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왜 쓰는가
제임스 A. 미치너 지음, 이종인 옮김 / 예담 / 2016년 4월
평점 :
절판


평생을 거쳐 온 한 작가의 문학이야기.


 구판보다 훨씬 더 멋스럽게 옷을 입고 출간된 제임스 미치너의 책 <작가는 왜 쓰는가>는 그가 쓴 <소설>(2006, 열린책들)보다 더 재밌게 읽힌다. 한동안 글쓰기와 출판에 대해 알고 싶어서 그의 소설인 <소설>을펼쳤다가 작가, 편집자, 비평가, 독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소설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나누는 깊은 대화의 산을 넘지 못해 살며시 접어두었는데  <작가는 왜 쓰는가>는 그의 소설 속에 나오는 인물들의 팽팽함 보다는 그의 어린시절 이야기와 우연찮게 자신이 글을 업으로 하는 사람이 되기까지 만났던 이들의 이야기와 그가 작가로서 천착했던 주제와 철학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저는 셸리보다 키츠를 더 좋아하고 바이런보다 워즈워스를 더 좋아합니다." 그 대답은 55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그것은 그 어떤 대답보다도 나의 심리 상태를 잘 묘사한다고 할 수 있다. - p.44~45


젊은 시절부터 시를 꾸준히 읽어오고 그가 평생을 살아오면서 한 번씩 통독하고 애송해 왔다던 '성 아그네스 축제 전야'의 시를 필라델피아의 문학 애호가인 그에게 들려주기도 하고 그를 통해서 예술적인 성장을 할 수 있는 이들을 만나기도 한다. 그의 예술관을 형성하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던 세 사람이 힐 여사와 A. 에드워드 뉴턴, 앨버트 C. 반스다. 책이 쓰여지고, 생동감 있게 읽어주는 그들의 정력적인 생활 속에서 그는 그들의 열정을 배웠다. 사람들과의 만남이 실질적인 행동과 예술적인 감각을 키울 수 있었다면 오랫동안 사랑받아왔던 작품을 통해서는 작법이나 소설에 대한 층위를 분석하며 그가 쓰고자 하는 글에 대한 감각을 익혔다.


<위대한 유산>,<고리키 영감> 시는 키츠, 워즈워스, 아널드, 밀턴, 셰익스피어, 새뮤얼 버틀러의 <인간의 길> <보바리 부인> 콘래드의 <승리>, <허영의 시장>, <안나 카레니나>, <미메시스> 물타툴리의 <막스 하벨라르> 올더스 헉슬리의 <연애대위법>,  <마의 산>, <부덴브로크가의 사람들> 프랭크 노리스의 <맥티그>, <모비딕>,  <시간이 없는 땅> 등 정말 다양한 작품들을 읽어나가며 자신이 가장 좋았던 소설들에 대해서는 여러번 읽고, 소설을 해체하고 뜯어보면서 소설을 뜯어보았다고 제임스 미치너는 말하고 있다. 몇몇 작품을 읽었지만 아직도 읽을 작품들이 이렇게 많구나, 싶을 정도로 독서와 작법에 관한 그의 섬세함과 날카로운 시선은 왜 그가 좋은 작가가 될 수 있었는가를 대변해 주는 책이다. 


이 책에 나오는 출판의 뒷 이야기 중 헤밍웨이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쓴 마가렛 미첼의 이야기를 가장 재밌게 읽었다. <노인과 바다>를 쓰기 이전 <강 건너 숲 속으로>라는 작품이 졸작으로 헤밍웨이의 명성에 금이 가던 시절 '라이프'지에서 헤밍웨이의 소설을 실리기 전에 제임스 미치너에게 헤밍웨이가 쓴 소설의 교정지를 읽어봐달라고 부탁을 받는다. 당시 제임스 미치너는 우리나라의 어느 산간 지방 해병대 초소에서 보초를 서며 작품을 읽어나가는데 그 소설이 바로 <노인과 바다>였다고 한다. 제임스 미치너에게는 한 하나밖에 없는 원고라고 말했지만 나중에 알고보니 여러 전문가들에게 교정지를 주며 작품에 대해 물어봤다고 한다. 아무튼 제임스 미치너는 <노인과 바다>를 읽고 감명을 받아서 그에 대한 평가를 후하게 써줬다. 그 후 '라이프'지에서 그의 소설인 <도곡리 철교>라는 작품이 실렸다. 제목에서 보여주듯 제임스 미치너가 한국전쟁에 참가하면서 그때 경험으로 쓴 소설이라는 것도 이 책을 보고 알게 되었다.


