무를심는사람들

 

 중학교 때 반 친구들은 내 꿈을 가지고 나를 놀렸다. 화목하고 단란한 가정을 꾸미고 싶다는 조금 여성스러운 꿈을 말한 게 다른 친구들은 이해할 수 없었나보다. 남자라면 모름지기 큰 야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인식 때문인지 내 꿈은 상대적으로 초라하고 또 마치 이루기 쉬운 꿈인 것처럼 평범해보였다. 어렸을 때는 무슨 허세였는지 평범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크고 어떻게든 튀어보거나 특별하고 싶었다. 평범한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도 모른 채 말이다. 현대인들은 그들이 만든 평범을 이루기 위해 걸음마를 시작하는 순간부터 경주마가 되어 인생 전반을 치열하게 내달린다. 남들에게 뒤쳐지지 않는 평범한 결혼을 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커플들은 아우성을 치고 있는가. 나에게 평범한 결혼과 평범한 가정은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인 행복에 도달하는 첫 번째 과제임이 분명했고 확실한 목표 의식을 갖고 있었다. 지금처럼 부정적인 결혼관을 가질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결혼해도 괜찮을까? 하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다.


 노년의 결혼 생활은 갈수록 시큰둥하다. 그래서 난 남들도 으레 다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어느 날 한 친구가 아직도 자기는 남편이 집에 들어오는 소리가 나면 가슴이 울렁인다는 청천벽력 같은 고백을 하는 게 아닌가.

 '진짜, 정말, 레알?' 묻고 또 물어도 답은 예스.

 다른 친구에게 이 말을 전했더니 첫마디가 '거짓말!'

 또 다른 친구도 역시 '뻥이야!'

 또또 다른 친구는 '미쳤나 봐! 변태 아냐?'

P. 57 

 

 대학교 때 한 학년 높은 선배와 정말 치열하게 연애했다. 내 감정이든 그 선배의 감정이든 감당하기 힘든 연애였다. 그토록 뜨거운 감정을 가졌음에도 어떻게하면 서로에게 상처를 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한다는 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선배가 나로 인해 상처를 받는 모습을 보고 선배의 나에 대한 마음을 확인했다. 아무 관심도 없는 사람에게는 상처도 받지 않는다. 내가 선배에게 상처받으며 내 감정의 존재를 확인하기도 했다. 하루에도 정체를 알 수 없는 기묘한 감정과 생각이 소용돌이 치는 와중에 지금까지 결혼관을 강하게 지배하는 하나의 생각은, 왜 사랑해서 안달이 났던 사람끼리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못해 안달해야 하는가이다. 결정적으로 결혼에 대한 의문을 던진 소설이 있다. <중국식 이혼>이다. 이 소설 역시 내가 느꼈던 생각과 같이 주인공들은 치열하게 사랑하고 증오한다. 에프라임 키스혼의 패러디 작품 「그것은 종달새였다」에서는 만약 로미오와 줄리엣이 자살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를 서술한다. 만약 그랬다면 그들은 베로나의 허름한 방 한 칸에서 살았을 것이다. 살림은 형편 없고 로미오의 배는 튀어나왔을 것이며 줄리엣은 그의 모습에 신물이 났고 그래서 둘은 늘 싸운다. 다시 한번 묻는다. 결혼해도 괜찮을까? 

 인간은 어차피 외로운 존재다. 연인이 그 외로움을 달래 주는 데 특효약인 걸 사실이지만 약효는 늘 시한부일 뿐이다. 특별히 소통이 잘 되는 남편이라면 의로움 퇴치에 큰 힘이 되겠지만 그 역시 외로움을 완치시킬 명의가 되기는 불가능하다. 그도 결국은 나처럼 외로운 존재이니까.
P. 87 



