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유산
심윤경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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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달리다>, <사랑이 채우다>로 알게 된 작가님인데 올해 초에 새로운 소설이 나왔다고 해서 일찌감치 준비했는데 새해 첫 책으로 읽으려고 기다렸다. 하지만 다른 책이 선수를 쳐서 올해 완독한 7번째 책이 되었다. '해동'의 시선으로 비치는 해방 이후 격동의 조선을 따라가게 된다. 그밖에도 여러 인물이 등장하는데 '가치'와 '믿음'에 따라 사람들이 어떤 모습을 보여주는지 알 수 있다. 대표적으로 '윤원섭'은 과거의 영광을 되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언커크의 사람들 또한 각자 원하는 바를 위해 노력한다. 처음의 '해동'은 언커크와 입장을 같이 하는 것처럼 보이나, 시간이 갈수록 그들에게서 떨어져나와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조선을 본다. 개인적인 느낌으로 후반부는 약간 지루했다. 뭔가 통쾌한 느낌이라기보다는 날것에 가까운 뭔가를 보는 느낌이라 그런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내심 허구의 이야기일 지라도 시원한 한 방을 기대했나보다. 다른 장르지만 한 주마다 아껴 보는 웹툰인 '고래별'도 있다. 완결이 되면 단행본으로 사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 책 속 한 줄 -

하지만 이 날 그는 그 짧고 복잡하지 않은 말을 전달하는 동안, 통역사의 임무가 언어의 소통을 넘어 한 인간을 통째 전달하는 것도 넘어 한 세상과 한 시대의 명예까지 혼자 어깨에 짊어지고 만 것 같은 견디기 힘든 부담감에 짓눌리고 말았다. 그것은 그에게 몹시 부당하게 느껴졌고 심지어 불행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92쪽)

 

"그 시대에 살았던 사람의 형편은 그때의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하네." 그 말은 곧 한국의 비참했던 일제강점기 삼십육 년 동안 나라와 민족이 아닌 일본과 개인적 치부를 위해 진력했던 사람들에게 비난하거나 책임을 물을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뜻이었다. (97쪽)

"(중략) 그런데 마지못해 하는 일이라면 적당히 흉내만 내지, 남들을 모두 제치고 일등을 하지는 않잖아? 어떻게 윤덕영처럼, 아무도 생각해내지 못한 온갖 못된 수를 다 써서, 그 시대에 있었던 모든 감투들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다 차지할 수 있는 거지?원치도 않는데 하는 수 없이 그랬다면?" (187쪽)

 

이 세상에는 사라지지 않는 것들이 있다. 그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흔들리지 않고 사라지지 않는 것들. 지난 석 달 동안 그것의 질긴 생명력을 경험하면서 해동은 그것이 '힘'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세상에는 부정할 수 없는 강력한 힘들이 있었다. 그것을 가지지 못한 입장에서는 분하고 고까울지언정 그것이 아예 없다고는 도저히 말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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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메모 - 이것으로 나의 내일이 만들어질 것이다 아무튼 시리즈 28
정혜윤 지음 / 위고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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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열심히 쓴 리뷰를 날리고, 날렸다는 사실을 방금 알아차리고 다시 써보는 중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이런저런 메모를 쓰는 것뿐만 아니라 그 이상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물론 메모 쓰는 습관을 다시 잡아야 한다. 책 읽을 때 발견한 좋은 문장을 적은 노트가 하나 있는데 2015년 처음 쓰기 시작해서 조금 쓰다가 그 다음은 2017년이고, 마지막은 2018년에 머물러 있다. 일단 시간을 조금 들여 습관을 만들고 습관이 익숙해져서 쓰게 될 때는 여백을 두고 문장을 읽을 때의 생각이나 내가 할 수 있는 것 등까지 적어볼 계획이다. 어느 글에서 필기는 정확한 사람을 만든다고 했고, 독서는 완성된 사람을 만든다고 말한 바 있다. 여기에 덧붙여서 읽는 데서 그치지 않고 어렵지만 조금이라도 그것을 실천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 책 속 한 줄 -
그 대신 앞으론 뭘 할까만 생각했다. 세상 어디선가 나를 필요로 한다면 거기 가서 그 일을 잘해내고 싶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세상이 필요한데 세상이 과연 나를 필요로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나는 세상에 관심을 가질 마음이 있는데 세상도 나에게 관심을 가질 마음이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한때는 사회가 나를 제 맘대로 소유할 뻔했던 적도 있었다. 스스로 생각하지 않으면 사회가 그 일을 하고 만다. 스스로 생각하지 않으면 내 생각의 자리를 다른 사람이 차지하고 만다. 결국은 대다수의 시선에 의존적인 사람이 되고 마는 것을 피하기 어렵다. (…중략…) 사회가 힘이 셀수록 그저 흘러가는 대로, 되는 대로 가만히가 아니라 '의도적'으로 살 필요가 있다. 메모를 하는 사람은 스스로 생각하는 시간을 자신에게 선물하는 셈이고 결과적으로 메모는 '자신감' 혹은 '자기존중'과도 관련이 있다.

 

그런데 우리가 꿈을 이뤄야 할 현실은 가치를 존중하는 게 아니라 가치를 참담할 정도로 무가치하게 대하는 곳이다. 꿈과 가장 불편한 관계를 맺는 곳이 바로 현실이다. 그러나 이런 불안을 견디지 못하면 꿈이 아니라 현실에 맞춰서 삶을 만들게 된다. 그다음엔 연속적으로 나쁜 일이 벌어진다.