마가렛 미첼의 경우에는 그가 편집자로 있으면서 우연히 보았던 그녀의 뒷 이야기와 그간의 오해들이 쌓이고 쌓여 왜곡된 이야기들을 풀어가며 그녀와 그녀 작품을 평했다. 그간 우리가 알아왔던 것과는 조금 틀린 부분들이 많아 제임스 미치너의 이야기를 통해 바라본 이야기들이 생경하게 들렸지만 작가, 편집자, 혹은 독자였을 때 그의 이야기를 읽다보니 책이 금세 넘어간다. 자신이 유년기때 읽고, 보고, 쓰며,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 훨씬 더 깊은 세계를 만난 이야기에서부터 점점 성장하며 탄탄하게 편집자, 작가의 위치까지 올라서게 된 그의 이야기는 그 어떤 이야기 보다 더 친근하고 가깝게 들린다. 이론적인 이야기보다 한 작가의 성장담이라고 할 수 있는 그의 내면적인 이야기를 통해 작가를 이해하고, 작가의 글쓰기를 이해 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근원점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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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평생 작가로서 지켜온 한 가지 일관된 고집이 있다면 그건 좋은 책의 제작에 아주 세심한 주의를 기울렸다는 것이다. 책이라면 마땅히 겉모양이 멋지고, 지도가 정확하고, 활자가 읽기쉽고, 장정이 훌륭한 그런 전통에 따라 만들어지기를 바랐다. 나는 책이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 여러 주 동안 들고 다니며 동반자가 되기를 바랐고 책을 읽는 행위가 유쾌하고 즐거운 경험으로 기억되기를 바랐다. 나는 소설, 에세이, 또는 논픽션을 쓴 것이 아니라 바로 책을 썼다. - p.70~71


· 소설을 구성해나가는 데 자극적인 주제를 가지고 시작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일반적으로 '무엇인가 특별한 것에 대한 소설은 늘 실패로 끝난다.


· 성공한 소설은 인물들로부터 시작하고 그들과 함께 지적· 정신적으로 성장한다. 그러나 인물들은 그들이 처해진 상황 그들의 시대적 주제 속에서 파악되어야 한다. - p.102


· 독자의 주의를 끄는 제일 좋은 방법은 훌륭한 주제를 가지고 시작하는 것이다. 독자의 주의를 계속 끌려면 무엇보다도 이야기에 진실성이 있어야 한다.


· 소설의 처음 몇 장을 아주 어렵게 만들라. 그렇게 하여 일부 독자들은 떨어져나가게 하라.(내가 쓴 소설을 읽으면서 시간을 낭비하지 말아야 할 사람들이 분명 있다. 또 내가 신경을 쓸 필요가 없는 사람들도 분명이 있다.) - p.104


· 만약 어떤 원고가 출판될 만한 성질의 것이라면 그것은 멋진 장정으로 된 단행본으로 나와야 한다. 그렇게 하여 출판이라는 위대한 전통이 계속되는 것이고, 또 독자들에게도 읽고 싶은 마음을 주는 것이다. 책이라 하면 모름지기 즐거움을 주는 물건이라야 한다. - p.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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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 스트링
미치 앨봄 지음, 윤정숙 옮김 / arte(아르테)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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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곧 삶이다.

 

 <모리의 화요일>(살림, 2010)로 유명한 미치 앨봄의 신작 <매직 스트링> 결이 고운 책이다. 읽고 있으면 즐겁고, 슬픈 감정은 희석된다. 음악을 전공하지 않는 이도 음악을 들으면 즐겁고, 슬프고, 어느 때는 흘러나오는 가요가 내 마음을 대변하듯 마음의 물결을 일렁이게 할 때도 있다. <모리의 화요일>을 읽었던 그 깊이 만큼이나 <매직 스트링>은 기타리스트 프랭키 프레스토의 이야기를 담았다. 그런데 책을 읽다보면 그에 대한 일생의 이야기가 한 사람의 목소리가 아니라 그와 연주를 했거나 우연히 만났던 사람, 가족으로 관계를 맺었던 사람들의 목소리가 한데모여 프랭키 프레스토의 면면을 이야기하고 있다.


