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빌스 스타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5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 네스뵈를 좋아한다.  좋아하는 외국 작가들을 나열하자면, 하퍼 리도 있고, 조조 R.R.마틴, 넬레 노이하우스, 제바스티안 피체크, 미미 여사까지 수도 없이 많지만 요 네스뵈의 책이 나오면 또 다시 심장이 뛰기 시작한다.  이번에 어떤 이야기로 놀라게 만들지 꼭 연애를 하는 것처럼 심장이 묵직해져 온다.  그의 책들을 책장에 꽂아놓고는 읽었다고 착각하는 경우도 있고, 최신작인 <아들>은 배달 온 그대로 있음에도 요 네스뵈의 책들이 옆에 있어서 안정이 되니, 그에게 빠진건 확실한 것 같다. <레드브레스트>, <네메시스>와 함께 <데빌스 스타>는 오슬로 삼부작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역시나 의심치 않고 헤리 홀레는 모든 일상을 멈추게 만드는 힘이 있다.

 

머리속에 그려지는 헤리 홀레의 이미지가 있다.  헤리 홀레를 떠올릴때다 미드 <하우스>에서 닥터 그레고리 하우스 역을 맡았던 휴 로리가 자연스럽게 매치되어 이야기를 끌어나간다.  괴팍함과 프로페셔널한 모습이 닮아서 일지도 모르겠다.  책을 통해 만나게 된 인물중 헤리외에는 어떠한 이미지도 그려지지 않지만, 헤리만 따라가 보련다.  이번엔 오슬로에 어떤 일이 벌어졌기에 오슬로 삼부작의 마지막이라고 이야기를 하는걸까?  <비정상회담>이라는 TV프로그램을 통해서 만나는 노르웨이는 해리가 있는 곳과는 다른 곳처럼 느껴질때가 많다.  범죄와의 전쟁이라도 선포해야 할 정도로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 이곳이 TV프로 속 노르웨이 대표인 '니콜라이'가 이야기하고 있는 복지 시설은 완벽한 재미없는 곳이 맞을까 싶다.  물론, 재미없다는 표현은 프로를 통해서 만난 노르웨이라는 나라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이다.

 

여전히 해리는 엘렌 옐텐의 죽음에 프린스라는 암호명으로 활동하는 무기 밀매상이 톰 볼레르라고 믿고 있고, 자신보다 상사인 톰 볼레르에 대한 불신으로 "자네의 이런 모습을 보는게 얼마나 가슴 아픈지 자넨 모를거야, 해리. 자네에게는 라켈과 일이 인생이 전부였어.  그런데 처음에는 라켈에게 침을 뱉더니 이제는 일에도 침을 뱉는군." (p.72) 이라고 하는 비아르네 묄레르 반장의 말처럼 엉망이 되어 버렸다. 알콜릭으로 멀쩡한 상태로 있는 날을 찾는게 더 쉬울 정도로 정신이 없지만, 역시나 해리는 해리다.  눈앞에서 일어나는 범죄현장을 그냥 지나칠 수 있겠는가?  연쇄 살인의 공식을 충실하게 따라가고 있는 사건이 발생했다.  아름다운 여자들이 줄줄이 죽어나가고 범인은 사건 현장에 다이아몬드를 남기고 사라져 버렸다.  아무런 연관성도 없는 피해자들의 관계. 분명 연쇄 살인인데, 무엇을 놓치고 있는 걸까?

 

"베나 아모리스, 그러니까 사랑의 정맥이 심장에서 곧장 왼손 중지로 이어진다고 믿었죠." (p.196)

 

피해자들에게서 목숨만 사라져버린 것은 아니었다. 왼손 집게 손가락이 사라지고 눈꺼풀속에서 다이아몬드가 나온 카리라 로엔,집 근처에서 실종된 리스베트 바리는 오각형 별 모양의 보석이 박힌 반지를 낀 왼손 가운데 손가락이 배달되어 오고, 로펌의 접수원인 바바라 스벤센 역시 네번째 손가락이 사라진 상태로 별모양의 붉은 다이아몬드 귀걸이를 한 상태로 발견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발견된 엄지손가락이 절단된 마리우스 벨란.  보이지 않은 것들을 찾아내는 것이 독자들을 끌고가는 해리의 역활이다.  이쯤되면 하나의 공식이 성립된다.  오각형모양의 다이아몬드와 사라진 손가락들.  요 네스뵈는 깜찍하게도 주변 인물들을 통해서 오각형 모양의 다이아몬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마레코쉬 Marekors, 악마의 별이죠." (p.248)

