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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알프스 오디세이 - 억새야 길을 묻는다
배성동 지음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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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 알프스 오디세이」여행이 곧 인생이다



 

 

여행이 곧 인생이다

영남 알프스라는 지역은 들어보지도 못했고 관심도 없었지만 단 하나 '오디세이'라는 제목에 이끌렸다. 「오디세이아」는 서양에서 최초로 기록된 문학이며 요즘 유행하는 '멘토'라는 표현의 시초인 명작 중의 명작이다. 최초의 문학이라는 점도 굉장하지만 「오디세이아」가 높히 평가 받는 이유는 문학으로서 인생, 삶을 그대로 표현해냈기 때문이다. 바다를 향해 용함기 항해 하는 인간. 이내 끝없이 펼쳐진 바다 한가운데서 표류하는 삶. 계속 파도에 흔들리며 나아가다 폭풍우에 휩쓸려 도무지 방향을 찾을 수가 없게 된다. 이제 운명의 파도가 덮치면 인간은 난파되어 바닷속으로 뛰어들거나 해안에서 좌초하기도 한다. 또는 피해가야 하는 암초에 걸려들어 빠지기도 하고 가까스로 닻을 내려 구조되기도 한다. 아니면 무사히 안전한 항구에 닿는다. 이처럼 무한한 가능성이 펼쳐진 망ㅁ아대해에서 인간은 쉽게 길을 잃고 만다는 것이다. 이게 바로 인생은 일종의 「오디세이아」라고 불리는 이유다.

 

 

「영남 알프스 오디세이」역시 제목답게 이와 비슷한 노선을 취하고 있다. 영남 알프스 지방에 약 반세기동안 정착해서 억새처럼 거칠고 꿋꿋이 살아온 사람들이 인생을 그대로 담았다. 작가를 따라 같이 길을 걷다보면 그들의 삶이 곳곳에 묻어 있고 역사의 발자취가 남겨져 있다. 단순 여행에서 그칠 일이 아닌, 인생을 그대로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는 것이다.

 
또한 한국전쟁 당시에는 이데올로기의 거대한 싸움터가 되어 숱한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한국정쟁이 종료된 후 1956년, 부산 감전동에서 배내골로 이주한 한 태극교 신도는 목 없는 빨치산을 무더기로 매장한 사슴목장 골짜기에서 밤마다 '내 목 내놔라' 하는 울음소리가 들려 공포에 떨었다며 아연실색을 했다.
한국전쟁이 끝난 후 주민들이 다시 배내골로 들어왔을 때는 사방 칠십리가 잿더미로 변해 있었다. 논밭에는 총알, 박격포, 수류탄이 박혔고, 골짜기에는 목 없는 시신이 무더기로 묻혀 있었다.
P. 169
 

작가가 너무 인생을 어렵게 생각했던 탓일까. 「오디세이아」는 이게 혹시 반 세기 전의 글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어려운 단어가 너무 많이 쓰인다. 별다른 설명도 없는 데다가 낯선 지명까지 여럿 섞여 있어 더욱 가독성이 떨어진다. 아마 나처럼 도시에서 자라고 난 아이들은 처음 들어보는 단어가 곳곳에 눈에 띌 것이다. 단지 혼자만의 기록으로 기념적인 출판을 한 건지 제한적인 독자들과의 소통을 원한 건지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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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그리다, 빠지다, 담다 - 마음 가는 대로 눈길 가는 대로 뉴욕아트에세이
박아람 글.사진 / 무한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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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그리다 빠지다 담다」예술로 전율을 느끼기 좋은 방법


 

 

 

예술로 전율을 느끼기 좋은 방법

 

