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빠는 외계인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16
남강한 글.그림 / 북극곰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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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내 아들이 외계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때가 있다.  신기하기만 한 일들을 만들어 내고 이상한 짓만 하는 녀석이 도통 이해가 안될때가 있는데, 이 녀석이 능글맞기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요상한 짓을 하다가도 씩 웃으면서 "이 꽃향기는 엄마한테서 나나..." 하고 말을 하면 그냥 웃어넘길수 밖에 없다.  남편과 내가 이젠 네 부모를 찾을 때가 되었다고 이야기라도 할라치면 "알겠습니다. ' 소인 부모님을 찾아 안방으로 건너가겠습니다"라는 말로 웃음을 터트리게 만드는 아이는 외계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과 함께 이 녀석 때문에 삶이 행복하구나 싶어진다.   

 

 

 

남강한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 속 아이는 스스로 외계인이라고 생각을 하고있다. 외계인이 살포시 놓고 간 바구니 속에 잠들어 있던 작은 외계인은 외계인 친구를 만나기 위해 '띠리릿! 띠리릿!'하면서 교신을 하기도 하고 학교에서는 외계인 친구 생각 때문에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질 못한다. 외계인이기에 외계인 친구를 만나고 싶을 뿐인데도, 아이는 남과 다르다는 이유로 혼이 난다. 그래서 아이는 그냥 지구인처럼 지내기로 결심을 하게 된다.

 

지구인처럼 놀고, 지구인처럼 공부하고, 지구인처럼 어른이 돼서 지구인처럼 회사도 다녔다. 그리고 마침내 화성에서 온 외계인 친구를 만났다고 생각해서 결혼을 했는데, 잘못 본 거였단다.  made in MARS가 아니라 made in EARTH라는 사실을 알아버린것이다.  지구인들과는 맞지않은 아이지만 어쩌겠는가?  어른이 된 아이는 여전이 외계인 친구 생각만 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진짜 외계인 친구를 만나게 된다.  얼마나 기다리고 기다리던 친구였는지 밤새도록 그동안 못했던 얘기를 나누는 어른이 된 아이. 그리고 시간이 흘러 외계인 친구는 또 다른 외계인 친구를 만나기 위해서 '띠리릿! 띠리릿!' 교신을 시작한다.

 

'Dad Is an Alien'으로 되어있다.  외계인이 살포시 두고 간 아이가 아빠가 되고 드디어 외계인 친구를 만나게 된 <우리 아빠는 외계인>은 책속에서 외계인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정말 아빠는 외계인이었는지 숨어서 아빠를 보고있는 외계인들이 보인다.  책속 남자 아이는 지구인들과는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그 속에서 꿋꿋하게 지구인의 길을 걷고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 결혼하고 마침내 자기를 똑 닮은 아이를 만나게 된다.  그렇게 아빠는 '딸 바보', '아들 바보'가 되어 버린다.  자신과 똑 닮은 아이를 만난다는 것은 기적이고 축복이다. <우리 아빠는 외계인>에는 본문이 끝나면 썸네일 이미지와 함께 영문 페이지가 실려 있다. 얼마나 뿌듯하게 다가오는지 모른다.  글발이 적기도 했지만, 영문으로 되어있는 글도 문제없이 읽어 내릴수가 있다.  아빠랑 아이가 함께 읽기에 딱좋은 책이 <우리 아빠는 외계인>이다.  어쩌면, 아이들은 모두가 외계인일지도 모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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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 3 - 전설의 검 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 3
천효정 지음, 강경수 그림 / 비룡소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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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남자아이들이 열광하는 건방이가 돌아왔다.  머니맨을 외치면 500원만 받고도 초등학생들의 어려움을 풀어주는 슈퍼히어로의 출연이 얼마나 반갑겠는가?  우리집 아이도 건방이 3탄을 열렬히 기다리더니, 책이 오자마자 누가 먼저 읽을 것인가를 두고 가위바위보까지 하는걸 보면 건방이의 인기가 대단하다.  실은 아이가 하교하기 전에 아이보다 먼저 읽었음에도 모르는척 아이에게 져줬다.  얼마나 행복해 하던지 그 모습에 슬쩍 웃음이 나지만, 애타게 기다리던 건방이를 또 다시 만난 아이는 내가 좋아하는 책을 만날때의 감정을 느끼고 있었을 것이다.  어렸을때부터 난 다른 친구들과 다르게 무협을 좋아했다.  지금도 무협소설과 영화를 좋아한다.  무협영화를 볼때 나오는 시그널 음악도 좋고, 허무맹랑한 이야기는 더 좋아한다.  이러니 내게 건방이는 딱 맞춤처럼 다가왔다.  