 다시 환상 가득 행복 가득한 결혼을 꿈 꿀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결혼해도 괜찮아>를 펼쳤다. 분명 결혼하라고 만든 제목 같은데 왜 내용은 제목과 다르게 결혼을 할 게 못된다는 주장을 일삼는지. 결혼만 하면 이성은 서로의 사랑이 식어가는 걸까? 사랑에 대한 설렘을 무척 훌륭하게 표현한 명작 <비포 선라이즈>를 보면 남자 주인공은 만약 지금 나를 놓치면 나중에 결혼하고 권태기가 왔을 때 그 남자를 만나봤다면 이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라는 협박어린 작업 맨트로 여자 주인공을 꼬신다. 그 맨트 속에는 '결혼 하면 너의 남편은 매력이 떨어질 거야' 라는 주장이 포함되어 있다. 이상하게 결혼만 하고 나면 들끓던 사랑이 식어가는 이유는 너무 가깝기 때문 아닐까? 사람은 너무 가까이에 오래 있으면 문제가 생긴다. 특히 군대에서 그런 경우가 많다. 여태껏 문제 없이 사회 생활을 잘 하던 사람도 군대에 들어와 24시간 내내 사람과 부대끼다 보면 문제가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결혼도 마찬가지다. 결혼이란 하나의 세상과 또 다른 하나의 세상이 합쳐 지는 것이다. 그 사람이 살아온 세월만큼 만들어지고 다듬어진 세상이다. 나와 다를 수밖에 없다. 사람이라는 작은 우주 두 개가 만나는 빅뱅이니 어찌 문제가 발생하지 않겠는가. 사람은 누구든지 서로 다르다. 내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걸 다른 사람은 절대 안돼 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인간 관계는 서로가 틀린 게 아니라 다르다는 것을 이해 하는 과정이고 결혼은 인간 관계의 정점이 아닐까. 결국 사람은 혼자 사는 존재다. 일평생 혼자라는 외로움을 감당하다가 결혼을 통해 지금까지 비어있던 것만 같은 '반쪽'을 채우려 하지만 그건 전부 결혼이라는 제도가 만들어낸 환상이다. 배우자는 나를 하나로 완벽학 만들어주는 합체의 대상이 아닌 불안정한 나를 받쳐주는 동반자와 같다. 이게 바로 결혼해도 괜찮은 이유 아닐까? 

 결혼이 맘먹은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고 쉽게 슬퍼하거나 좌절하지 마십시오. 왜 결혼했는가 후회하지 마십시오. 배우자와 스스로를 탓하지도 마십시오. 결혼이 두 분을 행복하게 해주지는 않습니다. 두 분이 행복한 결혼을 만들어 가십시오.
P. 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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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 짓 - 일상 여행자의 소심한 반란
앙덕리 강 작가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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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서평] 「딴, 짓」 당신의 안전한 열외 




딴, 짓 - 
앙덕리 강 작가 지음/소담출판사



 문예창작과 소설 창작 교수님께서 수업 시간에 언급하신 소설 중에 유독 인상 깊은 소설이 있다. 이동하 작가님의 단편 소설 「열외」가 그것이다. 워낙 오래된 소설이라 읽어보기 힘들고 검색해도 기사 한 줄 찾기 힘들어 줄거리를 정확히 기억할 수는 없지만 대략 요약하자면 이렇다. 긴 세월동안 한 회사에 몸과 마음을 모두 받쳐 하루도 빠짐없이 개근한 남자가 있었다. 어느날 그는 난생 처음 일상이라는 정해진 레일에서 벗어나 잠시 나름의 일탈을 하였는데 그 후로 회사의 모든 사람이 자신을 못 알아보고 자신의 자리는 다른 사람이 차지하고 있었다. 그가 잠시 일탈하는 순간 그는 다른 사람에게서 존재를 잃어버리고 사회라는 톱니바퀴에서 '열외'된 것이다. '일탈'이란 그렇게 무섭다.

 

 일상이란 지루하고 지겹기도 하지만 평온함과 안락함도 가지고 있어 포기하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다. 만약 감정이 흐르는 대로 일탈하게 된다면 나도 모르는 사이 어느 새인가 '열외'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앙덕리 강 작가님의 소심한 일탈 「딴, 짓」도 그런 무서움을 등에 지고 시작됐다. 나의 의도보다는 타인의 의지가 더 많이 개입된 일상에서 한 발짝만 벗어나 가벼운 여행을 떠나자는 이야기다. 남들 모두가 하는 보편적인 생각에서 벗어나는 정신적인 딴짓을 권유하기도 한다. 그녀의 딴짓은 우리 모두가 바라는 가벼운 아우성과도 같다.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잠시 벗어나 한가로이 한눈 팔며 마치 관람객이 된 것처럼 세상을 바라보며 딴짓을 하고 싶은 순간, 앙덕리 강 작가님의 「딴, 짓」은 좋은 간접 체험이 된다. 내 감정이 갈증을 느낄 때, 삶이 권태로울 때, 더이상 짜릿한 이벤트를 기대할 수 없을 때 일상을 다르게 사는 특별한 행동 '딴짓'을 해보자. 남이 만들어 놓은 삶 보다는 내가 만드는 삶을 살고 싶을 때 「딴, 짓」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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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여행 - 내가 꿈꾸는 강인함
정여울 글.사진, 이승원 사진 / 추수밭(청림출판)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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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서평] 「그림자 여행」 그녀의 그림자가 빛나는 순간


