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면 볼수록 표지가 자꾸만 정감이 간다. 뒷태가 마음에 드는 것일까? 나도 잘 모르겠다. 이 책은 한장 한장 넘길때마다 정겨운 느낌이 든다. 임희지 <난초>18세기 종이에 수묵 51쪽 이 그림을 볼때 저자의 생각과 비슷했다. 무엇이 그토록 달콤한지, 난초가 춤을 추고 있는 듯 보였다. 이 그림은 임희지가 그렸다고 한다. 가난하게 살면서도 첩을 얻자 누가 나무랐다. 그의 변명이 기막히다. "집에 꽃밭이 없어 방안에 꽃 하나 들여놨다." (53쪽) 정말 이 답변에 웃음이 피식났다. 요즘에도 할 수만 있다면 들여 놓고 싶은 꽃이 하나 뿐이겠는가. 현재는 돌맞아 죽는다. 이한철 <물 구경> 19세기 종이에 담채 109쪽 이 그림은 내 마음을 담고 있는 듯 했다. 피식 "날 물로 보지 마" 여기서 이 그림은 그런 뜻은 아니다. 관수세심이라, 흐르는 물을 보며 마음을 씻는다고 했다.(110쪽) 옛날 사람들은 참 멋지다. 요즘이야 물에 들어가 더위를 식히거나 마음이 심란하거나 휴가로 물을 자주 보러 간다. 떨어지는 물을 바라보며 그런 생각을 해 보았을까? 물은 위에서 흘러 아래로 떨어지듯이. 모든 순리가 그 안에 담겨 있다. 별것이 아닌 것 같지만 그것이 꽤나 어려운 일이다. 그림을 보는 것 만으로도 내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기분이 든다. 이 기분이 몇분이나 갈지 모르겠다. 그렇게 요동치듯 변덕이 심한게 사람 마음인가 보다. 변상벽 <고양이와 국화> 18세기 종이에 채색 167쪽 눈매가 사납다. 꽤나 무섭게 생겼지만 쪽 찢어진 눈매가 매력적이다. 아무래도 내가 눈이 처진 편이라서 그런지 찢어진 눈매가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이 그림은 '일흔 살 넘도록 편히 숨어 사시라'는 기원이 담겼다. 벽에 걸어 놓으면 두 벌 몫을 할 그림이다. 쥐 잡고 오래 살고. (169쪽) 참으로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 만수무강 아무래도 건강이 최고의 선물이니까. 그림들을 살펴 보면서 재미도 있고 재치도 넘친다. 그림속에는 많은 것이 담겨져 있다. 그것을 알지 못했지만, 이제는 조금 알것도 같다. 그림속에 담겨져 있는 뜻을 말이다. 세상살이가 굽이굽이 여러 흔적을 남기듯이, 그림속에서 많은 이야기가 있다. 참 시적이다. 현재는 직설적이고 멋스러운 말이 사라져가고 있다. 그런 나날을 돌이켜 보니 말이 삭막하니 사람 살이도 더 힘든것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을 보며 무더운 여름의 더위를 잠시 식혀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