가끔 시오노 나나미1의 묘사가 떠오른다. 아무래도 그녀의 분위기가 아직 내 몸에서 가시지 않은 것 같다. 병원에서 채혈을 기다리며 읽었던 그녀의 책이 인상에 깊이 박혀있다. 황금빛을 물든 오후 2시의 잠든 로마 거리가 문득문득 느껴진다. 아마 병원 도서관에서 홀로 느낀 감정이 그대로 맺혀있기 때문일까. 나는 그때 정지된 시간 안에 혼자 사고하는 아찔함을 만끽하고 있었다. 나중에 알 게 됐는데 그 도서관은 관계자 외에 출입할 수 없는 곳이었다. 건물 안이라 빛은 들어오지 못했지만 그 순간은 가히 황금빛으로 물든 황홀한 순간이었다. 「뉴욕 그리다 빠지다 담다」의 작가가 허드슨 강을 보며 느낀 감정도 이와 비슷한 것 아니었을까. 미술 작품 하나하나가 인생에 맺혀버리는 소중한 경험을 얻고 있는 것이다.

 

럭셔리하면서도 경제적이고 게다가 여술적 가치가 넘치는 그런 미술관 레스토랑이 있다면 어떨까.(중략)

레스토랑 창문가 테이블에 앉아 오후 햇살에 반짝이는 허드슨 강을 보고 있노라니 마음속의 근심 걱정이 다 사라지는 듯 했고, 시간과 공간이 멈춘 듯해 주위의 조용함이 신비롭게까지 느껴졌다. 멀리 자유의 여신상이 보였다. 굳게 다문 입과 강렬한 눈매를 가진 그녀는 한 손으로 힘차게 횃불을 뻗어 올리고 있었다.

P. 29

 


 

팀 버튼의 일러스트집을 사는 선배가 있었다. 소설을 쓰던 선배는 그림에서 영감을 얻을 때가 있다고 했다. 글과 그림이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이해할 수 없었다. 어느덧 그 선배의 그때 나이를 훌쩍 넘기고, 미술을 전공하는 친구와 사귀게 되고, 미술에 관한 책을 읽고, 한 눈에 전율을 일으키는 그림을 만나며 생각이 참 많이도 바뀌었다. 그림은 상상력을 자극한다. 상상력이 머리 속에서 꾸물꾸물 거리며 자신의 영역을 표현한다. 그리고 어느 예술과 같이 이야기가 담겨있다. 남의 상상력을 엿보는 일, 접촉하는 일은 너무나 즐거워 인생에서 예술을 빼놓지 못하게 한다.

 

 

1898, 존 콜리어 작의 고다이버 부인2이다. 이 작품을 처음 봤을 때, 마치 4월의 어느 맑은 아침에 100퍼센트의 여자를 만난 것3처럼 일순간 모든 세포가 이 작품에 대해서만 반응할 정도였다. 아마 이 글을 보는 당신도 인생을 송두리째 흔든 예술 작품이 있을 것이다.

 

뉴뮤지엄의 작품들은 벽에 걸려 말이 없는 갤러리의 2차원적인 작품이 아니다. 3차원과 4차원을 넘나들며 공간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써내려가고 있는 그야말로 살아있는 현대미술작품이었다.

P. 71

 

 

「뉴욕 그리다 빠지다 담다」는 작가가 뉴욕에 있는 미술관, 박물관을 순례하며 적은 여행 에세이다. 책의 구성이나 디자인은 소장하고 싶어질만큼 예쁘고 잘 꾸며졌지만 내용은 살짝 아쉬움이 남는다. 여행 에세이가 지향하는 내용은 미술관이나 박물관의 일반적인 정보나 가이드가 아닌 그녀의 삶과 접촉한 예술 이야기여야 할 것이다. 하지만 「뉴욕 그리다 빠지다 담다」에선 이렇다 할 그녀만의 이야기가 부족하고 사진 또한 인터넷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을 것 같은 사진들이다. 독자가 원하는 사진은, 검색으로 찾아볼 수 있는 사진이 아닌 사색으로 빠져들 수 있는 사진이 아니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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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일본의 작가. 이탈리아에서 독학으로 이탈리아사를 공부하면서 다양한 저서들을 집필하였다. 《체사레 보르자 혹은 우아한 냉혹》으로 1970년 마이니치 출판문화상을 수상하였다. 1992년부터 로마의 장구한 역사를 집필하기 시작하여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를 출간하였다.
    [출처] 시오노 나나미 | 두산백과
  2. 11세기경 영국 코벤트리의 영주의 부인이었던 레이디 고다이바. 남편인 영주 레오프릭의 과도한 세금 징수로 백성들의 삶이 피폐해지자 그녀는 백성들을 위해 남편에게 세금경감을 호소했다. 그러나 이 간청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자, 수치심을 버리고 영지를 나체로 도는 과감한 시위를 통해 남편 레오프릭과 마을 사람을 감동시키고 결국 세금의 경감을 이끌어냈다. 몰래 엿보는 사람을 뜻하는 ‘피핑 톰(Peeping Tom)’이나 ‘고다이바이즘(godivaism)’, 벨기에산 초콜릿 ‘고디바’의 기원이 되기도 했다.
  3. <4월의 어느 맑은 아침에 100퍼센트의 여자를 만나는 것에 대하여>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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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날 수도 머물 수도 없을 때 - 당신의 사랑이 흔들리고 있다
프랜 코헨 프레이버 지음, 박지훈 옮김 / 쌤앤파커스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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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떠날 수도 머물 수도 없을 때」내 사랑에 방부제 뿌리기


