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맨 그레이맨 시리즈
마크 그리니 지음, 최필원 옮김 / 펄스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액션 스릴러 소설 작가들 가운데 요즘 가장 잘나가는 작가인 "마크 그리니 (Mark Greaney)"가 2009년에 발표한 데뷔작 "그레이맨(The Gray Man)"입니다. "그레이맨"이라고 불리는 암살자 "코트 젠트리(Court Gentry)" 시리즈의 첫 편이기도 한 이 작품 "그레이맨"은 출간 직후 바로 베스트셀러 차트에 오르고 배리 상 스릴러 부분 후보까지 오르면서 인기를 얻었습니다. 이후 작가 "마크 그리니"는 "그레이맨"시리즈를 연속으로 히트 시키며, 이젠 고인이 된 "톰 클랜시"의 "잭 라이언"시리즈를 공식적으로 이어서 쓸 수 있는 작가가 되는 영광을 누리고도 있습니다.


시리아 동부에서 나이지리아의 산업자원부 장관인 "아이작 아부바커"를 암살한 "코트 젠트리"는 탈출하는 과정에서 폭격되어 추락하는 미군 헬기를 목격합니다. 그는 정해진 시간내에 탈출 지점까지 가야하는 급박한 상황에서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생존자를 구출합니다. 한편 영국에서 보안서비스 회사 첼트넘을 운영하는 "도널드 피츠로이"경에게 국제적인 거대 기업인 로랑 그룹의 변호사 "로이드"가 방문합니다. 로랑그룹은 "피츠로이"에게 자신들이 하려는 일에 협조하기를 정중히 요청합니다.


"경의 가족은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로랑그룹 소유의 노르망디 저택에 머물게 될 겁니다. 그레이맨에게 연락해 그들의 위치를 알려주십시오. 나이지리아인들이 경의 외아들과 사랑하는 아내와 어린 손녀들을 인질로 붙잡고 있다고 말입니다. 경이 그의 위치를 불지 않으면 그 시커먼 놈들이 경의 가족을 무참히 죽이게 될 거라고."

"그런다고 뭐가 달라지겠소?"

"저는 젠트리를 잘 압니다. 그는 개처럼 충성하는 타입입니다. 아무리 구둣발에 걷어차여도 목숨을 바쳐 주인을 지켜내죠."


나이지리아의 독재자 "아부바커" 대통령의 동생인 산업자원부 장관이 시리아에서 "그레이맨"으로 추정되는 암살자에게 암살을 당합니다. 독재자의 분노는 나이지리아의 천연가스 독점 개발권을 따내기 직전에 있던 로랑그룹에게 향하고, 그들에게 자신의 동생을 암살한 킬러를 죽이고 그의 목을 가져오기 전까지 계약은 없다고 선언합니다. 발등에 불똥이 떨어진 로랑그룹은 정보력을 총동원해서 그 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그레이맨"의 배후 인물 "피츠로이"를 찾아냅니다. 로랑그룹은 "피츠로이"의 가족을 미끼로 "그레이맨"으로 알려진 암살자 "코트 젠트리"를 잡으려고 하지만 첫 번째 시도는 실패로 돌아가고, "젠트리"는 잠시 자취를 감춥니다. 마음이 다급해진 로랑그룹측은 "피츠로이"와 그의 가족들을 프랑스 별장에 감금하고 제 3세계 출신의 암살자들을 유럽으로 불러 모아 거액의 현상금을 걸고 "젠트리"를 죽이는 암살 대회를 주최합니다.


여느 전설과 마찬가지로 과장이 섞이기는 했다. 완전히 허구인 부분도 있었고. 하지만 죽어 마땅한 이들만을 처단한다는 그레이맨의 개인 윤리에 대한 소문은 진실이었다. 살인 청부업자들 사이에서 그의 명성이 높아갈수록 의뢰를 수락하는 그의 조건도 점점 까다로워져갔다. 젠트리는 비적들이 들끓는 나라에 홀로 들어가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표적들을 차례로 쓰러 뜨리며 부와 명성을 착실히 쌓아나갔다.


어둠의 세계에서 "그레이맨"으로만 알려진 전설적인 암살자 "코트 젠트리"의 첫 번째 이야기인 "그레이맨"은 처음부터 끝까지 쉴 틈 없이 죽고 죽이는 액션들로만 이루어진 액션 스릴러 소설입니다. CIA에서 쫓겨난 것도 모자라 지명수배자 딱지까지 얻은 "코트 젠트리"는 국제적인 범죄세계에서 활동하는 암살자가 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명성은 높아만 가고, 이젠 어딘가에서 불가능해 보이는 암살이 일어나면 가장 먼저 거론 되는 전설적인 존재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가 암살한 과격파 이슬람 교도인 나이지리아 산업자원부 장관의 형인 나이지리아 대통령이 그의 목숨을 원하면서 유럽 전역으로 한국을 포함한 제 3세계의 암살자들이 모여듭니다. 그리고 "그레이맨"을 죽여야하는 암살 컨테스트가 벌어지는 유럽은 피로 물듭니다.

