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런한 사랑 - 몸과 마음을 탐구하는 이슬아 글방
이슬아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10월
평점 :
품절


평소에 에세이는 잘 읽지 않는다. 스토리가 있는 책을 좋아한다. 지인이 추천해서 우연히 도서관에 있어서 빌려 읽었는데 말 그대로 뜻밖의 발견이다. 이래서 가끔 읽지 않는 분야의 책도 만나볼 필요가 있다. 의외로 마음에 드는 책을 찾고 다른 책으로 넘어갈 힘을 얻을 지도 모르니까. 이런 글쓰기 선생님을 만난 학생들이 좀 부러웠다. 사람은 대부분 쓰기에 관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거기에서 좀 나아가면 내 이름으로 나오는 책을 받아보고 싶을 것이다. 모임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시간이 지나고 난 뒤에 같이 책을 읽고, 짧은 글이라도 써보는 시간을 가지고 싶다. 마지막으로, 중간에 학생들에게 편지를 써준 내용도 소개하고 있는데 섬세한 관찰에 놀라웠다. 이런 모임이라면 지친 하루를 보내고 나서도 다시 즐겁게 집을 나설 수 있을 것 같다.


- 책 속 문장 -

글쓰기는 게으로고 이기적인 우리를 결코 가만히 두지 않았다. 다른 이의 눈으로도 세상을 보자고, 스스로에게 갇히지 말자고 글쓰기는 설득했다. 내 속에 나만 너무도 많지는 않도록. 내 속에 당신 쉴 곳도 있도록.

 

꾸준함 없는 재능이 어떻게 힘을 잃는지, 재능 없는 꾸준함이 의외로 얼마나 막강한지 알게 되어서다. 재능과 꾸준함을 동시에 갖춘 사람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창작을 할 테지만 나는 타고나지 않은 것에 관해, 후천적인 노력에 관해 더 열심히 말하고 싶다. 재능은 선택할 수 없지만 꾸준함은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너는 커서 네가 될 거야. 아마도 최대한의 너일 거야." 로맹 가리도 결국 로맹 가리가 되었다. 반복적인 글쓰기와 함께 완성된 최고의 그였을 것이다. 그러므로 아이들에게 그저 다음주의 글감을 알려주며 수업을 마친다. 얼마나 평범하거나 비범하든 간에 결국 계속 쓰는 아이만이 작가가 될 테니까.

 

내 가슴팍 위 쇳덩이에 관해 솔직히 말해보려던 참에 상대방의 가슴팍 위 쇳덩이도 보여 입을 다물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어쩌면 그건 어른이 되는 감각 같았다. 내 것 아닌 쇳덩이의 색깔과 모양과 무게도 알아보는 안목, 서로 들어줄 없음을 알고 귀를 닫은 채 하는 포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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