 프랭키가 태어날 때는 그가 태어난 스페인에 내전이 발발해 여러모로 시기가 좋지 않은 시기였다. 눈이 보이지 않는 남편을 두고 성당에서 한 아이를 낳고 여자는 수녀복을 입은채 죽어버렸다. 그런 아이를 한 수녀가 돌보다가 모든 사물에 눈을 뜨이지 않는 아기가 한 노래에 눈이 뜨여 반응한다. 그때부터 우렁차게 울기 시작한 프랭키. 시기가 시기이니만큼 너도나도 살기 어렵기에 프랭키를 돌보던 여자는 우렁차게 울던 아이를 시퍼런 강물에 던져놓듯이 그를 내던져 버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버렸다. 다행히 독신인 한 남자에 의해 새로운 삶을 살게 된 아기 프랭키는 운명처럼 현실적인 그 남자의 생각으로 '기타'를 배우게 된다.


책을 읽다보면 마치 프랭키 프레스토의 삶의 일대기가 영화 <어거스트>와 맞닿아진다. 어찌어찌해 부모와 행복한 삶을 살지 못했지만 음악이라는 끈끈한 줄이 결국에는 운명을 만나고 그 운명이 바뀔 때마다 프랭키 프레스토의 삶은 더 화려해지고 상상하지 못할 이야기들이 넘쳐난다. 그의 이야기가 마치 신화처럼 읽힌다. 불행으로 치닫을 뻔 했던 아이가 엘비스 프레슬리, 비틀스, 행크 윌리엄스 등 유명한 스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밤하늘에 높이 떠 있는 별처럼 높고 찬란했던 그의 이야기를 읽을 때마다 그와 함께 마음을 나누고, 그가 사랑했던 여자 오로라처럼 사람들은 그를 많이 아끼고 사랑했다.


음악에 대한 깊은 식견이 없어 그들이 이야기하는 프랭키 프레스토의 영감이나 신동이었던 그의 연주를 깊이 엿들 수 없었지만 오로지 음악에만 반응하고 음악을 위해 살았던 프랭키 프레스토의 일대기는 감동 그 자체다. 마치 한 편의 소설을 읽는 것처럼 이 것이 현실 속 이야기인지 아니면 미치 앨봄이 지어낸 이야기인지 혼동이 될 정도로 손에 잡힐듯 눈앞에 펼쳐져 있다. 아무리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아기 프랭키가 버려졌을 때도 그는 운명처럼 다른 사람의 손에 인도되어 마침내 자신의 삶 속에 음악을 새겨넣었다. 우연인지 운명인지 모르는 삶의 시간 속에서 그는 떠밀리듯 떠밀리지 않는 시간 속에서 음악이라는 길을 찾아 기타리스트인 삶을 제대로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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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빵빠라빵 여행
야마모토 아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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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빵을 맛보기 위한 식도락 여행!

 야마모토 아리의 <역시 빵이 좋아!>가 맛있는 빵들의 종류와 즐거움을 설파했다면 <북유럽 빵빠라빵 여행>은 기존의 빵과 달리 북유럽 특유의 색채가 드러나는 빵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작가와 작가의 절친인 아코가 함께 나리타에서 출발해 덴마크 코펜하겐에 환승해 핀란드 헬싱키와 코펜하겐을 거쳐 다시 나리타로 오는 여정을 담은 만화다. 풍경을 담는 것 보다 두 사람이 나리타를 더나 비행기 기내 안에서 부터 만나는 기내식의 빵부터 덴마크, 핀란드의 빵들이 다양하게 나오다 보니 그야말로 빵을 먹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싶을 정도로 북유럽의 빵들이 다양하게 소개되어 있고, 그 맛이 어떤지를 잘 소개하고 있다. 빵이 거기서 거기겠지 싶었는데 각 빵마다 발상지가 틀리고 빵에 들어가는 재료가 틀리다 보니 우리가 자주 먹고 즐기는 빵과 달리 핀란드에서는 건강빵으로 알려져 있는 호밀빵을 주로 먹는다. 호밀의 강한 산미가 느껴지면서 쫄깃해서 씹는 식감이 탁원한 빵이라고 하는데 다음에 빵집에 가면 호밀빵을 한 번 먹어봐야겠다.