전설적인 암살자가 주인공인 이런 류의 이야기들의 대부분은 주인공이 소위 '먼치킨'으로 묘사됩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인 우리의 "그레이맨"도 거의 완벽에 가까운 살인기계입니다. 일단 싸움이 일어나면 눈 앞에 나타나는 모든 것을 죽이는 것이 몸에 베인 남자입니다. 그런 그에게도 약점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정의감과 충성심입니다. 암살자 주제에 꼭 죽어야만 하는 타깃만을 골라 죽이는 "젠트리"의 정의감은 그 스스로를 죽음이 기다릴지도 모르는 최종목적지인 노르망디까지 가게 만듭니다. 그리고 이야기는 유럽 곳곳을 피바다로 만들며 일직선으로 쭉 진행됩니다. 실제로 이 작품에는 몇번은 등장할 법한 철학적이거나 멋진 문장 하나 없이 죽고 죽이는 이야기로 가득 차있습니다.


"언젠가는 깨닫게 될 걸세. 우린 결국 죽어 묻혔다고 생각한 과거에 발목을 잡히게 될 운명이야. 평생 우리 손에 죽은 놈들의 유령에게 시달릴 수밖에 없다고."


스토리 라인도 상당히 단순합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RPG 게임이나 FPS 게임처럼 목적지를 향해 이동하면서 각 거점에서 기다리고 있는 적들을 죽이고 마지막 던전에 도착해서 보스를 없앤다는 스타일의 이야기입니다. 물론 주인공이 중간 중간 함정에 빠지고 심각한 부상을 입기도 하지만 우리는 이 친구가 최후의 승리자가 될 것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습니다. 단순한 이야기일수록 재미있게 쓰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하기에 이 정도 실력이면 작가 "마크 그리니"가 상당한 이야기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거기다 작가가 상당한 밀리터리 마니아라서 (실제로 자신이 써본 총기들만을 소설에 등장시킨다고 합니다. 원래 이쪽으로 유명한 작가로 총기 잡지에 정기적으로 글을 기고하는 "탄착점"의 작가 "스티븐 헌터"가 있습니다.) 총기류나 묘사되는 전술들의 고증이 꽤 정확하다고 합니다. 사실 전 밀리터리 마니아가 아니라서 자주 등장하거나 유명한 총기류 이외에는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갑니다만...

이미 미국이나 일본에서 상당한 인기를 끈 작품이라 오래전부터 영화화 계획이 추진 중인데, 그동안 거론 됐던 감독이나 배우들의 이름들이 엄청납니다. 가장 최근까지 주인공 "코트 젠트리"역에 가장 유력했던 배우가 "브래드 피트" 였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주연 배우가 공식적으로 확정되었는데, 그 배우가 바로 "샤를리즈 테론"입니다. 그래서 지금 "그레이맨" 시리즈의 많은 팬들이 멘붕에 빠졌다고 합니다. 주인공의 젠더 체인지가 이런 유명 시리즈 팬들에게 쉽게 납득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니 약간 이해는 됩니다.


"프리랜서 킬러들은 신원이 확인되는 순간부터 독 안에 든 쥐가 되는 겁니다. 그의 신원이 확인된 상태라니 애들을 보내 처리토록 하겠습니다. 24시간이면 충분합니다."

"다행입니다."

"물론 상대가 그레이맨만 아니라면 말이죠. 그 친구는 차원이 다른 킬러이거든요."


편집이나 작은 글자가 조금 불편하긴 하지만 상당히 재미있는 스릴러입니다. 그냥 액션 영화를 보듯이 쭉 이야기를 따라 가다 보면 하루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는 좋은 오락 소설입니다. 나오자마자 읽었지만 좀 일이 있어서 이제야 감상을 적는데, 현재 국내에서도 꽤 팔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이 작품 "그레이맨"의 후속작인 "On Target""Ballistic""Dead Eye"도 국내에서 읽게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시리즈가 진행될수록 더 재미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거기다 내년쯤 개봉될 영화도 히트 해준다면 국내에서 후속작들을 만날 가능성이 더 높아 질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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