 

 

 

 

'비밀의 집'에서 오방도사를 만나고 도꼬마리와의 결투를 다뤘던 1권과 오방도사의 라이벌인 광독지존삼천갑자와의 결투를 다뤘던 2권 '결투단의 최후'이후 비밀의 집에 일상이 돌아온것 처럼 보여졌는데, 광독지존삼천갑자 도사의 계략으로 병상에 누워있던 오방도사가 일어나면서 새로운 사건이 터져버렸다.  "기간은 열흘이다. 그 기한을 채우지 못하고 도망 나오면 후계자 자격이 자동으로 박탈된다는 사실을 명심하여라." (p.12)  때 아닌 후계자 자리를 두고 무술 수련 여행을 떠나야하는 아이들.  그나마 음식은 제공해준다고 하니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쌀, 김치, 소금이 다 이지만, 오방도사님 말로는 자신이 수련을 했을때보다는 상상할수 없을 정도로 좋은 여건이라고 하니 믿어보기로 하자. 

 

"무술을 수련하다보면 누구나 한 번씩은 더 이상 실력이 향상되지 않는 정체기를 겪게 되지. 그걸 바로 '막힌 벽의 시기'라고 한단다.  그 시기에는 새로운 수련법을 써야지만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지."  (p.15)

 

그냥 수련을 하라는 오방도사와 달리 수련의 목적을 이야기해주는 사람은 설화당주님 밖에 없다.  무술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씩 거쳐 가는 수련지라는 계룡산에서 도꼬는 각석술을 건방이는 수검술을 완벽하게 익힐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건방이와 도꼬가 계룡산으로 떠났다.  각자 다른 장소에서 수련을 하기로 결정한 아이들. 그런게 이게 왠 일인가?  계룡산에 떠도는 귀신 이야기가 사실인지 건방이에 김치가 사라져 버렸다.  설화당주 몰래 수련지로 온 초아가 가지고 온 먹을거리까지 사라지면서 건방이와 초아는 김치 도둑을 찾기 위해 움직이고 그 과정에서 우리나라 최고의 도검 장인인 타타를 만나게 된다.  저공이라는 권법을 쓰는 원숭이를 잡으면 초아에게 최고의 연검을 만들어 주겠다는 타타.  연검 이라면 사죽을 못쓰는 초아가 그냥 넘어 갈리가 없고, 초아와 건방이의 마음이 하나로 모아졌다.

 

최고의 도검 장인인 타타가 만들어낸 전설의 검을 찾아 헤매는 검사 난타의 등장은 이야기를 더욱더 흥미롭게 만들어 준다.  저공의 주인 아저씨가 타타고 타타로 생각했던 사람이 난타라니 헷갈린다. 헷갈려.  누구의 말이 옳은 걸까?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천효정 작가는 금새 이유를 알려주니 말이다.  전설의 검을 두고 맞선 난타와 타타의 목숨을 건 대결의 과정에서 건방이와 초아, 도꼬는 작지만 소중한 깨달음을 얻게되고 이 깨달음은 내면의 성장을 이루게 해준다. 내면의 성장이 '막힌 벽'을 뚫는 열쇠라는 걸 독자들은 모두 알았을 것이다.  진정한 무술인이라면 설화당주의 말처럼 막힌 벽의 시기가 오고, 그 정체기를 뛰어 넘어야 다음 단계로 넘어 갈수 있다고 하니 우리 아이들이 어떤 성장을 했을지는 책을 통해서 만나보길 바란다. 