 

 

저자의 이야기처럼 같은 빵이라 할지라도 나라마다 지역마다 빵을 만들 때 들어가는 재료의 혼합 비율이 달라진다고 하는데 일본의 데니시에 들어가는 버터양이 50%라면 덴마크는 10%를 더해 버터의 맛과 향취가 강한 데니시를 맛 볼 수 있다. 적절한 비율이야 말고 빵을 더 부드럽게 하거나 고소하고 담백한 맛을 더 배가 시킬 수 있기에 대가가 만든 빵을 맛볼 수 있다면 야마모토 아리가 떠난 식도락의 여행은 그야말로 많은 여행 주제 중 가장 즐겁고 행복한 여행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침부터 점심, 저녁까지 그야말로 지치지 않고 떠나는 그녀들의 발걸음에 큭큭 웃다가 공복에도 끊임없이 빵을 먹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 빵 터지고 말았다. 빵순이의 저력을 보여주는 그녀들은 배가 불러 더 이상 들어가지 못 할 정도로 먹고 또 먹었다. 기내식, 호텔 정식, 편의점, 패스트 푸드점, 백화점, 기차역 할 것 없이 눈에 보이는 빵이라면 한 번씩 맛을 보고 느꼈을 정도로 다양한 빵을 먹는다. 유명한 제과의 방집이 아니라 여행을 하면서 익숙하게 만나는 빵들을 마주 하다 보니 식도락의 발걸음이었음에도 빵을 주식으로 하는 나라 답게 그들의 문화가 깊게 베어져 있어 먹고 즐기면서도 그들이 자주 먹고 소비되는 음식을 자연스레 알게 되었다. 특별한 것이 아니라서 더 재미있고, 북유럽에 간다면 그 어떤 준비없이 야마모토 아리처럼 먹는 즐거움을 느끼고 싶다.

 

 

 

한창 북유럽 디자인이 유행되어 모던한 패턴이 집 인테리어는 물론이고, 접시, 커튼, 이불에 할 것 없이 우리의 생활에 소리없이 들어왔다. 실생활에서 뿐만 아니라 스릴러 소설도 바람이 불어 북유럽 특유의 진한 스릴러들이 많이 소개되어 북유럽 하면 그들의 진한 스릴러 작품들이 하나둘씩 떠올랐다면 이번에는 그 분위기와 정반대로 귀엽고 깜찍하면서도 빵을 좋아해 기꺼이 빵순이로서의 발걸음을 할 수 밖에 없는 두 사람의 진한 여행기가 떠오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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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빵이 좋아!
야마모토 아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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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빵빵!!! 빵
~좋아요.

​  365일 체중관리를 하고 있지만 만약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다면 매일매일 먹고 싶은 것이 빵이다. 밀가루 음식을 워낙 좋아해서 가리지 않고 잘 먹지만 빵은 워낙 단단한 취향을 갖고 있다 보니 매일 먹는 것만 먹는다. 좋아하는 빵은 소보로, 카스테라, 바게트인데 세 빵의 공통점은 빵 속에 아무 것도 넣지 않아 언제 먹어도 담백하고 고소하다. 특히 가장 좋아하는 빵은 소보로인데 오븐에서 갓 구워진 빵을 먹을 때 가장 맛있다. 겉은 단단해서 과자나 쿠키를 먹는 것처럼 바삭하고 속은 포근해서 한 입 깨물면 달큰하지만 달지 않고 담백해서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고, 가끔 먹어도 늘 한결같은 맛이다. 카스테라는 계란 맛이 많이 느껴지는 빵이고, 겉과 속이 부드러워서 좋아한다. 집에서 몇 번 밥통 카스테라를 만들어 보니 확실히 계란과 식용유, 설탕, 밀가루를 잘 배합해야 부드럽고 담백한 빵이 나온다. 오븐없이 만들 수 있지만 역시 빵은 오븐에서 구워야 제맛이라는 것을 알았다.   