 

저는 인간의 변화 가능성만이 모든 시대의 유일한 희망이라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누구도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늘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요. 지금 우리가 누리는 많은 것들도 다른 사람의 상상력, 문제의식, 시도에 힘입은 게 많지 않나요?

 

읽은 날 : 2021.01.26 (화)
리뷰 쓴 날 : 2021.01.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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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킹 온 록트 도어
아오사키 유고 지음, 김은모 옮김 / 엘릭시르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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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읽고 싶은 신간 일본 추리소설을 샀다. 읽는 중인 다른 책과 밀린 책이 있는데 이 책부터 읽기 시작해서 빠르게 끝냈다. 뭔가 작가가 익숙하다고 했는데 관 시리즈 작가님이었다. '체육관의 살인'을 포함한 세 작품을 모두 읽었는데 약간 잔인한 트릭이 희미한 잔상에 남아있다. 이번 단편은 이에 비하면 힘을 좀 뺐지만 (묘사에 있어서 충격이 덜하지만) 그럼에도 탐정의 케미가 좋고 추리의 힘도 놓지 않는다. 그런데 가끔씩 말장난 비슷한 문장이 나오는데 그건 왜 필요한 지 궁금하기는 했다. 사실 단편이지만 약간 연작 느낌이라서 다음 권도 있을 것 같다. 여기서 조금 드러난 떡밥이 몇 개 있는데 그걸 끝까지 회수하지 않았다. 물론 이 책을 읽으면서 추리소설도 장편이 내게 맞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게 됐다.

 

읽은 날 : 2021년 1월 22일 금요일
리뷰 쓴 날 : 2021년 1월 24일 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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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런한 사랑 - 몸과 마음을 탐구하는 이슬아 글방
이슬아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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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에세이는 잘 읽지 않는다. 스토리가 있는 책을 좋아한다. 지인이 추천해서 우연히 도서관에 있어서 빌려 읽었는데 말 그대로 뜻밖의 발견이다. 이래서 가끔 읽지 않는 분야의 책도 만나볼 필요가 있다. 의외로 마음에 드는 책을 찾고 다른 책으로 넘어갈 힘을 얻을 지도 모르니까. 이런 글쓰기 선생님을 만난 학생들이 좀 부러웠다. 사람은 대부분 쓰기에 관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거기에서 좀 나아가면 내 이름으로 나오는 책을 받아보고 싶을 것이다. 모임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시간이 지나고 난 뒤에 같이 책을 읽고, 짧은 글이라도 써보는 시간을 가지고 싶다. 마지막으로, 중간에 학생들에게 편지를 써준 내용도 소개하고 있는데 섬세한 관찰에 놀라웠다. 이런 모임이라면 지친 하루를 보내고 나서도 다시 즐겁게 집을 나설 수 있을 것 같다.


- 책 속 문장 -

글쓰기는 게으로고 이기적인 우리를 결코 가만히 두지 않았다. 다른 이의 눈으로도 세상을 보자고, 스스로에게 갇히지 말자고 글쓰기는 설득했다. 내 속에 나만 너무도 많지는 않도록. 내 속에 당신 쉴 곳도 있도록.

 

꾸준함 없는 재능이 어떻게 힘을 잃는지, 재능 없는 꾸준함이 의외로 얼마나 막강한지 알게 되어서다. 재능과 꾸준함을 동시에 갖춘 사람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창작을 할 테지만 나는 타고나지 않은 것에 관해, 후천적인 노력에 관해 더 열심히 말하고 싶다. 재능은 선택할 수 없지만 꾸준함은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너는 커서 네가 될 거야. 아마도 최대한의 너일 거야." 로맹 가리도 결국 로맹 가리가 되었다. 반복적인 글쓰기와 함께 완성된 최고의 그였을 것이다. 그러므로 아이들에게 그저 다음주의 글감을 알려주며 수업을 마친다. 얼마나 평범하거나 비범하든 간에 결국 계속 쓰는 아이만이 작가가 될 테니까.

 

내 가슴팍 위 쇳덩이에 관해 솔직히 말해보려던 참에 상대방의 가슴팍 위 쇳덩이도 보여 입을 다물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어쩌면 그건 어른이 되는 감각 같았다. 내 것 아닌 쇳덩이의 색깔과 모양과 무게도 알아보는 안목, 서로 들어줄 없음을 알고 귀를 닫은 채 하는 포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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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가의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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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운 소설이 나왔다고 해서 샀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예약판매 글이 올라와서 실망했다. 심지어 산 책은 단편인데 예약판매 중인 책은 장편이다(장편을 선호하는 1인). 이 책은 그냥 가볍게 출퇴근 길에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예고소설 살인사건'이다. 명확하게 범인이 안 나오기는 하는데 내가 짐작하는 사람이 맞을 지 궁금하다. 누구라고 명시하지 않고 이야기는 끝난다. 남은 올해와 다가올 내년에도 기발한 추리소설이 나오기를 바라면서. 그래서 예약판매 중인 책을 사야 할까?


읽은 날 : 2020.11.25 (수)
리뷰 쓴 날 : 2020.11.2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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