 

이교도의 상징인 악마의 별이 드디어 나타났다.   마레.. 메르는 '죽음'을 뜻하고, 정확히 말하면 '살인'을 뜻한다는 'Devil's Star'의 등장이다.  잘린 손가락, 닷새간격으로 벌어지는 살인사건, 5시 그리고 5층. 하나씩 좁혀져가는 사건과 함께 톰 볼레르와 해리의 관계가 주요 이야기로 다루어 진다.  마침내 <데빌스 스타>를 통해서 해리가 그렇게도 집착하는 엘렌 옐텐 사건의 모든 경위가 밝혀지게 된다.  프린스로 활동하는 무기 밀매상. 야구방망이에 맞은 엘렌. 얼마나 많은 이들이 무기 밀수에 관련이 되어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중심에 톰 볼레르 경감이 개입되어 있는 것은 확실해지고, 오섯개의 별의 꼭지점에 있는 인물인 스벤 시버첸이 새로운 축으로 떠오른다. 요셉의 축복으로 스벤의 죽음을 해리에게 강요하는 톰 볼레르. 본격적으로 얽히고 설킨 이야기들을 풀어야 하는데, 갑자기 지금까지의 해리의 모습이 아닌 낯선이의 모습이 보여지기 시작한다.  내가 알고 있던 해리가 맞을까?

 

독고다이 마냥 친구도 없이 경찰 수사에만 온 힘을 쏟고 있는 해리와 톰 볼레그가 겹치기 시작한다.  분명 톰은 악인이고 해리는 주인공이어야 하는데, 이들의 자리가 뒤섞이기 시작하고, 톰의 어린시절이 보여지면서 톰에게 동화되기 시작한다.  누가 옳고 누가 그를까?  분명 진리는 하나인데, 어떤것이 진리인지 알수가 없다. 톰에 명령을 따르면서 요셉의 축복을 스벤에게 먹이는 해리.  진짜로? 정말? 이라는 표현은 이럴때 나올수 밖에 없다.  진짜 해리가 그랬단 말이지?  하지만 역시나 해리다.  <데빌스 스타>이후에도 해리의 이야기는 계속 되고 있으니 말이다.  얽히고 설킨 이야기를 풀어내는 능력은 확실히 이 술꾼 아저씨가 제격이다.  혼자서 고민하고 혼자서 해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묄레르가 지원하고 있고, 과학수사과의 베이른 홀름과 단짝 친구인 택시 운전을 하는 외위스테인 아이켈란이 계속해서 해리 주변을 사수하고 있다.

 

선과 악의 기준이 모호하고 언제나 안개가 낀 것 같은 도시가 해리 홀레가 살고있는 오슬로다.  분명 우리가 알고 있는 오슬로는 아닐 것이다.  요 네스뵈가 만들어낸 해리 홀레의 주 무대가 이럴 뿐이다.  사랑스런 라켈과 올레그가 있어 택시 운전을 하겠다고 다짐하지만, 믿지는 않는다.  읽어야하는 해리의 이야기는 여전히 쌓여 있으니 말이다.  선악의 기준을 정해주는 것은 분명 쉽지 않다.  종교적인 선악의 기준이 내겐 진리로 다가오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그 또한 옳음이 아니었을때가 얼마나 많은가?  해리 역시 그렇고 톰 역시 그랬을 것이다.  자신의 행동은 자신이 책임져야 하지만, 결코 단순한 문제는 아니다.  범죄 현장에서 삶과 죽음을 경험하는 올레그는 어떤 아이로 자랄까 하는 생각은 그저 어미로써 드는 기우이길 바랄 뿐이다.  해리에게 빠져 올레그를 실존 인물로 착각하고 있으니, 그저 요 네스뵈의 필력에 박수를 한번 더 보내련다.  그리고 이야기 하련다. 제발 제대로 잘 들 좀 삽시다.

 

"이거 아나, 해리? 가끔씩 자네는 이 지구상에서 가장 건방지고 이기적이고 멍청한 개자식이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