 

​빵도 좋아하고, 야마모토 아리의 <역시 빵이 좋아!>를 보니 빵이 먹고 싶어서 겸사겸사 단골 빵집을 찾았다. 예전에는 싸고 양도 푸짐한 시장 중간에 있는 빵집을 이용했는데, 집 근처에 빵이 유명한 빵집을 우연히 알게 되어서 빵을 먹고 싶을 때는 항상 그 집에 가서 갓 구운 빵을 사서 먹는다. 갈 때마다 사람이 많고, 빵을 살 때도 계산을 할 때도 늘 줄이 서 있다. 며칠 전에도 소보로 빵과 바게트를 사려고 갔거니 소보로는 오전이라 나오지 않았고, 바게트는 바로 계산대 가서 살 수 있어서 아무 것도 들지 않는 일반 바게트 대신 크랜베리 바케트를 사서 왔다. 책 옆에 있는 것이 크랜베리 바게트인데 겉과 속 모두 크랜베리가 쏙쏙 들어가 있어서 담백하지만 크렌베리의 시큼한 맛이 베어져 있어 질깃하고 고소하면서 담백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빵의 종류가 너무 많지만 항상 먹는 빵만 먹다보니 아무리 새로운 빵이 나와도 모험을 잘 하지 않는데 야마모토 아리의 만화에서는 이런 나의 취향을 아는 것처럼 먹어보지 않아도 빵의 종류와 맛이 어떤지를 작가와 작가의 절친인 두 사람을 통해 빵의 다양함을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생동감있게 빵을 표현하다 보니 절로 저 빵도 먹고 싶고, 이 빵도 먹고 싶어 포스트잇을 붙여놨을 정도로 빵의 세계는 다양했고 먹고 싶은 빵의 갯수가 늘어났다. 먹고 싶은 빵 중에서는 편지 모양의 발아밀빵·보리, 안느의 빵, 두툼한 단팥빵, 팽 콩플레 누아 드미, 식빵, 색이 고운 믹스 식빵이 가장 먹고 싶었다. 아쉽게도 일본 저자이기에 일본에서 파는 빵과 가게를 소개했지만 잘 찾아보면 책에 소개된 빵들 가운데 비슷하거나 똑같은 빵이 있을 것 같아 언젠가 하나하나 밑줄을 치며 먹어봐야겠다.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지만 먹을 때의 즐거움이 큰 빵의 세계는 보고 또 보고 먹고 또 먹을 때마다 항상 즐겁고 행복하다. 시장안의 빵집 보다 가격은 비싸지만 매일마다 문턱이 닳도록 드나드는 그곳에 가서 처음으로 사람들이 많이 사는 빵을 골라 사가지고 왔다. 빵 봉지의 묵직한 무게 때문에 깜짝 놀랐는데 집에 와서 풀어보니 접시만큼이나 크고, 한 사람 먹기에는 부담스러울 정도로 속 안의 팥이 가득하다. 그래서 가끔 엄마와 배가 고프거나 빵이 고플 때 하나 사서 나눠먹기도 하는데 가끔 팥맛의 달짝지근함을 느끼고 싶을 때 한 번씩 먹는다.


내가 먹는 것만큼이나 저자가 그린 자신의 캐리터와 절친의 캐릭터가 유쾌해서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대리만족을 시켜주기에 읽는 내내 절로 미소를 머금고 읽었다. 일본 여행을 갈 때 그들이 먹는 일본식 라면도 먹고 와야지 했던 것이 엇그제 같은데 이번에 또다시 여러 빵들이 추가 되어 정말, 일본 여행을 갈 때는 풍경이 아니라 식도락 여행을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풍성하고 먹음직스러운 빵들의 세계를 깊이 체감하며 맛있는 빵들을 하나씩 먹어야겠다는 계획을 세우며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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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는 나비는 아직 취하지 않아
모리 아키마로 지음, 김아영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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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근한 봄에 읽을 수 있는 몽롱하고 가벼운 청춘 로맨스 미스터리 소설.


 모리 아키마로의 책은 처음 접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출간된 그의 책 <이름 없는 나비는 아직 취하지 않아>는 책 제목만큼이나 책의 표지, 본문의 아기자기한 디자인까지도 그의 소설과 맞닿아있어 읽는 이로 하여금 봄의 달큰하고 풋풋한 느낌을 절로 느낄 수 있다. 신입생인 조코는 동아리 활동으로 추리 연구회에 가려고 했으나 일본어 발음의 특성상 '스이리'라는 발음을 똑같이 쓰고 있는 취리 연구회에 가입하고 만다. 취리 연구회는 그녀가 가고 싶어하던 동아리가 아니라 말 그대로 술을 먹은 동아리였다. 발음이 똑같기도 했지만 플랜카드에 쓰여져 있는 문구를 보고 착각한 조코가 취리 연구회에 들어갔으나 그곳에 있는 선배, 후배를 통틀어 술을 먹어도 취하지 않는 조코는 취한 선후배들의 뒷처리를 맡곤 했다.


