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널 잭 리처 컬렉션
리 차일드 지음, 정경호 옮김 / 오픈하우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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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작가 "리 차일드(Lee Child)"가 2014년에 발표한 "잭 리처" 시리즈의 열 아홉 번째 작품 "퍼스널(Personal)"입니다. 이 작품 "퍼스널"에서는 우리의 떠돌이 "잭 리처"가 미국을 벗어나 영국과 프랑스에서 활약합니다. 물론 "잭 리처"는 미국이 아닌 유럽에 있더라도 여전히 무적입니다. 싸움뿐 아니라 수사에 있어서도.

 

시애틀 행 버스에서 우연히 집어든 '아미 타임즈'에서 "잭 리처"는 자신의 이름을 발견합니다. 자신을 찾는 메시지를 그냥 모른척할 수도 있지만, 군 시절 자신이 신세를 진 사람이 연관되어있어 "잭 리처"는 군대의 부름에 답을 합니다. 예전 상관이었던 "톰 오데이" 장군을 만난 "잭 리처"는 오래전에 자신이 체포해서 감옥으로 보낸 한 전직군인을 찾아달라는 부탁을 받습니다. 이 부탁 역시도 그냥 거절할 수 있지만, "잭 리처"는 자신의 안락한 방랑생활을 앞으로도 계속 유지하기 위해 그 부탁을 받아들입니다.


군인은 군대를 떠날 수 있다. 하지만 군대는 군인이었던 자를 떠나지 않는다. 잠시 동안이라면 몰라도 영원히, 그리고 완전히 떠나는 경우는 결코 없다.

 

프랑스 파리에서 프랑스 대통령 저격 사건이 일어납니다. 1300미터라는 먼 거리에서 저격수가 쏜 총알은 간발의 차이로 방탄유리를 맞추어 저격자체는 실패로 돌아갔지만 다른 저격을 위한 예행연습일지도 모른다는 가정 하에 수사가 계속 진행됩니다. 그리고 실제 저격 목표물은 얼마 뒤에 영국에서 열리게 될 G8 정상회담에 참가하는 세계 각국의 정상들일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이에 프랑스는 세계 각국에 협조를 요청하고 1300미터 이상의 거리에서 정밀한 사격이 가능한 최고의 저격수들의 정보를 모으고 최종적으로 4명의 용의자를 뽑아냅니다. 그중에는 미국인 "존 콧트"가 포함되어 있고, 현재 그는 군인이었던 시절, 당시 헌병수사관 "잭 리처"에게 체포되어서 15년 형을 살다가 1년 전에 출소한 상태임이 밝혀집니다. 우선 "존 콧트"가 출소 후에 머물렀던 장소를 조사한 "잭 리처"는 그가 1년간 저격 연습을 했다는 증거를 발견하자마자 프랑스로 날아가서 저격 장소도 조사합니다. 그리고 프랑스 대통령을 향한 총알을 저격수가 일부러 빗맞혔다는 사실과 어쩌면 저격수가 1명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알아냅니다. 이제 "잭 리처"가 향해야 할 곳은 G8 정상회담이 열리게 될 런던입니다.

 

"리처, 이 사건의 범인은 전혀 새로운 인물이야. 암살 청부업자 명부를 아무리 뒤져도 나오지 않을 이름이지. 이번 사건은 그자의 첫 번째 임무였어. 그것도 불가능에 가까운 임무. 1300미터 거리에서 50구경 라이플로 두 발을 연속해서 명중시켜야 하니 말이지. 엄청난 판돈이 걸린 도박이었다고나 할까. 성공한다면 남은 평생 동안 메이저리거로 살게 될 것이고, 실패한다면 영원히 잔챙이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게 되는 도박. 하지만 그는 그 도박판에 뛰어들었고 방아쇠를 당겼어. 성공할 자신이 없었다면 감히 시도하지도 못했겠지. 1300미터 거리에서 두 발을 정확히 갖다 꽂을 자신이 있었다는 얘기야. 그 정도 실력을 지닌 저격수가 우리 쪽에 몇 명이나 있겠나?"


총알은 1300미터 밖에서 3초 동안을 날라와서 최첨단 방탄유리에 박힙니다. 사건의 개요를 들은 "잭 리처"는 총알이 장갑탄이라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저격수가 처음부터 두발을 쏘려고 했다는 사실을 눈치 챕니다. 첫 발은 방탄유리를 깨고, 바로 두 번째 총알을 발사시켜 사살. 사실 저격 거리 1300미터란 이제는 그다지 엄청난 거리가 아닙니다. 1600미터에서 저격한 케이스도 있고 2000미터 이상에서 쏜 기록도 있기 때문에. 하지만 1300미터 밖에서 연속 두 발의 정밀 저격을 시도했다는 것은 엄청난 실력의 소유자라는 말이고 그 저격수의 목표는 프랑스 대통령이 아닌 G8 정상회담의 참석국 수장들일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그 정도 실력의 저격수들 중 이런저런 조건에 맞는 용의자는 영국, 미국, 러시아, 이스라엘 출신 4명으로 좁혀지고 그중 미국인 용의자 "존 콧트"를 잡기위해 "잭 리처"가 불려온 것입니다. "잭 리처"는 자신이 저격수를 잡는 용도 이외에 미끼라는 또 다른 용도로 인해 불려온 것을 알지만 부탁을 수락하고 사냥을 시작합니다.