 

'전설의 검'을 다룬 이번 이야기는 건방이 시르즈의 3권이다.  오방도사의 후계자 결정은 어떻게 되었을까?  답은 3권에 깔끔하게 나와있다.  딱 오방도사답게 해결을 하고 있다.  그리고 언제나 궁금하게 만드는 또 다른 이야기.  '머니맨'을 외치던 갈래 머리의 예쁜 소녀에 이야기는 다음권을 기대해야 할 것 같다.  초등학교 선생님이라는 천효정작가는 아이들의 마음을 읽는데 천부적이다.  아이 뿐 아니라 내 마음도 이렇게 들었다 났다 하면서 기대하게 만들고 있으니 말이다.  그녀가 들려주고 싶은 또 다른 이야기 보따리들이 풀어지길 바라면서 아이와 난 건방이 이야기의 다음 편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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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빌스 스타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5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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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네스뵈를 좋아한다.  좋아하는 외국 작가들을 나열하자면, 하퍼 리도 있고, 조조 R.R.마틴, 넬레 노이하우스, 제바스티안 피체크, 미미 여사까지 수도 없이 많지만 요 네스뵈의 책이 나오면 또 다시 심장이 뛰기 시작한다.  이번에 어떤 이야기로 놀라게 만들지 꼭 연애를 하는 것처럼 심장이 묵직해져 온다.  그의 책들을 책장에 꽂아놓고는 읽었다고 착각하는 경우도 있고, 최신작인 <아들>은 배달 온 그대로 있음에도 요 네스뵈의 책들이 옆에 있어서 안정이 되니, 그에게 빠진건 확실한 것 같다. <레드브레스트>, <네메시스>와 함께 <데빌스 스타>는 오슬로 삼부작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역시나 의심치 않고 헤리 홀레는 모든 일상을 멈추게 만드는 힘이 있다.

 

머리속에 그려지는 헤리 홀레의 이미지가 있다.  헤리 홀레를 떠올릴때다 미드 <하우스>에서 닥터 그레고리 하우스 역을 맡았던 휴 로리가 자연스럽게 매치되어 이야기를 끌어나간다.  괴팍함과 프로페셔널한 모습이 닮아서 일지도 모르겠다.  책을 통해 만나게 된 인물중 헤리외에는 어떠한 이미지도 그려지지 않지만, 헤리만 따라가 보련다.  이번엔 오슬로에 어떤 일이 벌어졌기에 오슬로 삼부작의 마지막이라고 이야기를 하는걸까?  <비정상회담>이라는 TV프로그램을 통해서 만나는 노르웨이는 해리가 있는 곳과는 다른 곳처럼 느껴질때가 많다.  범죄와의 전쟁이라도 선포해야 할 정도로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 이곳이 TV프로 속 노르웨이 대표인 '니콜라이'가 이야기하고 있는 복지 시설은 완벽한 재미없는 곳이 맞을까 싶다.  물론, 재미없다는 표현은 프로를 통해서 만난 노르웨이라는 나라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이다.

 

여전히 해리는 엘렌 옐텐의 죽음에 프린스라는 암호명으로 활동하는 무기 밀매상이 톰 볼레르라고 믿고 있고, 자신보다 상사인 톰 볼레르에 대한 불신으로 "자네의 이런 모습을 보는게 얼마나 가슴 아픈지 자넨 모를거야, 해리. 자네에게는 라켈과 일이 인생이 전부였어.  그런데 처음에는 라켈에게 침을 뱉더니 이제는 일에도 침을 뱉는군." (p.72) 이라고 하는 비아르네 묄레르 반장의 말처럼 엉망이 되어 버렸다. 알콜릭으로 멀쩡한 상태로 있는 날을 찾는게 더 쉬울 정도로 정신이 없지만, 역시나 해리는 해리다.  눈앞에서 일어나는 범죄현장을 그냥 지나칠 수 있겠는가?  연쇄 살인의 공식을 충실하게 따라가고 있는 사건이 발생했다.  아름다운 여자들이 줄줄이 죽어나가고 범인은 사건 현장에 다이아몬드를 남기고 사라져 버렸다.  아무런 연관성도 없는 피해자들의 관계. 분명 연쇄 살인인데, 무엇을 놓치고 있는 걸까?

