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 나는 무척 우울했다.
 
내가 아무에게도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하고, 기대에도 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과연 내가 한 일이 잘 한 일인가 고민이 되는 일도 있었다.
 
사람에겐 어쩔 수 있는 때도 있게 마련이지만, 나는 이렇게, 가끔 스스로를 궁지에 몰아넣곤 한다.
영화를 보면서도 그랬다.
 
보려고 했던 영화(비포 미드나잇)를 상영하는 영화관이 주위에 없어서 그렇게 됐지만.
 
<더 웹툰>을 처음 보면서 십 분까지는 ‘내가 돈 주고 왜 고행을 하고 있나?’라고 자책했었다.
 
사실 영화관의 두꺼운 방음문을 열고 나갈까 생각한 것도 여러 번이다.
 
그러나 그러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옆에 같이 보는 사람이 있어서다.
 
나는 그 친구가 한쪽 팔을 내어주지 않았다면 영화를 보는 내내 공황상태에 빠졌을지도 모르겠다.
 
그 친구의 팔을 가슴에 품고 두려움을 달랬다.
 
이래서 연인들끼리, 혹은 연인이 되려고 하는 사람들끼리 무서운 영화를 보는 건가 보다.
 
그 친구도 무서운 걸 잘 못 보는 성향이라 아예 거의 아래만 봤다고 한다.
  
영화는 초반에 정말 악- 소리가 난다.

옥수동 귀신을 연상시키는 움직이는 웹툰에 피 흘리는 그림들.
 
그러나 좀 익숙해지니 이야기가 보이기 시작했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원죄의식.
 
영화는 그 죄로 인해 벌어지는 살인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소한 거짓 안에 숨어있는 악의.
 
나 자신을 위해서라면 눈 감아버리는 진실.
 
계속해서 그런 생각만 하다보면 정말 세상 살기 힘들다는 말이 나온다.
 
이렇게 답이 나오지 않을 때, 나는 반대로 생각한다.
 
사소한 거짓 안에 숨지 말고, 나 자신을 위해 진실을 눈 감지 않기.
 
우리가 모두 실천하기 힘들어하는 것들이지만 실천하면 나 자신의 마음의 평화는 회복할 수 있다.
 
마음이 편하기 위해 눈 감은 많은 일들은 결국 내게 화살이 되어 돌아오게 마련이다.
 
귀신에게 안 걸리려면 착하게 살아야 하나? 
 
근데, 착하게 살려면 옆에 붙잡을 팔하나는 필요하다는 생각은 든다.
 
안 그러면 세상이 너무 무서우니까.
 
무서우면 날카롭기가 쉽지, 착해지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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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하균의 연기는'후졌다'고 생각했다.

손님을 태우며 오버하는 모습이나 아들에게 혼나는 모습 등등.

도저히 '과함'이라는 말로 밖에 설명되지 않는 촌스런 연기가 그의 특징인가? 새삼 생각했다.

마지막에 울었을 지언정, 처음엔 그랬다.

그는 외로운 아버지다.

자식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사랑하는 사람과도 결국 헤어졌다.

자식을 키우기 위해서 그가 못 할 일이 없었다.

그는 자신의 모든 가치가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한원된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가진 것이 없는 사람에게 가치란 얼마나 소중한가.

나는 영화를 보며 부모의 사랑이 나오면 약해지는 경향이 있다.

영화 '해운대'의 마지막 즈음.

아이를 살리기 위해서 이혼한 부부가 의기투합하는 장면.

나는 친구가 두고두고 놀려먹을 만큼 눈물을 쏟았던 것을 기억한다.

부모의 사랑은 이타적인 것 같으면서 사실 이기적이다.

자신이 낳은 생명체를 자신보다 사랑할 수밖에 없는 것이 인생이므로.

자신보다 타인의 안위가 더 중요해진다.

나는 이런 부모가 될 수 있을까?

이제 내가 어떻게 사랑을 받았느냐보다, 어떻게 사랑을 줄 수 있느냐를 생각하게 되는 나이가 되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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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수정이란 배우가 이 영화에서 아름답게 나온 것은 아니다.