 

 

 

내 사랑에 방부제 뿌리기

흔히들 사랑의 유통기한을 말할 때 나는 한사코 그 사실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그러고는 조각가 로댕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로댕은 약 36년간 메리라는 여성과 교제하다가 죽기 1년 전에 그녀와 결혼한다. 3년이라는 유통기한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일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아무래도 사랑을 전달하는 신경전달물질 도파민의 유효기간이 30개월밖에 되지 않는다는 명백한 과학적인 증거도 부정하기 어렵다. 이건 너무 슬픈 현실이다. 열정으로 불 타는 사랑이 3년도 채 가지 않는다면, 사랑을 위해서라면 3년 주기로 다른 이성을 만나야하며, 3년이 지난 연인들에게는 이미 사랑을 찾아볼 수 없다는 말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그런데「떠날 수도 머물 수도 없을 때」의 저자 프랜 코헨 프레이버는 의견이 조금 다르다. 사랑의 유통기한이 생기는 원인을 안다는 것은 곧 해결할 방법 또한 알 수 있다는 희망적인 이야기를 한다. 그녀가 10여 년간 수많은 연인들과 상담하며 생애 가장 행복했던 그 순간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용기와 희망을 불어넣어 주며 저녁 햇살처럼 따스하고 포근한 로맨스를 되찾게 해준 과학적 사랑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캐시 부부는 무척이나 아파하고 힘들어했지만, 그들에게 ㄴ뜨거운 사랑의 감정을 되찾으려는 간절한 소망이 있었다. 그럼에도 가슴속에 오랜 세월 동안 눌어붙은 시꺼먼 자국은 지워질 줄 몰랐고, 그들은 어찌해야 할지 몰라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그런 그들을 지켜본 나 또한 그들을 돕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다. 그리고 나에겐 그들을 음침한 골짜기에서 양지바른 언덕으로 이끌 방법이 있었다.

P. 17

 

행복한 이유는 같아도 불행한 이유는 저마다 다르다고 했던가. 어떤 사랑보다 내가 하는 사랑이 가장 아름답고 뜨겁다고 느꼈던 순간은 혼자 있을 때 초침만큼 빠르게 지나가기 마련이다. 나에게 가장 큰 행복을 주던 사랑이 이젠 가장 큰 불행을 준다.

「떠날 수도 머물 수도 없을 때」에는 사랑으로 고통 받고 있는 수많은 연인들이 등장한다. 그에게서 사랑이 떠났다고 느끼는 여자도 있고, 너무 과도한 사랑 표현으로 지쳐버린 여자도 있다. 저자는 이들의 문제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과학적인 해결책을 내놓는다. 사랑을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가 하는 점에 대해선 씁쓸한 기분이 들지만, 많은 연인들이 저자의 손을 거쳐 사랑의 유통기한을 늘린 건 사실이다. 만약 권태로운 사랑에 지친 커플들이 있다면 이 책에 언급된 수많은 사례들을 살펴가며 아름다운 사랑의 명맥을 이어나가는 방법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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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 티칭 Animal Teachings - 동물과 이야기를 나누다
돈 바우먼 브런 지음, 임옥희 옮김, 올라 리올라 그림 / 머스트비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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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 티칭」판타지 티칭 


