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비치는 연못
은일 지음 / 다향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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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 트래블러>도 그렇고 이 책도 역사를 기반으로 한 책이다. 어려운 시기에도 희망을 가지고 움직이는 그런 보통의 사람들 이야기다. 그러나 역사를 기반으로 한 드라마 같은 영상은 보지 못하겠다. 그들의 끝이 비극적인 것을 으레 알고 있기 때문에. 외전에서 좀 더 알콩달콩 2세를 키우는 모습까지 보여줬으면 더 좋았을 텐데. 다시금 나라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친 분들에게 감사하게 되는 밤이다. 작가님의 다른 작품도 찾아보고 싶다. 또한, 마음을 잡고 다시 역사를 알아가자.


- 책 속 한 줄 -

  "그저 발언을 조심하라 말씀드리는 것뿐입니다. 아무리 생각이 없어도 구분은 하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엎드려 구걸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목숨을 걸고 총을 드는 건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고."

  "……."

  "부당에 순응하여 이익을 취하는 것과 부당에 반기를 드는 것의 차이를 모르시는 모양입니다." (216쪽)


  "국가의 존망은 그 나라의 국민들이 결정한다고 생각해."

  "이 나라 국민들은 탄압과 억압의 역사를 알고 있어. 당신처럼 싸워온 사람들이 이 나라에 여전히 남아 있고."

  "……."

  "희망적이라고 할 순 없지만 의미 없다고도 생각하지 않아. 그 사람들로 인해 앞으로 많은 게 개선될 테니까." (3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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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괜찮은 눈이 온다 - 나의 살던 골목에는 교유서가 산문 시리즈
한지혜 지음 / 교유서가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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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산문은 잘 읽지 않는다. 호흡이 긴 소설을 좋아한다. 그러나 이 책은 올해 내가 읽은 산문 중에서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멈춰서 가만히 다시 보게 만드는 문장이 곳곳에 남아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은 꿈에 관한 문장이다. 황동규 시인의 시에서 나온 '꿈, 신분증에 채 안 들어가는 삶의 전부'라는 문장을 인용하면서 글쓴이의 이야기도 풀어낸다. 개인적으로 이것을 보면서 실패의 힘이라는 천양희 시인의 시를 떠올렸다. 과거의 일기를 보면서 그동안 많은 굴곡을 겪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거기에는 기쁨과 슬픔이 모두 있었는데 그 순간의 시점마다 한 가지의 감정에 몰두하느라 다른 한쪽이 있다는 것을 미처 모른 채 지냈다. 혹은 두 가지 감정이 아닌 다른 미묘한 마음이 있었다는 것을 지금은 보인다. 또한, 분명히 읽고 있는데 무엇인가 나도 써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틈틈이 기록하면서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볼 생각이다. 때로는 낯선 모습을 만나기도 하고, 익히 알고 있었던 사실을 다시 확인하기도 하면서 그렇게 하루하루 보내고 싶다. 작가님의 다음 글을 기다린다는 말로 이 글을 맺는다.

어찌할 도리가 없는 삶들에 대해 쓸 때 어떻게 말해야 할까. 희망을 노래해야 하나. 희망을 조롱해야 하나. 인생은 비극이고, 인간은 그 비극을 통해 성장한다는 서사는 궁극의 비극일까, 아니면 희망일까. - P32

경험이 누군가의 삶을 풍부하게 해주고 새로운 방향으로 인도해 준다면 그건 바로 자기 자신의 삶이지 타인의 삶은 아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진심으로 누군가를 이해하고자 한다면, 누군가를 위해 고민하고 있다면, 우리가 말할 수 있는 첫마디는 ‘나는 너를 모른다‘여야 할 것이다. - P46

당연한 말이겠지만 지향하는 이가 없는 사회는 살아남지 못한다. 꿈꾸는 이들이 있는 한 문학도 살아남을 것이다. 그들의 꿈이 미몽이나 추문이 되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리고 그것은 문학뿐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금 이 시대도 마찬가지다. - P49

사회적 인간이라는 말은 어떤 면에서 시선에 갇힌 인간이라는 말일지도 모른다. 바꿔 말하면 나도 때때로 타인의 삶에 대해 간섭하고 규정하고 통제하는 오만을 저지르며 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 P152

삶의 조건에 필요한 어떤 수는, 인간과 삶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 - P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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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번의 일
김혜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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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어느 정도는 예상했지만 그 이상으로 슬펐다. 마지막은 그가 선택한 최선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이후에 어떻게 되었을 지 걱정하게 됐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 편의 그림을 본 느낌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원하는 대로 마음껏 색칠해 나가면서 형형색색 빛나다가 점점 색을 잃어가는 모습을 본다고 해야 할까. 누구나 색깔을 잃어버리는 순간이 존재할 텐데, 그의 경우에는 아예 옆에서 무채색을 끼얹었다고 생각했다. 작가님의 다음 책을 그럼에도 무거운 마음으로 기다린다. 이와 더불어서 나의 일과 노동에 대해 꾸준하게 고민해보자고 마음먹었다. 이토록 담담한데 마음이 시리다.

