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대단히 사회적인 동물이라 다른 것은 몰라도 얼굴만큼은 정확히 알아볼 수 있어야 한다. 얼굴은 그만큼 중요한 대상이라 할 수 있다. 이런 능력의 기본은 태어나기 전부터 존재한다. 특히 눈 두 개, 인접한 코, 그 아래 입으로 구성된 대략적인 형태가 보이면얼굴로 파악하는 성향이 있다. 임신 후기의 태아는 엄마의 배에 빛으로 형태를 만들어 비춰주면 반응을 보인다. 그리고 점과 선으로 얼굴과 비슷한 형태를 구성해 보여주면 다른 구성보다 더 오래 관심을 보인다. - P37

우리의 유전자는 뇌가 사물을 지각하는 데 필요한 신경 장비에 대해 일종의 개략적인 초고만 제공한다. 이 개략적 초고는 경험을 통해 연마되면서 구체적인 형태를 잡아간다. 특히 생후 첫 몇 주부터 몇 달 사이의 시기가 가장 중요한 때다. 이때 필요한 경험을 놓치면 평생의 결핍으로 이어질 수 있다. - P38

멜라놉신은 우리 머리와 눈 내부의 다양한 장소에 흩어져 있다. 빛이 멜라놉신에 와 닿으면 이 단백질은 분자의 춤을 추고, 이것이 뇌 깊숙한 곳에 있는 교차 상핵suprachiasmatic nucleus에 메시지를 전송한다. 이에 반응해 그 안에 있는 신경세포 다발은 우리에게 수면을 준비시키는 호르몬인 멜라토닌melatonin의 생산을 중단하고, 우리 몸이 다시 활동을 시작하도록 시동을 건다. 멜라놉신은 특히 청색광에 잘 흥분한다. 우리가 넋 놓고 바라보는 백라이트 스크린에서는 청색광이 많이 나온다. 잠자리에서 스마트폰을 하지 말라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스크린 장치를 보고 있으면 멜라놉신이 활성화돼 뇌가 깨어 있도록 유도하는 꼴이 된다. - P41

빛의 기울기에 따라 자신의 방향을 잡을 수 있는 능력만 해도 지구 생명의 역사에서는 하나의 혁명에 해당한다. 유글레나 같은 미생물에게는 정교한 장치를 갖추지 못한 경쟁자들이 뒤처지는 동안 햇살이 좋은 장소를 독차지하고 즐겁게 광합성을 할 수 있다는 의미이며, 편형동물에게는 그늘을 찾아갈 수 있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 빛을 찾을 능력이 없는 생명체보다 경쟁우위에 선다. 이런 방식으로 무장한 고대의 생명체들은 자연선택으로 보상받았다. 이들은 더 많은 자손을 남기고, 자손들은 부모를 승자로 만들어준 형질을 물려받는다. - P42

결론은 눈을 구축하는 데 필요한 유전자들은 난데없이 ‘짠‘하고 나타난 것이 아니라 여기서 조금, 또 저기서 조금씩 떼어온 것이라는 점이다. - P44

결과적으로 정말 훌륭한 눈이 탄생했지만 완벽하다고는 할수 없다. 가장 두드러지는 결함은 망막 앞뒤가 거꾸로 뒤집힌 점이다. 망막에 영양을 공급하는 혈관, 망막을 뇌와 연결해주는 신경은 망막 뒤쪽이 아니라 바깥 세상을 향하고 있는 앞쪽에 분포한다. 그래서 시신경이 망막을 뚫고 바깥쪽으로 빠져나가는 부위에 맹점blindspot이 생긴다. 그리고 이곳의 혈관이 막히거나 피가 새면 빛이 망막에 도달하지 못해 시야가 흐려지거나 차단된다. - P44

우리의 신체 부위 중 기분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있다면 바로 동공일 것이다. 흥분할 때 동공은 팽창하면서 대상에 흥미가 있음을 알려준다. 포커 선수가 게임을 할 때 굳이 색안경을 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동공 반응은 의지와 상관없이 불수의적으로 일어난다. 우리가 숨기려 애를 쓴대도 막을 수없다. - P45

카메라와 마찬가지로 눈의 역할도 빛을 받아들이는 것에서그치지 않는다. 빛을 휘게 만들어 초점도 맞춰야 한다. 이 일은 각막과 수정체의 팀워크로 이뤄진다. - P46

망막은 눈 뒤쪽에 자리 잡은 얇은 다층의 조직 띠로, 들어오는 빛을 신경 신호로 해석하는 역할을 한다. 역할뿐만 아니라 정체도 놀랍다. 망막은 눈에 파견근무를 나온 신경조직이다. 그래서 엄밀히 따지면 뇌에 해당한다. 사실 두개골을 열지 않고도 볼 수 있는 유일한 뇌 부위가 망막이다. 망막을 적출해 편평하게 펼치면 신용카드의 4분의 1도 채 안 되는 면적이지만, 그 안에는 빛에서 추출한 정보를 수집하고 전달하는 임무를 맡은 1억 개 이상의 감광세포가 있다. - P48

우리의 색 경험은 뇌가 원뿔세포에서 받아들이는 상세한 정보를 해석하면서 생겨난다. 원뿔세포 각각의 유형은 특정 색에 반응하도록 특화돼 있지만, 스펙트럼상 인접한 색에도 반응을 나타낸다. - 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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