저격수가 등장하는 이야기라 액션성이 강조된 이야기라고 생각하며 읽었는데 오히려 이번 작품은 "잭 리처"의 수사력에 집중이 되어있습니다. G8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까지 제한된 시간 안에 저격가능한 장소를 찾고, "존 콧트"가 범인이 아닐 가능성도 찾아가면서, 그의 흔적들을 수사하는 "잭 리처"의 모습은 정말로 이 소설에서 언급된 '셜록 홈리스' 그 자체입니다. 물론 중간 중간 화끈한 난타전들도 나오지만 수사관 "잭 리처"의 모습이 더욱 부각되는 작품입니다. 여전히 잘못된 판단이나 추리로 위기에 봉착하기도 하지만 "잭 리처"스럽게 돌파해 나아가며 영국의 정보기관과 범죄조직들이 얽힌 이 사건을 끝까지 파고듭니다.

 

"브리핑 받을 때 이 얘기도 듣긴 했지만 설마 했었어요."

내가 말했다. "나에 관한 브리핑도 했었소?"

"오데이 장군은 당신을 '셜록 홈리스(Sherlock Homeless)'라고 부르더군요."

"그 양반이야말로 새 스웨터 하나 장만해야겠던데."

 

"잭 리처" 시리즈는 책이 출간되면 언제나 베스트셀러 차트 1위를 찍는 엄청난 시리즈입니다. 이 시리즈의 인기요인 중 반 정도는"잭 리처" 라는 캐릭터의 캐릭터성에 있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껏 출간된 작품들에는 언제나 "잭 리처"의 가공할 만한 육체적 힘, 전투력과 비범한 수사능력이 적당히 섞여있지만, 그래도 각 작품마다 액션성이 강조된 작품과 추리, 수사가 강조된 작품들 반반 정도의 비중으로 나왔습니다. 그런데 요즘 출간되는 시리즈들은 인간계 최강 "잭 리처" 보다는 수사관"잭 리처"의 비중이 큰 작품들이 많이 출간되어서 시리즈 팬들 중에서는 불만의 소리가 좀 있나 봅니다. 개인의 취향이라는 것이 있긴 하지만 저 같은 경우는 수사관 "잭 리처"의 모습이 강조된 작품들에 더 애착이 많이 갑니다. 물론 "잭 리처"의 싸움 장면이 없다면 많이 실망할 테지만. 다른 소설들 속에 자주 등장하는 주인공을 향한 습격과 그로 인한 위기의 순간에서 처럼 마음을 졸이지 않고, 양아치나 악당들이 어떤 식으로 처절하게 박살나는지 편안하게 목격하는 정도만으로도 만족합니다.

어떤 스타일의 작품들로 시리즈를 구성하느냐는 작가 "리 차일드"의 마음대로라서 성향에 따라 더 좋아하는 스타일로 갈릴 수는 있지만, "리 차일드"의 작가로서의 능력은 점점 더 발전하는 것을 정확히 느끼실 수 있습니다. 실제로 후반기 작품들로 갈수록 글 솜씨가 점점 늘어간다는 느낌이 듭니다. 별거 아닌 문장 하나로도 독자의 흥미를 붙잡아 둘 줄 아는 부분이 특히 그렇습니다. 번역이 상당히 좋아서 번역본으로도 느낄 수 있지만 실제로 영어 원서로 읽으면 작가의 맛깔나고 쫄깃한 문장들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거기다 탄탄한 플롯과 결말에 이르기까지 등장하는 단서들의 치밀한 배치도 훌륭합니다.

 

나는 흘깃거리는 그의 두 눈을 무표정한 눈빛으로 마주 쳐다보았다. 그가 탐색을 끝내고 덤벼온다면 선택은 두 가지. 일주일 동안 절뚝거리게 만들 것인가, 평생 휠체어 신세를 지게 만들 것인가.

 

항상 그렇듯 "퍼스널"도 기존 시리즈 팬들이 기본적으로 기대하는 부분들을 충분히 만족시켜 주고도 남을 재미있는 책입니다. 하긴 위험한 저격범을 찾아 영국을 휘젓는 "잭 리처"의 이야기가 재미없을 리가 없긴 합니다.

이미 시리즈 스무 번째 작품 "Make Me"가 미국과 영국에 출간 되어서 엄청난 판매고를 올리고, "리 차일드"는 현재 스물한 번째 작품인 "Night School"을 집필 중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처럼 독서량이 낮고 거기다 출판시장에 불황을 맞은 나라에서 "잭 리처" 시리즈 정도면 상당히 많은 시리즈들이 출간된 축에 속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더욱 시리즈가 쭉 출간 되주길 바라는데 그러려면 내년에 개봉될 영화 "잭 리처" 속편이 좀 터져 줘야할 듯 합니다. 그래서 건너뛰고 출간되지 않아 구멍이 생겨버린 시리즈 중간 작품들도 출간되길 바래봅니다.( "잭 리처" 시리즈에 대해 글을 쓸 때 마다 항상 이 말을 하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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