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남자
임경선 지음 / 예담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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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가 안나 카레리나의 첫줄에서 행복한 가정은 다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각자 다른 이유로 불행하다고 했는데, 이 말은 불륜에도 성립한다. 모든 불행이 각자의 이유를 가지고 있듯, 불륜에는 불륜을 야기시킨 불행이 뒤에 숨어있다. 이승우 작가가 사랑의 생애에서, 사랑이 그 사랑하는 사람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사람의 몸에 그 자체로 생명을 틔어 기생하다가 숙주의 마음을 모두 빼앗아 고갈시키고 자신도 생명 현상을 모두 마친 다음에야 끝나는 것이라 했지만, 발화되는 순간의 시작은 그동안 쌓아온 결핍이 씨앗이 된 경우가 많다. 현재 배우자와의 충족되는 사랑 속에서 어떻게 불륜이라는 위험하고 금기된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 그러니까 모든 불륜은 다 고만고만허지만 불륜의 기저에 쌓여온 결핍과 불행은 다 각자의 고유한 이야기를 가진다. 

섹스리스 부부들의 일탈이 불륜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수도 없이 많은데, 그것은 섹스를 거부당하는 자가 거부하는 쪽에게 버려졌다는 생각에 동의하여 불륜을 저지른 쪽에게 면죄부를 주기 때문이다. 사랑과 섹스가 동일한 건 아니지만 이혼 사유가 될 수도 있는 만큼 두 사람의 사랑을 확인하고 지키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된다. 섹스가 결혼의 필요조건이라는 것을 아는 남자가 섹스를 두 사람의 기계적 동작으로 이해하고 서로 잘 안맞는 부품이라 선언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가 원하면 언제든지 응해주겠다고 했다면 교묘히 섹스리스의 문제를 회피하고 결혼도 지키면서 섹스에 대한 충성도를 기대 이하의 수준으로 유지시키고자 하는 고도의 심리전인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상대방은 그걸로 충족되지 않는다. 내가 사랑을 원할 때는 언제든 응해주겠다고 했지만, 또 말처럼 그렇게 언제든 내가 원하기만 하면 섹스가 가능한 사람과 함께 누워 자지만 채워질 수 없는 결핍은 결국 세사랑의 씨앗을 틔울 양분을 제공한다.

소설은 진부하다는 표현 자체도 아까울 만큼 뻔하다. 뻔한 얘기를 뻔하게 썼으면 교훈이라도 있던가, 심지어 작가는 그래서 어떻게 되었는지 설명할 상상력도 없고, 결말을 맺을 의지도 안보인다. 이북 평균 평점이 별 둘인데 내가 하나 더 준 이유는 각자 저마다의 불행을 설정하는 대목에서 사소해보이는 부부간의 섹스를 대하는 문제를 섬세하게 캐치해내었다고 판단해서지 소설 자체로서의 평점은 구렇지 않다. 훈하디 흔한 여성지 수기 코너에서도 이 보다는 상상력을 더 보여줄 것이다. 1인칭 시점에서 한 여자가 자기 이외의 다른 사람은 상관없이 오로지 자신의 생각에만 집중해서 사랑의 어쩔수없음을 얘기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해할 수 있을만큼 절절하게 애달프고 마음이 와닿는 것도 아니다. 소설이라기보다는 상황극이라고 해야 맞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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