 

 

 

 

 

판타지 티칭

 

대학생 때 선배한테 새끼 고양이를 한 마리 받았다. 애교도 별로 없고, 방 안 이곳저곳 발톱 자국을 남기는 고양이였지만 나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남기며 사랑을 듬뿍 줬다. 특히 애완동물 한 마리를 구심점으로 가족이 하나의 궤도에 휩쓸려 어울리는 모양새는 썩 괜찮은 조화였다. 하지만 안이했던 지식으로 병에 걸린 고양이에 대해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해 결국 무지개 다리를 건너게 했고, 생명을 책임지는 무게감을 절실히 느꼈다. 고양이만이 줄 수 있는 게 아니라 애완동물이 주는 것이었지만 삶의 교훈임에 틀림없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동물이 주는 가슴 벅찬 감동으로 유명한 일화가 있다. 방송인 지상렬씨가 보신탕을 안 먹게 된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왕래가 잦던 친척들이 저마다 보신탕 집을 하나씩 운영하고 있어서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인 '개'를 먹는다는 것에 별다른 거부감을 느낄 수 없었고 시시비비를 가릴 줄 아는 나이가 된 이후에도 뭐가 옳은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개를 잡아먹는 문화의 상대성을 인정하느냐, 아니면 인간의 친구로서 개를 인정하느냐는 어려운 문제이므로 더이상 언급하지 않겠다. 하지만 지상렬씨는 어떤 계기를 통해 후자를 선택한 모양이었다.

 어느날 보신탕을 만들기 위해 펄펄 끓는 물에 개를 집어넣었는데 미처 숨이 끊기지 않은 개가 솥을 박차고 나왔더란다. 그런데 그 개는 자신을 잡으려면 주인에게 달려가 낑낑 거리며 머리를 부비고 꼬리를 쳤다고 한다. 물론 식용으로 쓰는 개가 실제로 저런 맹목적인 충성심과 사랑을 뿜어내는 경우는 극히 드물지만 가슴을 망치로 때리는 듯 벅찬 감동이 밀려오는 건 사실이다. 다른 동물과 비교하기 힘든 개의 인간에 대한 호의적인 감정은 동물에게서 받을 수 있는 지혜 중 하나임이 틀림없다. 동물이 가르쳐 주는 인생의 모든 지혜, 이런 슬로건을 달고 있는 「애니멀 티칭」에서 나는 이런 감동적인 일화를 기대했다.

 

이 책에 실릴 동물의 목록을 뽑고 난 후, 어느 날 아침이었다. 종달새 한 마리가 창틀을 끈질기게 쪼아대며 나와 남편을 깨웠다. 남편이 쫓아냈지만 고집스러운 그 종달새는 다른 창문으로 날아가서 다시 쪼아댔다. 그 순간 내가 목록에서 종달새를 제외했으며, 이 새가 책에 실리기 원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당장 실행에 옮겼다. 그러자 종달새는 다시는 창문을 쪼지 않았다. 그 후 종달새를 연구하던 중, 종달새가 새로운 시도에 영감을 주고 창조력을 북돋우며, 변화의 지혜를 가르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P. 189

 

세 사람만 모여도 그 안에 스승이 있다고 한다. 그와 같이 작은 집단, 그리고 나와 같은 인간에게서도 배울 점이 있다고 하는데 하물며 나와 다른 세상을 사는 동물들에게선 얼마나 배울 점이 많겠는가. 동물들은 인간과 다른 오감으로 살아간다. 그들이 느끼는 세상은 우리와는 전혀 다른 것이어서, 우리는 그들을 통해 미지와 조우할 수 있고 새로운 감각을 익히며 사고와 의식을 넓힐 수 있다. 오래 전부터 인간과 깊은 유대 관계를 맺고 있는 동물과 소통하고 배울 수 있다면 동물원에서 맨몸으로 만세를 외치며 돌아다닐만큼 기쁜 일일 것이다.