머리카락은 퍼석하고, 피부는 생기없어 보인다.

깡마른 몸매는 볼륨감이 조금 부족해 보인다.(이러는 나도 예쁜 건 아니기에 쓰면서 좀 찔리긴 한다) 

게다 연신 독설을 퍼부어 대며, 다른 사람을 곤란하게 만드는 모습은 혀를 내두르게 한다.

아마 세상 모든 사람은 아니겠지만 이런 모습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은 드물거다. 

처음에 정말 매력없었던 그녀가 점점 사랑스러워 보인다.

그녀의 특징은 줄곧 자기 얘기만 한다는 점이다.

나는 이렇게 생각하고, 저렇게 하고싶고, 그건 예의가 아니며, 요건 마음에 안 든다.

그래서일까, 자기 말을 들어주는 사람에게는 마음을 연다.

요리도 해주고, 말도 해주고, 사랑도 해준다.

그게 상대방이 좋아하는 때가 아니라는데 문제가 있지만 말이다. 

하지만 '알고보니 사랑이었네'는 뭔가 삐걱대는 유리구두 같다.

솔직하고 당당한 건 좋지만 그녀에게 부족했던 건 '배려'라는 양념이었다.

갓 만든 훌륭한 요리보다 밑반찬 꾸러미가 예뻐 보였던 건 바로 그 이유다.

카사노바와 지내며 자기 얘기만 하던 그녀는 조금씩 옆 사람들을 챙기기 시작한다.

마지막엔 주문을 받다 카톡을 하는 말도 안 되는 점원도 시급 4천원이라 봐줄 정도로.

풍선이 날리고, 그릇 깨지는 소리가 들리면 지진이라 학습된 그녀의 뇌에 

모든 사람들이 힘든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는 학습 하나가 더해진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배려를 모르는 게 아니라, 배려하는 법을 모르는지도 모르겠다.

영화 속 그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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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29일.
 
 
20대 마지막 토요일 친구와 심야영화를 봤다.
 
 
영화는 '레미제라블'.
 
 
홍대 스시 뷔페에서 영양을 과다 섭취하고,
 
 
내내 옷과 신발을 보러 다니던 우리.
 
 
살짝 피곤해서 걱정했는데 둘 다 졸지 않고 재미있게 봤다.
 
 
이 영화는 호불호가 갈린다는데 우리는 압도적으로 '호'쪽이 우세했다.
 
 
영화의 자막이 올라갈 때 친구에게 한 얘기가 있다.
 
 
영화는 재미있었지만 보는 내내 나는 왜 지금 이 뮤지컬이 영화화 되었을까가 떠올랐다고.
 

새로운 책이 계속 나오지만 명작은 100년이 지나고 200년이 지나도 읽힌다.
 
 
뮤지컬도 계속해서 만들어지지만 소수의 작품만이 오래가는 작품은 많지 않다.
 
 
세계 5대 뮤지컬로 불리는 ‘레미제라블(1985), 오페라의 유령(1986),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1971), 미스사이공(1989), 캣츠(1997)’에 좀 더 더해보자면 그리스(1972), 시카고(1975), 맘마미아(1999) 정도 될 것이다.  
 
 
 
이 중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1973), 그리스(1980), 시카고(2002), 오페라의 유령(2004), 맘마미아(2008)’등 여러 유명 뮤지컬들이 먼저 영화화 되었다.
 
 
 
나이 순도 아니고 좀 유치하긴 하지만 만들어진 순서를 따지자면 이 중 그 어느 작품보다 '레미제라블'이 빨리 영화화 되었어야 했다.
 
 
적임자를 찾지 못해서 지금 만들어졌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내 머릿속에는 그런 것들 대신
 
'승자독식의 사회,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종말, 물질만능주의 사회'등
 
 
현대사회를 생각하면 바로 튀어나오는 말들이 영화를 보는 내내 떠 다녔다.
 
