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도킨스 자서전 1 - 어느 과학자의 탄생 리처드 도킨스 자서전 1
리처드 도킨스 지음, 김명남 옮김 / 김영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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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서적 중 대중에게 가장 많이 알려져 있고 가장 영향력 있는 책은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와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라고 한다. 이기적 유전자는 유효기간 만료된 고교 시절에 배운 과학 이래로 거의 처음으로 읽었던 책이라, 처음 읽던 당시 읽는데 시간이 엄청 걸렸고, 그나마 끝까지 다 읽지도 못했다. 그럼에도, 다시 읽기로 작정하고, 책탑에서 거두지 못하고 있는 책 중의 하나다. 리처드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 외에도 <만들어진 신>으로도 유명할 뿐만 아니라 무신론을 전파하는 사람으로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논쟁을 일으키는 분이다. 유튜브를 찾아보면 그가 아주 젊었을 때부터 TV 등에 나와서 유신론과 무신론 사이의 논쟁에 뛰어들어 토론하는 모습이 많이 나온다. 최근에 나는 리처드도킨스의 진화학강의를 읽는 중이었는데, 자서전이 갑자기 튀어나와서 중간에 손을 떼고 이 책부터 읽었다. 두 권으로 되어 있는데 이 책 1권은 선조들과 어린시절에서부터 시작하여 대학생활, 대학원생활을 거쳐 버클리와 옥스포드를 거쳐 대학에 자리를 잡기까지의 내용을 쓰고 있다. 


항간에 떠도는 동영상 등을 통해 내가 가졌던 선입견이 있었는데, 그것은 그가 논리적이지고 논쟁적이고 악의적인 비판에 몸을 사리지 않고 민감한 종교적 논쟁 등에 서슴없이 자신을 불사른다는 점이다. 정치나 이념에 있어서는 자칫 이쪽도 저쪽도 아닌 경우 양쪽에서 뭇매를 맡기 쉽상이지만 종교에 관해서라면 사정이 다르다. 뜨뜻 미지근한 중도파든 불가지론자든 무관심자든 어느 한 종교를 열렬히 믿는 신도가 아닌 이상 각자 이름붙이기 나름인 이러한 여러가지 종교에 관한 태도와 가치관은 세상을 살아가는 데 기회주의적으로 비쳐지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냥 냅둔다. 더더욱 이러한 가치중립적인 태도는 언제가 아무때나 원하는 걸 선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놓기 때문에 유리하다. 그럼에도 리처드 도킨스가 신은 없다고 이 세상에 신은 없다고, 오로지 진화가 있을 뿐이라고 목청을 높이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1권에서는 아직 그의 무신론적 관점이 그를 대표하는 이미지가 될만큼 어떤 계기가 되는 일이 일어나지 않는데, 1권에서는 그의 첫번째 책 <이기적 유전자>를 출판하는 데까지를 다루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의 어린시절에 간혹 그가 그토록 무신론자가 될만한 어떤 환경적 영향을 받았을지 궁금한 독자들을 위해 종교적 환경에 대해서도 빼놓지 않았는데, 그는 한때 열렬히 기독교를 믿었다. 성취가 높은 과학자의 자서전이나 회고록을 보면, 어린 시절의 이야기라든가 사적인 부분보다는 자신의 위대한 성취가 되는 어떤 이론이나 저서들이 나오기까지의 이론적 디테일들이 주를 이루고, 그를 통해 그가 성취한 일들을 좀 더 가까이서 느껴볼 수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 어렵거나 딱딱하게 느끼는 경우가 많은데, 1권에서는 어린시절은 물론 가족의 선조들의 이야기에서부터 시작된 사적인 기록과 일화들을 많이 포함하고 있어서 술술 잘 읽혔다. 