 



 언제 정여울 작가의 글을 읽기 시작했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내 책장에는 그녀의 책이 하나 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처음에는 분명 문체가 조금 무겁고 겉멋이 약간 든 게 아닌가, 하고 느꼈지만 이제는 그 스타일에 중독 되었는지 그녀가 내는 책이라면 장르 불문하고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는 작가가 됐다. '나는 묘사밖에 할 줄 모르는 작가' 라고 생각하며 글을 쓰라고 하셨던 교수님의 말씀이 떠오르는 작가다. 곳곳에서 멋진 표현과 감성이 탄산처럼 튀어오른다. 「그림자 여행」​은 정여울 작가를 지탱하고 있는 그림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예컨대 나는 모든 존재가 드리우는 그림자에 매혹된다. 늦은 오후 총총걸음으로 걸어가는 사람들의 뒷모습에서 신ㅂ의 면사포처럼 길게 드리워지는 그림자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아장아장 걸아가는 아기의 뒷모습에 어리는 포동포동한 그림자도, 다정한 노부부가 손을 잡고 길을 걸어갈 때 석양에 비친 아련한 그림자도 눈부시다. 햇빛에 비친 그림자뿐만 아니라 살아온 발자취가 아름다운 사람들은 더욱 아름다운 삶의 그림자를 남긴다. (…) 나도 그렇게 그림자조차 부끄러움 없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마음먹는다.

P. 6 


 이전에 큰 인기를 끌었던 책, 대한항공과 함께한 정여울 작가의 여행 에세이「내가 사랑한 유럽TOP10」과 「나만 알고 싶은 유럽TOP10」이 조금 상업적인 냄새가 났고 타인의 의지가 개입됐다면 이번 「그림자 여행」​은 지극히 개인적이며 작가의 의지 하나로 태어난 책이라는 느낌이 든다. 지금까지 읽었던 책이나 즐겼던 여행, 접했던 예술이관통한 본인의 그림자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림자라는 소재와 내가 꿈꾸는 강인함이라는 부제목은 특히 매력적이다. 언젠가부터 내 삶의 목표가 된 '강인함'이 삶의 표면을 떠받치고 있는 어두운 '그림자'와 글의 소재로써 마주하고 있으니 그렇게 잘 어울릴 수가 없었다. 나는 그녀의 그림자에 담긴 강인함을 배우고 싶었다. 


 아무리 두려울지라도, 자기 내면의 그림자를 똑똑히 바라볼 수 있는 사람. 그가 바로 강인한 사람이다. 아무리 외로울지라도, 자신의 그림자와 홀로 씨름하며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는 사람. 그가 바로 강인한 사람이다. 내가 꿈꾸는 강인함은 자신의 그림자를 인식하는 빛나는 지성과 타인의 그림자를 보듬어주는 따스한 감성을 동시에 갖추는 것이다.

P. 8 


 글을 단순히 기록이나 의사 전달의 수단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있지만, 글은 스스로를 단련 시키는 수행 도구이기도 하다. 그녀의 글을 읽다보면, 내가 삶의 고비마다 글을 통해 힘겨움을 감당하려고 했던 것처럼 그녀도 글쓰기를 하며 그림자를 단련하고 강인함을 키우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누구 앞에서 떳떳하게 나설 수 없는 그림자이지만 글이라는 매개체를 통해서라면 많은 사람 앞에 이렇게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 아픔은 준비가 됐을 때 끄집어 낸다면 이야기 하는 것만으로 치유되는 효과를 가진다고 한다. 글로 쓴 아픔은 객관적이고 차가운 시선으로 아픔을 바라볼 수 있게 만든다. 글은 곧 준비와 같다. 우울한 색을 지녔던 그림자를 글을 통해 바라보는 순간 그녀의 그림자는, 또는 나의 그림자는 찬란히 빛나게 된다. 


 당신 안에 꿈틀거리는 가장 깊고 은밀한 외침을, 당신 안에 깃든 가장 눈부신 희열과 분노와 열정의 시간을 글쓰기라는 모닥불의 장작으로 완전히 연소시킬 때, 글쓰기는 더 이상 노동이 아닌 '삶을 바꾸는 예술'로 승화될 것이다.

P. 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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