 
전쟁이 계속 벌어지는 것도,
 
 
김애란의 소설 속에서 청년들이 방 때문에 고통 받고 가족이 해체되는 것도,
 
 
필요에 따라 쓰고 버려지는 '서쪽 숲에 갔다' 속 인물들이 생겨나는 것도
 
 
모두 같은 이유는 아닐까.
 
 
다른 이에게 의미가 되고 싶지, 몸짓에 불과한 존재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다.
 
 
어제 지난 한 해가 세계 60개국의 대표가 바뀌는 엄청난 해였다는 뉴스가 나왔다.
 
 
그래. 우리나라만 해도 엄청난 해였다.
 
그런데, 우리 사회가 혁명이 필요할 만큼 곪아 있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지금 '레미제라블'이 회자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뮤지컬에 출연했었던 분의 평은 "모든 대사가 노래로 이루어져 있어 좀 어색해요."였습니다. 확실히 그런 점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좋아하는 앤 해서웨이의 다른 면을 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순한 눈 안에 많은 것을 품고 있는 느낌입니다. 아름다운 목소리도 일품! 앞으로도 무척 발전할 것 같아 기대가 됩니다. 장발장과 로베르를 맡은 휴 잭맨과 러셀 크로우의 연기와 노래 역시 굿. 아만다 사이프리드 또한 연기며, 노래며, 외모며 어느 것 하나 빠질 것이 없어 보입니다. 사실 전 앤을 더 좋아하지만 포스터 속에서, 화면 속에서 아만다가 더 예쁘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이 사람에게 심정적으로 정이 안 가는 지 모르겠습니다. 뭐 제가 정이 안 간다고 해도 이 분은 아무 상관 없으시겠지만요. 원체 예쁜 여자를 좋아하는 전데 말입니다. 이상하지요. 노래도 제 귀에는 조금 불안정하게 들렸습니다. 소프라노 목소리이긴 한데 맑게 올라가지는 않는 듯. +ㅁ+ 저는 에포닌 역의 사만다 바크스의 목소리가 더 좋았습니다. 이건 뭐 제 취향일 뿐. 다시보니 사만다 사이프리드도 정이 좀 가는 것 같기도 합니다. ㅋㅋㅋ  169분의 적지 않은 시간. 제게는 꽤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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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반지의 제왕'을 보고 책을 읽었었습니다. 
 
역시 영국의 신화를 만들었다고 평가받는 J.K. 돌킨인 만큼 거대한 세계 자체에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 중 가장 작고 연약한 '호빗'이라는 종족이 주인공이라는 사실.
 
연약해 보이지만, 그렇지 않은 것.
 
일상에서 보물을 발견하는 힘, 책을 읽으며 작가에게 종종 기대하는 것입니다.
 
따지고 보면 대기업 사장도, 지하철 거지도 사람이기에 '죽음'에 영속된 유한한 존재인 것은 다르지 않으니까요.
 
평범한 주인공이 비범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여기에서 나온다고 봅니다.
 
영화를 보며 줄거리가 얼추 기억나는 것을 보면 '반지의 제왕'을 읽은 뒤에 '호빗' 책을 읽은 것도 같은데 확인 과정이 귀찮아 생략합니다.   
 
뭐 별로 중요하지 않으니까요.


영화는 '반지의 제왕'과 비슷하지만 시작이 좀더 경쾌한 느낌입니다.
 
아직 사루만이 어둠의 본 모습을 드러내기 전이니 그 느낌을 잘 살린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장면은 호빗 마을의 '노랑, 연두, 초록'이 섞여 만들어내는 조화였습니다.
 
워낙에 숲의 초록색을 좋아하는 저이지만, 아기자기한 그 색들이 뿜어내는 느낌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편안하고 아련한 향수를 느꼈으리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시라면 할 수 없고요. ㅋ
 
그 밖의 화면은 문외한인 제가 보기에 '반지의 제왕'에서 그리 발전한 부분은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고르트족의 수장의 표정과 살덩이 수염이 사실적으로 흔들리는 모습은 볼만 했습니다.
 