우선 어린시절을 보면 그의 선조들과 부모대의 사람들이 대부분 식민지 국가의 공무원으로 파견근무를 했다는 사실에서 당시 대영제국의 파워를 간접적으로 실감할 수 있었다. 할아버지, 아버지, 삼촌 등 누구 하나 빠짐없이 좋은 대학을 나와서 아프리카와 아시아에 거느리고 있던 방대한 영국 식민지의 관리로 나갔던 것이다. 일제를 겪은 식민지배의 피해자로서 그리고 청산되지 못한 과거 매국 권력의 지배가 아직까지 구석구석 스며들어 있는 우리 나라에서 사는 우리로서는 반대의 입장에 선 국가의 국민이 어떻게 그런 지배체계에서 삶을 운영해갔는 지를 가늠해볼 수 있었음에도, 한편으로는 씁쓸함을 지울 수 없었다. 후에 도킨스의 아버지는 잘 모르는 친척에게서 땅덩어리를 상속받게 되어, 식민 관리로서의 삶을 마감하고 농부가 되기로 작정을 하고, 그렇게 해서 영국으로 돌아와 자리잡은 때가 리처드 도킨스에게는 초등학생 시절이다. 


이렇게 어린시절과 고등학교 시절의 이야기는 약 2/3 정도 차지하는데, 이후 옥스포드의 대학과 대학원을 거치면서 점점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설명이 많아지다가 연구와 강의를 맡게 된 이후로는 그가 그 리즈 시절에 시작했던 연구들의 자취를 더듬는데, 그의 불멸의 저서 <이기적 유전자>가 출간되기 이전 10년부터 그 저서를 완성하기까지 영향받은 이론가들, 사색들, 연구 내용들이 비교적 자세히 나와있어서 이전에 읽었던 내용을 새롭게 복습하는 기회가 되었을 뿐더러, 리처드 도킨스가 어떻게  그 책을 쓰게 되고, 또 어떻게 중단이 되었다가 다시 시작했는지에서부터, 글을 쓰는데 들인 정성과 노력 등이 자세하기 알 수 있었다. 가장 감동이었던 것은 그 책을 쓸 때, 얼마나 문장 하나하나 정성을 들였는지에 대한 내용이었다. 문학작품을 쓰는 소설가들도 아닌데 그는 문장 하나를 완성하기 위해서 수없이 많은 쓰고 고치고 지우고를 반복했고, 그렇게 해서 완성된 초고를 수도 없이 수정한다. 동영상을 보면 말을 워낙에 청산유수로 잘하는 사람이라, 글도 휘리릭 쉽게 썼을 줄 알았는데, 좋은 책은 쉽게 나오는 게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나는 글을 쓸때 거의 모든 문장을 수정하고, 만지작거리고, 재정렬하고, 지우고, 다시쓴다. 쓴 글을 강박적으로 다시 읽으면서, 일종의 다윈주의적 체에 문장들을 통과시킨다. .. 문장을 최초로 타이핑할 때조차, 적어도 단어의 절반을 지웠다 바꿨다 한 뒤에야 완성한다. 나는 늘 이렇게 작업했다. (355)


그가 동물학자로서, 글만 잘쓰는 것이 아니다. 전에 다른 책을 읽다가 그의 진화 프로그램을 접한 적이 있는데, 연구비도 많이 나오는 세계적인 과학자니까, 연구원들을 고용해서 프로그램을 작성했으리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라 그는 1966년부터 컴퓨터를 사용해온 얼리아답타였다. 그는 천공 펀치로 데이터를 입출력하던 박물관시대의 컴퓨터와 씨름하는 때부터 컴퓨터를 즐겼으며, <이기적 유전자>에서 수학적 논리를 잃지 않으면서도 시적 언어로 변환할 수 있었던 것은 컴퓨터 프로그램을 주로 하면서 논리적 사고 체계가 확립된 듯 보인다. 


그는 이기적 유전자를 출간한 시점을 자신의 인생 절반의 마침표였다고 말한다. 아직 30대이며 이 때까지만 해도 이기적 유전자에 대한 평은 매우 좋았으며 크게 공격받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으로 봐서 앞으로의 전개될 신과의 싸움 그 험란한 길이 어떤 모습으로 기다리고 있을지 추측이 된다. 이 때까지 그는 앞으로 자기 인생에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얼마나 더 큰 성공이 그리고 또 얼마나 대대적인 논쟁이, 또 얼마나 유명인의 길을 걷게 되는지 말이다. 2권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이다. 만들어진 신, 확장적 유전형,  진화학 강의와 같이 기라성 같은 그의 저서가 출간되기까지의 과정에서 사유와 통찰을 통해 연구가 완성되어가기까지의 과정 또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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