 

동물의 지혜에 마음을 여는 순간, 우리의 일부가 마음의 고향으로 돌아온다. 지구의 모든 생명체와 사람이 맺는 본질적 관계를 경험한다면, 우리 자신뿐만 아니라 자연 세계와 동물이 주는 선물에 대한 인식이 깊어질것이다. 동물과의 유대 관계를 다시 회복하고, 공통의 언어를 기억해내며, 의식적으로 삶의 축제에 참여한다면, 우리는 사람다운 사람이 될 수 있다. 스승, 안내자, 멘토, 친구, 그리고 동반자로서, 동물은 우리가 누구인지, 그리고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기억하도록 이끌어 줄 것이다.

P. 7

 

하지만 아쉽게도 「애니멀 티칭」에서 내가 원하던 군밤같이 따듯한 일화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이 책에선 동물들의 기본적인 특징, 성격, 상징들만이 판타지처럼 소개돼 있을뿐이다. 마치 동물 백과사전을 보는 느낌마저 든다. 그리고 대부분의 소개가 너무도 추상적이어서 철학적이게까지 느껴진다. 그리고 그 감동은 플라톤의 철학만큼 어렵다. 그들을 아는 것만으로, 책으로나마 보는 것만으로 지혜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작가의 어긋난 착각일 것이다.

 

밤이 되면 재규어는 깊은 어둠 속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재규어는 다른 존재의 생각을 들을 수 있으며, 우리 또한 같은 능력을 갖도록 도와준다. 또한, 내적 지각을 신뢰하며, 그것이 진정한 것임을 이해하게 한다. 재규어는 말수는 적지만 분별력이 있어서 혼란 속에서도 일정한 패턴과 통로를 찾아낸다. 우리 또한 자기 자신과 본인이 가진 통찰의 힘을 신뢰하라고 조언한다.

대담한 재규어는 우리가 꿈이나 그림자 세계, 혹은 낯선 영토와 같은 어둠 속에서 앞을 보게 한다. 그리고 강도 높은 집중력으로 정신적인 지각능력을 활성화하고 힘을 발휘하여, 우리가 공포를 누르고 자신감을 얻게 한다.

P.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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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 티칭

작가
돈 바우먼 브런
출판
머스트비
발매
2013.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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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 아프지 않게 남의 마음 다치지 않게 - 마음 편하게 살아가기 위한 스님의 지혜
프라유키 나라테보 지음, 장은주 옮김 / 예담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책

 

행복은 어디서 생겨나는 것일까? 우린 모두 일생의 목표를 '행복'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정작 어디에서 행복을 찾아야 할 지 헤매고 있다. 마치 네잎 클로버(행운)를 찾아 헤매며 옆에 있는 세잎 클로버(행복)를 놓치고 있는 것처럼. 행복이란 의외로 단순하고 소박한 일상에서 나온다. 텅 빈 집 안에서, 복도까지 발소리가 들리도록 거실로 뛰쳐나와 나를 반기던 고양이. 군시절 영하 30도 추위 속에서 근무를 마치고 몰래 먹었던 라면. 그런 일상들은 분명히 로또처럼 뚝 떨어지는 거대한 행운이 아닌 작은 행복으로 내 마음을 윤택하게 충족시켜줬다. 행복이란 그런 소소하지만 소중한 일상을 지키는 것. 그리고 그런 일상 속에서 느끼는 괴로움을 몰아내며 스스로 행복을 창출할 수 있는 자주적인 것이다.

 

 어릴 적에 뭔가 특별한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일상의 매우 소박한 한 장면에서 마음이 설레었던 기억이 없나요? 그 같은 생생한 감각은 어른이 되어서도 충분히 되돌릴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익혀왔던 풍부한 지식, 명석하게 사고하는 지성과 더불어 생생한 감각을 지니고 평온과 기쁨으로 충만한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것은 물질이나 지위 등의 외부 요인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생겨나고, 스스로 주인이 되고, 스스로 발판 삼아 북돋아갈 수 있는 '내면적인 행복'입니다.  