골룸이야 워낙에 희번득거리는 그만의 연기철학이 있어 눈에 띄고요.
 
제가 감명 받은 것은 역시 삶에 대한 돌킨의 통찰이었습니다.



+대사 적기+
자신도 모르는 엄청난 능력을 지닌 호빗이다.
언제부터 어머니가 남겨주신 그릇이 가장 소중해졌나.
세상은 책과 지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집 밖에 있는 거야.
훌륭한 전설은 과장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돌아온다면 전과 같지 않을 거야.
손수건 따윈 잊어라, 다른 모든 것들도.
과거에 얽매이지 말라.
여명이 너희를 멸하리라.
적은 당신의 적개심.
필요한 해답을 얻으려면 슬기롭게 행동해야 한다. 헛된 자존심은 화를 부를 뿐이다.  
 
 
어머니가 남겨주신 그릇이나 증조 할아버지의 의자에 집착하는 것은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이 집착하는 것들입니다.
 
그런데 한 세상 그저 즐겁게 살고 가겠단 마음을 가진다면 그것이 그리 중요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물론 이런 마음을 먹은 이들만 있다면 세상에 역사가 없었을 것이니, 옛 것을 발전시켜 새 것을 얻어내긴 힘들었겠지요.
 
영화 속에서 전통을 중요시 하는 장면은 많습니다.
 
옛 왕국 '에라보르'를 되찾고자 하는 것도, 위대한 칼에 붙여주는 이름도 그렇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 그 자체라고 영화는 이야기합니다.
 
이것이 돌킨이 인정받는 이유겠지요.
 
간달프는 장소가 바뀔 때마다 대원들의 수를 헤아리며 안도하고 그들이 '안녕'한지 살핍니다.
 
과거에 얽매여 위험해지지 않게 타이르는 것도 그의 일이지요.
 
그를 보며 우리시대 지도자가 어떤 지 한 번 떠올려봤습니다.
 
왕자에서부터 말단 병사에 이르기까지 다 챙기는 지도자가 있었는지요.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낭떠러지에서 오크족을 피해 나무로 도망치는 부분입니다.
 
화면은 대원들이 나무 위로 올라가는 장면들을 클로즈업으로 비추다 카메라를 돌려 오크들이 올 예정인 빈 숲을 비춥니다.
 
소리만 들리는 화면을 보며 관객은 분명 누가 올 지 생각하게 되었을 겁니다. 
 
마치 '여백의 미' 같습니다.
 
아무것도 그리지 않는 것을 통해 그려질 '법한' 것들을 생각하게 하는 장면.
 

영화를 보고 나오며 '나'는 어떻게 살고 있나 생각해 봤습니다.
 
가진 것도 얼마 없는 주제에 그것에 집착해서 해보지 못한 일이 참으로 많습니다.
 
몇 달간 해외 여행도 떠나고 싶고, 무턱대고 고백도 해보고 싶고, 무단결근도 해보고 싶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예정된 '빈 숲'의 미래가 그리 아름답지 못 할거란 사실을 알기에 지금은 그냥 조용히 길을 따라 가렵니다.
 
언젠가 만나게 될지도 모를 '뜻밖의 여정'을 빌보 배긴스처럼 잘 헤쳐 나가려면 연습할 게 많으니까요.
 




영화를 보고 나오며 '나'는 어떻게 살고 있나 생각해 봤습니다.
 
가진 것도 얼마 없는 주제에 그것에 집착해서 해보지 못한 일이 참으로 많습니다.
 
몇 달간 해외 여행도 떠나고 싶고, 무턱대고 고백도 해보고 싶고, 무단결근도 해보고 싶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예정된 '빈 숲'의 미래가 그리 아름답지 못 할거란 사실을 알기에 지금은 그냥 조용히 길을 따라 가렵니다.
 
언젠가 만나게 될지도 모를 '뜻밖의 여정'을 빌보 배긴스처럼 잘 헤쳐 나가려면 연습할 게 많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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