 

"베나 아모리스, 그러니까 사랑의 정맥이 심장에서 곧장 왼손 중지로 이어진다고 믿었죠." (p.196)

 

피해자들에게서 목숨만 사라져버린 것은 아니었다. 왼손 집게 손가락이 사라지고 눈꺼풀속에서 다이아몬드가 나온 카리라 로엔,집 근처에서 실종된 리스베트 바리는 오각형 별 모양의 보석이 박힌 반지를 낀 왼손 가운데 손가락이 배달되어 오고, 로펌의 접수원인 바바라 스벤센 역시 네번째 손가락이 사라진 상태로 별모양의 붉은 다이아몬드 귀걸이를 한 상태로 발견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발견된 엄지손가락이 절단된 마리우스 벨란.  보이지 않은 것들을 찾아내는 것이 독자들을 끌고가는 해리의 역활이다.  이쯤되면 하나의 공식이 성립된다.  오각형모양의 다이아몬드와 사라진 손가락들.  요 네스뵈는 깜찍하게도 주변 인물들을 통해서 오각형 모양의 다이아몬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마레코쉬 Marekors, 악마의 별이죠." (p.248)

 

이교도의 상징인 악마의 별이 드디어 나타났다.   마레.. 메르는 '죽음'을 뜻하고, 정확히 말하면 '살인'을 뜻한다는 'Devil's Star'의 등장이다.  잘린 손가락, 닷새간격으로 벌어지는 살인사건, 5시 그리고 5층. 하나씩 좁혀져가는 사건과 함께 톰 볼레르와 해리의 관계가 주요 이야기로 다루어 진다.  마침내 <데빌스 스타>를 통해서 해리가 그렇게도 집착하는 엘렌 옐텐 사건의 모든 경위가 밝혀지게 된다.  프린스로 활동하는 무기 밀매상. 야구방망이에 맞은 엘렌. 얼마나 많은 이들이 무기 밀수에 관련이 되어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중심에 톰 볼레르 경감이 개입되어 있는 것은 확실해지고, 오섯개의 별의 꼭지점에 있는 인물인 스벤 시버첸이 새로운 축으로 떠오른다. 요셉의 축복으로 스벤의 죽음을 해리에게 강요하는 톰 볼레르. 본격적으로 얽히고 설킨 이야기들을 풀어야 하는데, 갑자기 지금까지의 해리의 모습이 아닌 낯선이의 모습이 보여지기 시작한다.  내가 알고 있던 해리가 맞을까?

 

독고다이 마냥 친구도 없이 경찰 수사에만 온 힘을 쏟고 있는 해리와 톰 볼레그가 겹치기 시작한다.  분명 톰은 악인이고 해리는 주인공이어야 하는데, 이들의 자리가 뒤섞이기 시작하고, 톰의 어린시절이 보여지면서 톰에게 동화되기 시작한다.  누가 옳고 누가 그를까?  분명 진리는 하나인데, 어떤것이 진리인지 알수가 없다. 톰에 명령을 따르면서 요셉의 축복을 스벤에게 먹이는 해리.  진짜로? 정말? 이라는 표현은 이럴때 나올수 밖에 없다.  진짜 해리가 그랬단 말이지?  하지만 역시나 해리다.  <데빌스 스타>이후에도 해리의 이야기는 계속 되고 있으니 말이다.  얽히고 설킨 이야기를 풀어내는 능력은 확실히 이 술꾼 아저씨가 제격이다.  혼자서 고민하고 혼자서 해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묄레르가 지원하고 있고, 과학수사과의 베이른 홀름과 단짝 친구인 택시 운전을 하는 외위스테인 아이켈란이 계속해서 해리 주변을 사수하고 있다.

 

선과 악의 기준이 모호하고 언제나 안개가 낀 것 같은 도시가 해리 홀레가 살고있는 오슬로다.  분명 우리가 알고 있는 오슬로는 아닐 것이다.  요 네스뵈가 만들어낸 해리 홀레의 주 무대가 이럴 뿐이다.  사랑스런 라켈과 올레그가 있어 택시 운전을 하겠다고 다짐하지만, 믿지는 않는다.  읽어야하는 해리의 이야기는 여전히 쌓여 있으니 말이다.  선악의 기준을 정해주는 것은 분명 쉽지 않다.  종교적인 선악의 기준이 내겐 진리로 다가오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그 또한 옳음이 아니었을때가 얼마나 많은가?  해리 역시 그렇고 톰 역시 그랬을 것이다.  자신의 행동은 자신이 책임져야 하지만, 결코 단순한 문제는 아니다.  범죄 현장에서 삶과 죽음을 경험하는 올레그는 어떤 아이로 자랄까 하는 생각은 그저 어미로써 드는 기우이길 바랄 뿐이다.  해리에게 빠져 올레그를 실존 인물로 착각하고 있으니, 그저 요 네스뵈의 필력에 박수를 한번 더 보내련다.  그리고 이야기 하련다. 제발 제대로 잘 들 좀 삽시다.

