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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벌사회 - 사회적 주체성에 대한 철학적 탐구
김상봉 지음 / 한길사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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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청원 중 국공립대 통폐합안은 이미 오래된 미래다 독일의 대학 평준화 역시 이미 오래된 미래다 교육 문제 중 가장 봉건적인 것에는 스카이/인서울/지방대의 학교 서열이나 본교/분교의 적서 차별 같은 것이 있다 대학생이 다 같은 대학생이 아니라는 것이다 학교 제도가 그 본질을 왜곡하고 그릇된 방향으로 작동될 때가 있다 고시 합격자를 보면 서울대/비서울대인지 법대/비법대인지 따라 (하물며 고졸 출신이랴) 다 같은 고시 합격자가 아니게 된다 우리는 노무현 정부에서 이를 극명하게 경험한 바 있다 다시 말해 사람이 다 같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람이 출신학교에 따라 졸업 이후 획득한 직업으로 이어지면서 신분을 형성하는 것이다 서울대 법대 사법연수원 xx기 출신의 검사 식의 신분을 구성한다 (미래에는 유전자가 될 지 모르지만) 이런 태그가 붙은 자신의 팔뚝을 상상해 보라 한편 흔히 보는 S대xx치과나 Y대가정의원 같은 병원명은 이러한 신분 의식을 드러낸 것일 수 있다 이것은 브랜드라기보다 개인병원의 상품 가치를 출신학교로 차별한 것이다 이렇게 신분은 출신학교를 포함함으로써 구분된다 골품제도로 표현하면 진골이 될 수도 있고 귀족이지만 신분상 한계를 가진 육두품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학교는 대학은 배우러 가는 곳이라기보다 신분을 획득하러 가는 곳이다
법과 제도는 사람이 만드는 것이다 그 사람은 (학벌을 이루거나 때로는 정당의 형태로 때로는 집단 이익을 위해) 자기에게 유리한 법과 제도를 만들게 마련이다 한번 만들어진 법과 제도는 개정과 폐지를 거치겠지만 저항이 뒤따르고 개혁을 어렵게도 한다 국회의 입법 과정을 보면 알 것이다 법과 제도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지 않고 강제될 때 국가가 정부와 국회가 방관할 때 숨막히는 세상이 될 것이다 영화 (아벨 페라라의) 신체강탈자들 의 마지막 장면 헬기 속의 생존자들이 착륙장에서 쳐다보고 있는 인간 형상의 존재들을 보라 더 쉬운 비유로 한국 검찰의 임은정 검사를 떠올려보라 우리가 평등과 공정과 정의의 가치를 말할 때 지금 법과 제도가 올바르게 기능하고 있는지 그것이 진정한 민주주의로 작동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차라리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 우리는 다 같은 대학생이 아니고 다 같은 한국인이 아니고 다 같은 사람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 평등이고 공정한 법과 제도에 대한 변화의 시작이다 그럴 때야 진정 정의롭다고 말할 수 있다
결국 이러한 차별 뒤에는 달콤한 와인이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