조코가 가고 싶은 동아리를 비록 가지 못했지만 미키지마 선배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서히 미스테리한 미카지마에게 마음이 기울어져 간다. 어릴 때 아역배우로 이름을 날린 조코나 몇 십년이 지나 그 세계와는 완전히 이별을 했지만 처음 동아리에 가입하게 되었을 때 손을 이끌었던 이가 취리 연구회 회장이었던 미카지마였다. 책은 꿈, 공, 해변, 달, 눈에 취하는 로직이라는 이름으로 5섯 편이 연작되어 있는데 왜 그녀가 술에 이토록 강한지, 미키지마와 취연 선배들의 이야기가 살풋이 엮여져 있어 쉴틈 없이 페이지가 넘어간다. 두 사람과 관계된 사람들의 이야기와 아기자기한 미스터리가 엮어 조코가 취연에 온 것인지 추리 연구회에 온 것인지 헷갈릴 정도로 마카지마와의 합이 잘 맞는다.


청춘은 긴 터널이다.

누구나 눈을 꼭 감고 싶어질 정도로 밝은 빛을 향해 달리고 있을터지만, 터널 한가운데에서는 빛이 보이지 않는다. 우리들을 그저 마구 달리는 이름 없는 영혼인 것이다. 나는 누구인가. 그 대답을 찾아내지 못한 채로 자신이라는 존재의 불명확함과, 또한 그렇기 때문에 있는 자유를 끌어안고 어둠 속을 질주하는 영혼. - p.9


"취한 사람은 약한 면도 강한 면도 뭉뚱그려서 자기 본성을 겉으로 드러낸단 말이지. 그녀석의 경우 절대로 취해서 공격적으로 하는 일은 없어. 거의 유일하다고 말해도 될 그 녀석의 장점이지." - p.28


'미키지마 선배는 이 얄팍하고 부연 감정의 껍질 같은 것과는 연이 없이 살아가고 있겠구나.'하고 나는 생각했다. 그 바다 밑바닥 같은 눈동자는 눈에 보이는 것만 적확하게 이해하는 게 가능할 터였다. - p.66


무엇보다 이 책은 대학생의 풋풋한 대학생활과 선후배들의 이야기와 더불어 풋풋한 로맨스가 그려져 있다. 그 속에서 미스터리 같은 남자인 미키지마가 조코에게 살풋이 닿았다가 때로는 멀리 관조하며 그녀를 대하는 선배로 나와 조코의 마음처럼 그의 마음이 어디를 두고 있는지 갈팔질팡하고 있다. 모리 아키마로는 첫 문장 또한 시적으로 그들을 설명하고 있는데 이 문장이 4~5번 정도 변주되어 그들을 가리킨다. 같은 문장을 반복하되 조금씩 다른 문장에 설레이고 벚꽃잎이 휘날리듯 자연스럽게 시간이 되어 떨어지는 꽃 잎의 하늘거림이 이 책에 투영되는 것 같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과는 다른 느낌인데도 불구하고 그들의 가볍고 풋풋한 이야기가 싫지 않았다. 


이야기는 단조롭지만 문장이 주는 아름다움과 모리 아키마로가 보여주는 청춘들의 싱그러움과 치기가 인생의 반짝거리는 한 때를 잘 보여준다. 술을 좋아하지 않아 그 어떤 술을 입에 대는 것이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즐기지 않지만 <이름 없는 나비는 아직 취하지 않아>를 읽으면서 달큼한 술을 한 잔 하고 싶었다. 유쾌한 나날 속에 벌어지는 대학 생활의 재미와 낭만, 시작하지 않은 연인들의 끌림과 마음이 느껴지는 책이었다.


"목적이란게 때로는 달처럼 구름 너머로 숨어 버리곤 하잖아. 인간이라는 것도 아무리 발아래를 똑바로 보고 있다고 하더라도 문득 어떤 타이밍에는 뭘 위해 살고 있는지 모르게 되는 생물이라고. 그래서 아마도 달을 보는 거겠지. 달이 뜨지 않는 밤에는 '그런 거지.'라고 포기할 수도 있고, 또 달이 뜬 밤에는 '좋아, 그렇다면 나도!'라고 할 수 있잖아." - p.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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