 

"이거 아나, 해리? 가끔씩 자네는 이 지구상에서 가장 건방지고 이기적이고 멍청한 개자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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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삼킨 소녀 스토리콜렉터 28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전은경 옮김 / 북로드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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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를 쓰는 속도보다는 책을 읽는 속도가 확실히 빠르다.  넬레 노이하우스의 책을 쌓아놓고 읽고 있는 중이다.  피아의 이야기를 읽다가 예전에 나온 그녀의 색다른 책을 집어 들었는데, 이 또한 읽은지 꽤 시간이 지났다.  내용 정리는 간간히 해 놓았지만, 확실히 처음 읽었을때의 감정은 느껴지지 않는다. 어쩌면 글이 객관적으로 다가올지도 모르겠지만, 내 리뷰에 객관적일 필요가 있을까 싶다.  서평이라 이야기를 하기에 평을 해야겠지만, 몇해가 지난 후에 리뷰를 읽으면서 책 내용이 생각나지 않을때가 종종 있어서 책에 관한 내용은 들어가야 한다.  나를 위해서는 말이다.  가끔 리뷰 대회용으로 쓸떄도 내 방식을 고수할때가 많아 문제가 되긴 하지만 말이다.  뭐 어떠랴.  내가 보는 리뷰 내 맘데로 쓰고 싶다는데..

 

 

어... 이거 넬레 노이하우스가 쓴 글 맞아? 하고 의문을 갖게 되는 책이 『여름을 삼킨 소녀』다.  엄마 입장으로는 정말 말도 안되는 일이지만, 셰리든의 시선으로만 세상을 바라보면 그 나이에 나도 그랬던가 하고 생각을 하게 만든다.  1994년 미국 네브라스카 주 페이필드가 주무대를 이르고 있는 매디슨 카운티의 그랜트 집안에 딸인 셰리든은 공식적으로는 버넌 그랜트와 레이첼 그랜트 부부가 입양을 한 아이로 되어있다.  멜러키, 하이럼, 조지프와 에스라까지 네명의 오빠와 함께 하고 있고,셰리든의 엄마인 레이첼 그랜트는 완벽한 신데렐라의 계모로서의 역활을 다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게다가 막내오빠인 에스라는 신데렐라의 새언니에 빙의된 듯 어떻게 하면 셰리든을 괴롭힐지 연구하는것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셰리든이 웃을수 있는 이유는 셰리든을 너무나 사랑하는 버넌 그랜트와 세명의 오빠들 덕일것이다.

 

페어필드의 수치라 불리는 사건에 휩싸인 셰리든의 유치장 사건은 셰리든의 첫번째 여름을 수 놓는다.  '여름을 삼킨 소녀'다.  여름마다 무슨일이 일어났다는 말인가?  십대가 되기전부터 짝사랑 하던 제리와의 가벼운 입맞춤이 여름의 시작인줄 알았더니, 목련저택으로 이사온 이사벨라 고모할머니와의 만남 부터가 셰리든의 여름을 부로는 전초였던 것 같다. 할머니 집에 소장된 수많은 책들 중 셰리든의 눈에 든 책은 해럴드 로빈슨의 <헨리의 격정>이었고, 열 다섯살 소녀는 책속에 빠져들게 된다.  임신하지 않는다면 남자랑 자고도 바로 결혼하지 않아도 된다고 이야기하는 이사벨라 고모 할머니에 말에 용기를 얻기 시작한게 셰리든을 뜨거운 여름 속으로 밀어놓은 것일까?  20대 초반의 잘생긴 일꾼 대니를 유혹하는 열다섯살의 소녀라니.  물론 아이에겐 격정만 찾아오는것은 아니었을것이다.  뮤지컬을 전공한 코스텔로 선생님과의 만남은 시드니, 올리버, 브랜던 래컴과 함께 밴드를 결성하게 되고, 뮤지컬 '록 유어 라이프'까지 만들게 되니 말이다. 