P. 5

 

붓다는 '괴로움'이라는 테마에 몰두 했다. 행복을 만들어 내는 방법은 괴로움을 없애는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내 마음 아프지 않게 남의 마음 다치지 않게」의 저자 유키 스님은 타이 방콕에서 동북 쪽으로 350킬로미터나 떨어진 깊은 숲속에서  많은사람들을 만나며 붓다의 말을 전하고 있다. 붓다라고? 그렇다면 어렵고 지루한 종교, 혹은 설법 이야기가 아닐까? 라고 지레 겁먹지 않아도 된다. 이 책은 유키 스님이 다른 사람이 행복과 더욱 쉽게 마주할 수 있도록 도와준 에피소드들을 대화 형식으로 구성하고 있다. 이를테면 고민 상담 잘 해주는 친구와의 대화를 하는 것처럼 쉽고 부담없이 이야기하고 있다.

 

"상하지 않은 건 그대로 먹을테고, 약간 상한 건 파이나 잼으로 만들 거예요."

"역시, 그렇겠지요. 그런 느낌으로 어머니나 타인에게 듣는 말도 능숙하게 요리하면 좋지 않을까요? 즉 상대방의 말이라는 소재에 초조해하거나, 무서워하거나, 실망하거나 할 게 아니라 그것을 C씨 자신이 능숙하게 맛있고 영양 만점인 요리로 바꿔 가면 되지요."

"왠지 맛깔난 이야긴데요. 말도 간을 맞추거나 하는 식으로 나름 궁리하여 맛있고 영양 있는 것으로도 바꿀 수 있군요." (중략)

P. 136

 

현대 사회에 살다보면, 괴로움이란 필연적으로 마주치게 되는 것이라며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적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고선 당연하다는 듯이, 마치 아침에 먹는 시리얼마냥 항우울제나 위통약을 복용하고 정신과 상담을 받기도 한다. 그런데 유키 스님이 말하는 붓다의 가르침은 이런 통속을 뿌리째 흔든다. 괴로워야할 의무도 없고 필요도 없다. 괴로움을 없애는 방법은 분명히 있고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다른 외부적인 요인(약, 종교, 돈)에 의지하지 않고 이것을 실현한다면 대한민국의 GDP는 올라가지 않을망정 행복 지수는 더 올라가지 않을까?

 

붓다의 선언은, '인간이니까 괴로워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마음이 병들었을 땐 병원에서 약을 처방받는 수밖에 없다' 또는 '괴로울 때에는 신이나 부처에게 구원을 청하라'와 같은 일반적인 괴로움에 대한 대처법과는 현저히 다르다는 점입니다. 이를테면 붓다는 '스스로의 힘에 의한 구제의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P. 27

 

우리나라 청소년 최다 사망 원인이 뭔지 아시는가? 놀랍게도 자살이다. 요새 사회 문제로 붉어져 나오는 청소년 자살을 보더라도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가를 알 수 있다. 얼마나 깊은 괴로움을 느꼈으면 아직 꽃도 피워보지 못한 채 새싹으로 짓밟히게 되는 것인가. 그들을 짓밟는 게 누군가인 것도 중요하지만 그들에게 한 줄기 빛과 물이 되어줄 게 아무것도 없었단 사실이 더 중요하다.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청소년들에게 영어 단어장 대신 이 책을 선물해보는 게 어떨까. 「내 마음 아프지 않게 남의 마음 다치지 않게」가 햇살이 되어 그들의 광합성을 도와줄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가 사는 사회를 보더라도, 매년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어린 아이부터 나이 든 사람까지 많은 사람들이 살기가 너무 힘들다고 하며 자살을 쉽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면 우울증에 시달리다 휴직이나 휴학을 하는 사람, 병원에 다니는 사람 등, 몇 명의 모습이 떠오르지 않나요. 자살이든 우울증이든, 그것은 말할 것도 없이 '괴로움'이라는 것이 깊이 관련하고 있습니다.

P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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