믿음은 하루가 가고, 계절이 쌓이고, 서로의 표정과 목소리에 익숙해지고, 버릇과 습관 같은 것들에 길들여지고. 그런 지루하고 지난한 과정을 수없이 반복하고 난 다음 생겨나는 것이었다. 그는 그토록 어렵게 생겨난 것들이 이처럼 쉽게 망가질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 P34

만족스러운 삶, 행복한 일상, 완벽한 하루. 그런 것들을 욕심내어본 적은 없었다. 만족과 행복, 완벽함과 충만함 같은 것들은 언제나 눈을 깜빡이는 것처럼 짧은 순간 속에만 머무는 것이었고, 지나고 나면 손에 잡히지 않는 어떤 것에 불과했다. 삶의 대부분은 만족과 행복 같은 단어와는 무관하게 흘러가고 그런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 쌓여 비로소 삶이라고 할 만한 모습을 갖추게 된다고 그는 믿었다. - P113

종규는 누군가의 아들이었고 남편이었고 아버지였으며 친구였고 동료였다. 그러나 종규의 삶에도 타인이 결코 짐작할 수 없는 성취와 감동, 만족과 기쁨, 즐거움과 고마움의 순간들이 있을 거였다. - P122

생각해보면 자신에게도 기회가 없었던 건 아니었다. 다른 일을 선택할 수 있는 순간들이, 삶을 다른 방향으로 놓아둘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번번이 그것들을 그냥 흘려보냈다. 스스로에게 욕심을 내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하면서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하려는 자신을 막아서기만 했다. 어떻게 해도 달라지지지 않을 거라는 생각. 그럼에도 아주 작은 것 하나쯤은 바꿀 수 있다는 생각. 두 가지 마음이 들끊는 동안 그는 아무것도 선택하지 못한 채 시간이 흘려가도록 내버려둔 걸지도 몰랐다. - P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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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도시 이야기
최정화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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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은 L시를 휩쓴다. 이야기 속에서 하나둘 드러나는 진실을 보면서 이 병의 원인은 망각과 외면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망각과 외면은 각자가 느끼는 단어로 대체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현실에 적응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다. 병은 원래부터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그들 사이에 자리잡는다. 그런 묘사가 담담하게 그려진다. 그러나 거기에서 조금의 의문이 생기는 순간 상황은 바뀐다. 그 과정을 한 인물을 통해서 보여준다. 재난소설이라는 점에서 좋아하는 또 다른 소설인 <날짜 없음>과 닮아있는데 물론 차이점도 있다. 전자가 공허함 속에서도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면, 이 <흰 도시 이야기>는 사뭇 다르다. 서늘하고 차갑다. 그럼에도 인간에 관한 관심을 놓지 않는다.


-책 속 한 줄-

  왜 고통스러운 자들의 힘이 약하다고 생각했을까? 고통스러운 자들은 힘이 세다. 그들은 질긴 근육을 가졌다. 그 끈질김은 넌덜머리가 날 정도다. (45쪽)


  "(중략) 그들은 오로지 자신들이 낱낱의 개개인일 뿐이라고 느낍니다. 느낀다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죠. 그렇게 느낀다면 그렇게 행동합니다.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일은 결국 할 수 없게 돼요. 인간의 능력은 대단합니다. 하지만 아무도 믿지 않죠. 믿지 않는데 이루어지는 일은 없고요. 그렇다면 그렇게 되는 겁니다. 인간들이 함께할 수 있는 아무것도 없어질 겁니다. 모래 낱알이 되고 마는 거죠. (중략)" (93쪽)

  왜 어떤 사람들은 싸우고 어떤 사람들은 굴복하고 어떤 사람들은 견디는가. 또 어떤 사람들은 왜, 이 삶을 견디지 못하는가. (2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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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하맨션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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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읽는 데 시간이 걸린 한국소설은 오랜만이다. 무거운 감정에 허우적거리면서 말 그대로 간신히 끝장에 도달했다. 이야기는 큰틀은 하나의 공간인데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세밀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하나의 사건을 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얼마나 다른 지 느낄 수 있는 부분도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만과 왕할머니가 기억에 가장 남았다.


"힘들까 봐 그런 게 아니라 분명 내가 먼저 죽을 거 아니야. 저 어린것한테 같이 사는 사람 죽는 걸 어떻게 또 보여줘." (139쪽)

 

  "위로는 받았어요. 위로라고 생각하고 받았어요. 위로와 배려를 받고 나니 그걸 준 사람들에게는 아무것도 따질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결국 팔아먹는 게 됐어요. 그러니까 진경 씨, 살면서 혹시 위로받을 일이 생기더라도 받지 말아요. 위로도 배려도 보살핌도 격려도 함부로 받지 말아요."
  아니요. 위로받아도 됩니다. 위로와 배려를 받게 되면 받는 거고 받았더라도 따질 게 있으면 따지는 거고 그리고 더 받을 것이 있다면 받는 게 맞아요. (163~1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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