 

열여섯의 셰리든은 30대 초반의 크리스토퍼 핀치를 만나게 되면서 육체적인 강렬함과 쾌락을 맞보게 된다.  이런... 빌어먹을... 엄마가 관심을 갖지 않으면 이런일이 일어나게 된다. 30대 아저씨와의 사랑이라니... 이게 사랑은 사랑이었을까?  엄마의 끈질긴 방해에도 불구하고 '미들 오브 노웨어'축제에 참여하게된 셰리든은 인생의 가장 중요한 사건을 맞게 된다.  1957년부터 1963년까지 일기를 적은 캐럴린 쿠퍼의 일기장을 발견하게 되는데, 일기장과 여러 사건들을 통해서 캐럴린이 자신의 친모이고, 엄마라 부르는 레이첼이 이모임을 알게 된다. 이시기의 셰리든에겐 참 많은 일들이 일어나는데, 아빠가 맹장수술을 하고 에스라가 성폭행을 하려다 미수에 그치기도 하고, 잘생긴 카우보이인 미컬러스를 만나기도 한다. 가장 끔찍한 것은 변태경찰의 성폭행과 살인이 일어난 일일 것이다.  그뿐인가?  크리스토퍼 핀치가 셰리든의 미국문학수업을 하는 교사로 나타나서는 학생과의 부적절한 관계가 알려질까바 안절부절하기까지 하니, 참 열여섯 소녀의 삶이 고달프기만 하다.

 

'제리와 이컬러스는 나를 떠났고, 부모님은 나를 속였고, 크리스토퍼는 나를 이용했다.  성폭행을 당했고, 한 남자와 아기를 죽인 살인자가 되었다.  이런 죄를 지었으니 행복해질 자격이 없었다.' (p.374) 

 

어린 소녀의 자기 고백이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힘들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셰리든 그랜트, 이웃에 대해 오만한 판단을 내리지 말고 겸허함을 좀 배우는 게 좋겠구나" (p.343) 라고 이야기하는 호레이쇼 버넷 목사까지 힘들어도 정말 힘이든다.  하지만 역시나 넬레 노이하우스의 글이다.  끊임없이 나오는 캐럴린 쿠퍼의 일기속 PC를 찾아내고야 마는 셰리든.  낙원만(Paradise Cove)에 있는 낡은 벙커가 PC란다.  그곳에서 밝혀지는 일기속 비밀들.  캐럴린 쿠퍼와 레이첼 쿠퍼, 그리고 이모부인 버넨 그랜트까지 얽히고 설킨 이야기들이 서서히 마무리되기 시작한다.  여기서 끝내야하는데, 넬레 노이하스는 그러고 싶은 마음이 없는지 셰리든과 호레이쇼 버넷 목사를 엮어버린다.  아~ 정말.  이 아이, 왜 이러는 건가?  완벽한 엔테테이먼트 소설이다.  성과 사랑에 눈떠가는 소녀는 이게 사랑인가 구분못하는 모습이 그려지고, 가족의 비밀이 미스터리 형식으로 보여진다.

 

누군가의 말처럼 잔인하고도 찬란한 셰리든의 여름은 이렇게 지나간다.  열여덟살이 되면 떠나겠다고 이야기하는 셰리든이 돈을 모아 차를 구입하고 떠나는 것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되었으니 말이다.  우리의 관념과는 확실히 다르기에 이 아이의 옳고 그름을 이야기할 수는 없다.  하지만, 아이가 문제가 아닌 가족이 문제인것은 확실하다.  읽는 내내 괜히 읽었다는 생각이 들었었고, 그냥 쌓아놓은 티아누스 시리즈를 읽지 않은 걸 후회했었다.  아마도 내 아이가 셰리든의 나이이기에 이렇게 감정 이입이 되었는지도 모르겠지만, 괜히 읽었다.  내 사고로는 받아들일수 없는 이야기.  아무도 제지해주지 않는 어린 셰리든.  사랑은 아름답다.  하지만 그 사랑도 책임이 뒤따르지 않으면 나쁜사랑이다.  주관적인 판단으로 셰리든의 격정의 사로잡힌 성 탐방보다는 캐럴린 쿠퍼의 비밀스런 일기장만 보고 싶었던 그런 책이 『여름을 삼킨 소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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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채에서 골라낸 책이라면 의심의 여지 없이 강추해야겠죠.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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